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6화 (26/237)

# 26화.

***

공동묘지를 벗어난 충렬은 근처의 민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는 길이 복잡한 민가들 사이를 열심히 뛰어다니는 중이었고, 그 뒤를 해골들이 열심히 따라왔다.

“하아… 이 녀석들아 빨리 좀 뛰어 와라. 괜히 따라잡히지 말고.”

미니맵에서는 다수의 빨간 점이 이리저리 보였다. 그러나 아직 근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 길이 복잡해서 다행이야.’

물론 민가는 이제 폐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서운 배경을 연출하고 있는 장소였지만, 충렬에겐 이만큼 좋은 장소도 없었다. 왜냐고? 복잡한 시가의 길은 악마 추종자들을 따돌리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충렬을 인식하고 다가오는 근처의 악마 추종자들이었지만, 복잡한 길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쫓아오는 녀석들은 없었다. 악마 추종자들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지형지물까지 무시하며 이동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부가적인 효과도 따로 있다.’

그 부가적인 효과란 바로 전력의 증가였다. 폐가를 지나칠 때마다 언데드가 하나둘씩 합류하였다. 악마 추종자들이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오고는 있었지만, 그만큼 충렬을 따르는 해골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폐가에서 숨어 있다 아사한 시체들 중 일부가 언데드로 부활합니다.]

[언데드는 각각 <해골 농민12>, <해골 농민13>이 되어 당신에게 합류합니다.]

[8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충렬이 시가지 중심에 도착했을 때였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농민보다 수준이 높은 언데드가 등장했다. 즉, 상위 병종의 언데드가 합류하게 되었다는 소리다.

[주민을 지키다가 살해당한 ‘기사와 종자’들이 언데드로 부활합니다.]

[언데드는 각각 <해골 기사1>, <해골 보병1>, <해골 보병2>가 되어 당신에게 합류합니다.]

[12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현재 당신을 따르는 해골: <해골 기사1>, <해골 보병1~2> <해골 농민1~13>]

해골 기사의 합류에 충렬의 두 눈이 반짝였다.

‘오호라. 해골 기사와 보병이라고?’

이미 보병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데프론을 평소에 소환하다 보니 눈에 익은 것이었다. 하지만 해골 기사라니. 그 전투력이 상상되질 않았다.

‘확실히 보병이 농민보다는 전투력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기사의 전투력도 그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 분명해.’

심지어 해골 기사는 보병과 달리 장비부터 차이가 났다. 제법 두터운 갑옷을 입고 있었고 무기는 클레이모어로 불리는 양손 검을 한 손으로 쥐고 있었다. 그러한 해골 기사의 모습에서는 절로 위엄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해골 기사와 보병 둘이 합류했을 때였다.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카아아아아악!

마침 악마 추종자들 중 하나가 충렬의 후미에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무리와 떨어져 홀로 충렬을 쫓아오던 것이다. 해골 기사도 악마 추종자의 모습을 본 것일까? 충렬이 명령하기도 전에 해골 기사가 먼저 움직였다. 폐가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은 거리에서 해골 기사가 클레이모어의 끝을 땅에다가 박았다. 그러자 큰 소리가 울리며 클레이모어가 땅에 박혔다.

쿠웅!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해골 기사1>이 ‘광역 도발’을 시전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 해골 기사의 몸에서 어두운 기류가 뭉치더니.

우우우웅.

그리고 이내 터져 나갔다.

퍼엉!

행성이 터지듯, 검은 기류는 해골 기사를 중심으로 사방에 퍼졌다. 그 기류는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악마 추종자에게 금방 도달했다. 검은 기류가 놈에게 닿자 변화가 일어났다.

[악마 추종자 ‘단탈리온’이 <해골 기사1>의 도발에 걸렸습니다.]

[‘단탈리온’의 모든 신경이 <해골 기사1>에게 집중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악마 추종자였다. 도발을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괜히 방금 얻은 기사 하나를 잃을까 봐 조금은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라는 것을 잠시 뒤에 깨달을 수가 있었다.

***

해골 기사의 전투력은 상상을 불허했다. 그 전투력은 평소 충렬이 소환하던 ‘데프론’보다 더욱 뛰어났다. 물론 해골 기사 하나로 악마 추종자 하나를 이기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해골 기사는 해골 농민들처럼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악마 추종자의 발을 묶을 정도로는 충분하다는 말이었다.

현재 충렬에게 소속이 된 해골 기사는 악마 추종자 ‘단탈리온’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전투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도발이 제대로 적용되어 주변의 해골을 무시하고 기사에게만 달려드는 단탈리온이었지만, 해골 기사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그것이 분한 것인지, 녀석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안드로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의 오른손 송곳이 해골 기사에게 짓쳐들었다. 그러나 무서운 일격임에도 해골 기사는 물러나지 않았다. 엄청난 빠르기를 따라잡기가 어려워 물러서지 못한 것일까? 아니었다. 해골 기사는 악마 추종자보다 약간 느렸지만 충분히 그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물러서기 보다는 맞서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해골 기사1>이 ‘단탈리온’의 공격에 맞서 반격합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송곳을 본 해골 기사가 클레이모어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클레이모어의 두터운 날과 단탈리온의 송곳이 부딪쳤다. 단탈리온의 송곳은 무척이나 단단했다. 때문에 부딪힌 서로의 무기로부터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카강!

격돌 직후에 밀린 것은 해골 기사였다. 아무리 기사급에 해당하는 해골이더라도 악마 추종자는 쉽게 볼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단탈리온이 한 걸음 물러선 해골 기사를 향해 재차 달려들었다. 단번에 해골 기사를 끝내겠다는 듯. 녀석이 기뻐하며 송곳을 휘두르려고 했다.

“카아악!”

그렇지만 해골 기사 또한 만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전투에 관한 경험이 많았던 것인지, 불리한 상황임에도 노련하게 대처했다. 해골 기사는 튕겨난 클레이모어를 수습하지 않았다. 도리어 무기가 튕겨나자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튕겨난 방향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멈추지 않은 연격을 펼친 것이다.

후우웅!

두터운 클레이모어가 힘껏 휘둘러지자 무거운 바람이 일어났다. 당연히 단탈리온은 더 이상 공격하지 못했고 방어를 해야 했다. 이대로라면 다른 방향으로 오는 클레이모어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놈은 나머지 남은 손 하나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클레이모어를 막아갔다. 클레이모어과 송곳이 부딪치며 아까보다 더욱 크게 울렸다.

까가강!

회전하는 힘이 더해지니 이번에는 해골 기사도 밀려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실력이 비등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해골 기사가 자신만의 전투력으로 악마 추종자를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해골 기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해골 기사의 전투를 지켜보던 충렬이 입을 열어 크게 호통을 쳤다. 멍하니 있는 해골들을 향해서 말이다.

“니들은 뭐 하고 있냐? 구경만 하고 있어? 빨리 가서 쑤셔!”

충렬의 닦달에 근처에서 대기하던 해골들이 그제야 움직였다. 역시나 해골 농민들보다는 보병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랐다. 곧 단탈리온의 양옆에 도착한 보병들이 놈의 옆구리에 각자의 철검을 쑤셔 넣었다. 해골 기사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단탈리온은 자신의 옆구리를 방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푹.

푸욱.

그리고 이어서 도착한 해골 농민들이 자신들만의 무기로 단탈리온을 난자해 갔다. 엄청난 숫자의 농기구들로 단탈리온의 몸뚱이를 쑤셔간 것이다.

푹!

푸욱!

푹!

푹! 푹! 푸욱!

살이 찢어지고 피가 분수처럼 나옴에도 놈은 오로지 기사만을 향해 공격해 나아갔다. 이깟 고통쯤은 악바리로 버틸 수 있다는 듯이 괴성을 지르며 말이다. 해골 기사의 도발이 잘 먹힌 것이 분명했다.

“카아악! 캬아아악!”

그렇게 해골 기사만을 향해 온 신경을 집중하던 악마 추종자 단탈리온. 녀석의 몸뚱이가 걸레짝이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도중에 무릎의 신경계가 끊어졌던 탓일까? 녀석은 더 이상 제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녀석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

그런 녀석의 말로는 너무나도 뻔했다. 무방비해진 놈의 마무리는 해골 기사가 직접 해주었다. 해골 기사는 벌집이 되면서 무릎을 꿇은 단탈리온의 목을 향해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단탈리온이 손을 들어 방어해 보려 했지만, 이미 놈의 몸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가 힘든 상태였다.

서걱.

단탈리온의 목이 베어지고, 곧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어 바닥을 굴렀다.

데구르르.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온다.

[<해골 기사1>이 클레이모어로 ‘단탈리온’의 수급을 베었습니다.]

[악마 추종자 ‘단탈리온’이 처치되었습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시스템의 음성이 끝날 때쯤에는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털썩.

그리고 이번에도 안드로의 경우와 같이 단탈리온의 몸도 스스로 타올랐다.

화르르륵!

만약 해골 기사 없이 농민들만 있었다면 힘겨운 전투가 될 뻔했다. 하지만 해골 기사가 시선을 끌어주자, 악마 추종자 한 마리쯤은 너무나 쉽게 요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다.’

악마 추종자 하나를 마주쳐서 쉬운 것이었다. 만약 그 이상의 숫자를 동시에 상대하게 된다면 쉽지만은 않으리라. 어쨌거나 따라붙은 악마 추종자 하나를 처리한 충렬은 미니맵을 다시 살폈다. 그리고 다시금 이동했다.

***

과연, 미니맵은 사기였다. 계속해서 적들이 포위망을 좁혀온다지만, 미니맵을 이용하니 오히려 대처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적들의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가 있다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한 덕분에 병력을 모으는 일은 한결 수월해졌다. 결국 충렬이 거리를 거닐 때마다 새롭게 합류하는 해골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되었다.

[단두대에서 처형된 주민들 중 일부가 언데드가 되어 일어섭니다.]

[<해골 농민28>, <해골 농민29>가 당신에게 합류합니다.]

[8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아이들을 지키다가 살해당한 경비대와 주민들이 언데드로 부활합니다.]

[<해골 보병9> <해골 보병10>, <해골 농민30>, <해골 농민31>, <해골 농민32>가 당신에게 합류합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합류하는 언데드들을 보며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많은 숫자가 모이게 되었다.’

숫자가 적게 몰린 악마 추종자들은 사냥하고, 많이 모인 녀석들은 피하면서 다니다 보니 이 정도의 해골들을 모을 수가 있었다. 고작 고성의 4분의 1을 돌아다녔을 뿐임에도 말이다.

[현재 당신을 따르는 해골: <해골 기사1~3>, <해골 보병1~10> <해골 농민1~32>]

[총 해골의 수: 45]

아직 고성을 전부 돌아다니지는 못했음에도 충렬을 따르는 해골은 총 사십 하고도 다섯이나 되었다. 하지만 충렬은 발걸음을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우선은 여기서 전투를 진행하고 가야한다.’

아무래도 현재 쫓아오는 악마 추종자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이리저리 이동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많은 놈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여기서 모인 놈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것이다.’

그랬기에 이곳에서 전투를 진행하고자 했다. 지금 충렬이 위치한 곳은 고성 내의 북서쪽에 마련된 조그마한 광장이었다. 적들에게 쉽게 포위될 만한 장소였지만, 충렬은 일부러 이곳을 전투 장소로 삼았다.

‘오는군.’

저 멀리서는 악마 추종자 10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캬아아악!

키아악!

크아아아!

만약 해골 농민들만 있었다면 이길 수가 없을 전투였다. 그러나 지금은 해골 기사와 그를 보조하는 병사가 제법 있었다.

‘그렇기에 승산은 충분하다.’

어떻게 전투를 벌일지는 이미 다 계획하고 있었다. 괜히 넓은 장소로 온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었다. 장애물이 많은 곳이나 좁은 길목 등에서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정예인 악마 추종자들에게 유리할 뿐이었다. 약하지만 물량이 많은 해골들이 유리하게 싸우려면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 여럿이 소수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나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말이지.’

악마 추종자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본 충렬이 입을 열었다. 대충 놈들과의 거리를 계산한 뒤, 미리 생각해 둔 계획을 드디어 실행으로 옮겼다.

“기사 1은 저쪽으로 가. 기사 2는 저기 분수대로. 기사 3은 이쪽에서 기다려. 나머지 해골들은 정렬하고 대기한다.”

지금부터 충렬이 할 일은 간단했다. 해골 기사들을 이용해 어그로를 끌어서 몰이를 하면 되었다. 한쪽으로 적들이 몰려가면, 차근차근 놈들을 사냥할 계획이었다.

“기사 1은 5초 뒤에 도발을 시전해라.”

해골 기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알게 된 이상, 그것을 써먹어야 했고 충렬은 착실히 써먹을 뿐이었다.

“기사 2는 15초 뒤에 도발을 시전하고, 기사 3은 지금부터 정확히 25초 뒤다.”

그렇게 명령을 내린 충렬은 해골들과 함께 대기했다. 그리고 5초가 지나려는 때. 첫 번째 해골 기사가 클레이모어의 끝을 땅바닥에 박아갔다.

쿠웅!

도발 스킬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스킬 제한은 도전자에게만 제한일 뿐. 제한이 걸려 있지 않은 해골 기사는 충실히 충렬의 명을 이행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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