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0화 (20/237)

# 20화.

***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 쓴 비특성자들의 무리들. 그들 중에서 다카무라가 돌격을 앞두고 연설을 시작했다.

“저기 특성자 놈들이 캠프 안에서 숨어서 쥐새끼처럼 벌벌 떠는 꼴을 보십시오! 겁쟁이들 같지 않습니까!”

그러자 사람들이 그의 말에 동조한다.

“옳습니다!”

“겁쟁이 자식들!”

“집에 가서 분유나 더 먹고 오라지!”

“분유만 먹여서 되겠어? 곧 지릴 텐데 기저귀도 가져와야지!”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것을 느낀 다카무라가 말했다.

“자, 이제 돌격하여 적들을 몰살시킵시다! 그리고 승리를 쟁취합시다!”

다카무라의 말에 사람들이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가자!”

“가서 다 때려 부수자!”

“내가 점찍은 먹잇감은 아무도 건들지 말라고!”

하지만 분위기와 달리 다카무라의 속은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크크크큭. 멍청한 놈들. 불나방처럼 뛰어들어라. 그리고 나에게 승리를 안겨라!’

그가 비웃음을 짓는 이유, 그리고 50명을 단체로 돌격시키는 이유는 간단했다. 적들의 숫자는 자신들보다 많지 않았기에 닥치고 돌격을 선택한 것이다. 한 사람이 일시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한계는 명확했고, 다카무라는 그러한 점을 파고들었다.

‘분명 특성자 놈들이 스킬로 이놈들을 죽인다고 해도 전부를 죽이지는 못할 터.’

스킬을 연속으로 쓰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한 인해전술이었다. 때문에 희생이 나올지라도 무작정 돌격을 시킨 것이다.

‘나만 피해가 없으면 이득이지. 크큭.’

사실 다카무라의 이런 선택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산을 했어야 했다. 충렬의 전투력을 말이다. 충렬에게 현상금이 걸린 것은 괜히 걸린 것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비특성자들이 돌격을 시작하자, 곧이어 특성자들의 캠프에서도 반응이 왔다.

***

비특성자들은 무슨 속셈인지, 경계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은 캠프를 발견하자마자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곧바로 돌격해 왔다. 그 광경에 충렬이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

“미친놈들인가?”

저렇게 무작정 돌진하다니. 조심스럽게 살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아예 서로 죽자는 속셈이군.”

솔직히 무턱대고 돌격해 온다면 이쪽도 힘들었다. 시간을 지체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만약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이대로라면 피해가 클 것이 분명했다.

“카밀라, 한스는 지금 어디쯤이랍니까?”

“거의 다 도착했다고 해요. 늦어도 10분 안에는 도착할 것 같다는데…….”

그녀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이판사판이었다. 적들이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이상, 전면전은 피할 수가 없었다. 한쪽이 전멸할 때까지 전투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사력을 다해 막아야겠군요.”

충렬은 적들이 일정 거리의 안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비특성자들의 외침이 점점 더 크게 들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와아아아!”

“죽인다!”

“가자!”

타이밍을 기다리던 충렬이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에게 명령했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스킬 사용해.”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온다.

[<죽음을 거스른 레일리>가 미리 충전한 ‘파이어 스피어’를 발사합니다.]

[<해골 마법사1>이 적들 중 하나에게 ‘아이스 볼트’를 사용합니다.]

[<해골 마법사2>가 ‘매직 미사일’을 사용합니다.]

[<해골 마법사3>이…….]

그리고 해골 마법사들의 스킬에 이어, 타이밍을 보던 다른 특성자들도 스킬을 사용했다.

“바람의 정령이여. 가서 적들을 베어주세요. 윈드 커터!”

“악한 자들에게 회개를! 홀리 애로우!”

“대기에 스며든 수분이여. 응축하여 적을 때리소서. 워터 볼!”

일시에 시전이 되는 마법의 숫자는 대략 10여개 정도. 그렇게 시전이 된 마법들이 날아가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역시나 스킬의 위력은 대단했다. 동시에 쏟아지는 마법 폭격이 비특성자들의 앞에 위치한 열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사용된 마법 스킬은 다양했다. 때문에 울리는 소리도 각각 달랐다.

퍼버버버버벙!

쉬이이이익!

서걱!

퍼어억!

콰과과광!

마법이 적중하자 적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갔다.

[비특성자 캠프의 ‘돌프’를 처치하였습니다.]

[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찐따오’를 처치하였습니다.]

[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300카르마를…….]

첫 마법들의 일격에 줄어든 적들의 숫자는 정확히 10여 명. 상처를 입은 자는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

[특성 보유자: 17명]

[비특성자: 41명]

적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 이제 41명이 남게 되었다. 그렇지만 저들은 더욱 소리치며 함성을 내질렀다.

“모조리 죽여 버리자!”

“특성자들의 스킬이 빠졌다!”

“지금이야!”

저들의 말대로 마법 스킬을 사용한 특성자들은 현재 탈진 상태였다. 하지만 충렬의 해골들은 아니었다.

“계속 마법을 퍼부어.”

[<죽음을 거스른 레일리>가 ‘파이어 볼트’를 무작위의 적에게 발사합니다.]

[<해골 마법사1>이 적들 중 하나에게 ‘아이스 볼트’를…….]

그랬다. 충렬의 최대 장점은 이것이었다. 해골 마법사들은 지치는 일이 없었다. 스킬을 사용한 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마법을 날릴 수가 있다는 소리다. 이러한 장점은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었다. 스킬을 사용한 후 발생하는 부작용을 없애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어쨌거나 적들은 또다시 마법이 날아오자 순간 멈칫했다.

“뭐, 뭐야! 왜 계속 마법이……!”

“피해!”

하지만 그들은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향하는 마법의 개수가 그다지 많지가 않다는 것을 곧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냥 밀어버려!”

“그래! 까짓것! 가자!”

물론 덕분에 충렬은 계속해서 카르마를 벌어갈 수가 있었다.

[비특성자 캠프의 ‘울펜’을 처치하였습니다.]

[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300카르마를…….]

하지만 마법을 계속 날리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해골들의 숫자가 적은 탓에, 상대의 숫자를 빠르게 줄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적들도 멍청하게 돌진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들 중 몇몇이 사용한 스킬은 아군을 적중시켰다.

“받아라! 어스퀘이크!”

“이것도 맛 좀 보라고! 낙뢰!”

적들의 스킬도 만만치 않았다. 발밑에서 땅이 터지더니 돌의 파편이 아군을 갈가리 찢어놓았고,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져 숨어 있던 특성자들을 즉사시켰다.

쿠구구구궁.

쿠콰콰콰콰쾅!

적들의 스킬에 당하고도 살아남은 특성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고 해서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밀려드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누, 누가 회복 스킬 좀!”

때문에 적들의 숫자를 많이 줄였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성 보유자: 13명]

[비특성자: 35명]

역시나, 전면전으로 붙으니 너무나 불리했다. 아무리 적들의 숫자를 많이 줄여도 아군 측에서 몇 명이 죽으니 결국은 손해나 마찬가지였다. 4명이 죽고 16명을 죽였음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적들이 캠프에 도달하기까지 금방이었다. 하지만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물러날 수는 없었다.

‘입구를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

***

소모전은 계속되었다. 어느덧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인원은 적군과 아군 가릴 것 없이 모두 전멸하였다. 그것은 충렬의 해골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서로가 남은 인원은 다음과 같았다.

[특성 보유자: 8명]

[비특성자: 21명]

한스는 이쪽에 없었으니, 결국 7명이서 21명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7명의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이길까 말깐데, 지금 특성자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상태가 좋지 않았던 특성자 중 하나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우욱!”

그러더니 곧 쓰러졌다.

털썩.

그러자 8명으로 표시되던 인원이 7명으로 표시되었다.

[특성 보유자: 7명]

이제는 6명이서 캠프를 사수해야 했다. 사실 서로의 캠프가 이러한 소모전으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다카무라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간 때문에 상황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서 진격을 하니 딱히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솔직히 특성자들이 여기까지 막아낸 것만 해도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었다. 충렬이 중간에 활약하지 않았다면, 이미 패배하고 말았으리라.

어쨌거나 현재는 서로 대치를 하고 있는 중인 상황이었다. 서로가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자들이 없다 보니, 저쪽에서는 자신들이 다 이긴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더 이상은 급하게 다가오지를 않았다. 여기서 충렬이 해골 마법사를 다시 소환할 수도 있겠지만 충렬은 그러지 않았다.

‘괜히 여기서 자극한다면 미친 듯이 달려들 수도 있다.’

적들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시간만 끌면 이길 수가 있었다. 어찌 되었든지 이러한 상황에서 다카무라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전면으로 나서더니 특성자들을 비웃었다.

“크크큭! 쓸데없는 발악은 그만하고 이제 포기들 하시지요!”

그러자 비특성자들이 다카무라의 말에 동조했다.

“그만 포기들 하라고!”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우린 수정 탑만 살짝 어루만지러 왔을 뿐이거든. 흐흐.”

다행인 점이라면 저들은 한스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창 대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충렬에게 몸을 기대고 있던 카밀라가 입을 열었다. 상처 때문에 숨을 쉬기가 힘든 것인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충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어왔다.

“한스가 1분만 버텨 달라고 해요……. 1분이면 끝이 난다고…….”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연신 눈꺼풀을 감으려 했다.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충렬은, 그나마 상태가 나은 헤르메에게 그녀를 건네었다. 솔직히 헤르메의 몸도 이미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몽크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카밀라보다는 수월하게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충렬에게서 카밀라를 건네받자,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공격 관련 스킬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하필 이럴 때 도움이 되지도 못하다니…….”

그러나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제는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저 멍청한 비특성자 놈들은 자신들이 패배할 줄도 모르고 낄낄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다 끝났군. 1분쯤이야.’

모두가 목숨을 걸고 악착같이 방어해 내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었다. 다 이긴 상황이었다. 1분의 시간만 보낸다면 말이다.

그 1분이라는 시간은 놈들이 단체로 달려든다고 해도 수정 탑까지 간신히 도착할 시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여기서 자칫 싸우기라도 하다가는 간신히 살아 있는 아군의 목숨도 먼지 날리듯 사라질 터였다.

때문에 충렬은 앞으로 나섰다. 시간을 끔과 동시에 마지막 작별 인사쯤이야 해주기로 한 것이다. 기나긴 전투가 이어졌지만, 이제는 끝내야할 시간이었다.

“거기! 다카무라라고 했던가?”

충렬이 나서자 다카무라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큭. 이거,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분께서 직접 납시었군.”

충렬은 그런 다카무라를 향해 도발했다.

“멍청한 머리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그 더러운 혓바닥 덕분에 사람들만 많이 죽어나게 되었지만 말이야.”

그러자 그는 발끈했다.

“뭐라! 멍청한 것은 네놈이다! 이 조센징같은 놈아!”

발끈하는 다카무라의 모습은 너무나도 웃겼다.

“조센징? 그런 차별성 발언은 좀 다음부터 자제해. 아, 다음은 없으려나?”

“으윽! 곧 네 놈을 회로 떠주마! 기다려라!”

그러나 다카무라에게 기회는 없었다. 서로가 원거리 스킬을 가진 이들이 없을 때, 여유를 부리지 말고 들이쳤어야 했다. 1분이 지나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곧 시스템의 음성이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비특성자 캠프의 수정 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패배 진영의 목숨이 제거됩니다.]

시스템의 음성에 다카무라를 포함해 비특성자들이 의문을 품었다.

“어……?”

“무슨 소리야?”

“우리 수정 탑이 파괴되었다고……?”

하지만 그들의 의문은 더 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다. 곧이어 비특성자 진영 사람들의 머리가 동시에 부풀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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