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다행히 충렬의 그룹이 캠프에 도착하는 것이 먼저였다. 비특성자들은 미니맵에 표시된 충렬의 위치가 이번에도 미끼라고 생각했는지, 길을 돌아서 오는 것이 분명했다.
‘아직 적들이 당도하지는 않았군.’
그렇게 캠프에 도착한 충렬이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무인 상점이었다. 판매하려고 하는 아이템을 비어있는 가판대에 올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낡은 중독의 롱소드’를 판매하시겠습니까?]
[판매 가격: 30카르마]
아이템을 구매할 때는 제일 싼 것도 최소 1천 카르마를 넘겼었는데, 판매하려고 하니 똥값도 이런 똥값이 없다. 비단 롱소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놀 워리어의 철제갑옷’을 판매하시겠습니까?]
[판매 가격: 30카르마]
사냥하면서 얻은 아이템들을 모두 30카르마에 가져가려고 했다.
‘미친, 왜 이렇게 카르마를 안 주는 거지?’
그래. 쓰지도 못할 거, 그래도 판매하는 것이 당연히 이득이었다. 그러나 충렬은 곧바로 팔지 않았다.
‘이대로 판매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현재 사람들은 충렬과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정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다들 몰려 있는 상황에서 충렬은 여러 아이템들을 바닥에 뿌렸다. 충렬이 바닥에 아이템을 뿌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모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것을 확인한 충렬이, 입을 열었다.
“아이템 사실 분?”
그 말에 정비하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헉, 뭐가 이렇게 많아?”
“정말로 파는 겁니까?”
솔직히 일반적인 장비를 구한 사람은 많았다. 모두가 열심히 사냥한 결과, 그나마 평범할지라도 무기나 방어구쯤은 하나씩 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놀란 것은 충렬이 판매하는 무기들의 성능이었다.
“와, 이걸로 칼침 놓으면 바로 중독 효과라고?”
“이게 더 쩌는 것 같은데? 파상풍까지 같이 걸려!”
놀의 무기와 방어구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그렇지만 독안개의 숲에서 구한 무기들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의 반응에 충렬이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30카르마에 판매하려고 했던 것들이었으니… 그냥 100카르마 정도에 팔아야겠군.’
같이 싸워야 하는 처지이기도 했고, 이들의 전력이 상승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이들도 막무가내로 충렬의 무기를 공짜로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들 개념이 있었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무기를 구매하려는 것 같았다.
때문에 충렬은 그냥 적당히 싼 가격인 100카르마에 판매하려고 했다. 이 정도라면 정말로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상점에 판매하는 것보다 조금만 많이 가져갔으면 좋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 중 하나가 무기를 집더니 충렬에게 물어왔다.
“저기… 제가 보유중인 카르마가 별로 없어서 그런데 300카르마에 살 수 있을까요?”
뭐라고? 300카르마라니. 생각지도 못한 금액에 충렬이 놀랐다.
‘헉.’
300카르마라면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현재 구간에서는 무려 몬스터 10마리를 사냥해야 구할 수가 있는 카르마였으니 말이다. 물론 상점에서 파는 물건에 비한다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렇지만 상점 가격을 생각하면 안 되었다. 애초에 상점가는 터무니없는 폭리였다. 구매하라고 되어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때문에 300카르마에 무기 하나를 처리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순간적으로 상대가 제시한 금액에 놀랐음에도 충렬은 재빨리 표정을 고쳤다. 그러면서 입가에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딱히 여기서 더 많은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준다는 카르마를 마다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흐음. 어쩔 수 없네요. 같은 편인데 그 정도까진 할인해 드려야죠.”
충렬이 판매하는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졌던 탓일까? 주변에서 귀를 쫑긋하며 가격을 듣던 이들이 너도나도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
예상치도 못하게 충렬은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많이 판매할 수가 있었다. 판매한 무기들은 모두 독안개의 숲에서 얻은 것들이었다.
사람들은 충렬이 무기를 저렴하게 팔았다고 좋아했다. 상점에서 제일 저렴한 단검을 구매한다 하더라도 1천 카르마는 필요했으니까. 더군다나 그들은 다른 곳에서 무기를 구했음에도 충렬이 판매하는 무기를 더욱 선호했다. 추가적인 효과가 나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충렬은 꼭 카르마만 받아 판매한 것은 아니었다. 카르마가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물물교환을 해서라도 바꿔주었다. 어차피 무인 상점에 아이템을 모조리 처분할 생각이여서다.
어쨌거나 다행히 카르마는 서로 교환할 수 있었고, 그렇게 사람들에게만 무기 14개를 팔아 4,200카르마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인 상점에 나머지 모든 아이템을 처분한 결과 3,650카르마를 얻어 총 7,850의 카르마를 추가적으로 얻어갔다.
덕분에 현재 충렬이 보유한 카르마는 다음과 같았다.
[보유 카르마: 9,709]
‘생각보다 카르마가 많이 모였다. 빨리 써버려야겠어.’
사냥해서 얻은 카르마보다, 장사를 해서 얻은 카르마가 더욱 많았다. 때문에 충렬은 상태창을 살폈다. 카르마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1만 카르마가 필요했다. 당장은 레벨을 올릴 생각이 없었으니, 충렬이 살핀 것은 스킬들이었다. 스킬 중에서도 먼저 올려야 하는 것이 있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의 랭크를 올린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온다.
[2,000카르마를 소모하였습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이 D랭크에서 C랭크로 상승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소환 가능한 숫자가 늘어나지 않았다. 스킬 설명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조금’은 ‘조금’이 아니었다.
[해골 병력 소환 - C랭크: 고유의 직업을 가진 해골 병력을 소환한다. 최대 3개체까지 유지 가능. 패시브 스킬 ‘커스터마이징’이 개방된다(B랭크까지 5,000카르마 필요).]
‘커스터마이징이라고?’
처음 듣는 말인지라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친절하게도 시스템이 빠르게 그에 대해 알려왔다.
[축하드립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이 C랭크에 도달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스켈레톤 커스터마이징’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충렬은 재빨리 새로 얻은 패시브 스킬을 살폈다.
[스켈레톤 커스터마이징 - 패시브: 몬스터의 뼈를 사용하여 해골을 개조할 수가 있다. 강하고 튼튼한 뼈일수록 해골의 전투력이 상승한다. 이름이 있는 해골에게만 적용할 수 있으며 랭크는 올릴 수 없는 스킬이다.]
말 그대로 커스터마이징이었다. 즉, 해골을 새로운 뼈로 꾸밀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다.
‘오, 이런 패시브 스킬도 있다고?’
네임드 해골, 즉 해골 보병1이나 2와 같은 애들이 아닌 데프론이나 마렉, 레일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겠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강한 몬스터가 나오면 그 뼈를 이용하면 되겠어.’
그러지 않아도 요즘 느낀 것이 많았다. 해골들의 전투력이 나쁘지만은 않지만 방어력이 너무나 형편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마저도 극복할 정도로 해골 소환 스킬의 효율성은 매우 좋았다. 어쨌거나 충렬은 아직 카르마가 많이 남았으므로 스킬의 랭크를 또다시 올리기로 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의 랭크를 올린다.”
[5,000카르마를 소모하였습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이 C랭크에서 B랭크로 상승되었습니다.]
[해골 병력 소환 - B랭크: 고유의 직업을 가진 해골 병력을 소환한다. 최대 4개체까지 유지 가능(A랭크까지 10,000카르마 필요).]
B랭크에 오르자, 해골을 추가로 1기 더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카르마를 더 이상 묵혀둘 필요는 없었으니 잘 사용하지 않았던 라이프 드레인도 올리기로 했다.
[‘라이프 드레인’이 F랭크에서 E랭크로 상승됩니다.]
[라이프 드레인 - E랭크: 대상자의 생명력을 갈취해 본인을 회복시킨다. 흡수 속도가 약간 빨라진다(D랭크까지 2,000카르마 필요).]
라이프 드레인의 랭크를 올리자, 흡수 속도가 약간 빨라졌다는 말뿐. 그 외에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그렇게 충렬이 모든 상태를 점검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저기 비특성자 놈들이 온다!”
“모두 캠프에 설치된 목책 뒤로 숨어!”
마침내 적들이 캠프의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
고요한 적막과 긴장감이 전장에 팽팽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서로 간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꿀꺽.
누군가 옆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큼 긴장이 되는 것이리라.
적들과 캠프 사이의 거리는 대략 300미터 정도.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진다면 서로가 원거리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확실히 비특성자들의 수가 많았지만, 방어를 하는 입장인 특성자들의 상황도 불리하지만은 않았다. 무턱대고 캠프에서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적들과의 거리가 충분히 좁혀지는 순간, 선공은 이쪽에서 취할 예정이었다. 전방에 보이는 적들의 숫자는 정확히 51명. 미니맵 옆에 표시된 숫자와 일치했다. 그렇다면 적들은 자신들의 캠프를 방어하는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 말인 즉, 버티기만 해도 이쪽의 승리다.’
적들의 캠프를 향해서 한스가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특성자들의 최대 목적은 ‘버티기’였다. 버티기만 하면 한스가 빈집털이를 해서 승리를 할 수가 있었다.
다행인 점은 현재 캠프에 돌아서 진입할 길 따위는 없다는 것 정도다. 비특성자들이 캠프 내로 들어오는 길은 입구가 유일했다.
“그럼, 다들 준비해 주십시오.”
충렬이 신호하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는 충렬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중에서 제일 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고, 충렬이 효과적으로 적들을 제거하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따르게 된 것이다.
충렬은 사람들이 각자의 원거리 스킬을 준비하는 동안, 소환한 해골들을 먼저 살폈다. 해골들은 모조리 마법사로만 소환한 상태였다.
<죽음을 거스른 레일리>, <해골 마법사1>, <해골 마법사2>, <해골 마법사3>.
데프론의 경우와 달리, 마법사를 소환하려고 하자 병종의 특수성 때문인지 이름을 가진 녀석은 소환이 불가능했다. 그래도 기본 마법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충렬은 해골들에게도 명령했다.
“레일리는 파이어 스피어를 미리 준비하고 있어. 내가 신호하면 적들에게 날린다. 나머지는 레일리가 스킬을 사용하면 따라서 마법을 난사해.”
그러자 해골들이 알았다는 듯이 이빨을 부딪쳤다.
따닥. 딱. 따다닥.
그렇게 해골들에게도 명령을 내린 충렬이 전방을 주시했다. 이제 놈들이 다가오기만 한다면, 매서운 맛을 보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