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7화 (17/237)

# 17화.

***

다시금 마법을 준비하는 해골 몬스터의 모습에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마,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라고?”

“도대체 왜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가 여기서 나오는 거야!”

“으아악! 도망쳐!”

장내는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갔다. 그렇지만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다카무라가 아니었다. 당장에 보이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뿐이었다. 그는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서 입을 열었다.

“몬스터는 저기 하나입니다! 도망치지 말고 저 녀석을 제거합시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혼란스러워하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장내의 혼란은 빠르게 수습되어 갔다.

“그래! 겨우 몬스터 하나라고!”

“원거리 공격 스킬 가진 사람 없나? 빨리 저 몬스터한테 퍼부어!”

“이익, 스킬을 사용할 테니 나를 잘 좀 지켜봐! 매직 에로우!”

“나도 스킬을 사용하니 같이 지켜줘! 에어 커트!”

“난 저 몬스터의 마법 공격을 막을게. 매직 리플렉터!”

곧이어 해골을 향해 수십 가지 이상의 원거리 스킬이 사용되었다. 해골 또한 마법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쪽에서도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그 덕분일까? 몬스터의 마법 공격에 몇몇의 사람들을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또다시 마법을 사용하려는 몬스터는 제거할 수가 있었다. 다행히도 몬스터의 방어도는 형편이 없었는지, 사람들의 협공에 몬스터는 쉽게 무너졌다. 저 멀리 위치한 해골 몬스터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빠각!

빠가가각!

장거리 스킬 공격에 집중 포격 당한 해골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휴, 다행이야. 그래도 쉽게 잡았어.”

“뭐야, 겨우 이게 끝이야?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였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보스급 몬스터인줄 알았더만.”

“괜히 쫄아서 도망만 다닐 뻔했잖아.”

“다카무라님이 아니었다면 피해가 더욱 많이 생겼을 거야.”

당장 위험하던 해골 몬스터는 처치했지만 원거리 스킬을 사용한 이들의 수가 꽤 많았다. 그 말인 즉, 현재 지친 이들의 수가 적지 않다는 소리였다. 스킬을 사용한 후 몰려드는 부작용을 이겨내기 위해 그들은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들이 있는 곳은 충렬이 함정을 파놓은 장소였다. 때문에 그들에게 재앙이 닥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맨 처음 시작은 늪의 근처에서 쪼그려 앉아 쉬던 한 사내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로부터 발목을 잡혔다.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 누군가의 손이 지쳐서 힘이 빠진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당연히 사방엔 동료들뿐이었으니 그는 별다른 의구심을 품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응? 누구야? 내 발목은 왜?”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답 대신 돌아오는 것은 발목을 끌어당기는 강한 힘이었다. 미처 대비를 할 시간은 없었다. 때문에 그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자빠졌다.

“어…어……!”

그가 비명을 지르려 했다. 바로 옆에도 동료가 있었으니 금방 도움을 받을 수가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제대로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가 늪 속으로 빠르게 끌려가는 것이 먼저였다.

풍덩!

그리고 사내를 삼킨 늪으로 부터 공기가 올라왔다.

뽀글. 뽀글뽀글.

사고를 당한 사내의 뒤에도 다른 사람이 있었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는 때마침 자신도 모르게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멍하니 있던 그는, 이내 깜짝 놀라 일어서며 소리쳤다.

“뭐, 뭐야! 늪에서 해골의 손이……!”

하지만 그도 채 모든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외침을 마무리 지으려는 그 순간, 아까 보았던 해골의 손이 이번에는 자신의 발목을 향했기 때문이었다.

“흐, 흐이익!”

당연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그는 쉽사리 발목이 붙잡히게 되었고.

“으아아아악! 살려줘!”

곧 늪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현상은 한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무, 물귀신이다! 물귀신한테 발목이 잡혔어! 살려줘!”

“귀신은 무슨! 해골이라고!”

“소, 손 좀 잡아줘! 제발! 제바알!”

“저리 꺼져! 나까지 끌려가라는 소리냐!”

“여기서 도망가야 해! 여긴 지옥이야!”

“끄아아아악!”

그렇게 그들에게 진짜 지옥이 시작되었다.

***

특성을 가지지 못한 무리들이 당하기 직전, 충렬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목적지는 근처의 장소였다. 바로 다음으로 와야 할 적들의 이동 경로인 셈이다. 그렇게 잠시 뒤, 충렬이 숨길 장소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이었다.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비특성자 캠프의 ‘라이널드’을 처치하였습니다.]

[17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안토니’를 처치하였습니다.]

[더블킬 달성! 187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하만’을 처치하였습니다.]

[연속 트리플 킬! 206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중복되어 들려오는 시스템의 음성에 충렬이 깜짝 놀랐다.

‘뭐야, 왜 이렇게 카르마가 많이 들어와?’

물론 튜토리얼 지역에서 웨인을 처리했을 때엔 더 많은 카르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건 웨인이 아군을 살해한 ‘머더러’이기 때문임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그때와 차이가 있었다.

비특성자를 처리하긴 했으나, 이렇게 많은 카르마를 얻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의 경우에는 서로가 적으로 만난 경우였고 반드시 제거해야 살아서 나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카르마를 주다니, 놀라웠다. 더군다나 연속해서 적을 처치한 탓인지, 카르마를 받는 양은 점점 많아졌다.

곧이어 레일리가 산산조각이 나며 역소환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야만 했지만, 예상한 일이기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단지 이어지는 카르마의 습득에 충렬의 입엔 미소가 가득했다.

[비특성자 캠프의 ‘마르코’를 처치하였습니다.]

[쿼드라 킬! 226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치앙 챠오’를 처치하였습니다!]

[펜타킬! 당신은 펜타킬을 달성하였습니다!]

[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이후 비특성자 캠프의 인원들을 처형했을 때마다 습득되는 카르마의 수가 300으로 고정됩니다!]

하지만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충렬의 기쁨은 이어지지 못했다. 정말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 이상 좋은 소식을 전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5명을 연속으로 처치한 순간 충렬에게 현상금이 걸려 버린 것이다.

[특성 보유자 캠프의 ‘이충렬’이 미쳐 날뜁니다!]

[최초로 펜타킬을 달성하였기에 비특성자 캠프에 현상금 수배지가 전달됩니다!]

[‘이충렬’을 처형하는 비특성자에게는 제시된 카르마의 양만큼 보상이 지급됩니다!]

[현재 이충렬의 수배금: 2,000카르마]

[‘이충렬’의 위치가 비특성자들의 미니맵에 표시됩니다!]

이 시스템의 음성은 적들에게만이 아닌 충렬에게도 고스란히 들려왔다. 물론 펜타킬을 달성함과 동시에 기쁜 표정을 짓던 충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씨발. 엿 됐다.’

물론 악화된 상황임에도 해골들의 임무는 계속되었다. 레일리가 역소환되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해골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비특성자 캠프의 ‘클리브’를 처치하였습니다!]

[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왕팡’을 처치하였습니다!]

[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프의…….]

남아 있는 해골들도 역할 수행을 정말 잘하고 있는지 충렬에게 지급되는 카르마는 끊임이 없었다.

[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비특성자 캠…….]

[300카르마를…….]

당연히 적들을 처치할 때마다 충렬에게 수배된 카르마의 양은 계속해서 상승되었다.

[현재 이충렬의 수배금: 4,000카르마]

이제 비특성자들에게 있어서 충렬을 잡으면 인생 역전을 하게 되는 셈! 때문에 충렬은 현재 상황을 즐길 기분이 못 되었다. 일시에 저 많은 인원들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자신에겐 무리였다. 그리고 빠르게 적을 처치하던 해골들도 곧 역소환이 되기까지는 금방이었다.

[<해골 보병1>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었습니다.]

[<해골 보병1>이 역소환됩니다.]

[<해골 보병2> 또한 치명적인 일격을 받고 역소환됩니다.]

[<해골 조장 데프론>이…….]

솔직히 충렬은 현재 숨은 장소에서 또다시 해골을 소환해 적들을 골려줄 예정이었다.

‘그래서 멀리까지 이동하지를 않았는데.’

그로 인해서 적들과의 거리는 제법 가까웠다. 더군다나 이제는 해골들을 소환하여 적들을 골려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른 생각일랑 모두 던져 버리고, 도망에 온 신경을 쏟아야할 때였다.

‘젠장할.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느긋하게 해골들을 배치할 시간 따윈 없었다. 자신도 스킬을 사용하면 직후에 부작용이 발생했다. 여기서 해골 소환을 하다가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면 분명 적들에게 쉽사리 거리를 내어주게 되리라.

‘시간이 없다.’

솔직히 적을 더 제거해서 카르마를 얻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목숨을 챙기는 것이 먼저였다. 미니맵에 자신의 위치가 표시되었기 때문일까? 벌써부터 적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충렬은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다행이라면 덕분에 유인은 쉬워지겠다만.’

잡히는 순간 자신은 끝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직 적들의 숫자는 많았으니 말이다. 우측 상단에 적들의 남은 수를 살피니 아직도 녀석들의 숫자는 70 이상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많이 죽였음에도 녀석들의 숫자는 줄어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스템의 현상금에 대한 소식은 충렬과 적들에게만 들린 것이 아니었는지, 곧바로 카밀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추, 충렬 씨! 괜찮아요?]

하지만 충렬은 그녀에게 제대로 답장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부터는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했다.

‘일단 자리를 벗어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도착했습니까?’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같은 편인 사람들이 적절한 장소에서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네, 어디냐면…….]

카밀라에게 그곳의 위치를 들은 충렬이 미니맵을 살폈다. 그리고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숙지한 뒤 대답했다.

‘예. 그리로 가겠습니다. 이따 뵙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