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6화 (16/237)

# 16화.

***

그 어떤 생명체조차 찾아볼 수가 없는 적막한 늪지대. 그곳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제법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지나쳐야 할 늪지대의 면적은 적지 않았으며, 혹여나 실수로라도 발을 잘못 디딘다면 끝이었다. 그 때문일까? 대략 80정도의 인원들이 늪지대에 들어서기를 꺼려했다.

특히 앞쪽의 대열에서 늪지대를 바라보던 이의 표정엔 꺼림칙함이 가득했다.

“쩝, 조금이라도 빨리 이기자는 마인드는 좋기야 한데… 너무 위험한 길로 가려는 거 아냐?”

그의 불평에 옆에 있던 사내 또한 동의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돌아갔으면 싶은데.”

하지만 사람들의 불만이 생기려 하자, 선두에서 묵묵히 있던 남자가 나섰다. 그의 생김새는 매우 교활해 보였는데, 생쥐같이 삐죽 튀어나온 그의 콧수염이 그러한 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불만을 표출하기 전에 입을 열었다.

“자자, 여러분! 겨우 여기서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됩니다!”

그는 비특성자 무리들을 규합시켜 일을 추진시킨 이였다. 그의 이름은 다카무라 오운. 일본인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다카무라라고 불렀다. 그런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스킬의 사용이 시작되었다.

[‘사이비 교주의 현혹’ 스킬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레벨이 낮거나, 사람들이 많을수록 스킬의 성공률이 증가합니다.]

따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연설을 시작하려 했을 뿐인데도 스킬의 효과는 착실히 적용되어 갔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수많은 동료들이 자신들의 피를 흘려왔습니다. 그들의 희생을 감히 무시하려고 하십니까!”

왜 늪지대를 건너야 하는지 논리적인 설명은 없었다. 거기에 더하여 그는 자신의 원하는 목적만을 크게 외쳤다.

“여러분들에게 양심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특성자들의 캠프에 도착하여 승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보다 먼저 떠난 동료들을 위하는 것입니다!”

문맥상 말도 되지 않는 억지였다. 그러나 스킬의 효과 때문인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선동되기 시작했다.

“으음. 그, 그렇겠지?”

“아무래도 동료들의 희생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맞아. 먼저 떠나간 동료들도 우리가 빨리 이기기를 원할 거야.”

선동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사람들의 레벨이 낮은 구간이라 그런지, 현혹 스킬은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 불안을 떨쳐 버리고 진격을 합시다! 약간이라도 빨리 저들에게 당도하는 겁니다!”

그렇게 다카무라가 마지막 일침을 가했다. 몇 마디의 문장으로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다카무라. 그런 그에게 시스템이 알려왔다.

[사람들이 당신의 선동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스킬을 효과적으로 성공시킨 당신에게 112의 카르마가 주어집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스킬을 성공시킨 다카무라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쓰레기 같은 스킬이 걸린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스킬이었을 줄이야. 크크큭.’

몬스터를 사냥할 필요도 없었다. 선동하기만 해도 카르마를 얻어갈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현재 사용한 스킬 덕분에 튜토리얼 지역에서는 거대 유충을 상대하지도 않고 올라올 수가 있었다. 물론 그때는 스킬을 성공시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였다. 대충 물 타기를 한번 해주면 너무나 쉽게 스킬이 성사되었다.

결국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다시금 움직이게 만든 다카무라가 말했다.

“거기 두 사람. 먼저 앞장서서 가시죠.”

다카무라가 지목한 두 사내는 아까 불만을 표시한 이와 그에 동조한 이였다. 그랬다. 그는 처음 이동을 시작할 때부터 자신의 뜻에 반목할 만한 분자들을 미리 색출했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둘씩 사지로 내몰았다. 자신의 입지를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크크크크. 그래야 나도 카르마를 편하게 얻어갈 수가 있지.’

본래라면 여기까지 오는데 그 누구의 희생도 없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다카무라는 자신의 손맛대로 사람들을 움직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정적이 될 자들을 미리 제거하는 수고를 굳이 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지목된 사내 둘은 연신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다카무라의 영향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먹잇감처럼 바라보았다. 그 둘이 머뭇거리자 다카무라가 입을 연다.

“설마 움직이지 않을 셈입니까? 당신 둘이 먼저 나서서 움직여 주어야 다른 동료들이 안전히 이동할 수가 있을 텐데…….”

그러자 그 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움직였다.

“아… 네……. 저희가 안내해야죠…….”

“머, 먼저 나서겠습니다.”

그 둘은 후회했다. 괜히 입을 잘못 놀려 선두로 가게 되었음을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물리기에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 그렇게 비특성자들의 무리가 죽은 자들의 늪지대로 진입했다.

***

완벽한 매복을 위해 충렬은 늪의 구정물을 뒤집어썼다. 늪의 물은 끈적거리며 잘 붙었다. 그랬기에 생각 외로 보호색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다. 제법 역겨운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괜히 곧바로 발각되면 좋지 못했으니 말이다. 물론 갈대들 사이에서 엎드린 것은 덤이었다. 구정물을 뒤집어써서 위장한 것은 어디까지나 움직일 때를 위한 보호색이었으니까.

그렇게 적들이 다가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무렵이었다. 충렬은 마침내 비특성자들이 늪지대로 진입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드디어 오는군.’

원래라면 벌써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저들의 모습이 보이기까지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상 시간보다 왜 늦게 오게 되었는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상관은 없었다. 저들이 늪지대로 들어온 이상, 계획은 차질 없이 시작될 것이다.

‘카밀라. 적들을 발견했습니다. 작업 들어갑니다.’

[저희 쪽 사람들도 거의 다 도착했어요. 주변 지형을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예. 알겠습니다.’

[네, 조심하세요.]

카밀라에게 연락을 하고 침착하게 비특성자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충렬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방향을 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향하는 길은 충렬이 미리 예상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 길의 주변 늪에는 자신이 배치한 해골들이 숨어 있었다.

‘역시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예상한 길로 움직이는군.’

충렬은 계속해서 때를 기다렸다. 저들이 조금 더 다가오는 시점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대략 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충렬이 원하는 위치까지 도착한 비특성자들의 무리였다.

충렬은 슬금슬금 뒷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나며 레일리에게 말했다.

“정확히 1분 뒤부터 저들에게 마법을 계속 퍼부어라. 현재 서 있는 장소는 벗어나지 말고.”

그러자 레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빨을 부딪쳤다.

따닥. 딱.

그렇게 레일리에게 명령을 내린 충렬은 그 즉시 다음 장소로 이동을 시작했다.

***

비특성자들은 위험천만한 늪지대를 지나고 있었으나, 아직까지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나칠 때마다 보이는 묘비에서 가지 말아야 할 길과, 지나치기 좋은 길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간간히 적혀 있을 뿐이었지만, 충분한 도움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다카무라 덕분이라고 칭송하기에 바빴다.

“역시 다카무라 님입니다! 조심히만 가니 위험하지가 않네요!”

“특히 몬스터가 없으니 이동하기가 너무 편합니다.”

“덕분에 이곳은 안전하게 지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난 처음부터 믿었다고. 일부러 이 길로 가자는 이유에 의구심을 조금도 가지지 않았지!”

사람들의 반응에 다카무라가 씨익 웃었다. 자신은 그저 빨리 특성자들의 캠프에 도착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자신에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좋아하며 떠들었다.

“저 앞에서 두 분이 열심히 일해주신 결과입니다. 자, 모두 앞서서 길을 알려주는 두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시다.”

“역시 다카무라 님은 겸손하시다니까.”

“끝까지 믿고 갑니다. 다카무라 님.”

그러나 그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그 어떤 적도 찾아볼 수가 없는 지역에서 갑자기 거대한 불의 창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은 언제 온다는 신호조차 없었다. 그나마 누군가 자신들을 향해 들이치는 마법을 본 것인지 옆의 동료를 부르며 한 곳을 가리켰다.

“어, 저길 봐. 뭔가 날아오는데?”

“저게 뭐지?”

그렇게 하나둘씩 그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들 중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마법을 보고선 경악하며 외쳤다. 멀리 위치해 있던 마법이 지척까지 다가오는 데 필요한 시간은 금방이었다.

“마, 마법 스킬이다. 모두 피해!”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날아온 파이어 스피어는 그들의 중앙, 사람들이 제일 많이 밀집한 장소에 들이쳤다. 그리고 곧 그곳에 위치한 인파와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파이어 스피어가 적중하자 그 중심지에 있던 이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횡사했다. 정확히 그 숫자는 셋이었다. 얼마나 강한 마법이었는지, 중심지에 위치해 있던 이들 셋의 시체는 제대로 된 형체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전신이 완전히 새까맣게 타버렸고 갈기갈기 찢겨졌다. 아니, 부서졌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리라.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이어 볼트와는 다르게 파이어 스피어의 불길은 더욱 거세었다. 곧 파이어 스피어와 충돌한 주변 일대가 일렁였다. 그러면서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넓은 지역을 불길로 뒤덮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략 5×5m 면적에 해당하는 일대가 화마로 뒤덮였다.

화르르르르륵!

그 때문일까? 처음에 즉사한 이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죽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주변에 위치한 이들에게는 지옥의 시작이었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 다행이라는 생각을 금방 수정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끄아아악! 불이다. 불이야!”

“누가 불 좀! 불을 좀 꺼줘!”

“아악! 뜨거워, 뜨겁다고!”

“사, 사람 살려!”

“저리 꺼져! 나한테 불을 옮기지 말라고!”

당장에 불길로 인하여 죽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법 공격에 대처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은 그들에게 혼란을 불러왔고,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사람들의 숫자가 많기 때문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었다.

몸에 불이 붙은 누군가는 땅바닥을 굴렀고, 또 누군가는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 늪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지금이라도 치료 스킬 등을 사용한다면 불길에 타들어가는 사람들의 화상을 막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자신들의 몸만 챙기기에 바빴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움직이는 동료가 아닌, 그저 이해타산에 의해 묶인 관계였으니 당연한 모습일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파이어 스피어의 반경에 희생되지 않은 이들 중 하나가 주변을 이리저리 살폈다. 마법이 들이친 방향을 찾으려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발견했다. 어디에서 마법이 날아왔는지를 말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경악하며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저, 저길 봐! 몬스터다!”

그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한 곳으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정말로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몬스터는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몬스터가 없는 지역이라며!”

“제기랄!”

그러나 멍청하게 잡담만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어느새 해골이 주문을 외우는가 싶더니, 또다시 마법을 생성해 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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