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3화 (13/237)

# 13화.

***

[‘아라크네’가 30초 뒤 도착합니다.]

[‘아라크네’의 공격에 대비하십시오.]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아라크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정말이었는지 갈수록 숨이 막혀오고 피부가 따가웠다.

‘제기랄, 버티기조차 쉽지가 않아.’

하지만 충렬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간단히 당할 생각은 없었다. 때문에 마렉을 통하여 모아둔 무기들을 바닥에 풀어 재정비에 들어갔다. 점점 힘들어지는 환경임에도 충렬은 이를 꽉 깨물며 해골들에게 지시했다.

“거기 해골 둘, 그리고 데프론은 이것을 사용해라.”

보병 둘과 데프론은 현재 본 소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 셋에게 충렬이 건넨 장비는 상태가 좋은 무기들이었다. 독안개의 근원인 아라크네에게 독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터였다. 그래서 충렬이 무기를 선택할 때 참고한 것은 무기의 완성도였다. 기왕이면 튼튼한 무기들로 싸우는 것이 좋을 테니까.

솔직히 아라크네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어떤 녀석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본 소드보다는 더 날카롭거나 튼튼한 것이 사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해골 조장 데프론>의 무기가 ‘본 소드’에서 ‘중독된 튼튼한 장검’으로 교체됩니다.]

[무기가 파괴되지 않는 한 <해골 조장 데프론>의 전용 무기로 등록되어 함께 소환됩니다.]

[<해골 보병1>, <해골 보병2>의 무기가 ‘본 소드’에서 ‘독이 서린 날카로운 숏소드’로 교체됩니다.]

[<해골 보병1>, <해골 보병2>의 교체된 무기 또한 전용 무기로 등록됩니다. 해골 보병이 생성될 때 무기들이 함께 소환됩니다.]

그렇게 데프론과 해골 보병 둘의 손에는 새롭게 마련된 검들이 들렸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무기들 중에선 상태가 제일 괜찮은 것들이었다. 새로운 무기가 생기게 된 해골 셋. 무기가 생겼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을까? 데프론이 이빨을 부딪쳤다.

따닥. 따닥. 따다닥.

그런 데프론의 행동을 해골 보병 둘이 따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해골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아라크네의 공격에 대비했다.

‘후우. 상대하기 쉬운 녀석은 아닐 테지.’

묘비에서는 무려 10명이 도전했다가 8명이 죽었다고 했다. 분명 까다로운 상대이리라.

그렇게 충렬이 아라크네를 기다릴 때. 마침내 놈이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임박했다.

[‘아라크네’가 5초 뒤 도착합니다.]

5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1초, 1초 시간이 지날 때마다 충렬은 밀려드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4초.]

[3초.]

[2초.]

[1초.]

마지막으로 꿀꺽. 하고 침을 삼킬 때. 드디어 충렬의 앞으로 놈의 모습이 나타났다.

[숲의 주인, ‘맹독의 아라크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아라크네는 어디선가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나무들을 타고 온 것인지 허공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라크네가 바닥에 착지하자 주변으로 약간의 흙먼지가 휘날렸다.

쿠웅!

생각보다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라크네’의 하반신은 거미로 되어 있었고 그 크기는 소형차 정도였다. 그러나 몬스터의 외형을 가진 하반신과는 반대로 상체는 인간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람 모습의 상체엔 실오라기 하나 걸쳐있지 않았다. 아니, 약간 걸치긴 했다. 아라크네의 상체는 거미줄로 아슬아슬하게 가슴의 끝만 살짝 둘러서 가린 상태였는데, 허리는 가늘었고 특히 얼굴의 외모는 그 어떤 남성이라도 단번에 빠져들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충렬도 남자였다. 순간 아라크네가 몬스터라는 사실도 잊은 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말았다.

하지만 고개를 저어 정신을 차렸다. 곧이어 아라크네의 살벌한 적대감이 머릿속을 강타해서다. 녀석의 괴성은 청각을 뚫고 들어와 뇌리에 틀어박혔다.

[키아아악! 인간! 죽인다. 죽여 버리겠다!]

저 예쁜 얼굴로 무서운 말을 내뱉다니. 충렬은 그녀의 모습에 웃으며 대답했다. 살벌한 말을 해준 덕분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가 있었다.

“이봐, 아가씨. 살살 좀 말하자. 머리가 다 울리네.”

[시끄럽다 인간! 거미줄로 감싸서 죽을 때까지 괴롭혀 주마!]

겉으로는 여유를 보이는 충렬이었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아라크네가 나타나자 시스템은 친절하게도 충렬이 사망할 시간까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괴사의 숨결’에 죽기까지 2분 30초가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라크네의 코로부터 초록색의 독안개가 들쑥날쑥 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저것이 괴사의 숨결이 분명하리라.

‘그나저나 2분 30초 밖에 시간이 없다니…….’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아라크네를 그 안에 무조건 사냥해야 했다. 살아 있는 사람인 채로 있고 싶다면 말이다. 해골들을 소환할 수 있을 때 잡는 것이 유리했다. 더군다나 기회는 충분했다. 아라크네는 해골들에게 시선을 전혀 주지 않았다. 정확히 자신만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거 조금 위험하기는 하겠어. 그렇지만 해골들이 안전하게 달려들 수만 있다면 할 만하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직접 참여한 사냥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자신도 합세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사냥당하는 것은 나다.’

물론 패배할 생각 따위 없었다. 아라크네에 대해 아는 정보는 없었지만, 놈에 대한 공략은 만들어 가면 되었다. 정신만 차리고 있다면 언젠가 기회는 찾아올 것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명령 하나에 죽음의 길도 마다하지 않을 해골이 다섯이나 있었다.

‘승산은 충분해.’

마음가짐을 바꾼 충렬이 입을 열었다.

“그럼 놀아보자고, 이쁜이.”

***

서로가 서로에게 머뭇거림은 보이지 않았다. 둘은 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움직였다. 아라크네가 움찔하는 사이, 충렬은 재빨리 허리를 숙이며 바닥에서 무기 하나를 주웠다. 충렬이 주운 무기는 코볼트에게서 얻은 ‘투박한 박도’였다. 일반인이 들기에는 제법 무거워 보일 정도로 두툼했다. 그러나 충렬은 무려 레벨 3의 도전자다. 직업은 네크로맨서였지만 무기를 들고 휘두르기엔 그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충렬이 무기를 줍는 동안 아라크네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라크네는 공격한다는 경고조차 없이 움직였다. 전혀 예고조차 없었다. 그녀는 별다른 준비 동작도 없이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다. 그러자 그 육중한 몸체가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아라크네의 몸체가 뛰어 올랐지만 추락 지점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바로 충렬이 위치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허공을 잠시 바라보던 충렬은 재빨리 뒤로 자리를 박차며 크게 외쳤다.

“흩어져!”

충렬과 함께 뭉쳐 있던 해골들이었다. 아마 가만히 있게 된다면 해골들 중 하나는 그대로 박살이 나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충렬의 판단이 빨랐던 탓일까? 다행히도 전투를 준비하던 해골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이윽고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자, 그사이에 착지하는 아라크네였다.

쿠웅!

육중한 아라크네가 착지하자 땅이 잠시나마 흔들렸다. 물론 거기에 감탄을 하고 있을 충렬이 아니었다. 충렬은 자연스럽게 포위망을 구축하게 된 해골들을 향해 말했다.

“다구리 쳐!”

아라크네의 좌우, 그리고 그 뒤를 데프론과 보병 둘, 마렉과 레일리가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중앙에 위치한 아라크네를 향해 사방에서 공격할 수가 있었다. 해골들 중 충렬의 명령을 먼저 수행한 것은 레일리였다.

레일리는 다른 해골들이 아라크네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 때 뼈 완드를 양손으로 쥐고 집중했다. 그러더니 완드가 공명하기 시작한다.

우우우웅.

그렇게 이내 만들어지는 파이어볼트. 레일리는 마법이 완성되자마자 아라크네에게 사용했다.

[<죽음을 거스른 레일리>가 ‘맹독의 아라크네’에게 ‘파이어 볼트’를 발사합니다.]

만들어지자마자 날아가는 파이어 볼트는 재빨랐다. 그것은 정확히 허점이 드러난 아라크네의 뒤통수에 틀어박혔다. 아니, 틀어박히는 듯했다. 그런데 웬걸. 파이어 볼트는 아라크네에게 닿자마자 그대로 허공에 흩어졌다.

[‘파이어 볼트’가 아라크네의 항마력에 의해 소멸됩니다.]

아라크네는 자신에게 마법을 사용한 레일리를 신경조차 쓰지 않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조잡한 마법 따위!]

이 중에서 제일 강한 화력을 가진 존재가 그나마 레일리였다. 그런데 전혀 통하지 않는다니? 예상 밖이었다.

‘제기랄!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카드 중 제일 강렬한 공격 카드가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푸념을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어느새 회피한 충렬을 향해 아라크네가 재차 덮쳐왔기 때문이다. 날카롭고 뾰족한 아라크네의 앞발이 충렬을 향해 찔러왔다.

[죽어라 인간!]

충렬은 해골들과 함께 회피만 했을 뿐이지 아라크네와 거리를 완전히 벌리지는 못했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들이치는 아라크네의 공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쉬이이익!

아라크네의 앞발은 무서운 속도로 충렬에게 짓쳐들었다. 그러나 충렬도 만만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멀리 도망가기는 틀린 상황. 충렬은 그대로 상체를 숙이며 바닥을 뒹굴었다. 모양새는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한 바퀴 구르면서 흙이 온 몸에 지저분하게 묻었지만 충렬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짧은 순간 아라크네에게 타격을 입힐 방법을 떠올리려 했다.

‘제기랄, 어떻게 하지?’

마침 아라크네의 곁으로 도착한 해골들도 이제는 공격을 시작하려고 했다. 충렬의 뇌리가 번뜩인 것은 그때였다.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려라!”

충렬의 판단은 정확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그저 무턱대고 달려들 뿐일 터였다. 그렇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다리를 먼저 노린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점프와 거미다리를 무기로 쓰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다리를 노리라는 것이었다.

‘저 다리가 위험하다. 아라크네의 공격 수단을 제거하려면 다리를 노려야 해.’

당장에만 보아도 아라크네는 자신의 다리를 이용해서 이리저리 공격을 행했다.

그렇다면 당장 보이는 아라크네의 공격 수단을 무력화시킬 뿐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충렬은 아라크네의 신체 중에서 어디를 먼저 무력화시켜야 할지를 파악했다.

그러자 해골들의 안광이 흉흉하게 바뀌었다. 녀석들은 충렬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똑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골 조장 데프론>이 ‘맹독의 아라크네’의 오른쪽 두 번째 다리를 자르기 위해 장검을 휘두릅니다.]

[<해골 보병1>이 ‘아라크네’의 왼쪽 세 번째 다리를 목표로 합니다.]

[<해골 보병2>가…….]

역시나. 충렬의 그 판단은 효과적이었다.

마렉은 제대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데프론과 보병들은 아라크네의 다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에 성공했다. 2개의 다리는 깊숙이 찔리고 하나의 다리는 베어졌다.

푸욱!

서걱!

푹!

좌우 4개씩. 총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아라크네였다. 그렇지만 운이 좋았는지 순식간에 아라크네의 다리 3개를 무력화시킬 수가 있었다. 3개의 다리가 무력화되자 아라크네는 무게 중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 때문일까? 순간 아라크네의 몸뚱이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곧 다시금 평형을 유지한 아라크네가 크게 포효했다.

[감히 미개한 언데드 따위가……!]

3개의 다리를 쓰지 못해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아라크네는 이전보다 더욱 흉포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충렬보다 해골들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인지한 것인지 오히려 충렬에게서 등을 돌려 해골들을 마주보았다.

[모조리 박살내주마!]

아라크네는 과연 대단했다. 멀쩡한 다리가 이제는 5개밖에 없었지만 전투력이 상실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광폭하게 나가는 아라크네였다. 그녀는 주변에 존재하는 해골들의 위치를 파악하더니,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멀쩡한 다리들을 일시에 들어올렸다. 방어할 생각은 없다는 듯이 공격에 올인을 해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행동이었다. 때문에 해골들이 미처 피할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해골들을 향해 4개의 다리가 정확히 짓쳐들었기 때문이다. 다리 끝에 위치한 날카로운 발톱은 피하지 못한 해골 넷의 두개골을 단숨에 꿰뚫었다.

빠각!

빡!

빠가각!

빠각!

단단한 두개골도 아라크네의 공격엔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나는 해골 넷의 머리. 단 한번의 일격에 데프론과 보병 둘, 마렉이 역소환되었다.

[<해골 조장 데프론>, <해골 보병1>, <해골 보병2>,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역소환됩니다.]

다른 부위를 당했다면 역소환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리고 역소환만 되지 않는다면 마렉의 회복으로 일어설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렇지만 두개골이 박살나니 해골들은 자동으로 역소환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잠깐의 순간에 무려 해골 넷이 역소환되었다. 스킬을 사용해 다시금 데프론과 마렉을 소환할 수 있었지만, 이런 지척거리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육 대 일의 상황에서 순식간에 이 대 일의 상황이 되었다. 더군다나 레일리의 마법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렇다면 일대일의 상황이나 마찬가지.

그러나 충렬은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아라크네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그랬다. 아라크네는 충렬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 실수한 것이었다. 충렬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으니 말이다.

충렬은 아라크네가 해골들을 향해 공격해 가는 사이, 아라크네의 등을 향해 높이 뛰어든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의 발톱이 해골들의 두개골을 박살내려는 때. 등에 올라타는 것을 성공시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한창 해골들을 박살내고 있었던 아라크네였다. 하지만 해골을 역소환 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등으로 묵직한 무게를 느꼈던 것일까? 아라크네는 다시금 충렬의 존재를 의식하고 경계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어딜……!]

그러나 아라크네가 충렬을 인식했을 때는 늦은 순간이었다. 충렬의 박도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아라크네의 등을 향해 찔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거미로 이루어진 하체의 등이 아니었다. 사람의 등으로 이루어진 상체의 등이었다.

충렬의 박도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아라크네의 등을 꿰뚫었다.

푸욱!

박도가 아라크네의 등을 통해 앞쪽 가슴 사이를 뚫고 나왔다. 정확히 심장을 꿰뚫었는지 박도를 조이는 심장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아라크네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괴성이 근처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보스급의 몬스터라고 해도 별건 없었다. 치명적인 부위에 일격을 당한다면 상태가 심각해질 수밖에.

박도를 한차례 크게 박아 넣은 충렬은 다시금 박도를 뽑아냈다. 그러자 갈라진 아라크네의 가슴팍 사이로 불결한 초록색의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역시나 심장을 관통한 것이 맞았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충렬은 그 피가 묻을까 봐 즉시 아라크네의 몸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혹시나 피에 독의 성분이 있다면 자신이 다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무려 ‘맹독의’ 아라크네였으니 주의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아라크네와 약간 거리를 벌린 충렬은 무너지려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생각 외로 쉽게 끝나나?’

어차피 더 이상은 무리하게 공격하러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가슴이 관통당하니 아라크네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식도가 막혔는지 아라크네는 연신 사래가 들린 소리를 내었다.

[끄륵… 끄르르륵…….]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아라크네의 몸은 곧 옆으로 기울었다.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던 것이다. 그렇게 아라크네는 서서히 쓰러졌다.

털썩.

아라크네가 쓰러지자 충렬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괴사의 숨결에 당하기 직전 아라크네를 처치할 수가 있어서다.

[‘괴사의 숨결’에 죽기까지 7초가 남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라크네가 숨을 쉬지 않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독으로 이루어진 안개는 금방 사라졌다.

[아라크네가 더 이상 호흡을 하지 못합니다.]

[‘괴사의 숨결’의 영향에서 벗어납니다.]

[오염된 숲이 활기를 찾아갑니다.]

“드디어 처치했군.”

그렇게 충렬이 안심할 사이였다.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라크네의 몸뚱이가 순간 움찔거렸다.

그랬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호흡만 하지 못했을 뿐. 아라크네는 완전히 죽기 직전에 마지막 발악을 시작했다.

[‘맹독의 아라크네’가 스스로의 몸을 터뜨립니다. 3초 뒤, 아라크네의 몸이 폭파하며 주변에 맹독을 퍼붓습니다. 어서 빨리 회피하십시오!]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기겁했다. 폭파 반경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짧은 거리는 아니리라. 자신이 위치한 장소는 아라크네와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다. 문제는 마땅히 피할 장소가 없었다. 근처에 나무기둥이라도 있었다면 좋겠지만, 하필 그 흔한 나무기둥도 가장 가까운 것이 4초 거리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직 멀쩡히 남아 있던 레일리가 움직였다.

[<죽음을 거스른 레일리>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옵니다.]

그렇게 레일리가 충렬을 향해 달려드는 사이, 아라크네의 시체가 폭죽마냥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펑!

퍼벙!

퍼버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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