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사냥감이 풍부하며, 상대적으로 경쟁 상대가 없는 사냥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사냥터로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냥감이 풍부함에도 한적한 사냥터가 있었다. 바로 충렬이 선택한 장소, ‘독안개의 숲’이었다. 이곳으로 향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없는 것은 당연했다. 환경 자체가 극악한 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심각한 곳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얻은 정보를 통합하자면, 아주 위험천만한 곳이 분명했다.
일반 필드 곳곳에도 묘비들은 존재했다. 특히나 30분에 걸려 독안개의 숲에 다다를 즈음 보이는 묘비들에는 제법 살벌한 글귀들이 남겨 있었다.
-독안개 조심. 닿는 순간 세포를 점점 괴사시킴.
-히이이익! 내 고운 피부가……!
-피부가 썩어버리면서 고통스럽게 죽는다. 괜히 왔다.
-그건 양반입니다. 저는 심근경색으로 죽음요.
물론 살벌한 글귀들 중에도 건질 만한 정보는 존재했다. 덕분에 독안개의 영향력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다행히 숲을 벗어나면 독의 효과는 사라집니다.
-숲의 중앙부로 향할수록 독의 농도가 심해지니 주의.
-나 레벨 2인데 고작 30분 버티는 것이 다임.
-2레벨인데 30분? 와, 오지구요. 지리네요.
-전 1레벨인데 10분밖에 못 버팀;;
-ㅋ, 구라 즐. 3레벨 찍고 중앙가자마자 3분 만에 사망함.
-그건 님이 숲의 중앙까지 들어가서 그런거구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독안개의 숲은 위험천만한 만큼 보상도 제법 짭짤한 것 같았다. 간간히 보이는 칭찬의 묘비들이 그 증거였다.
-중앙까지 왜감? 테두리에서 깔짝깔짝 사냥해도 됨.
-ㅇㅇ 여기 몬스터는 장비 괜찮은 걸 준다.
-장비 얻기 쉬워서 안 줍고 다녔는데… 그러지 말길.
-무인 상점에다가 장비 팔면 ㄱㅇㄷ.
하지만 충렬이 독안개의 숲을 사냥터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보스급 몬스터’의 유무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강한 몬스터를 잡는다면 성장이 빨라질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향하는 것이었지만 솔직히 보스급 몬스터에 대해서는 정보를 그다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능력되면 독안개 숲의 주인 무조건 잡아라.
-10명 들어가서 8명 죽고 간신히 잡음.
-회복 스킬 있었는데도 죽었어. ㅠㅠ
-스킬 랭크 낮으면 힘들다.
-아예 독에 대한 면역이 있어야 도전하기가 쉽습니다.
그래도 대충 어떤 방식으로 사냥해야 하는지 감은 잡혔다.
‘신경을 써야 할 요소들이 제법 많다.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활용해야 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열심히 이동할 무렵, 충렬의 시야에도 독안개의 숲이 나타났다.
***
초록색의 안개가 주변에 자욱했다. 당연히 살아 있는 나무는 없었다. 낙엽조차 가지지 못한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이 전부였다. 그러한 숲에 충렬이 발을 딛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독안개의 숲’에 진입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경고가 들려왔다. 시스템의 음성은 심상치 않았다.
[‘괴사의 숨결’에 중독되었습니다.]
[당신은 서서히 죽어갑니다.]
[살고 싶다면 숨결의 영역에서 벗어나십시오.]
역시나 만만하게 볼 장소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시스템의 음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크윽.’
진입을 하자마자 숨이 확 막혔다. 마치 평소엔 코가 뚫려 있다가, 갑자기 비염이 생긴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완전히 숨이 막힌 것은 아니었지만, 온전히 호흡하기는 힘들었다. 당연히 그것으로만 끝이면 다행이었다.
온몸 전체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피부는 뜨겁게 달군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고 기관지는 염산으로 인해 녹아내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충렬은 자신의 상태보다 해골들의 상태를 먼저 살피기로 했다. 때문에 숲으로 향하는 도중 미리 소환해 놓은 해골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해골 소환 스킬의 랭크를 올렸기에 이제는 한꺼번에 셋을 운용할 수 있었다.
“들어와.”
그러자 차례차례 숲으로 들어가는 해골 셋. 놈들은 무서운 안개를 가진 숲인데도 거리낌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뒤.
해골 셋이 진입한 것을 확인한 충렬히 해골들을 살폈다. 그러나 자신과는 달리 녀석들에게는 딱히 중독의 증상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서 그럴까? 해골에게는 독의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다.
‘예상대로다.’
그렇다면 사냥터를 제대로 선택한 셈이었다. 혹시나 싶었다. 비록 해골에 불과하지만 녀석들에게도 독의 효과가 발생할까 봐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러지는 않았다. 해골들은 독에 완전한 면역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해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곳에 주로 서식하는 몬스터는 ‘포이즌 코볼트’다.
마침 도착하자마자 바로 근처에 코볼트 한 마리가 보였다. 전체적인 외형은 고블린과 비슷했지만 덩치는 조금 더 컸다.
하지만 독의 영향일까? 놈의 피부는 보라색이었다.
충렬이 코볼트를 살필 사이, 코볼트도 마찬가지로 충렬을 발견했다. 놈은 충렬을 발견하자마자 괴성을 질렀다.
“키에에엑!”
더군다나 튜토리얼에서 겪었던 고블린과는 달리, 녀석의 한 손에는 무기마저 들려 있었다. 길이가 짧은 검이었다. 그리고 그 검의 날은 녀석의 피부색과 마찬가지로 보라색이었다.
그러나 코볼트는 하나였고 이쪽은 충렬까지 합쳐 넷이었다. 물론 충렬은 먼저 나서지 않았다. 적대적으로 변한 코볼트를 향해, 해골들이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다.
딱히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주인이 위험해 처하니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해골들이었다. 어차피 따로 내릴 명령도 없었다. 자기들이 알아서 움직여 준다면 좋았다.
[<망국의 병사 데프론>이 위협적인 ‘포이즌 코볼트’을 발견하였습니다.]
[<망국의 병사 데프론>이 ‘포이즌 코볼트’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합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그 전투에 참여합니다.]
[<죽음을 거스른 레일리>가 마찬가지로 돕기 위해 움직입니다.]
해골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머뭇거림은 보이지 않았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해골들의 관절에서는 얼마나 활동적으로 움직이는지 알려주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충렬은 코볼트를 처리하기 위해 다가가는 해골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이지는 말고 제압해.”
단순히 코볼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의 회복에 신경을 쓰면서 움직여야 했으니까.
***
혼자에 불과한 코볼트를 제압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해골 셋에 의해 팔다리가 붙잡힌 코볼트가 괴성을 질렀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는 듯이, 죽이려면 빨리 죽이라고 발악하는 듯 했다.
“키엑! 키에에엑!”
그러나 놈이 발악할 때마다 데프론의 주먹이 움직였다.
퍽. 퍼벅.
충렬이 죽이지는 말라고 했으니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데프론이었다. 하지만 죽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코볼트는 엄청난 구타를 당한 상태였다. 현재 코볼트의 온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전신의 피멍은 물론이거니와 녀석의 얼굴은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물론 간단한 주먹 마사지에 코볼트가 조용해진 것은 부과적인 효과였다.
“키에에. 키에에엑.”
그러자 데프론도 더 이상은 실력 행사에 나서지 않았다. 마렉과 레일리 또한 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기만 할뿐. 그 어떤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했다. 충렬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골들이 조용해지자 다시금 발악하려고 하는 코볼트였다. 녀석은 조금 전에 구타를 당했다는 사실도 잊었던 것일까? 또다시 발악을 하려고 했다. 정말 저 지치지 않는 체력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키에에엑……!”
하기야, 코볼트의 입장에서는 당연할지도 몰랐다. 무려 자신의 ‘목숨’이 달린 문제였으니까. 충렬은 그런 녀석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다시금 주먹찜질을 시작하려는 데프론을 말리면서 말이다.
“그냥 붙잡기만 해.”
그러면서 코볼트의 곁에 다다른 충렬은, 곧 놈의 배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서 코볼트의 면상을 잠시 쳐다본 후 말했다.
“거참, 시끄럽네.”
그리고 거리낌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그러자 포이즌 코볼트의 생명력이 충렬에게로 옮겨갔다.
[‘포이즌 코볼트’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괴사의 숨결’로 의해 파괴된 세포가 점차 복구됩니다.]
마치 연약한 몬스터를 괴롭히는 악역의 느낌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다고 코볼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결국 창백했던 충렬의 모습이 다시금 생기가 가득해갔다. 그와는 반대로 점차 말라가는 코볼트. 녀석이 바싹 마른 미라처럼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