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0화 (10/237)

# 10화.

독안개의 숲

***

신비롭게 생긴 포탈을 통과하자 나오는 것은 하나의 마을과 같은 곳이었다.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터운 목책이 주변을 튼튼히 방어하고 있었고 내부엔 각종 시설들이 보였다.

캠프 너머는 온통 꺼멓게 죽어버린 대지였다. 간혹 몇몇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이긴 했다. 그러나 몬스터들은 캠프 내로 들어오지를 못했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대해 살필 무렵이었다.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도전자들의 캠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캠프에 마련된 무인 상점이나 여관 등, 시설을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무사히 캠프로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주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 충렬이 처한 상황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이곳엔 총 2가지 종류의 캠프가 있습니다.]

[바로 특성 보유자들이 머무는 캠프와 특성을 보유하지 못한 자들이 머무는 캠프입니다.]

[당신이 도착한 캠프는 ‘특성 보유자들의 캠프’입니다.]

‘도전자들의 캠프에 오면 조금은 여유가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하지만 느긋한 여유 따위는 없었다. 시스템은 도착하자마자 충렬이 해야 할일을 알려왔다.

[비특성자들의 캠프에 설치된 수정탑을 파괴하십시오.]

[혹은 그들을 전멸시키십시오.]

이제 보니 자신들의 캠프에도 커다란 수정으로 만들어진 탑이 있었다. 빈약해 보이긴 했지만 대략 2층 정도 높이의 수정탑이었다.

어쨌거나 시스템의 말에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이번엔 아예 사람들과 싸우라는 소리군.”

하지만 그뿐. 충렬의 인상은 다시 펴졌다.

“어차피 상대하지 않으면 내가 죽어줘야 한다.”

당연히 가만히 앉아서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특성을 보유하지 못한 자들이 어떤 자들인가? 좋은 자들은 아니었다.

‘그래, 놈들은 거대 유충을 상대하기도 전에 동료를 죽인 놈들이다. 직접 죽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가담을 한 놈들이지.’

특성을 소유하지 못한 자들이 이곳으로 오는 조건은 단순했다. 거대 유충이 풀려나기 전에 사람 하나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으니까. 만약 직접 살해하지 않았다고 해도 충렬에겐 똑같은 놈들이었다. 암묵적으로 방관한 것 자체가 공범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자비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랬다. 각자의 사정 따위를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알아서 뭐하는가?

‘어차피 이제는 적이다.’

애초에 충렬 스스로가 살기 위해서라도 상대를 했을 터였다. 하지만 놈들은 이미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온 놈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에 양심은 찔리지 않았다.

충렬이 그렇게 생각할 즈음, 시스템은 주의 사항을 이어서 설명했다.

[그러나 주의하셔야 합니다.]

[비특성자에게 죽임을 당하면 상대는 직업 특성이 생겨나게 됩니다.]

‘특성이 생겨난다라…….’

특성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악착같이 덤벼들게 뻔했다. 무려 직업 특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일 테니까. 하지만 주의 사항 외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있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우선 성장하십시오.]

[각각의 구역에는 온갖 몬스터들과 보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몬스터들의 대략적인 위치는 오른쪽 상단의 미니맵을 참고하십시오.]

우측의 상단을 바라보니 정말로 미니맵이 생성되어 있었다. 현재 충렬의 위치는 ‘특성자 캠프’라고 간단히 표시되었고, 주변의 특정 지형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요정의 호수, 칼날 언덕.’

미니맵에는 신기한 곳들이 너무나 많이 표시되어 있었다. 심지어 특성이 없는 자들의 캠프 위치도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다만 충렬이 위치한 곳이 동쪽 끝이라면, 상대 캠프는 서쪽 끝이었다. 서로와의 거리는 매우 멀었다. 단기간에 갈 수 있을 법한 거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충렬이 미니맵을 살펴볼 때, 시스템의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모든 도전자들은 현재 캠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8시간 뒤에 캠프의 밖으로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휴식을 취하십시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미니맵 옆에 표시된 숫자가 문제였다. 무슨 숫자냐고? 바로 각 캠프에 투입된 사람들의 인원이 표시된 숫자다.

[특성 보유자: 20명]

[비특성자: 100명]

전력 차이가 무려 5배였다. 이걸 어떻게 이기란 말인가? 특성 소유자들의 캠프로 들어오면서 보이는 주변 묘비에서도 그러한 점을 비웃고 있었다.

-이거 미친 듯. 20명이서 100명을 어케 이기라고?

-ㅎㅎㅎㅎㅎㅎ. 7일간 사냥만 하다가 혼자 남고 죽었습니다.

-와, 너무 아깝다. 수정탑 부시러 잠입했다가 다구리당함.

-별로 아깝지는 않네요.

묘비들은 대부분 한탄하는 글들이 많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투덜거리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ㅇㄱㄹㅇ ㄱㅎㅇㄷ.

-이거레알 극혐이다?

-밸런스 패치 안 하냐. 인해전술 노답.

-재밌었다. 그럼 저는 이만 휴양하러 갑니다. ㅂㅂ.

-인정~ 어차피 신이 될 확률 0.0000000001%. 잘 놀다 간다~

-거의 다 이겼는데 사냥하다가 몬스터한테 죽어버렸어요.

-하이고 그랬어요? ㅉㅉ 욕심 좀 작작 부리지 그랬어요.

하지만 충렬은 혹시나 싶어서 계속 살펴갔다. 도움이 되는 글귀가 있을 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충렬의 집중을 방해하는 이가 나타났다.

“이봐 그쪽에는 머저리 같은 글들뿐이야. 언제까지 거기서 시간 낭비를 할 셈이야?”

그러면서 충렬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런데 그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갑작스런 통증에 충렬의 입에서 헛바람이 흘러나왔다.

“헙!”

마치 쇳덩이로 어깨를 누르는 느낌이었다. 때문에 놀란 충렬은 바로 등을 돌리며 상대를 확인했다. 동시에 다짜고짜 뭘 하는 짓이냐고 따지려고 했지만,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맞는 것일까? 전신의 피부가 초록색으로 되어 있었다. 키는 160㎝정도로 보였지만 그의 전신은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장에라도 피부를 터뜨리고 튀어나올 것 같은 근육은 살갗 아래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 있었다. 얼굴은 그나마 양호해 보였는데 그에게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충렬이 자신의 외모를 평가한다고 오해했던 것인지 그가 등을 획 돌리며 말했다.

“너도 내 외모가 고깝냐? 제기랄, 특성 한번 이상한 것이 걸려서…….”

“아니……. 그게 아니라…….”

“쳇,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나저나 네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이전에 들어온 사람이 다음번에 들어온 사람을 안내해 주기로 했거든. 그러니 따라와. 캠프에서 알아낸 기능들을 알려주지.”

말은 따라오라고 했으면서 그는 이미 저만치 멀리 가버린 상황이었다. 발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충렬이 뛰어야 따라갈 수 있을 정도였다. 막무가내이기는 했지만 충렬은 재빨리 그의 뒤를 밟았다.

***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캠프 내에 마련되어 있는 천막이었다.

<무인 상점>

천막 안에는 온갖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각종 무기부터 시작해서 방어구까지, 그리고 소모품류와 심지어 스킬북 또한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템에 관심을 보이자 충렬을 데려온 이가 말했다.

“구경만 하라고. 손으로 건드리면 구입되어 버리니까. 그나저나 난 한스라고 한다.”

“아, 전 충렬입니다.”

“그래, 충렬. 저기 저쪽 보이지? 저기는 여관이다.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다쳤을 때 가서 한숨 자면 모조리 치유를 해주지. 물론 피곤함까지 말끔히 제거된다.”

그의 설명에 충렬이 끄덕거렸다.

“여관의 기능은 전부 공짜야. 하지만 상점은 그렇지가 않지. 아이템 밑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한번 봐.”

한스의 말대로 아이템 아래에 적인 숫자를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충렬이 놀라자 그가 피식 웃었다.

“미친 가격이지? 고작 아무것도 아닌 단검 하나에 1천 카르마라니.”

물론 단검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감지덕지겠지만 1천 카르마는 너무한 폭리였다. 당장에 레벨이나 스킬을 하나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충렬은 구매할 여력이 되었다. 하지만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저걸 산다면 호구 인증이다.’

단검 외에 스킬북 등도 존재했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현재 절대로 사지 못할 가격이었다. 제일 저렴해 보이는 스킬북의 가격이 무려 4만 카르마에 육박했으니까.

‘그림 속의 떡이나 마찬가지군.’

그런 충렬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스가 말을 이어갔다.

“크큭.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병신이지. 뭐, 목숨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회복 포션 정도는 가지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상점을 비꼬던 한스는 등을 돌렸다. 그러더니 또다시 어디론가 향했다.

“대충 캠프 내의 시설은 상점이랑 여관뿐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런데 이쪽으로 와보라고.”

그러면서 한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한스. 그가 향한 곳은 캠프를 나갈 수 있는 출입구였다. 그곳에서는 바깥의 동향을 살피던 몇몇 인원이 머물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한스와 충렬이 오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 한스. 잘 알려주고 있나?”

“하하,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니까 동양인 친구가 비위를 잘 좀 맞춰 주라고!”

“흐흐, 생긴 것 답지 않은 한스라니까?”

사람들의 반응에 한스가 발끈했다.

“아니! 처음 본 사이면서 다들 왜 이렇게 친한 척들이야! 충렬, 저것들 말은 듣지 말고 똑바로 따라와.”

그렇게 도착한 곳은 출구 근처의 목책이었다.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각각 묘비가 즐비했다. 한스는 여러 묘비들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충렬, 이거를 봐.”

그러자 다른 묘비들과 달리 도움이 되는 글귀가 있었다.

-상대방한테 절대 죽지 마라. 1명이라도 죽으면 힘들어짐.

-상대 캠프 놈들 특성 생겨나면 진짜 점점 힘들어진다.

-절대로 혼자 다니지는 말길.

-추적 스킬 당하면 노답. 이상한 느낌이 들면 즉시 자리 이탈.

-동료들과 항상 가까이 있어야 함.

-헬프 치는 동료 있으면 빨리 도와줘라. 제발.

-최소 4~5명은 함께 다니세요. 이기고 싶다면.

충렬이 마지막 글까지 읽어 내린 것을 확인하자 그는 다른 묘비도 가리켰다.

“다 봤으면 저것도 보고.”

-우선 1일 때는 무조건 근처에서 사냥 ㄱㄱ.

-2~3일까지도 괜찮다고 봄.

-ㅇㅇ. 무조건 닥치고 사냥해야 한다.

-보스급 몬스터 사냥에 성공하면 개꿀!

-그런데 늦어도 4일부터는 놈들 숫자 줄여야 합니다.

-파밍이랑 레벨 어느 정도 올리면 바로 척살하러.

-성장하기는 이쪽 캠프의 환경이 유리하다.

-몬스터 몰아내면 거점으로 사용이 가능한 곳도 존재.

-거점 활용 잘하시길!

그 외에도 여러 꿀팁들이 존재했다. 엄청나게 좋다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디서 사냥하면 좋다는 정도는 알려주었다. 물론 정보가 모두 일치하지는 않았다. 미니맵에 표시된 몬스터 서식지와 묘비에서 알려준 정보하고는 다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새로운 캠프가 생길 때마다 몬스터들이 무작위로 배치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도움이 된다.’

대충 어디서 사냥을 해야 할지는 머릿속에 그려졌다.

‘일단은 최대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답이겠지.’

그렇게 글들을 대충 다 살펴본 것을 알았을까? 한스가 출구 쪽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봤다시피 묘비에서는 함께 다니길 추천하지만, 우리들은 각자 알아서 다니기로 했다. 파티가 필요한 이들끼리만 같이 다니기로 했지. 어쩔 수 없어. 함께 다니면 사냥은 빠를 지라도 그만큼 얻어갈 수 있는 카르마가 줄어들게 되니까.”

그의 말에 충렬도 동의했다. 개인이 가져가는 카르마의 양이 줄어든다면 결국 승리할 확률은 줄어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뭐, 초반에만 그렇게 다닌다는 거지. 중반부터는 확실히 다함께 모이긴 해야 해. 물론 모이기 전까지도 연락은 꾸준히 해야겠지만.”

합리적인 말이었기에 충렬이 끄덕였다.

당장 첫째 날부터 함께 다닐 필요는 없어보였다. 묘비들을 살펴보니 대충 승패는 7일 정도에 판가름이 나는 것 같았다. 서로의 캠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첫 전투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3~4일부터였고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연락을 한단 말인가? 이쪽 세계에서는 휴대폰 따위가 없었다. 그러나 충렬은 곧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한스가 충렬의 안내를 대충 끝내갈 무렵, 한 여자가 둘에게 다가왔다.

“한스 씨, 안내는 끝내셨나요?”

“그래. 이쪽은 충렬이다. 이 친구에게도 연결을 부탁하지.”

‘연결?’

충렬이 의아해하는 사이 그녀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갈색 생머리를 가진 남미계열 여성이었다.

“제 직업은 컨텍터예요. 특성으로 인해 한번 연결한 사람과는 멀리 떨어져도 연락을 할 수 있죠.”

“어떻게……?”

그러나 의문은 길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곧이어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카밀라’가 당신에게 ‘연결의 끈’을 적용하였습니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스템의 음성은 아니었다.

[이렇게 연결해요. 간단하죠? 그리고 대충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 집중해서 떠올리면 저한테도 전달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충렬이 혼자 조용히 생각했다.

‘…신기하군. 그럼 내가 속으로 하는 말도 정말로 들리는 것인가?’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방금 생각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때문에 이번에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는 의지를 심었다. 물론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 약간의 장난을 섞었다.

‘똑똑, 들리십니까?’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풋. 귀엽네요. 네, 들려요. 어쨌거나 제 이름은 카밀라예요. 잘 부탁드려요 충렬 씨.]

정말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자 충렬은 더 이상의 장난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정말 되는군요.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 같다는 조금 께름칙한 마음은 있었다. 그러나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면 읽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좋은 스킬을 가졌군.’

그녀 덕분에 누군가 쉽사리 당할 걱정은 없어 보였다. 그녀를 통해 각자의 상황을 신속히 전달할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충렬이 카밀라와 연결되었을 때 한스가 말했다.

“그럼 나도 이제는 나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수고하라고.”

그러면서 어딘가로 향하는 한스. 충렬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밀라, 저도 이제 가보겠습니다.”

“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지 물어봐 주세요.”

“예.”

그렇게 충렬도 자리에서 떠났다. 우선적으로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일단은 여관으로 가서 피곤함부터 풀어야겠어.’

배도 너무 고팠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니 먼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으리라. 충렬의 발걸음은 여관을 향했다.

***

너무나 피곤했던 탓일까? 거의 7시간 정도를 잔 것 같았다. 뭐, 상관은 없었다. 캠프의 출구가 열리기 전까진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내 해야 할 일을 떠올린 충렬이었다.

“그러고 보니 보유한 카르마가 얼마였더라.”

충렬은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현재 소지한 카르마의 양이 보였다.

[보유 카르마: 1,650]

‘흠… 생각보다는 애매한 숫잔데.’

당장에 카르마를 사용한 곳은 두 곳이었다. 바로 레벨과 해골 병력 소환이었다. 그러나 레벨을 올리려면 1,000카르마가 필요했다. 그리고 해골 병력 소환 랭크를 올리려면 700카르마가 필요했고 말이다.

‘결국 2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가.’

레벨을 하나 더 올린다면 분명 2레벨 때와는 다르게 차별된 강함을 가지게 될 터였다. 고작 레벨 하나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충렬은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스킬 먼저 올린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해골 병력 소환의 스킬을 올리는 것이 먼저였다. 마음을 정한 충렬은 곧바로 스킬에 카르마를 사용했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의 랭크가 D랭크로 상승됩니다.]

[해골 병력 소환 - D랭크: 고유의 병종에 해당하는 관련 장비를 장착한 해골 병력을 소환한다. 최대 3개체까지 유지 가능(C랭크까지 2,000카르마 필요).]

‘역시나 스킬을 올리길 잘했다.’

이제는 동시에 총 3마리의 해골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루어질 사냥은 한결 수월해질 터였다.

그렇게 충렬이 이리저리 상태를 살필 때,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15분 뒤, 봉쇄되었던 캠프의 출구가 개방됩니다.]

“이제 슬슬 나갈 준비를 해볼까?”

창밖을 보니 다른 도전자들도 대부분 출구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챙길 짐이 없는 충렬은 빠르게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출구에 도착하자 몇몇 사람들이 충렬을 반겨왔다.

“여, 잠은 잘 잤나?”

“혹시나 칼날 언덕으로 가고 싶다면 따라 오라고.”

“아, 괜찮습니다.”

충렬은 이미 어디로 갈지를 정해놓은 상태였다.

‘곧바로 독안개의 숲으로 향한다.’

여관으로 가기 전, 살폈던 묘비들을 참고하여 결정을 내린 사냥터였다. 그곳은 초반에 갈 수 있는 사냥터들 중 가장 혹독한 장소였다. 물론 독안개의 숲을 겪은 이들의 묘비에는 웬만하면 가지 말라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초반에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는 장소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충렬에게는 어느 정도 사냥이 가능해 보였다.

‘해골들이 독에 중독될 리는 없고. 나도 라이프 드레인으로 버티면 될 터.’

믿을 구석은 많았다. 특히 충렬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서로의 행선지를 공유한 상태였다.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주변의 도움을 구하면 되었다. 한 명의 인력이라도 소중한 이때에, 쉽사리 외면하지는 않으리라. 현재 같은 편으로 배치된 이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대충 생각을 정리할 즈음, 시스템이 알려왔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라는 것을.

[출구의 봉쇄가 해지되었습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그 음성과 동시에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도 곧바로 잠잠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밖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캠프를 떠나며 크게 외쳤다.

“모두 죽지 말라고!”

“다들 위험해지면 곧바로 말해!”

마침 충렬의 곁을 지나치던 한스도 충렬을 발견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이봐, 독안개의 숲으로 간다고 했나? 나랑 몇몇 사람들은 근처에서 사냥할 예정이니까 위험해지면 말해. 그 즉시 달려가지.”

한스의 배려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의 걱정도 거기까지였다. 마찬가지로 여유를 부릴 생각이 없었는지 일행들과 함께 즉각 캠프를 벗어났다.

‘이제 시작인가.’

충렬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성장해 주기로 했다. 간혹 소규모로 파티를 꾸린 이들도 있었지만 자신은 솔로잉을 선택했다.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많은 이득을 가져가려면 그 편이 나아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럼 가볼까?”

충렬은 곧바로 움직여 캠프를 벗어나는 이들을 뒤따랐다. 그렇게 충렬을 마지막으로 모든 이들이 캠프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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