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4화 (4/237)

# 4화.

해골 병사 데프론

상태창을 볼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게임과는 달랐다. 때문에 인벤토리 같은 그런 친절한 기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권의 책은 충렬의 양손에 하나씩 나타났다.

하나는 불멸만 표시된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죽음과 군단이 같이 표시된 책이었다.

[스킬을 배우십시오.]

“이게 스킬북 이라는 것인가.”

어떻게 배우라는 것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질문은 필요 없었다. 충렬이 스킬북을 잡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불멸>의 스킬북에서 ‘라이프 드레인’을 발견하였습니다.]

[<죽음>과 <군단>의 스킬북에서 ‘해골 병사 소환’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킬의 발견과 동시에 시스템이 물어보았다.

[‘라이프 드레인’을 습득하시겠습니까?]

[‘해골 병사 소환’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어차피 배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킬을 습득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라이프 드레인을 습득하였습니다.]

[해골 병사 소환을 습득하였습니다.]

[라이프 드레인 - F랭크: 대상자의 생명력을 갈취해 본인을 회복시킨다.]

[해골 병사 소환 - F랭크: 본 소드를 장착한 해골 병사를 소환한다(최대 1개체 가능).]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몰랐다. 그러나 충렬은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다.

스킬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까?

분명 게임처럼 체력이나 마력 따위의 표시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충렬에게 생각할 시간은 더 이상 없었다.

[카타콤의 지하 2층으로 향하십시오.]

[제한 시간: 15분.]

“쩝.”

다행인 것은 길이 일직선이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현재의 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명백히 보였다. 전방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되리라.

***

“와. 언제까지 내려가야 하는 거야.”

지상에서 지하1층으로 들어갈 때와는 달랐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너무나 깊었다. 주변을 밝히는 횃불의 불도 미약한 빛만을 밝혀낼 뿐. 도저히 그 끝이 어디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넓었다. 곳곳에 새로운 묘비가 보일 정도로 말이다.

묘비에는 온갖 글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죽었다고 생각해라 이제부터 괴물이랑 만남.

-레알이다. 존나 무서움.

-쫄보 새키들. 그래도 난 싸우다 죽었다.

-아. 나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내가 죽음.

-응 아니야. 니 실력 부족이야.

-너도 실력 부족으로 죽은 거 아니냐?

묘비들마다 각각 내용은 달랐다.

-아. 이거 뭐 해보지도 못하고 오버되네.

-정보 준다. 제한 시간 15분 버티면 특수한 아이템 줌.

-ㅋㅋㅋ뭐래. 저 등신이. 따라하면 바로 사망각.

-인정합니다. 찌라시에 낚이지 마셈.

-궁금해서 따라해 봄. 결국 묘비에 글 남기게 됨.

-너도냐? 나도. ㅅㅍ.

-걍 묘비에 적힌 글은 무시하는 것이 답인 듯.

충렬은 묘비에 적힌 글귀들을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흠… 딱히 얻어갈 정보는 없네. 대충 이동하면서 스킬이나 사용해 봐야겠다.’

때문에 새로 얻은 스킬에 대해서도 확인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라이프 드레인은 당장 사용할 대상이 없었다. 생명력을 갈취할 대상은 현재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우선은 해골 병사를 소환하는 것에 대해서 확인해 봐야겠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스킬 이름을 말하면 되었으니까.

“해골 병사 소환.”

충렬이 말하자 아무것도 없는 바닥이 살짝 움직였다. 마치 무언가 튀어나오려는 것처럼.

들썩.

그러면서 땅을 헤치며 해골의 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려는 듯. 녀석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골 병사의 오른 손에는 뼈로 만든 것이 분명한 칼이 쥐어져 있었다. 녀석은 그 칼을 손에 쥔 채 양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더니 별달리 어렵지 않게 땅에서 빠져나오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충렬은 느긋하게 감상할 수가 없었다. 해골이 소환되는 과정을 가만히 보고 있었을 뿐인데, 강렬한 통증이 뇌를 침범한 것이다.

투둑.

마치 뇌의 신경이 끊어져 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통증. 그 통증에 충렬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털썩.

“으윽!”

두통뿐만이 아니었다. 위장이 아우성쳤다. 토해낼 것도 없는 공복이었다. 그런데 술이 취한 사람처럼 온갖 구토감이 동반되었다.

갑작스런 현상에 정신을 잃을 뻔도 했다. 그렇지만 충렬은 간신히 의식의 끈을 부여잡으며 이를 꽉 물었다.

‘제기랄. 스킬을 사용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

무턱대고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겨우 한 번 스킬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라니.

그래도 두통과 구토감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약간의 휴식 뒤, 충렬은 숨을 골랐다.

“하아… 미리 연습해 보지 않았다면 나중에 큰일이 날 뻔했어.”

그렇게 몸이 회복되길 기다리며 충렬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근처에 적인 묘비에도 관련된 내용이 쓰여 있었다.

-스킬 사용은 미리 연습해 보길.

-ㅇㅇ. 뉴비들은 정신력이 약해서 부담이 많이 감.

-감사합니다.

-이런 분들이 묘비를 세워야 함.

-동의한다.

게임처럼 마력 같은 수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묘비에 적힌 글처럼 정신력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충렬이 스킬의 여파에 해롱거릴 사이. 바닥에서 빠져나온 해골 병사는 충렬을 바라보며 이빨을 부딪혔다. 다른 행동은 없었다. 그저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딱. 따닥. 따다닥. 따닥.

그렇게 이빨만을 따닥거리며 가만히 서있는 녀석. 신기하게도 그런 녀석의 위로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망국의 병사 데프론>

아마도 녀석의 이름이 맞으리라. 어쨌거나 녀석은 정말로 명령을 기다리는 듯했다. 충렬은 두통과 어지러움이 완전히 가시길 기다렸다. 그리고 정신이 완벽하게 회복되자 두 눈을 감았다 뜨며 생각을 이어갔다.

‘일단 스킬은 무턱대고 사용하면 안 되겠지.’

스킬을 사용할 때에 발생하는 페널티를 알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스킬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시간이었다.

‘흠. 그나저나 해골 병사에게 명령 기능이 있을까?’

물론 지하 2층에 도착하기 전에, 테스트는 진행되어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충렬은 녀석의 머리 위로 보이는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데프론이라… 이봐, 데프론. 제자리에 멈춰.”

그러면서 충렬은 녀석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테스트를 해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나 명령에도 정신력이 소모된다면, 자신도 결국 이곳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해골 병사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스킬의 활용도는 다를 터.’

그렇게 시작된 자그마한 테스트. 그리고 충렬은 깨달았다.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해골 병사에게 명령을 내렸음에도 추가적으로 엄습하는 두통은 없었다. 거기에 더하여 명령을 알아들은 것일까? 해골은 정말로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충렬이 말했다.

“데프론, 따라와.”

그러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해골 녀석.

‘명령에 대한 기능은 확실히 있는 것 같네.’

더군다나 스킬을 직접 사용할 때처럼의 부작용은 정말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만약 명령을 내릴 때마다 두통이 발생했다면, 도전자의 자격이든 뭐든 다 때려치울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거나 전체적인 크기는 150㎝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한 해골 병사였다. 그러나 충렬은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 해골 병사를 유용하게 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명령에 먹히는 수족이 존재한다면 유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분명 묘비의 글들을 봐서는 지하 2층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다.’

정말로 그렇다면 혼자인 것은 불안했다. 허약해 보일지라도 해골 녀석과 함께 다니는 것이 위안이 될 터였다. 묘비에 적힌 글들의 내용으로 봐서는 지하 2층이 결코 녹록치 않은 장소임을 암시해 주었으니까.

그렇게 해골 병사에 대한 정보를 누적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결과. 지하 2층에 도착하기까지 소모된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았다. 대략 10분 정도를 걸으니 지하 2층으로 입장할 수가 있었다.

***

충렬이 지하 2층에 발을 딛자 지축이 울렸다.

쿠구구궁.

문득 뒤로 돌아보았다. 진동은 뒤에서 오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볼 수가 있었다. 자신의 퇴로를 막는다는 뜻인지,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길이 차단되는 중이었다.

그렇게 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석벽이 생겨나며 막아갔고.

쾅.

큰 소리와 함께 완전히 막히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카타콤]

[지하 2층 - 몬스터 처단]

[팔라딘들이 떠나고 카타콤 지하 2층에는 몬스터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2층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치하십시오.]

[다행히 놈들은 레벨이 없는 몬스터들입니다.]

[처치해야 하는 몬스터: 평범한 고블린(50/50)]

[보상: 레벨 기능 개방]

시스템의 설명을 들으며 동시에 주변을 탐색했다. 현재 위치한 장소는 조그마한 공동이었다. 공동에는 하나의 길만이 존재했는데 그 길은 혼자서 걸어야 할 만큼 좁았다. 물론 길은 길지 않았다. 20m정도에 불과한 길 너머에는 마찬가지로 큰 공동이 보였다.

물론 공동만 보인 것은 아니다. 좁은 길 사이로 보이는 몬스터들. 그곳에는 괴물로 짐작되는 녀석들이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길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행히 저 녀석들이 이쪽으로 건너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직접 건너가서 처치하라는 소리겠지.’

충렬의 뒤를 따라오던 데프론은 아직 명령을 기다리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달그락. 달그락.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뼈마디가 부딪쳤다. 그러나 해골 병사의 소음도 충렬의 집중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흐음… 저것들을 어떻게 처리한다…….’

멀리서 보았음에도, 얼핏 보였음에도 괴물들의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초록색 피부를 가진 놈들의 크기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자신이 소환한 해골 병사보다는 작아 보였다. 심지어 놈들의 손에는 무기조차 들려 있지 않았다. 물론 자신 또한 무기는 따로 없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시스템이 알려준 바에 의한다면 총 50마리를 처치해야 했다. 당장 건너 보이는 녀석들의 숫자만 해도 4~5마리 정도다. 직접 건너가게 된다면 더욱 많은 고블린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난이도가 쉬운 편은 아니군.’

하긴, 진짜 놀러온 것도 아니고 난이도가 쉬울 리가 없다. 무려 ‘신좌’로의 도전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처음부터 주는 시련이 평범했다면 오히려 그 의도에 이상함을 느꼈으리라.

“다행히 이곳에도 각종 묘비가 있네.”

정말 다행이었다. 현재 머문 공동에는 묘비의 설치가 허락된 것인지, 누군가를 위해. 혹은 자신의 푸념을 늘어놓기 위한 각종 묘비들이 즐비했다. 물론 충렬은 도움이 되는 묘비들을 살피기 위해 둘러보았다.

-왜 무기 같은 거 안 줌?

-원래 안 줌.

-개이득. 강철 피부 스킬 나와서 고블린 개바름.

-저는 대장장이라 제작으로 돌칼 만들고 싸움요ㅋㅋ

-근데 왜 죽었어요?

-저분들, 지하 3층에서 사망하신 듯.

-ㅋ 지하 2층이 헬 같지? 응 아니야.

장난으로 쓰인 글도 많았다. 하지만 보기는 했다. 혹시나 어떤 도움이 될지를 몰랐으니까. 그렇게 한창 묘비들을 살펴본 결과. 충렬은 고블린에 대한 설명이 적힌 글귀를 발견했다.

-고블린 공략법 쉽다. 초딩들이 덤빈다고 생각해라.

-그렇다면 상대하기가 쉬울 것이다.

-위에 두 사람 최소 오덕. 만화 너무 많이 보신 듯.

-? 왜 저분들께 시비? 맞는 말임. 쫄지만 않으면 됨.

-진짜다. 자세한 설명 들어간다. 고블린들은 상체 공격…….

-이어서 설명한다. 내 키가 180인데 놈들은 키가 작아서…….

-아, 답답해서 덧붙인다. 놈들은 다리 먼저 노림.

-이리저리 계속 움직여야 함. 아니면 다리 뜯김.

그렇게 묘비에 쓰인 글귀들을 읽을 때, 충렬의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공동 들어가서 어그로 끌고 좁은 길목으로 후퇴.

-이 공략이 진짜임. 한 마리씩 편하게 상대 가능.

-다른 공략들 다 무시ㄱㄱ

충렬이 봐도 마지막에 본 공략이 제일 좋아 보였다. 건너 공동으로 건너가 몬스터들의 시선을 끈 뒤, 길목으로 후퇴하여 놈들을 하나씩 상대하는 것. 아무래도 그것이 제일 나아 보였다. 때문에 충렬은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흠… 잘만 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어차피 이번에는 시간의 제한 따위 없었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묘비들을 본 이유는 혹시나 해서다. 사실 충렬은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뭐 그래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왜 직접 가서 저것들을 상대해?”

자신에겐 무려 해골 병사를 소환하는 스킬이 있었다. 애써 위험을 감수하며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저 공동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물론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엄청난 두통이 발생할 터였다. 그렇지만 이곳에 앉아서 느긋하게 지켜보는 것이 신상에 이로우리라. 쓸데없는 만용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충렬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털썩.

그리고 두 번째 손가락으로 건너편 공동을 향해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가라. 데프론. 가서 처리해.”

어차피 해골 병사인 데프론이 실패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또다시 소환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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