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2022년 1월 1일.
80억의 인구 중 1%.
대략 8천만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세계는 술렁였다. 하늘로 꺼진 것인지, 땅으로 스며든 것인지,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다음 달인 2월 1일. 또다시 7천만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물론 그다음 달인 3월 1일도 마찬가지. 매달 사라지는 사람들의 숫자는 불규칙적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계속 사라지고 1년이 지난 후. 남은 사람들의 숫자는 결국 74억 명. 전 세계는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조그마한 단서조차 얻지 못했다.
1년이 지나자 사라지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매달 1일. 갑작스레 사라지는 실종 사건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또다시 대략 8년이 흘러 2030년.
지구엔 대략 40억의 사람들만이 살아가고 있었다.
***
충렬은 대학생이다.
졸업을 겨우 한 달밖에 앞두지 않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졸업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충렬의 표정에 별다른 걱정은 보이지 않았다.
“졸업하면 집에서 놀고먹어야지.”
매달 1일.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지만 어차피 사라질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일 테고.
“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으면 남아 있는 거지.”
애초에 자신에겐 돌보아야 할 가족이 없었다. 고아였다. 그렇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가는 중이었다. 사실 돈에 대한 걱정도 필요는 없었다. 요즘 세상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는 기본적으로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나라를 떠나지 말라고, 인구의 숫자를 지켜달라고 말이다. 어떤 나라들은 폭동이 일어나는 곳도 많았지만, 적어도 한국은 아니었다. 이제야 사람의 소중함을 느꼈는지 사라지는 사람의 숫자만큼 복지는 점점 튼튼해졌다.
그런 놈이 대학은 왜 다녔냐고? 그냥 심심해서 다녔다. 할 짓이 없었기에. 대학교에 등록금을 내는 것 자체도 5년 전에 사라진 지 오래다.
“그나저나 내일인가.”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는 원룸에 무료하게 앉아 벽을 바라보았다. 벽에는 달력이 걸려 있었다. 오늘 날짜는 1월 31일. 이제 2시간만 지난다면.
“또 많은 사람들이 사라지게 되겠지.”
하지만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소리였다. 어느 때처럼 깨어나고 나면 그저 똑같은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지난 8년 동안, 매달 1일이 되었음에도 자신은 멀쩡했으니 확신이 있었다. 어차피 사라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었다. 충렬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사라질 리는 없지······.”
조그마한 긴장조차 없었다. 때문에 그저 침대에 누워 푹신한 이불을 덮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곧바로 잠에 빠져드는 충렬.
드르렁.
한창 코를 골며 자고 있을 무렵이었다.
2시간 뒤, 한창 잠에 빠져든 충렬의 이마로 새하얀 빛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내 충렬의 육체가 사라졌다.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그랬다.
충렬도 결국 끌려간 것이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전장의 소용돌이.
그 무대를 마련한 행성 ‘헬리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