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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의 창립 기념일 준비를 끝마친 뒤, 필요에 의해 다른 곳으로 파견 가서, 3일 동안 업무를 진행해야 했다.
파견 갈 곳은 회사가 새로운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 잡힌 도시였다.
그리고 나는 기획팀의 책임자로 내정되었다.
출장지에선 내가 직원들을 이끌고 시장조사와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야 했다.
부득이하게 3일간의 출장이 이렇게 잡혔다.
샤오잉과 아버지의 섹스를 오랫동안 못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이번 출장이 좋은 기회일지도.....
3일 동안 단 두 사람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두 사람은 어떤 불꽃을 일으킬까?
나는 나도 모르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지금 아버지의 건강은 오랫동안 몸조리 한 결과 완전히 회복된 상태라 성관계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럼, 사흘 동안 성관계의 주도권은 누가 쥐게 될까?
샤오잉이 주도권을 잡을지, 아니면 아버지가 주도권을 잡을지 이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출장 갈 도시에는 공항이 있어서 항공편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하얼빈 공항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나는 출장 전날 출발하기로 했다.
떠나기 전에 샤오잉이 나를 위해 짐을 챙겨 주었다.
출장이 길지도 않고 멀지 않은 곳이라 준비해야 할 것도 별로 없었는데, 샤오잉은 여전히 볼멘소리를 하며 케리어에 짐을 한가득 싸고 있다.
그녀는 내가 외지에서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날 밤, 마음을 터놓고 소통한 이후,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서로의 사랑을 매일 밤 불태웠었다.
그로 인해, 샤오잉은 나에게 점점 더 애착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지금도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나에 대한 걱정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흔히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와 샤오잉은 결혼 후에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결혼 전보다 더 깊어졌다고 자신할 수 있다.
특히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시고 나서, 애정과 죄책감이 동반되어, 우리의 사랑은 두 번째로 뜨거워질 수 있었다.
출장을 간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샤오잉이 아버지와 단둘이 있게 된다는 생각에 희미하게나마 들뜰 거라 생각했는데, 샤오잉의 첫 반응은 예상과 달리 서운함과 슬픔이었다.
원래, 내가 일주일 동안 출장을 갔을 때도, 그녀에게서 이런 서글픈 표정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었다.
아마도, 그건 나를 향한 그녀의 감정이 한층 더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백팩과 케리어를 들고 집을 나서기 전까지, 샤오잉은 내 옆에서 계속 신신당부를 하며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 역시 문까지 나와 나에게 작별인사를 건냈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내가 떠난 후, 집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혹, 샤오잉과 아버지가 즉시 ‘성애의 강(性愛之河)’에 뛰어들진 않았을까?
이제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니, 어떤 일을 하든 두 사람에겐 아직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비행기엔 사람이 많은 탓에, 나는 무선 네트워크 장비를 가지고 있음에도 기차에서처럼 노트북을 꺼내 감시 영상을 실행시킬 순 없었다.
게다가, 기내에서는 무선 통신 장치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마음속의 흥분을 억눌러야 했다.
호텔에 도착한 다음 감시 영상을 보는 것 말고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지금 샤오잉이 아버지의 침실에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쯤, 두 사람이 시작하진 않았을까?
현재 내 머릿속에는 그날 밤, 아버지의 몸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던 샤오잉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아버지의 거대한 음경을 자신의 질에 삽입한 채, 요분질 치던 샤오잉의 모습이……
이런 생각을 하니, 음경이 점점 딱딱하게 발기했다.
내가 입고 있던 바지가 매우 얇은 탓에, 바지 위로 작은 텐트가 불쑥 튀어나오자 비행기 좌석에 앉은 난 제법 난처한 상황이었다.
나는 상상을 멈추고 발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 시간, 집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내 환상은 쉬이 머릿속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바짓가랑이를 양손으로 자연스럽게 눌러 발기한 음경을 몰래 감춰야 했다.
나는 이제 내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걸 알았다.
적어도 환상만으로 이렇게 발기한 적은 아프고 나서 처음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후,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휴대전화를 켰다.
그런데, 켠 지 30초도 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비행기의 도착 시간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던 샤오잉이 밤 11가 넘은 시간임에도 비행기에서 내리는 시간에 맞춰 전화한 것이다.
이 늦은 시간까지 샤오잉이 깨어 있는 걸로 보아, 내 환상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어쩌면 출장 간 남편이 걱정되어 줄곧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안부 전화를 걸었는지도.....
혹은, 아버지와 성대전을 이제 막 끝마치고 나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전화를 받자 샤오잉이 곧장 내 안부를 물어왔다.
그녀의 따뜻한 물음이 마음 한구석을 온기로 채워주었다.
나는 통화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말투로 현재의 상황을 유추하려 노력했다.
만약 아버지와 성관계를 한 지 얼마 안됐다면, 샤오잉의 어조는 서두르거나 불안할 게 뻔했다.
하지만 샤오잉은 어투는 매우 침착했고, 목소리 톤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감시 영상 안에 어떤 장면이 담겼을지 더욱 궁금해졌다.
공항 출구로 나오자 미리 예약해 둔 호텔까지 안내할 지사 직원이 출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12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픽업 직원을 돌려보낸 후, 나는 피로를 참고 재빨리 호텔 방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이 과정에서 내 손은 시종일관 떨려 노트북을 켜는데도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이 손의 떨림이 과연 두려워서 인지, 아니면, 기대됐기 때문인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마침내, 모니터에 감시 영상이 띄워지며, 집 안의 모든 정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제일 먼저 나는 아버지의 침실 영상을 노트북에 띄웠다.
샤오잉과 아버지가 관계를 맺을 때, 대부분은 아버지의 침실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아버지의 침실 영상을 실행시켰는데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 있었다.
아버지는 침대에 조용히 누워 주무시고 계셨다.
잠든 듯 보였지만, 이따금 몸을 뒤척이는 걸로 보아, 깊이 잠든 건 아니었다.
샤오잉은 아버지의 방에 없었고, 아버지의 잠옷 또한 단정해 보였다.
침대 시트와 이불도 그대로 여서, 두 사람이 방금 관계를 맺은 건 아닌 것 같았다.
설마 벌써 끝낸 건 아니겠지?
혹, 샤오잉이 목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이어서 욕실의 영상을 실행시켰다.
하지만, 화장실은 완전히 깜깜했고, 여기서도 샤오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우리 침실의 영상을 실행시키자, 침대 위에 조용이 누워있는 샤오잉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평소의 에메랄드색 잠옷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매우 단정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모든 상황이 두 사람의 성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진짜....두 사람이 성관계를 갖지 않은 걸까?
내가 집에 없는 이 밤에, 모처럼의 기회를 틈타, 두 사람이 당장이라도 불붙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내가 집을 나서는 시간으로 영상의 시간을 조정했다.
내가 떠나자 아버지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감하시고 았는 것 같았다.
그는 소파에 조용히 앉아 다음에 일어날 일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비록 그의 눈은 대부분 TV에 머물렀지만, 때때로 집안 일을 돌보는 샤오잉을 초조한 눈빛으로 힐끗거렸다.
그런 그의 눈에 담긴 기대와 긴장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했다.
내가 떠난 후, 샤오잉은 현관문 앞에 잠시 선채, 한동안 현관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떠났음에도, 그녀의 두 눈 속에 맺힌 아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 후, 그녀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곤 몸을 돌려,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는 내가 떠난 후, 정신이 약간 멍한 듯 보였다.
그녀는 청소하는 와중에도 아버지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눈빛 속에서 나타나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지금 그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
내가 떠난 후, 샤오잉이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시아버지와의 성관계가 아닌, 집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었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샤오잉과 나의 감정은 부단히 깊어져 있었다.
그로 인해, 나를 향한 샤오잉의 감정 또한 매우 깊어진 상태였다.
샤오잉이 가까스로 청소를 끝냈을 때는 이미 저녁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샤오잉은 청소를 끝내고 나서야 아버지를 의식하는 듯했다.
그 동안 아버지는 조용히 TV를 보시면서 곁눈질로만 샤오잉을 쫓았었다.
아마도, 그는 지난번처럼 샤오잉이 먼저 손 내밀어 주길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시아버지가 곁눈질로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샤오잉도 눈치챈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버지에게 아무 말없이 몸을 돌리며, 우리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침실로 돌아온 샤오잉은 외출복을 벗고, 에메랄드색 잠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했다.
샤오잉…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아버지와 성관계를 시작할 거니?
이때, 거실에서 TV를 보시던 아버지의 시선이 샤오잉의 침실 문에 고정되었다.
그 또한 샤오잉이 침실에서 옷 갈아입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의 눈에 맺힌 욕망과 갈망이 점점 거세게 타올랐다.
그가 이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필경 오랫동안 참아왔던 탓이리라.
샤오잉은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침실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때, 샤오잉과 아버지는 방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지만, 서로의 얼굴은 볼 순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샤오잉의 눈에 망설임과 투쟁이 스쳐 지나갔다.
다만, 한동안 욕정에 고군분투하던 샤오잉의 갈망과 욕정은 차츰 그리움과 애틋함이란 이름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샤오잉이 우리의 웨딩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한동안 웨딩 사진 속,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샤오잉의 눈에 그리움의 감정이 점점 더 깊이 새겨졌다.
이때, 아버지는 여전히 방문을 주시하며 샤오잉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웨딩사진을 수없이 봤음에도 샤오잉은 사진 속 내 얼굴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곧, 샤오잉이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침실 문을 향해 걸어 가기 시작했다.
이때, 난 그녀의 눈에 한 가닥 결연함이 맺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샤오잉…아버지와 사랑을 나누러 나가는 거니?
이런 상황은 전에도 몇 번 있었다.
한동안 우리의 웨딩 사진을 보고 난 후, 그녀는 결국 욕정을 참지 못하고 방문을 나선 다음 시아버지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나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고대했다.
샤오잉이 문을 열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아버지는 마치, 처음부터 TV를 보고 있던 것마냥 자신의 시선을 TV로 순식간에 돌려 버렸다.
샤오잉은 문을 연 뒤, 나가지 않고, 문 앞에 서서 그런 아버지를 잠시 바라보았다.
"아버님, 너무 늦었어요, 얼른 주무셔야죠.
TV를 너무 많이 보시면, 회복하는 데 좋지 않아요."
샤오잉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흠…..알았어..…"
얼른 잠자리에 들라는 샤오잉의 말에 아버지는 이제야 샤오잉과 뜨거운 시간을 보낼 거란 생각이 들었는지 흥분한 듯,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는 서둘러 TV를 끄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TV를 끄고 몸을 일으켰을 때, 샤오잉의 침실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버지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그 소리는 샤오잉의 침실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샤오잉은 아버지의 답을 듣자마자, 몸을 돌려 문을 닫았고, 재빨리 침실 불도 꺼버렸다.
지금 상황은 내가 생각했던 대본과는 많이 달랐다.
상리(常理)대로라면, 샤오잉이 아버지와 함께 그의 침실에 들어 가는 것이 맞다.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고…
그 또한,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한참 후, 아버지가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그도 샤오잉의 지금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오늘 밤엔 자신과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으니, 더 이상 기다리지 마시고 얼른 잠자리에 들라는 샤오잉의 또 다른 언어임을....….
아버지가 줄곧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샤오잉이 어찌 몰랐겠는가?
방금 그녀는 간접적인 언어로 아버지의 ‘섹스요구(求歡)’을 거절한 것이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아버지의 눈에 한 가닥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그는 순순히 침실로 돌아와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이맘때, 아버지가 조금만 대담했더라면, 샤오잉의 침실에 들어가 섹스를 요청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고 후, 아버지의 담력은 매우 작아진 것 같았다.
지난번, 두 사람의 관계에서 샤오잉이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것처럼 그는 오직 샤오잉이 먼저 손 내밀면 거기에 따라가는 모양새만을 취하려 했다.
아마도 그건, 아직 그가 완전히 자신을 놓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샤오잉은 침실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잘 오지 않는지 계속 뒤척거렸다.
혹, 방금 전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반복해서 몸을 뒤척이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마음을 바꿔, 아버지의 침실로 가진 않을까?
하지만, 다음 샤오잉의 동작은 내 예상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게 해 줬다.
잠시 누워 있던 샤오잉은 수시로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수차례 반복되었고,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엔, 눈을 빛내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지 얼굴을 살짝 찡그리곤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30분 후, 샤오잉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결이 되지 않자, 샤오잉은 힘 없이 휴대폰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10여 차례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나와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결국, 샤오잉이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안부를 묻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영상을 보고 나니 내가 샤오잉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계속 나를 그리워하며 내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갑자기 집을 비웠음에도 아버지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듯, 나와 통화하는 그녀의 눈빛 속엔 욕망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집에 없는 내 모습으로 가득 차,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
나와 전화 통화를 나눈 후,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샤오잉의 얼굴엔 어느새 작은 행복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잠들기 전, 방문을 힐끗 한번 쳐다본 뒤, 애써 머리를 가로저으며 눈을 감았다.
샤오잉은 잠들기 전, 마음속으로 시아버지와 뜨거운 시간을 잠시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의 달콤했던 통화로 그런 생각을 떨쳐낸 듯 싶었다.
그 후에, 나는 영상을 빠르게 재생시키며, 현재 시각까지 모두 돌려 본 다음,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 영상을 종료했다.
다음날, 시장조사와 사업타당성조사라는 힘든 업무를 시작하며 나는 종일 정신없이 뛰어다녀야만 했다.
저녁에는 계열사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가졌다.
나는 거듭 사양했지만, 팀의 리더로써 끝까지 거절하긴 어려웠다.
술자리에선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나는 무심코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벌써 저녁 8시였다.
이 시간이 되서야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샤오잉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평소, 샤오잉은 아침과 오후에 한 번씩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한다.
근데, 왜 오늘은 전화가 한 통도 없는 거지?
샤오잉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아냐, 그럴 리 없어.
만약 샤오잉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진작에 아버지한테 연락이 왔을 거야.
혹, 샤오잉이 아버지와 연인처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다가 나한테 전화하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설마…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도 사랑으로 흠뻑 취해 있던 내 심장이 갑자기 쪼그라드는 것처럼 아파왔다.
지금이라도 내가 샤오잉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까?
만약 그녀와 아버지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방해하는 꼴이 아닐까?
내가 그런 생각들로 얽혀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샤오잉이었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남편, 뭐 하고 있어요?"
샤오잉이 부드러운 어기(語氣: 말하는 기세)로 나에게 말을 건냈다.
다만, 그녀의 말투 속엔 내가 알지 못하는 미묘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지금 동료들과 회식하는 중이야.
휴… 오늘 하루는 정말 힘들어 죽을 뻔했어...하..하..”
나는 샤오잉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근데..오늘 왜 저한테 전화 안했나요?"
샤오잉이 갑자기 서운한 목소리로 따지듯 물어왔다.
그녀의 말투가 너무 이상해서 나는 잠시 당황하고 말았다.
"아이고, 마누라 당신도 오늘 나한테 전화 안했거든?”
느낌이 이상했지만, 나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장난치듯 웃으며 샤오잉에게 대꾸했다.
"그럼 오늘….당신이 먼저 전화할 순 없었나요?"
샤오잉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샤오잉은 남편이 너무 그리웠는데 내가 솔선하여 전화하지 않자, 몹시 서운했던 모양인지 어린아이처럼 화를 냈다.
우리의 둘의 사랑이 다시 뜨거워진 이후, 샤오잉은 내게 애교를 부리며 방금 전과 같이 한창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종종 투정을 부리곤 했다.
"여보…이제 그만, 집에서 말썽 피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요.
지금은 동료들 하고 회식중이니까…
내일 전화해서 마저 애기하자.
알았지?
일찍 자… 끊을 께..”
이 무렵, 공교롭게도 동료들이 건배 준비를 하고 있어서 나는 샤오잉의 어리광을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
다행이 샤오잉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인지라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했다.
필경, 술자리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잠깐만요, 남편, 저한테 다른 할 말 없어요?"
샤오잉은 내가 전화를 끊지 못하게 말리며, 다급한 어조로 물어왔다.
요즘, 샤오잉은 점점 더 소녀처럼 내게 집착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아이고…, 우리 착한 마누라, 그만 투정부려요.
지금 동료들이 건배 제안하고 있어.
내일 정식으로 다시 당신한테 사과할께.
잘자…쪽…"
나는 동료들이 술 잔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 샤오잉에게 전화 키스를 남긴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나는 샤오잉의 마지막 말에 무슨 의미가 담겼는지 알지 못했다.
왜 이때, 샤오잉의 전화를 대충 끊어버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 한 번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나에게 얼마나 큰 후회로 남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