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샤오잉의 표정을 보고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감할 수 있었다.
비록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순 없었지만, 오늘밤이 더욱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샤오잉은 잠시 망설이다가 방금 전 떠올린 생각들을 애써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고, 길게 늘어뜨린 그녀의 머리카락도 가볍게 흔들렸다.
그 후, 샤오잉은 다시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줄곧 집안을 청소하는 샤오잉의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집에선 이렇다 할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을 잠깐 끈, 나는 긴장감에 팽팽해진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린 후, 깊게 심호흡하였다.
감시 영상을 종료한 후, 회사 업무를 다시 시작했지만, 머릿속에선 오늘 밤에 일어날지도 모를 모든 일들이 수시로 떠올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회사 동료들이 하나둘 나에게 인사를 한 뒤 퇴근했고, 사무실 복도에선 동료들의 환호와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모두 다 똑같다.
퇴근하는 이 순간이 가장 홀가분하고 기분 좋기 마련이다.
그들은 회사 밖으로 나가며 오늘 밤 집에 가서 뭘 먹을지, 혹은 운동하러 광장에 갈까 등을 이야기하며 떠들었다.
나는 떠나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 젖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밤, 이 텅 빈 사무실엔 오직 나 혼자 뿐이다.
30분도 안 돼서 사무실에는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고, 사위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주린 배를 쓰다듬으면서 한없이 처량한 자신의 모습에 잠시 울컥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처음엔 잠시 회사 밖으로 나가 뭐 좀 먹고 올 생각이었는데, 혹 무언가 놓칠까 두려워 나는 ‘시티런(城市跑跑)’에 전화를 걸어 마라탕(麻辣燙) 1인분을 주문했다.
마라탕 같은 정크푸드(垃圾食品)를 먹는 건 오랜만이었다.
사실, 나는 꽤 마라탕을 좋아하는 편인데, 샤오잉은 내 건강을 위해 먹지 못하게 말렸었다.
근데 오늘따라 마라탕이 먹고 싶었다.
지금 내 마음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흥분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30분 넘게 기다린 후에야 마라탕이 배달됐다.
나는 감시 영상을 틀어놓고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마라탕을 먹기 시작했다.
마라탕의 뜨겁고 매콤한 맛이 입안에서 온몸으로 전달되자 지금 내 입안과 속은 내 뜨거운 심장처럼 뜨거워졌다.
이때, 집에선 샤오잉이 아버지를 위해 영양죽을 만드는 중이었고, 아버지는 소파에 조용히 앉아 TV를 보고 계셨다.
다만, 이따금씩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허둥지둥 시선을 돌리기 바쁜 반면 샤오잉은 침착하게 아버지를 마주보았다.
죽이 다 되자, 샤오잉은 죽 한 그릇을 들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버지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 후, 그녀는 숟가락에 죽을 조금 떠 앵두 같은 입을 작게 오므린 다음 ‘호…호…’ 하며 달콤한 향기로 뜨거운 영양죽을 식힌 뒤, 아버지에 입에 숟가락을 가져갔다.
"하지 마, 샤오잉, 이번엔 나 혼자 먹을 게.
매번 이러지는 마.
내가 정말 아파서 몸도 못 가누는 사람 같잖니…..”
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샤오잉의 손에서 그릇을 빼앗으려 했다.
다만, 지금처럼 샤오잉과 단둘이 밤을 보내는 게 오랜만이어서 긴장한 탓인지 그가 샤오잉의 손에서 죽그릇을 가져가려 할 때, 하마터면 죽이 쏟아질 뻔했다.
"아버님, 당신은 원래 환자잖아요.
음….좋아요, 그럼… 혼자 드세요.
저도 옆에서 먹을 게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샤오잉은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가 자신의 손에서 그릇을 가져 가도록 내버려 뒀다.
샤오잉은 부엌으로 가서 죽 한 그릇을 더 가지고 온 뒤, 아버지와 함께 소파에 앉아, 조용히 TV를 보면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는 듯 말이 없었다.
그 둘은 시선을 TV에 고정하면서도 이따금씩 곁눈질로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버지 또한 단둘이 남은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렴풋하게나마 눈치챈 게 분명하다.
그는 ‘두려움(害怕)’과 동시에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조금씩 죽을 떴다.
영양가 높은 죽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내 앞에 놓인 '정크푸드'를 보자 ‘다른 걸 주문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결국엔 그 무엇도 샤오잉이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이 같이 유치한 비교심리가 또 내안에서 꿈틀거린다.
둘만의 저녁식사가 불편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샤오잉의 ‘음모(陰謀)’가 실현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인지 아버지는 죽을 다 드시자마자, 입을 닦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샤오잉, 천천히 먹으렴.
나는 피곤해서 이만 자러 가야겠다.
너도 일찍 자려무나.”
아버지는 일어나 이렇게 말한 뒤, 샤오잉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서둘러 자신의 침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는 이 시간에도 아버지의 마음이 결코 평온하지 않으며 그가 여전히 샤오잉에게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이때 아버지의 마음이 평온했다면 발걸음이 이렇게 다급하진 않았을 터였다.
샤오잉 또한 부드럽게 ‘네(嗯)’라고 짧게 대답하곤, 아버지는 쳐다보지 않은 채, TV만 응시하며 계속 죽을 뜰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침실로 들어가자, 샤오잉의 고개가 빠르게 아버지의 침실 문을 향해 돌아갔다.
이때, 아버지의 방문을 바라보는 샤오잉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아마도 그녀에겐 어린아이처럼 ‘겁먹은(膽小)’ 아버지의 모습이 매우 유머러스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이때, 아버지는 샤오잉에게 나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종의 소심함을 보인 셈이었다.
죽을 다 먹은 뒤, 샤오잉은 간단히 주방만 정리한 후에 침실로 돌아갔다.
오후에 이미 집안 청소를 끝마친 상태라 다른 것에 신경 쓸 필요는 딱히 없었다.
샤오잉은 이대로 쉬려는 걸까?
아니, 그럴 리 없어.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어 본, 나는 이런 상황에서 샤오잉과 아버지 사이에 많은 ‘돌발 상황(突發情況)’이 발생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거실의 전등은 이미 꺼져 있었고, 아버지는 침실로 돌아와, 조용히 침대에 누워 계셨다.
다만, 샤오잉과 단둘이 남은 오늘밤의 설렘과 두려움 때문인지 고르지 못한 호흡을 조절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차츰, 아버지의 호흡이 고르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던 아버지는 이따금 눈을 떠 자신의 방문을 힐끗거렸다.
이때, 그의 표정은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듯 뒤엉켜 있었다.
아버지는 샤오잉이 갑자기 들어올까 봐 두려워하는 걸까?
아니면 샤오잉이 갑자기 들어오길 기대하는 걸까?
다만, 아버지의 현재 모습을 비춰볼 때, 샤오잉이 먼저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오늘 밤, 그가 샤오잉을 찾아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샤오잉은 침실로 돌아온 뒤, 잠옷으로 갈아입으려 했다.
그러나 스커트의 벨트를 풀려 했을 때, 그녀의 손이 잠시 머뭇거렸다.
잠시 망설이던 기색을 보이던 샤오잉은 다시 캐비닛으로 몸을 돌려 목욕타올을 챙긴 뒤, 침실을 나와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 그녀는 자신의 몸을 깨끗이 씻으려는 걸까?
아버지에게 깨끗한 자신의 몸을 주려고?
침실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하던 아버지의 눈이 샤오잉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번쩍 떠졌다.
그는 얼굴 가득 긴장감을 드러낸 채, 뚫어지게 자신의 방문을 응시하였고, 긴장감에 안절부절 못하는 듯 눈치였다.
친밀한 관계를 맺은 뒤,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반백이 넘은 아버지를 긴장시키고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은 샤오잉이 유일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샤오잉이 욕실에 들어가는 소리를 들은 후에야,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침대에 도로 누울 수 있었다.
마치 무언가 짜릿한 경험을 한 것처럼 그의 감정은 이 시간 롤러코스트를 타듯 널 뛰었다....
욕실로 들어선 뒤, 천천히 옷을 벗자 아무리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샤오잉의 매력적인 몸매가 드러났다.
탱글탱글한 34D 유방은 전혀 쳐지지 않았으며, 분홍색 젖꼭지는 첨단에 매혹적인 자태로 서 있다.
더불어, 잘록한 허리와 옅은 검은 숲 아래 수줍게 분홍빛을 발하는 꿀구멍, 완벽한 곡선을 형성하며 봉긋 솟은 엉덩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끄럽게 뻗은 다리…..
그 누가 이 아름다운 몸매를 싫증 낼 수 있겠는가?
곧, 그림처럼 매혹적인 샤오잉의 나신 위로 물줄기가 쏟아졌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온 물이 샤오잉의 긴 머리카락을 지나 천천히 옥발(玉足)까지 흘러내렸다.
잠시 후, 샤오잉은 고개를 들고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얼굴로 받아들였다.
한참 동안 세차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얼굴로 고스란히 받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그녀가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지우려 한다는 걸 알았다.
이때, 샤오잉의 내면 또한 평온하지 않음이 분명했다.
오랫동안 샤워기에서 뿜어진 물줄기에 가득 습기를 머금은 몸 위로 그녀의 두 손이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 머리카락, 목, 두 뺨, 그리고 그녀의 젖가슴이 그녀의 손길에 점점 씻겨져 갔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이 초원 벨트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 간 뒤……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후, 샤오잉은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 뒤에도, 곧장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욕실 거울 앞에 선 채, 요염함의 극치인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며 자아도취에 빠진 것 같았다.
한동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던, 샤오잉이 거울 앞에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여러차례 포즈를 바꿔가며 자세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프로처럼 느껴졌다.
모니터 화면 안에서, 끊임없이 자세를 바꾸며 요염한 자세를 취하는 샤오잉의 모습을 보게 되자, 음경 가득 뜨거운 피가 모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샤오잉은 패션 디자인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종종 모델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그 탓에 이런 모델 포즈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원래부터 샤오잉은 천사의 얼굴과 함께 남성을 현혹시키는 악마(魔鬼)같은 몸매의 소유자이다.
감시 영상 속, 샤오잉의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졌다.
기실, 인품과 외모 모두 출중한 아내를 얻은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아내가 자랑스럽기 마련이다.
다만, 오늘 밤, 이 매력적인 몸을 아버지가 차지할 것 같다.
갑자기, 샤오잉의 벌거벗은 몸 위에 엎드려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포개진 두 사람의 하체에선 아버지의 두꺼운 성기가 끊임없이 샤오잉의 음부에 들락날락 거리고..…....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왔다.
이번 사고를 거치면서 나는 면역력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복잡한 맛은 내 마음속에선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아끼는 걸 그 누가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겠는가?
하물며, 그게 가장 사랑하는 아내라고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정상적인 상황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샤오잉은 목욕 타올을 두르고, 욕실을 나선 뒤, 입구에 서서 불을 껐다.
그 후, 그녀는 침실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아버지의 침실 문을 힐끗 바라본 다음 고개를 숙여 목욕 수건으로 감싸인 자신의 매력적인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리려는 듯, 이마에 손을 얻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참 뒤, 그녀는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문지른 다음 천천히 침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침실로 돌아온, 샤오잉은 목욕 타올을 풀고 잠옷으로 갈아 입을 준비를 했다.
다만, 샤오잉이 이번에 꺼낸 잠옷은 평소 즐겨 입던 에메랄드빛 잠옷이 아닌 새로 산 분홍색 잠옷이었다.
샤오잉이 새로 입은 잠옷은 기존의 보수적이었던 에메랄드빛 잠옷에 비해 그녀의 깊은 가슴골을 더욱 유감없이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잠옷의 밑단이 기존의 잠옷보다 매우 짧아서 무릎 윗부분까지 훤히 드러나 샤오잉의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 잠옷을 샤오잉이 언제 산 거지?
샤오잉이 어떤 옷을 사든 평소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녀가 새로 잠옷을 샀다 해도 모르는 게 이상하진 않았다.
심지어 내 옷도 샤오잉이 직접 골라 준 것들이다.
사실, 내가 입는 정장의 가슴둘레 및, 바지의 기장 그리고 신발 사이즈는 나보다 샤오잉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이 몸에 맞지 않는 일은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패션디자이너인 샤오잉이 나를 위해 조합한 의상은 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새 잠옷으로 갈아 입고 나서, 샤오잉은 잠옷 위로 드러난 자신의 몸매를 차분히 내려다본 다음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후, 샤오잉은 침실을 빠져나가려는 듯 몸을 돌렸다.
침실을 나가려는 샤오잉의 모습을 보자, 내 심장도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아버지의 침실로 가려는 걸까?
다만, 방문 앞에 도착했을 때, 샤오잉의 걸음이 다시 멈추었다.
그녀는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두 눈 가득 망설임을 머금곤,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가느다란 손으로 계속 매만지며, 윗입술을 깨물어 댔다.
샤오잉은 홀가분할 땐 아랫입술을 깨물고, 심사가 복잡할 땐 윗입술을 깨문다.
나는 이런 미세한 차이로 지금 그녀의 마음을 대략적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이맘때, 샤오잉은 모든 마음의 준비와 결정을 끝마쳤음에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 하자 망설여진 것이었다.
이것은 사람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당신이 환상으로만 품고 있던 일을 정말로 실행에 올리려 할 때, 환상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샤오잉이 여전히 문 앞에 선 채, 망설이고 있을 때, 내 마음속에는 두 개의 다른 목소리가 서로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나는 샤오잉이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가 그와 뜨겁게 사랑을 나누길 바라는 것이며, 이 목소리는 내 불륜아내 심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샤오잉이 계속 방에 머물며 오늘밤, 아버지의 방에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인데, 이 목소리는 한 가닥 이성과 도덕적 관념에서 비롯된다.
마침내, 다행스럽고 실망스러운 내 시선 속에 샤오잉이 문고리에 얹은 손을 거두며 천천히 몸을 돌려 침대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침대에 누웠음에도 샤오잉의 눈에 맺힌 망설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 모니터에 띄어진 두 사람의 침실 영상에선 아버지와 샤오잉이 각자의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그들 모두는 잠들지 못했다.
그들 두 사람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도 이따금 눈을 떠, 각자의 방문을 쳐다본다...…
침대에서 한참을 뒤척이던 샤오잉이 눈을 뜨더니 우리의 침대 시트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침대 시트가 바뀐 걸 알게 되었다.
그 침대시트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관계를 맺을 때, 정액과 애액으로 잔뜩 더러워졌던 침대시트 였다.
오늘 이 침대 시트로 교체한 게 샤오잉의 의도적인 행동인 걸까?
마치, 일종의 신호인 것처럼?
잠시 후, 샤오잉이 침대 시트에 엎드리더니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두 사람이 남긴 흔적과 냄새를 찾고 있는 것일까?
이때, 아련하게 그녀의 눈에 맺혀 있던 추억들은 하나둘씩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며 서서히 본래의 빛을 잃었고 그 자리를 욕정의 빛으로 물들여 갔다.
그와 함께, 그녀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밤 동안, 저는 그날 밤의 쾌감을 그리워하며 당신이 억지로 제 몸을 취한 그날 일들을 떠올리면서 자위를 했어요.
그날 밤을 생각하면 저는 금방 절정에 달할 수 있었죠.
결국, 우리 둘이 관계를 맺을 때, 저는 전례 없이 큰 쾌감을 경험하게 된 거예요.”
나는 이때, 병원에서 샤오잉이 아버지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이 문장의 진위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는데, 지금 영상을 보니 샤오잉이 뱉은 그 말이 그녀의 진심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샤오잉은 시트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날 밤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곧, 그날 밤의 쾌락을 떠올리자 샤오잉의 내면에서 욕정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