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
샤오잉은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때, 두 사람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서, 나는 아버지가 샤오잉의 따뜻한 숨결과 코 끝을 찌르른 향기를 느꼈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샤오잉의 매서운 시선을 회피했다.
그도 지금 샤오잉의 매서운 눈빛에는 마법과도 같은 특별한 힘이 담겨 있다는 걸 아는 눈치였다.
샤오잉의 눈과 마주치게 되면, 그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을 게 분명했다.
이미 최면에 걸려 버린 것 같은 아버지 뿐만 아니라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은 나조차 샤오잉의 마법같은 눈을 보고 있노라면 최면에 걸린 듯 가슴이 떨렸다.
과거 샤오잉에게 이런 매서운 면이 있다는 것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나는 샤오잉이 아버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례로, 그녀에겐 내가 모르는 다른 일면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의 새로운 일면을 또 발견한 것 같았다.
만약 아버지가 이때 머리를 앞으로 들어 올린다면, 샤오잉의 입술을 덮칠 수 있지 않을까?
왜 이때, 이런 황당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버님, 제 눈을 보고 대답해 봐요”
샤오잉의 목소리가 나의 ‘터무니없는 생각(胡思亂想)’을 중단시켰다.
샤오잉은 매서운(嚴厲) 어조로 다시 물었다.
"어…, 듣기는 했는데... 내가 들은 건... 극히 일부분이야.”
결국 화난 듯 매섭게 자신을 쳐다보는 샤오잉의 눈과 마주친 아버지는 결국 패배하며 순순히 시인했다.
이때, 아버지는 너무 긴장한 탓인지 가쁨 숨을 몰아 쉬었는데, 그 숨결에 샤오잉의 이마를 덮고 있던 앞머리가 가볍게 휘날렸다.
"그렇다면 요 며칠 동안 왜 저를 피하셨나요?
왜 저를 외면하신 거죠?
설마 제 설명이 부족했던 건가요?"
아버지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샤오잉은 부끄러운 말들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는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만약 아버지가 끝까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면, 샤오잉은 아버지에게 그 말들을 반복했을까?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가슴이 찌릿찌릿 아파왔다.
그건, 그동안 애써 외면한 채, 가슴 깊이 묻어 놓았던 내 상처가 다시 헤집어진 탓이리라.
샤오잉은 아버지의 머리를 살며시 원위치로 돌려놓은 후, 베개를 정리하였고, 방금 전 그녀로 인해 헝클어졌던 백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때, 샤오잉의 얼굴에 서렸었던 노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방금 전 샤오잉의 화난 듯, 아버지를 추긍하던 모습이 그녀의 과장된 연기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난... 난...음..."
아버지는 샤오잉이 베개와 머리카락을 정리하게 내버려 둔 채, 더듬더듬 거리기만 할 뿐,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의 긴장한 표정을 본 샤오잉의 눈이 곱게 휘었다.
무슨 말을 꺼내려 하다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샤오잉은 손으로 부드럽게 아버지의 입을 막았다.
"아버님… 저는 당신이 깨어나시기 전에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다 말씀드렸어요.
비록, 당신이 깨시기 전에 제 말을 어디까지 들었으며 어디까지 느끼셨는지는 저도 모르지만….
그럼 여기서 다시 한번 말씀드릴께요.
꿈이었다고 생각하셔서 확신이 서지 않으시는 거죠? "
샤오잉은 아버지의 입을 막던 손을 뗀 후, 똑바로 앉아 안쓰러운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는 얼굴 가득 고민과 망설임을 드러낸 채, 샤오잉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아버지가 좀 더 능동적으로 샤오잉을 대했겠지만, 이번 일을 겪은 후, 그는 오히려 샤오잉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생과 사를 경험했음에도 마음의 매듭을 완전히 풀지 못한 걸까?
나라는 존재가 없어져야지만, 샤오잉과 아버지가 함께 할 수 있는 걸까?
"아버님,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더 이상 괜한 말들은 꺼내고 싶지 않아요.
저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
그리고 당신이 걱정하는 모든 것들을 잘 알고 있어요.
단지, 이것만 알면 돼요.
제가 당신의 마음을 알고 이해한다는 걸..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로 우리는 헤어져 영원히 만나지 못할 뻔했어요.
그 일로 저는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다시 한번 말씀드릴 테니 절대 잊지 마세요.
저는 앞으로 당신을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드릴께요.
진청을 떠나 당신과 결혼하는 것 외에는 제가 당신을 만족시켜 드릴께요.”
샤오잉이 이 말을 했을 때, 그녀의 감정은 병원에서 때와는 크게 달랐다.
그녀가 병원에서 이 말을 했을 때, 샤오잉은 단지 조급한 마음에 아버지가 깨어나길 바라며 두서없이 말했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혼수상태였기 때문에 그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를 마주보고 다시 한번 약속을 언급한 이때, 샤오잉은 여전히 여자 특유의 수줍음을 드러냈다.
만약 아버지가 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버지와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샤오잉… 아니, 난…. 여지껏 진청과 너를 헤어지게 만들 생각도, 너와 결혼할 생각도 없었어.
난…난.. 정말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어.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만족했었어.
나도 양심이 있어.
난….. 난…..”
샤오잉의 말을 들은 후, 아버지는 허둥지둥 일어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자신의 속마음을 다급히 설명하려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지금 샤오잉의 의도는 아버지가 갖고 있을지 모르는 마음속 응어리를 완전히 풀어주려는 것이다.
다만, 이맘때 나는, 샤오잉이 너무 성급하게 아버지를 몰아 세우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전화해서 지금의 분위기를 깨버릴까?
"아버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해해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인지도 몰라요.
우리… 이 모든 것을 이번 생에 주어진 또 다른 인연이며 운명이라고 여겨 봐요.
이미 일어난 일들이며, 우리가 그것을 회피한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당신은 이미 저를…….”
샤오잉은 끝까지 말한 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겐 마지막 금지를 아버지에게 철저히 점령당한 그날 밤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날 밤, 사랑과 정절을 잃고 나에 대한 죄책감과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에 그녀는 정신이 무너질 뻔 했었다.
“푸후훕..… 풉...”
그때, 다소 분위기가 무겁다고 느꼈는지 샤오잉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음 소리는 마음의 짐을 완전히 벗어 던진 듯 소탈한 웃음 소리였다.
다만, 옅은 미소를 머금고 웃고 있는 그녀의 눈에선 작은 이슬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너무 웃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시간에도 나에 대한 죄책감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거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死而復生)’ 이후, 샤오잉은 늘 밝게 행동했었다.
아버지가 다시 깨어난 일은 나에게도 그리고 그녀에게도 더없이 기쁜 일임엔 틀림없었다.
다만, 샤오잉은 막상 깨어나신 아버지를 마주하게 되자 아버지에게 전한 자신의 약속이 사랑하는 남편을 배신하는 일이란 생각에 여전히 모순된 감정과 갈등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거치며, 아버지에 대한 응어리가 사라진 건 분명해 보였다.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그의 행동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을 뿐만아니라 그녀의 심리적 방어선마저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샤오잉은 모든 잘못이 아버지 혼자만의 탓은 아니라고 말했었다.
착한 그녀가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에 담긴 뜻을 어찌 몰랐겠는가?
차디찼던 그녀의 가슴도 아버지의 이런 행동에 완전히 녹아내렸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로, 나는 그 두 사람에게 '면죄부'를 안겨주기까지 했다.
"됐어요. 아버님, 앞으로도 시간은 많으니 몸조리에만 신경쓰세요. 이후의 일은... 나중에 얘기해요."
샤오잉은 웃음을 멈춘 후,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등진 다음, 눈가에 흐르던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아버지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 후, 그릇을 챙겨 방을 나섰다.
아버지는 침대에 멍하니 누워 계셨다.
아버지는 방금 전, 샤오잉과의 대화에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불신과 당혹감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두 번째로 얻은 삶(重生)’이 자신의 예상을 크게 벗어 났음을 알았다.
그는 원래 자신의 번뇌와 우울에서 완전히 해방되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다만, 염라대왕(閻羅大王)이 그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다시 태어난 아버지는 깊은 모순과 갈등에 빠져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되는 모양이었다.
죽음을 선택할 정도이니, 그녀를 향한 아버지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반면에, 그에게 있어 나 또한 매우 사랑하는 아들임에는 틀림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내게 준 헌신과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는 사랑하는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해야만 할까?
샤오잉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마친 후, 거실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시계는 벌써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샤오잉이 조금 후엔 나를 위해 저녁을 준비할 것이다.
사무실은 매우 조용했지만 이런 고요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나는 감시 영상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보였다.
다만, 샤오잉이 적극적이었던 것에 비해 아버지는 소극적이었다.
비록,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시간이 짧았지만, 그 내용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핵심을 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날 밤, 내 가슴 깊게 새겨진 상처를 꺼내 볼 수 없어서 나는 병원에서의 기억을 애써 외면했었다.
나는 샤오잉이 아버지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날, 샤오잉이 내뱉은 말 중에 얼마만큼이 진심인지, 그리고 얼마만큼이 아버지를 깨우기 위한 거짓말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여행 중 성관계를 가졌을 때 보인 샤오잉의 절정이 아버지의 환상에서 비롯되었음을…..
왜냐하면, 샤오잉과 내가 사랑을 나눌 때,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거기에는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이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샤오잉은 대부분 오르가즘에 이르지 못했다.
사실 애써 외면했을 뿐, 여행중에 있었던 샤오잉의 절정이 아버지의 공로라는 건 쉽게 예견할 수 있던 것이었다.
병원에서 샤오잉이 아버지에게 전한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었다.
‘사실 당신이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그 동안 저는 매일 고민하면서 스스로 용기를 북독고 있었어요.
당신에게 제 몸을 주기 위해서…
심지어 그러겠다고 결심까지 했었죠.
조금만 기다렸으면….
제가 먼저 참을 수 없어서… 당신에게 제 몸을 주려고 했는데…..’
이 말이 진심이었던 걸까?
당시 아버지에게 성약을 먹이지 않았다면, 나는 샤오잉이 끝까지 자신의 금지를 지키려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샤오잉의 마음을 내가 감히 추측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내가 그 약을 복용시키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순 없다.
나는 내 마음의 평정을 위해, 샤오잉이 뱉은 그 말들을 ‘당분간(暫且)’ 그녀가 선의로 한 거짓말이라 여길 생각이다.
근데...다시 한번 샤오잉과 아버지에게 기회를 만들어 줘야하지 않을까?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지셨을 때, 난 마음을 다 내려놓은 상태여서, 더 이상의 가슴앓이와 질투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마주했을 때,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금단의 쾌감은 흥분과 슬픔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에만, 나를 흥분시키는 게 아닐까?
모르겠다.
이런 잡생각들은 그만두자.
아버지가 깨어난 순간, 나의 가장 큰 바램은 이미 이루어졌다.
중병에서 회복하신 아버지께 드리는 축하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아버지의 신체적 회복만이 아닌 상처받은 영혼의 치료를 위해 오늘 기회를 만들자.
‘아버지… 샤오잉이란 만병통치약으로 치료 받으세요.’
나는 샤오잉과 아버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때,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른 문장에 머리가 맑아졌다.
‘신중하게 택일한 날이 다른 날보다 못한 법이다(擇日不如撞日)’
그래, 오늘 밤으로 하자.
무릇 쇠는 뜨거워 졌을 때 두들겨야 하는 법이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오늘 서로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때, 샤오잉은 다시 한번 자신의 결심을 굳혔고 아버지는 여전히 망설이신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번 시도해 보자.
나는 복잡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꺼내 샤오잉에게 전하를 걸었다….
"남편, 무슨 일이에요?"
모니터 화면 속에서 걸레를 내려놓고 전화를 받으며 가느다란 손으로 앞머리를 단정히 정리하는 샤오잉의 모습이 보였다.
"샤오잉… 나 아무래도 오늘 늦게까지 야근해야 되서 집엔 못 들어 갈 것 같아.
아버지가 아프신 동안, 적지 않게 일이 쌓인 상태야.
다행이 아버지가 회복하시느라 거의 주무시기만 하시니까 그 틈에 쌓인 일을 헤치워야 할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당신이 집에서 아버지를 잘 보살펴줘.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말투가 생각만큼 자연스럽진 않았다.
그리고, 떨리는 휴대전화로 내 마음이 지금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 수 있었다.
"오늘 밤 야근이요? 어... 알았어요.
쉬엄쉬엄하고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마세요.
제가 도시락 갖다 줄까요?
오늘 저녁은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찜(酸菜魚: 쏸차이위)을 만들 생각이에요."
샤오잉은 내가 야근한다는 말을 듣더니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평소라면 내가 야근을 하는 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 밤의 야근은 그녀에게 있어 선 좀 '공교로운(湊巧)’ 일이었다.
다만, 그녀는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감췄고 말미에는 나에게 안부를 물으며 남편을 챙기는 덕망있는 아내의 모습을 잊지 않았다.
"고맙지만, 도시락을 배달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오늘 야근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어서 이따 동료들과 외식하기로 했어.
너무 바빠서 그만 전화 끊을 게.
안녕… 사랑해…"
나는 샤오잉과 대화를 오래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샤오잉의 다정한 말을 계속 듣게 된다면 결심이 흔들려서 오늘밤의 계획을 망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치감치 결정을 내렸는데, 더 이상 우물쭈물해서는 안된다.
"그럼 수고해요.. 남편, 안녕…...딸깍…”
아버지가 깨어나신 뒤, 샤오잉의 정신상태는 평소의 상태로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전화를 끊을 때, 샤오잉은 장난치듯 입으로 ‘딸깍’
소리를 만들어 나를 놀렸다.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늘 밤의 내 계획은 헛수고가 되고 만다.
나는 계속 모니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샤오잉의 표정을 주위 깊게 관찰했다.
오늘 밤 나는 집에 없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샤오잉이 기뻐하진 않을까?
그러나, 전화를 끊은 뒤, 샤오잉의 표정에선 어떠한 기쁨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되려 가족 모임이 무산된 탓인지 약간 언짢은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샤오잉은 계속해서 방을 치우며 작은 입으로 중얼거렸지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리를 마친 후, 샤오잉의 시선이 무심코 아버지의 침실문을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아버지의 침실문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나는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거실에 우두커니 멈춰 선 채, 아버지의 침실 문에 시선을 고정한 그녀의 찌푸린 미간 아래 다채로운 표정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에 맺힌 망설임과 은근한 설렘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