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버지와 아내의 월하노인이 되었다-88화 (8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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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난 직후였다.

나와 샤오잉은 씻은 후, 아침을 먹으며 여행 일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침대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보니 고향 하얼빈에서 온 낯선 번호였다.

나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곧장 전화를 받았다.

"왕진청씨, 맞습니까?"

전화를 받자마자 낯선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

"저는 '아시아 풍력 발전 공사'의 직원입니다. N-013 섬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시는 분이 당신의 아버지가 맞나요? "

지질기관에서는 구분이 쉽도록 각각의 장신섬마다 번호를 부여했으며, N-013은 아버지가 근무하는 장신섬이 맞았다.

N은 북쪽을, 013은 13번째 섬을 의미했다.

상대방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게 되자 나쁜 예감이 들었다.

"네, 저희 아버지가 그 곳의 경비원이십니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비록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나는 내 예감이 틀렸길 바라며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상대방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실례지만, 당신의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신가요?"

상대방은 내 신분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물어왔다.

"아버지가 집에 계시다니요? 아버지는 지금 섬에 있지 않나요? 저와 아내는 지금 집이 아닌 구이린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상대방이 이상한 질문을 하자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버지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빨리 확인해 주세요. 중요한 일입니다."

상대방은 한 시라도 빨리 아버지의 구체적인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다급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인지 명확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나는 도대체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뭔가 잘못하셔서 일부러 피한 경우를 대비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기 전에는 상대방의 부탁을 그냥 따를 순 없었다.

"휴.. 알겠습니다. 8일 전, 우리 회사는 기상청으로부터 이틀 뒤, 하얼빈 북부 지역에 약 일주일간 국지성 호우와 돌풍이 있을 것이며 벼락을 동반한 7단계 강풍이 불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는 장신섬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상시 기상청과 협조해왔습니다.

악천후 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장신섬을 잠시 떠나라고 통보를 합니다.

기상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후, 그날 바로 당신의 아버지에게 장신섬을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가 악천후가 지난 후에 다시 출근하라고 알렸습니다.

악천후는 내일 혹은 모레 끝날 것으로 보여서 우리는 오늘 아침에 당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이틀 후에 다시 출근하라고 전달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화를 걸었는데 그의 휴대전화는 꺼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입사 지원했을 때, 기입한 주소로 직원을 보냈는데, 당신 집에는 아무도 없으며 문 또한 잠겨 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전력회사의 직원은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샤오잉과 함께 여행하기 전, 우리의 여행을 알리기 위해 장신섬에 갔던 날, 아버지는 회사로부터 잠시 장신섬을 철수하라는 통지를 받았던 것이다.

즉, 그날 우리와 헤어지기 전에, 진작 회사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았는데 아버지는 우리 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다만, 헤어질 때를 떠올려 보면 그의 눈에는 부러움과 상실감 그리고 절망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었다.

나는 잘못 봤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자 머릿속에서 무언가 불길한 예상이 떠올랐다.

나는 전화기를 쥘 수 없을 만큼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다.

그리고, 만약 아버지가 집에 계시지 않는다면, 단 한 가지의 가능성만 남게 된다.

그건....

‘아버지는 아직 장신섬에 계신다.’

거의 5일 동안 쏟아진 폭우와 거센 바람에 황폐해진 장신섬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내 심장은 극도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집에 있는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어 누가 받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여러 가능성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서둘러 아버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직원과의 전화를 끊었다.

직원과 전화를 끊자 샤오잉이 나에게 무슨 일이냐며 물어 왔고 나는 최대한 간결하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후, 샤오잉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나에게 빨리 전화를 걸어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녀도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우선 집에 있는 유선전화로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휴대폰에서 '뚜뚜뚜뚜'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 소리는 내 심장을 망치로 때리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온몸에서 흘러나왔다.

혹, 아버지가 식료품을 사기 위해 잠시 집을 비우신 게 아닐까?

아니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에서 쉬시다가 잠시 나가신 건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버릴 순 없었다.

아무리 집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자 나는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직원의 말 대로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이때 샤오잉도 장모님과의 통화를 끝낸 직후 였다.

장모님도 아버지와는 따로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지만, 악천후 전날 아버지가 하오하오를 보기 위해 장모님 댁에 잠시 방문했다고 한다.

그날 아버지는 하오하오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놀았으며 떠나기 전에 일주일 동안 먹어도 남을 만큼 간식을 사주고 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하오하오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 장모님은 당시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보곤 매우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장모님도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아버지가 반 달 동안 하오하오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잠시 격앙됐을 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런 세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속의 공황은 극에 달했다.

내가 가장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과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가능성이 점점 더 확실해진다.

아버지는 장신섬에 머물면서 5일 동안 악천후와 홀로 싸우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연락도 하지 않으셨고 휴대전화도 꺼져 있다.

나는 더 이상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재빨리 전화해서 현재의 상황을 전력 회사에 알렸다.

그 후, 나는 즉시 돌아가기 위해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했고 빠르게 짐을 챙겼다.

나와 샤오잉은 마음속으로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3시간 후, 애타는 기다림과 걱정 끝에 샤오잉과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얼빈 타이핑 공항’은 천둥번개와 강풍으로 인해 항공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갈아탄 다음, 먼저 다롄(大連)에 도착한 뒤, 고속철도를 타고 하얼빈으로 가야 했다 .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샤오잉은 계속 안절부절못했다.

지금, 그녀는 죄책감과 자책감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샤오잉의 이런 감정들을 보았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안위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지금은 아버지가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다.

아버지가 걱정되었지만 내가 허둥지둥거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남자인 내가 중심을 잡고 침착해야 할 때이다.

다행히 옆에 있는 샤오잉이 나를 위로하며 많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아버지가 장신섬을 떠난 뒤, 기분 전환 겸 혼자 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휴대전화 또한 잃어버리셨고…

그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면 우리가 걱정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공중전화로 알려줬을 것이다.

초조한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마침내 오후 무렵 하얼빈에 도착했다.

우리는 혹시 아버지가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곧장 집으로 향했다.

택시에 앉아 끊임없이 창문을 두드리는 비와 거센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제발 아버지가 무사하기만을 기도했다.

시내에 도착하자 바람을 막는 고층 건물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외각지역에 비해 바람의 강도는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다만, 지금 도심지에 불어닥치는 바람 또한 매우 강해서, 장신섬에 불어닥칠 바람이 얼마나 강할지는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필사적으로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나는 현관문 앞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나는 이때 소파에 앉아 TV를 보시던 아버지가 놀란 표정을 지으시며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니?'하고 묻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환상에 불과했다.

집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나는 신발도 벗지 않고 아버지의 침실, 욕실, 발코니 등으로 뛰어다녔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그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집에 계실 거라는 희망을 접은 나와 샤오잉은 풍력 발전 회사로 달려가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가 상황을 설명하자 회사도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

가족과 회사가 공동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측은 소방구조대에 이 상황을 통보했다.

우리는 회사측 담당자, 경찰, 소방관과 함께 쑹화강에 도착했다.

강은 며칠 간의 폭우로 수위가 높아진 상태였고 강물은 강풍으로 인해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출렁거렸다.

시내를 벗어나 강가에 나와 보니 폭풍이 얼마나 거센지 바로 알 수 있었다.

7단계에 달하는 강풍과 폭우로 인해 구조 헬기는 아예 장신섬으로 이륙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소방구조대에는 대형 선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혹 있다하더라도 큰 화물선조차 교통청의 ‘7단계 강풍 선박 운항 금지’ 조치에 의해 운항이 중지된 상태였다.

설혹, 배를 띄운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상황때문에, 우리와 구조대원들은 악천후가 약해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구조대원의 말에 따라 우리는 적어도 하루정도 더 기다려야 했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 뒤, 아버지가 계시는 장신섬 쪽 방향으로 눈을 돌렸지만 장신섬은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너무 세서 우산을 들고 있지 않았는데 흠뻑 젖은 옷 위로 빗방울들이 흘러내렸다.

차가운 바람과 빗물이 얼굴을 때렸지만 이때 나는 추위를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오직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폭풍이 너무 빨리 와서 미처 아버지가 장신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장신섬을 빠져나올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요행을 바라며 장신섬에 머무셨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버지는 장신섬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하늘에 맡긴 채 ‘자살’을 시도했던 건 아닐까?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헤어진 날, 그의 눈에 떠오른 절망과 우울 그리고 하오하오를 만나러 갔을 때… 장모님의 말이 떠오르자 아버지가 우리와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잉은 내 곁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끊임없이 입술을 깨물었고, 얼굴엔 깊은 후회와 자책감으로 가득했다.

아마 그녀도 나와 같이 아버지가 죽음을 각오하고 장신섬에 머물렀을 것이며 그 이유 또한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 같았다.

내일 폭풍이 지나가면 구조를 시작할 것이라며, 경찰과 소방대원은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권했다.

하지만, 지금도 늦은 거잖아?

이게 말이 돼?

만약 아버지가 이 시간까지 장신 섬에 계신다면, 아직까지 살아 계실 수 있을까?

불어난 강물의 수위를 보아 혹시, 장신섬이 물에잠긴 건 아닐까?

소방구조대는 만약 아버지가 아직 장신섬에 계신다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나와 샤오잉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때 나와 샤오잉에겐 여행이 가져다준 즐거움과 추억을 되새길 여유 따위는 없었다.

지금 나는 추위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산송장 같았다.

전력 회사도 절대 구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설혹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우리를 위로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뭐라 말하든 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단지 아버지가 살아계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버지가 살아만 계신다면, 나는 어떤 대가라도 치를 용의가 있었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집에 도착하자 샤오잉은 내가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는 침실에 머물렀고 샤오잉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거실에서 샤오잉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 또한 몹시 괴로울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집안은 조용해졌고 마음을 추스른 샤오잉은 코를 훌쩍이면서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걱정되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집에 돌아온 후, 샤오잉과 나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샤오잉이 어떤 마음으로 저녁을 준비했는지 알고있었지만 도저히 밥이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간신히 샤오잉의 위로를 받아 겨우 몇 숟갈 입에 넣을 수 있었다.

샤오잉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욕실의 세탁기에서는 여행동안 입었던 옷이 굉음소리와 함께 세탁되고 있었다.

나는 침실의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이때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가 사고 전에 잠시 집에 들르시진 않았을까?

나는 집에 있는 모니터링 장비가 생각났다.

아직 샤오잉이 부엌에 있는 동안 내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집에 있는 모니터링 장비를 켠 후, 우리가 여행 갔던 첫날로 시간을 조정했다.

그날 아침 영상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났다.

그는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서류봉투를 손에 든 채,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온 후, 곧장 침실로 들어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침대 옆 테이블 서랍에 넣었다.

그 후, 아버지는 우리가 여행가기 전 미처 정리하지 못해 어질러진 집안을 둘러보시곤 가벼운 미소를 지으셨다.

그는 조용히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얼굴에는 그리움과 미련이 가득 맺혀 있었다 .

그의 시선은 아쉬운 듯 집안의 모든 곳에 오래동안 머물렀다.

청소를 마친, 아버지는 거실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자애(慈愛), 미련, 애모(愛慕), 행복 등 세상의 모든 감정이 아버지의 얼굴에서 나타났다.

한참 후,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고, 훨씬 나이든 모습으로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가 구두를 신었다.

아버지는 미련이 남는 듯 마지막으로 집안을 한 번 더 둘러본 다음 천천히 문을 열고 나가셨다.

문이 닫히자 영상 속에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집안의 풍경만이 남게 되었다.

나는 우리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까지 영상을 빠르게 재생하였지만 더 이상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순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서랍에 남기고 간 서류봉투가 생각나서 컴퓨터를 끈 후, 재빨리 아버지의 방으로 달려갔다.

서랍에는 갈색 종이로 만든 서류 봉투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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