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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아내의 월하노인이 되었다-81화 (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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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가 매일 낮 동안 외출하는 것에 궁금증이 일었지만, 아버지에게 따로 물어볼 수는 없었다.

결국, 그것은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회사에 있을 때, 나는 아버지의 외출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다.

설마 아버지가 성욕을 참지 못하고 아가씨(小姐:몸을 파는 여자, 중국 은어)를 만나러 간 건 아닐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몰래 샤오잉과 '밀회(幽會)’를 나누는 걸까?

하지만 이 모든 의문들은 나에 의해 바로 기각됐다.

아버지는 지금 나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어서, 수입원이란 게 아예 없으시다.

그런데 아가씨를 만나러 갈 돈이 어디 있겠는가?

알다시피, 현재 아가씨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샤오잉과 밀회하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요즘 집에서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샤오잉은 줄곧 아버지를 냉담하게 대하며 한 마디의 말도 주고받지 않는다.

심지어 샤오잉은 등 돌린 상태에서도 아버지에게 좋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밀회라니.... 불가능하다.

나는 아버지가 외출하여 무엇을 하는지 실마리 조차 잡을 수 없었다.

이 무렵, 본사의 분기별 종합감사가 있어서, 나는 정신없이 일에 매진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샤오잉과의 여행을 종합검사가 끝날 때까지 보류해야만 했다.

어느덧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내가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샤오잉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도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샤오잉이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탓인지, 저녁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되면 조용히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래서 요즘 저녁식사는 거의 샤오잉이 준비했다.

샤오잉도 될 수 있는 한 일을 만들어 아버지와 마주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샤오잉은 아직도 청백지신의 몸을 완전히 잃게 된, 그날 밤..

아버지의 ‘위약(失約)’을 쉽게 잊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버지에 대한 샤오잉의 원망(責怪)이 다소 누그러지긴 했다.

사실, 샤오잉은 성적으로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아버지에게 준 상태였다.

구강성교, 다리성교, 애무 등…

하지만 키스와 삽입만은 항상 그녀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나라는 존재가 아버지와의 성관계를 끝까지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약속(約定)을 어기고 강제로 자신의 청백지신을 빼앗아 갔으니 샤오잉이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는 샤오잉의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내 계획을 다음 단계로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

"진청, 샤오잉, 나는 일자리를 찾았다. 내일 짐을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할 생각이다.”

저녁 식탁에서 밥을 먹던 아버지가 우리에게 건 낸 한마디의  말이 나와 샤오잉을 일순간 굳게 만들었다.

일자리를 구하셨다고요?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는 뜬금없이 자신이 취직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제서야 아버지가 낮동안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낮 시간동안 일자리를 찾았던 것이다.

"아버지, 농담이시죠? 왜 직장을 구하신 거예요?

나와 샤오잉의 월급만으로도 가족을 부양하기엔 충분해요.

이제 집에서 편히 쉬시기만 하면 되는데, 뭣하러 나가서 일을 해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짐작되었지만 아버지가 늙은 몸을 이끌고 일한다는 말을 듣게 되자 가슴이 아팠다.

이 말을 듣고 샤오잉 또한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당혹감과 더불어 아릿한 슬픔이 얼굴에 맺히기 시작했다.

"농담 아니야. 게다가, 나는 아직 60살도 아니고, 여전히 건강해.

이제 하오하오도 유치원을 다니고 있어서 더이상 내가 돌볼 필요가 없잖니.

알다시피, 난 평생을 시골에서 살았는데 느닷없이 도시로 나오게 됐어.

솔직히, 요 몇 년을 도시에서 살았지만 나는 아직도 농촌이 그리워.”

이때, 아버지는 고개를 들고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비록, 웃고 있지만 나는 아버지의 표정에서 가슴 속 무력함과 절망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다.

"농촌? 집을 떠나 일하시는 곳에서 산다는 말씀인가요? 시골에서 일할 생각이세요? 어떤 직업을 찾으신 거예요?"

나는 의문으로 가득 차 아버지에게 다급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란다. 쉬운 일이야.

장신섬(江心島: 강 안에 위치한 섬)에서 풍력발전 시설과 농작물을 돌보는 거야.

경비원처럼, 육체적인 일은 거의 없어.

게다가 장신섬은 경치가 매우 뛰어나.

그리고 섬에서 각종 채소를 재배하고 가금류도 키울 수 있어.

그 일은 내가 시골에서 하던 일과 비슷해서....

나는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어.”

여기까지 들으니, 나는 비로소 아버지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얼빈은 쑹화강(松花江)과 가깝고, 쑹화강 중앙에는 많은 장신섬들이 있다.

지금은 국가가 녹색사업을 장려하고 있어서 많은 장신섬에는 풍력발전소가 우후죽순 설치되고 있다.

또한, 장신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직접 옥수수 등 다양한 농작물을 심기도 한다.

아버지는 바로 그 장신섬에서 경비원으로 일하시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장신 섬들은 소형 보트로만 갈 수 있으며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지금 아버지는 집을 떠나 세상과 동떨어진 곳으로 떠나려 한다.

나는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아버지는 끝내 고집을 부리시며 장신섬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나는 그가 완고하게 고집을 부리면, 아무도 그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

샤오잉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아버지가 서로를 설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을 아꼈다.

그녀도 아버지가 집을 떠나시려는 이유를 짐작했을 것이다.

비록 아버지가 그녀에게 ‘상처(傷害)’를 준 것은 맞지만, 그 잘못이 전적으로 아버지의 탓만은 아니라는 걸 그녀 또한 잘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샤오잉도 아버지를 완전히 용서할지 모른다.

샤오잉이 아버지에게 그동안 냉담했던 것은 마음의 상처가 아직 충분히 아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막상 아버지가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듣게 되자, 샤오잉은 줄곧 안타까운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놀람과 당황에 젓가락을 든 손마저 가늘게 떨었다.

샤오잉은 가끔씩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은 내가 아버지를 설득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아버님, 당신은 연세가 많으시고, 일을 해도 늘 조심성이 없으세요. 집을 나가시면 저와 진청은 아버님을 잘 돌볼 수 없을 거예요"

내가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자 샤오잉은 참지 못했는지 아버지를 바라보며 이 말을 꺼냈다.

샤오잉의 이 말은 단 몇 마디에 불과했지만,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엔 충분했다.

왜냐하면, 그 한마디의 말은 그 사건 이후, 샤오잉이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건낸 첫마디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를 설득하지 마렴.

너희가 정말 나를 위한다면, 나를 지지해 주길 바래.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기 때문이란다.

예전엔 하오하오를 돌보느라 시간과 기회가 없었지만, 이젠 나에게도 시간적 여유가 생겼어.

그러니 너희가 내 소원을 들어주렴."

샤오잉의 말을 들은 아버지의 눈에 잠시 기쁨의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았다.

아마도 요 며칠 동안 샤오잉의 ‘행동’으로 인해 아버지의 마음은 큰 상처를 받아 굳어 버린 것 같았다.

샤오잉의 설득 조차도 그의 굳은 마음을 돌리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만약 효과적이였다면, 아버지는 샤오잉의 말에 크게 기뻐하며 고집 또한 꺽으셨을 것이다.

결국 샤오잉과 나는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다음날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생필품과 귀중품(細軟)을 싸고 있는 아버지를 내가 돕자 샤오잉도 옆에서 묵묵히 거들었다.

샤오잉은 하오하오를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에 나 혼자 아버지를 장신섬에 모셔다 주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 나는 100위안을 주고 작은 보트를 전세내야 했다.

아버지가 일하는 장신섬은 풍경이 수려했고 공기 또한 맑았다.

얼마전에 아버지가 외출하셔서 낚싯대 등을 사오셨기 때문에, 한가할 때는 섬에서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무릉도원 같은 이 장신섬에 아버지가 산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작은 장신섬에는 아버지 밖에 살지 않아서, 그는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장신섬 중앙에는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아주 작은 벽돌집이 한 채 있었다.

방 뒤편으로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 방은 아마도 창고용으로 사용될 것 같았다.

집은 오래되어 낡은 것만 제외하면 아버지가 일상생활을 하는 것엔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다만, 아버지는 때때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육지로 나가야 했다.

나는 늦은밤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아버지가 떠나 텅빈 집을 보자 왠지 모를 쓸쓸함과 자책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가 잘못한게 아닐까?

이 모든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만약 내 변태같은 '이기적 욕망(私欲)'이 아니었다면 아버지가 집을 떠나 작은 섬에서 혼자 사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요즘도 나는 밤에 샤오잉이 잠들면 예전처럼 감시 영상을 켠다.

다만, 아버지가 집을 떠난 후, 이 장비들은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 되버린 것 같았다.

나는 영상을 통해, 샤오잉이 집안 청소와 저녁밥을 지은 후, TV도 켜지 않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서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샤오잉의 모습을 보면 지금 그녀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 지금 샤오잉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고 있다.

가끔 그녀는 거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그 사진은 하오하오의 첫 돌에, 나, 아버지, 샤오잉, 하오하오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바라보면서...

샤오잉은 때때로 핏줄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소파를 꽉 움켜쥐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자책과 후회가 배어 있었다.

샤오잉 또한 나처럼 잃은 후에야 소중함을 깨달은 것일까?

아마도 아버지가 집을 떠나간 사건이 샤오잉의 내면에 큰 자극을 준 것 같았다.

여태껏, 샤오잉은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샤오잉은 아버지와의 친밀한 접촉을 거친 후,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가족애만이 아닌 또 다른 굴레(羈絆)가 하나 더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어쨌든 아버지는 자신을 철저히 점유한 또 다른 남성이다.

그 후로... 나는 정기적으로 생필품들을 사들고 장신섬에 방문했다.

방문할 때마다 나는 점점 야위어져만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 해야 했다.

또한, 그는 소통을 하지 못해서 인지 정신마저 둔해 보였다.

그리고 섬에서의 생활이 너무 지루했기 때문인지 아버지는 실제로 수년 동안 끊었던 잎담배(旱煙)를  다시 입에 무셨다.

시골에 있을 때, 아버지의 손에서 담배가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할 정도로 그는 애연가였다.

근데,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 아버지는 하오하오의 건강을 위해서 30년 동안 피워온 담배를 단호하게 끊으셨다.

그런 아버지가 담배를 다시 집어들었다.

아버지가 다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집에 돌아오자 샤오잉은 내게 아버지의 근황에 대해 넌지시 물어 왔다.

비록 아주 자연스럽고 함축적인 질문이었지만, 나는 샤오잉이 여전히 아버지를 걱정하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버지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해 얘기할 때,미간을 살짝 찌푸렸던, 샤오잉은 아버지가 수년 동안 끊어 왔던 잎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고 말하자, 감정을 억제 할 수 없었는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면서 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밤, 샤오잉은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뒤, 욕실에 쪼그려 앉아 입을 가린 채, 한참을 울은 후에야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욕실에서 조심스럽게 빠져 나왔다.

이런 샤오잉의 모습을 나는 의도치 않게  감시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장신섬에 갈 때마다 아버지께 집에 다시 돌아오시라고 설득하였다.

비록 그때마다 실망해야 했지만, 나는 쉽게 포기 할 수 없었다.

샤오잉은 아버지에게 미안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내가 장신섬에 갈때마다 함께 가기를 거부했다.

다만, 아버지가 걱정되고 그리울 때면.

샤오잉은 항상 거실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생신이 돌아왔다.

나는 아버지에게 생신 날만은 집에서 함께 보내는 게 어떻겠냐며 여러번 전화를 했지만 그는 매번 거절로 일관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생신 날, 장신섬에 가기로 마음 먹고 그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샤오잉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는지 이번에는 나와 함께 장신섬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아버지의 생신 선물로 무타이(茅臺) 두 병을 샀다.

생신을 축하할 겸, 나는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설득할 생각이다.

그동안 샤오잉도 아버지를 위해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샤오잉이 준비한 선물은 고풍스러운 포장지로 포장되어 있었다.

나는 은근슬쩍 샤오잉에게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물어 보았다.

하지만, 샤오잉은 나에게 '그냥, 아버님께 드릴 생일 선물이야' 라고 답할 뿐, 끝내 안에 담긴 선물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샤오잉이 이렇듯 신비롭게 감추는 걸 보자, 나는 그 안에 담긴 선물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선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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