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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벌어질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이미 많은 생각을 했었지만, 나는 샤오잉이 갑자기 여행을 제안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샤오잉의 이런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는 당황하여 입을 벌리고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거렸다.
"남편, 왜 그래요?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렇게 놀랄 필요 없잖아요?”
내가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자 샤오잉은 얼굴을 붉히며 삐진 척했다.
"아, 아…아니야.....아무것도, 나도 여행 가고 싶어.
알았어. 근데 시간이 날 때까지 조그만 기다려 줘. 내가 꼭 같이 갈게. “
샤오잉에게 허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는 재빨리 대꾸하며 고개를 숙인 채, 식탁 위의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특별히 정성 들여 만드셨는지, 오늘 음식은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나만이 느낄수 있는 특별한 맛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같았는데.......
그것은 바로 ‘죄책감’이라 불리는 맛 이었다.
"결혼하고 단둘이 여행을 간 적이 없잖아.
한 번 더 신혼여행 가는 셈 치고 우리 둘이 여행가는게 어떨까?"
샤오잉이 허겁지겁 먹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좋지... 다만, 아버지만 혼자 집에 두고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아버지는 아직 완쾌되지 않으셨잖아...."
나는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샤오잉에게 말한 후, 그녀의 표정 변화에 주목했다.
"아니야.... 아버지의 몸은 지금 건강해요."
아버지에 대한 말을 꺼냈을 때, 나는 샤오잉의 눈에서 혐오와 분노의 빛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실, 아버지의 몸엔 전혀 문제가 없다.
어젯밤의 강한 ‘전투력(戰斗力)’에서 알 수 있듯이 오히려 매우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나의 생각은 속으로만 말할 수 있을 뿐 샤오잉에게는 표현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몸은 지금 건강해요’….. , 무심코 뱉은 샤오잉의 이 말이 나에게는 유의미하게 들린다.
이렇게 특별한 저녁 식사가 끝났다.
샤오잉은 아버지가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그녀의 식사량이 평소와는 많이 달랐지만 나는 그것을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이미 낮에 집안의 모든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오늘은 굳이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었서 식사를 마친 후, 나는 매우 일찍 침대에 누웠다.
내가 침대에 눕자 샤오잉은 옆으로 몸을 돌려 내 품에 조용히 안겼다.
나는 그녀를 껴안은 채,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왜 샤오잉이 갑자기 여행가고 싶다고 말했을까?
혹, 어젯밤 있었던 '두 사람만의 세계' 대한 죄책감으로 나에게 보상을 해주려는 걸까?
아니면 어젯밤의 과오로, 나를 잃는 것이 두려워져 나와 함께 있는 모든 시간들을 소중히 보내고 싶은 걸까?
어쩌면 샤오잉은 단지 어젯밤에 일어났던 모든 불쾌한 기억들을 잊기 위해 여행을 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어젯밤... 아버지가 그녀에게 남긴 기억은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다만 샤오잉은 나와의 여행을 통해 그 기억들이 조금이나마 희석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샤오잉을 껴안은 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고 샤오잉과 나는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젯밤의 자극을 통해 지금 내 병(病情)은 분명히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이 남다른 치료법의 결과는 기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다만 내 병이 호전된 것과는 별개로..
아버지의 성기와 비교하면 내 작은 성기는 불치병을 얻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그 불치병은 선천적으로 형성된 것이기에 결코 치료될 수 없다.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음경이 꼿꼿하게 발기하기 시작했다.
성욕이 솟구치자 나는 샤오잉과 한 번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결국, 내가 샤오잉과 마지막으로 섹스를 한 이후 이미 길고 긴 시간이 흘렀다.
나는 샤오잉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후, 손을 아래로 움직여 샤오잉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다른 손으로는 샤오잉의 풍만한 34D 젖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흠….."
내 애무에 자극받게 되자 흥분한 샤오잉이 작은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샤오잉의 이 신음 소리는 가식 없이, 전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며 나와 샤오잉의 호흡은 점점 빨라졌다.
내가 샤오잉의 잠옷을 벗기기 위해 첫 단추를 풀었을 때.
눈을 감은 채, 내 손길에 호응하던 샤오잉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내 손을 꽉 움켜 쥐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왜 그래? 샤오잉.."
나는 의아한 눈빛으로 샤오잉을 바라보았다.
혹, 지난밤의 사건이 샤오잉의 가슴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긴 건 아닐까?
샤오잉….제발 그러지 마….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요 며칠 몸이 조금 불편해. 내일 약을 사려고 했는데…, 하체가 좀 가려워요."
샤오잉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말했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면 정말 속아 넘어갔을 정도로 샤오잉의 어투는 자연스러웠다.
샤오잉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비로소 그녀가 거절한 이유를 떨올릴 수 있었다.
어젯밤 아버지가 자신의 상체에 남긴 키스 자국을 감추기 위해 두꺼운 잠옷을 꺼내 입었는데, 내가 잠옷을 벗기면 모든 흔적이 내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다행히 어젯밤 충격으로 인해 그녀에게 섹스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건 아니었다.
"미안해요, 진청. 이틀후에 내가 잘 모실께요. 알았죠?"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나를 보곤 샤오잉은 내가 화난 줄 알았는지 내 겨드랑이에 더욱 얼굴을 파묻으며 위로하듯 말했다.
이유를 알게 된 나는 더이상 샤오잉에게 강요할 수 없었다.
나는 샤오잉에게 왜 갑자기 두꺼운 겨울용 잠옷을 입었는지 묻지 않았다.
잠옷이 지금 계절과 맞지 않아서 굳이 들추어,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젯밤 한숨도 못자서 너무 피곤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집안의 모든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서 안심이 됐기 때문인지.
나는 금새 잠이 들었다.
잠결에 부드러운 손이 내 볼을 어루만지고, 얼굴 위로는 따뜻한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만 너무 피곤해서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땐, 이미 밝은 햇살이 침실로 쏟아져 들어 온 이후였다.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켜고 옆을 보니, 샤오잉은 이미 일어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거실로 나가자, 샤오잉은 앞치마를 두른 채,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진청... 잘 잤어? "
샤오잉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이때, 거실에는 나와 샤오잉 둘뿐이었고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잘 잤어, 정말 오랜만에 푹 잔 것 같아."
나는 기지개를 켜며 샤오잉에게 대답했다.
"근데....당신,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나는 당신이 하도 심하게 코를 골아서 밤새도록 잠을 설쳤는데... 칫...”
샤오잉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확실히 지금 샤오잉의 얼굴은 매우 초췌해서 나는 그녀가 어젯밤 잠을 설쳤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잠을 설친 이유가 정말 내가 코를 골았기 때문일까?
아버지가 아직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나는 그가 죄책감과 슬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아버지의 침실 문을 열고 들어 가자, 침대 머리맡에 몸을 기댄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 또한 잠을 설친 듯, 그의 눈은 핏발이 선채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나를 볼 면목이 없어서인지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아버지, 몸은 괜찮아 지셨어요? 안 괜찮으시면 저랑 오늘 병원에 가실래요?"
나를 회피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괜찮아, 점점 나아지고 있어."
아버지는 내 눈을 피해, 침대 끝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혹시 성약의 후유증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아버지의 목소리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일어나서 식사하세요. 어젯밤에도 드시지 않으셨잖아요. "
"어….알았어."
아버지 또한 조만간 마주해야 하며, 계속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생각했는지 한숨을 쉬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식탁에 앉을 때, 서로를 힐끗 바라보았을 뿐, 식사하는 동안 서로에게 아무 말도 건내지 않았다.
"아버지... 샤오잉과 저는 조만간 여행을 갈 거예요.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
여행에 아버지를 모시고 갈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한 나는 이 자리에서 아버지께 여쭤보기로 했다.
아버지만 혼자 두고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난 ‘효심’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없어 아버지에게도 여행을 권했다.
내가 이 질문을 하자, 아버지와 샤오잉은 둘다 눈에 띄게 당황했다.
아버지도 어젯밤 침실에서 나와 샤오잉의 대화를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그는 샤오잉이 자신을 제외한 부부만의 여행을 원한 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 또한 샤오잉의 말을 따를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생각지도 못한 나의 권유에 아버지는 살짝 감동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반대로, 샤오잉은 내가 자신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과 실망의 기색으로 역력했다.
아버지는 내 얼굴은 한 번 보시곤 희망 섞인 눈빛으로, 샤오잉을 곁눈질 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샤오잉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게 분명했다.
샤오잉은 보통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이다.
‘네, 아버님, 같이 가요.’
다만 이때 샤오잉은 고개를 숙여, 아버지와 나를 외면한 채, 식사에 열중할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무슨 말을 의미하는지 우리 모두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냥 너희 둘만 가렴, 난 늙어서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구나, 그냥 조용히 집에 있을게. 하오하오만 보러 가고 싶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더니 너무 보고 싶구나."
나는 샤오잉의 입에서 어떤 말도 나오지 않자 아버지의 얼굴에는 깊은 실망과 슬픔이 맺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아버지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샤오잉과 화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앞으로 둘 사이에 친밀한 접촉은 더이상 없을지라도.....
이때, 아버지는 샤오잉과 다시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만족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샤오잉은 그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에는 슬픔보다 더한 절망이 깊게 맺혔다.
아침 식사 후,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나는 샤오잉과 여행갈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빠르게 업무를 진척시켰다.
며칠 후...
아버지가 처가댁에서 하오하오를 집으로 데려왔다.
4식구가 함께 생활하자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다만, 아버지와 샤오잉은 꼭 필요한 의사소통을 제외하곤, 서로에게 한 마디의 말도 건내지 않았다.
그 둘은 의식적으로 서로를 피하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가끔은 나를 의식해서 짧게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그런 연극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더없이 어색하게만 비춰졌다.
이제 하오하오도 4살이 되었다.
우리는 하오하오의 조기 교육을 위해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나는 처음 샤오잉이 이 얘기를 꺼냈을 때, 하오하오가 너무 어려 걱정이 되었지만, 요즘은 4살 때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아버지에게 우리의 생각을 말하자 그는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결국엔 나와 샤오잉의 의견에 따라 주셨다.
하오하오는 우리가 출근하면서 유치원에 등교시킨 후, 샤오잉이 퇴근하면서 데려오면 되기 때문에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또한, 점심도 유치원에서 제공되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낮동안 하오하오를 신경 쓸 필요는 더 이상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아버지의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여전히 매일 집에서 감시 영상을 확인했다.
내가 집에 없을 때, 샤오잉과 아버지는 기본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특히나 샤오잉은 아버지에게 시선 조차 건내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말을 건낼 때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언제까지 이대로 지속될까?
영상을 통해, 나는 아버지가 이 무렵 매일같이 외출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하얼빈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기본적으로 장을 보러 나갈 때 외에는 밖에 잘 나가지 않으셨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종일 외출을 하신다....
아버지는 도대체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하시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