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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아내의 월하노인이 되었다-79화 (7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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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상의를 벗자 샤오잉은 문 앞에 있는 시계를 보며, 내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샤오잉은 이를 악물며 좀 전에 가방에서 꺼낸 봉투에서 물건들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소독용 알코올과 여러 약품들이었다.

샤오잉은 면봉을 집어들어 소독용 알코올에 담갔다가 아버지의 어깨에 난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그 상처는 어젯밤 샤오잉이 물어서 생긴 이빨 자국이었고 이빨 자국 위로 피가 맺혀 있었다.

샤오잉은 초조한 듯 빠르게 아버지의 어깨와 팔에 생긴 상처를 소독한 후, 소독한 부위에 반창고를 붙여 갔다.

양쪽 팔에 긁혀 생긴 부위에 6개, 어깨에 물린 부위에 2개의 반창고를 다 붙이고 나서, 샤오잉은 또 다른 대형 고약(膏藥)을 꺼내 아버지의 어깨에 붙여 주었다.

"이 손목 밴드 두 개를 가져가세요.

만약, 진청이 물어보면 이틀 동안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하다가 근육에 무리가 갔다고 하세요.

어깨에 붙인 고약은 오십견(肩周炎:어깨 결림)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약이며, 어깨 결림이 재발했다고 말하세요.

요컨대, 저는 진청이 어젯밤 일을 몰랐으면 좋겠어요."

샤오잉은 고약을 붙여주고 나서 딱딱한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두 개의 손목 밴드를 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그 손목 밴드는 신축성 있는 면 소재로 만들어져 손목을 보호하는데 주로 사용한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농구할 때 항상 가지고 다니며 애용했던 물품이다.

나는 샤오잉이 흔적을 감추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쓸 줄은 정말 몰랐는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우선 아버지의 팔은 원래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손목 보호대를 사용하여 팔에 생긴 생채기를 딱히 의심받지 않고 가릴 수 있다.

게다가 아버지는 너무 어린시절 때부터 무리하여 육체노동을 하셨기 때문에 항상 어깨 결림으로 고생하셨다.

그래서 연세가 드신 후부터, 아버지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그것을 종종 붙이곤 했었다.

샤오잉의 후속 조치는 매우 치밀해서 지금 상황에 매우 ‘적절한 대책(因地制宜)’이라 말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대화할 때, 샤오잉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 요점만 아버지에게 전달했을 뿐.

말하는 내내 어투가 매우 차가워서 아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샤오잉의 차가운 말을 듣고 난 뒤, 아버지의 얼굴에는 씁쓸한 빛이 묻어나기도 했는데, 티가 많이 나지는 않으셨다.

아버지는 그저 대답으로 고개를 약간 끄덕일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샤오잉은 아버지를 위해 상처 치료를 끝낸 후, 가방을 들고 침실로 들어가려 했다.

다만, 손잡이에 손을 얹었을 때, 샤오잉은 아버지에게 등을 돌린 채,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진청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딴 생각은 하지 마세요."

샤오잉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은 자신이 아버지를 치료한 것은 단지 두 사람의 흔적을 나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했을 뿐이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것은 아버지가 ‘혼자 착각하여 오해하지(自作多情)’ 않도록 하기 위해 꺼낸 말로써, 앞으로는 철저히 아버지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냉담한 말을 들은 아버지의 내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축 처진 어깨를 보자 나도 모르게 아버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결국, 그는 그저 ‘색(色)자 위에는 칼 한 자루가 있다’는 말처럼 성욕에 지배된 노인이며 가장 단순한 남자일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인의 석류 치마 아래 쓰러졌는가…

내가 그렇게 많은 ‘안배(安排)’와 ‘부채질(推波助瀾)'을 하였는데, 어떻게 아버지가 버틸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이 다 내가 배후에서 계획하고 등 떠밀었기 때문에 생겨 난 일이 아닌가?

과연 이것이 아버지만의 잘못 일까?

아버지의 잘못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장 큰 책임을 그가 떠안아서는 안된다.

그가 범한 실수는 정상적인 남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아버지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샤오잉의 차가운 말에 아버지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지만 내 생각은 아버지와 조금 달랐다.

샤오잉이 정말로 아버지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만 이 모든 일을 했을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흔적만 감추기 위해서였다면 아버지에게 손목 밴드와 고약을 붙여주는 걸로 충분했다.

굳이 소독하거나 반창고를 붙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러한 사소한 부분들은 샤오잉이 여전히 아버지를 신경쓰고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이 상처들은 그녀가 만든 것이다.

동시에, 아버지는 그녀의 시아버지이며 웃어른이다.

자신이 만든 상처들을 본 후, 과연 샤오잉은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어젯밤...깊은 교류가 있은 후, 샤오잉의 마음속에서 아버지의 위치도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다만, 이 모든 것은 나혼자만이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는 이때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지 못한 듯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후, 입술을 꽉 깨물어 흘러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 냈고 결국엔 눈가에 작은 흔적만 남겼을 뿐,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아버지는 앞치마로 눈가를 닦고, 이따금 코를 훌쩍이면서 샤오잉이 건내 준 손목밴드를 착용한 후, 서둘러 부엌으로 돌아갔다.

샤오잉은 침실로 돌아온 후,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지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지던 샤오잉은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잠옷 한 벌을 찾아 입었다.

그것은 긴소매와 카라가 달린 매우 보수적인 겨울용 잠옷이었다.

잠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에서 나는 샤오잉의 상체에서 비록 색이 많이 바래긴했지만 어젯밤에 아버지가 남긴 무스한 키스 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샤오잉은 키스 자국을 감추기 위해서 이 보수적인 잠옷을 입는 듯했다.

옷을 갈아입은 후, 샤오잉은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거의 매분마다 핸드폰을 바라보며 시간을 체크했다.

나와 마주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운 듯 샤오잉은 많이 초조해 보였다.

아버지가 모든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침실로 돌아가자 집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내가 영상에서 눈을 돌려 시계를 확인했을 땐, 어느덧 퇴근 시간이 지나 있었다.

결국은 마주해야 하기에 나는 팽팽하게 긴장된 얼굴을 문지른 후, 퇴근 준비를 시작했다.

퇴근 후, 나는 버스 안에서도 끊임없이 집에서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대처전략을 고심했다.

어느새 집 앞까지 도착했다.

어떤 얼굴로 샤오잉과 아버지를 마주해야 할까?

과연 나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집앞에 도착해서도 이런 상념들로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샤오잉이였다.

내가 집에 도착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자 샤오잉이 이유를 묻기 위해 전화했을 것이다.

전화벨이 울리자 나는 더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나는 통화를 거절한 후, 열쇠로 문을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자 집안의 모든 정경이 서서히 내 시야에 들어 왔다.

가장 먼저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겨울용 잠옷을 입고 달려오는 샤오잉의 모습이었다.

샤오잉은 내 품으로 달려와 나를 와락 껴안았다.

"무슨 일이야…? 여보"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샤오잉을 껴안으며 상냥하게 물었다.

동시에 나는 빠르게 거실을 둘러보았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침실에 계신 걸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여보."

샤오잉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 못 본 것뿐인데,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거야?이…바보…"

그녀의 몸에선 어젯밤 샤워하며 머금은 바디워시의 향기가 은은하게 맡아졌다.

나는 샤오잉을 살며시 밀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샤오잉은 눈가를 살며시 닦은 후, 양복을 손수 벗겨 주었다.

"그래, 어젯밤엔 당신이 집에 없었잖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 헤헤."

샤오잉은 나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난 그녀가 억지로 웃음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애써 슬픔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의 웃음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 만큼 자연스럽지 못했다.

"아버지는 어디 계셔?"

나는 거실을 둘러보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아... 아버님은 어깨가 결리고...... 몸이 좋지 않으셔서 아직 침실에 계셔."

내 질문에 샤오잉은 흠짓 놀라며 하마터면 양복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샤오잉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나에게 말했다.

"아…그럼, 나는 잠깐 아버지 좀 뵙고 올께”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꾸하곤 곧장 아버지의 침실로 걸어가며 곁눈질로 샤오잉을 관찰했다.

내가 아버지의 침실로 걸어가자.

혹 내가 단서를 찾게 될까 두려웠는지 샤오잉의 몸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 샤오잉의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거침없이 아버지의 침실 문을 열었다.

내가 아버지의 침실로 들어왔을 때, 아버지는 침대에서 옆으로 누운 채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는 내가 들어온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옆으로 누운 자세를 유지했다.

"아버지, 샤오잉한테 몸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많이 안좋으세요?”

"아…, 아무것도…아니야...뭐, 어깨에… 염증이 도졌어. 손목 근...근육.....근육이 아픈 것 말고는 괜찮아, 좀 쉬고 나면 괜찮아 질 거야"

아버지는 너무 긴장했기 때문인지 샤오잉이 가르쳐준 미사여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버지, 왜 말하실 때 그렇게 떠세요? 정말 괜찮아요?"

"정말 아니야. 너는 빨리 가서 저녁이나 먹으렴. 나는 몸이 좋지 않아서, 오늘 저녁은 먹지 않을 거야.”

아버지는 나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한 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계속 식사를 권했지만, 아버지가 끝까지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나는 샤오잉과 단둘이 저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내가 흔적을 찾을까 봐 두려워했고, 나 역시 아버지와 샤오잉에게 이 모든 게 내가 계획한 사실을 들킬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난 '말이 많으면 반드시 실수한다(言多必失)’는 생각에 가능한 말을 적게 하려고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샤오잉은 입을 오물거리면서도 나를 향한 다정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샤오잉의 눈은 애정과 죄책감으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샤오잉은 나를 위해 반찬을 집어 주면서도 내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보았다.

오늘 나에게 건내는 그녀의 말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여보, 나 좀 데리고 여행가 줄래? 우리 둘만."

샤오잉은 갑자기 나에게 슬며시 이 말을 꺼냈다.

나는 음식을 씹고 있던 중, 그녀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져, 하마터면 입 안의 있던 음식들을 떨어뜨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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