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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아내의 월하노인이 되었다-51화 (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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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보고, 나는 그녀가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아직 마음속의 장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남편을 위해,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욕망을 참고 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자, 나는 매우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그녀가 아버지와 접촉한 과정을 보면, 30대인 그녀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근데, 오늘 샤오잉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버지의 손을 뿌리쳤다.

그것은 그녀의 내적 인내가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버지의 손을 뿌리친 것이, 오늘 아침 샤오잉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 이유일까?

그럴 가능성도 있다.

몇 분에 불과했지만 샤오잉은 내면의 긴 투쟁을 겪었고 그것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나는 영상을 계속 지켜보면서 샤오잉의 침실과 거실의 영상을 동시에 열어, 두 개의 창을 동기화했다.

샤오잉은 침실로 들어가 당황한 나머지 문을 잠근 후, 방문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것만 봐도 그녀가 이때 얼마나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문에 기대어 천천히 숨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아버지도 거실에서 자신의 곤혹스러운 감정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그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람처럼 초췌하고 실의 빠진 얼굴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버지는 똑바로 일어선 후, 눈을 감고 몇 번 더 깊게 심호흡하였다.

잠시 후, 눈을 뜬 그의 표정은 안정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는 묵묵히 TV와 거실 불을 끈 후, 훨씬 나이 들어버린 것처럼 구부정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침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샤오잉의 침실을 지날 때, 그는 애틋하고 그리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방문을 쳐다보았다.

사랑하는 연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그의 시선은 오래도록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애착이 담긴 깊은 한숨을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침실로 돌아와 천천히 문을 닫았다.

이때, 침실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던 샤오잉은 아버지가 TV를 끄는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몸을 돌렸다.

거실의 불이 꺼지자 밝은 침실과 대조를 이루었다.

샤오잉은 방문의 작고 흐릿한 창문에 얼굴을 붙인 채 거실에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버지의 허탈한 표정과 낙담하며 어색해 하는 모습을 본 것처럼 샤오잉의 눈에 한 가닥 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가 침실 문 앞에서, 그녀의 문을 애틋하게 바라볼 때, 불투명한 작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애절한 눈이 서로 마주쳤다는 것을 샤오잉과 아버지는 알지 못했다.

방문에 붙은 작고 불투명한 창문으로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샤오잉은 아버지의 훨씬 나이든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침실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아버지의 침실 문이 닫히는 순간, 샤오잉의 가슴앓이는 눈물로 바뀌었고,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은 뾰족한 턱을 따라 방울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버지의 침실 문이 닫히자, 샤오잉은 천천히 몸을 돌려 등을 문에 기대곤,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늙어 버린 듯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녀를 매우 가슴 아프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거절로 아버지의 자존심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샤오잉은 아버지와 함께 했던 모든 일들과, 그가 항상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샤오잉은 점점 더 슬피 울다가 서서히 몸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문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아서, 구부러진 무릎 위에 얼굴을 묻으며 두 손으로 무릎을 꽉 껴안았다.

얼굴을 무릎에 파묻어서 샤오잉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떨리는 어깨와 흐느끼는 소리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매우 슬피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은은한 울음소리가 고요한 침실을 더욱 음울하게 만들었다.

나는 거실의 영상을 닫고, 아버지의 침실에 있는 영상을 열었다.

아버지는 눈을 약간 감고 침대에 누워 계셨다.

그의 눈은 때때로 굳게 감겼다 펴졌고 얼굴에는 한 줄기 아픔이 맺혀 있었다.

아마도 그는 지금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용기 내어 고백한 남자처럼, 그도 샤오잉에게 용기 내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결국은 거절당해 그 고통을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천천히, 아버지는 이제 막 완쾌된 두 손으로 눈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의 거동이 이상하다 느껴져 카메라를 줌인(Zoom-in)하였고, 뜻밖에도 아버지가 극도로 슬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흐느껴 울고 있는 샤오잉과 괴로움에 눈물 범벅이 된 아버지를 보자 갑자기 가슴이 저려왔다.

지금 상황이 내가 원하던 것일까?

원래 샤오잉과 아버지에게 성복(性福)을 안겨 주려던, 내 계획이 두 사람을 이렇게 슬프고 고통스럽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울고 있는 샤오잉과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니터로 손을 뻗었다.

모니터 앞에 앉은 나는 정말 처음으로 망설여졌다.

상황이 계속되도록 놔둬야 할까?

아니면, 나는 그 둘을 계속 등 떠밀어야 할까?

지금의 상황은 사실 우리 셋에게 동시에 상처만을 주고 있다.

우리 셋은 동시에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건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다.

상황이 처음으로 내 손아귀를 벗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서 울고 있는 두 사람을 보자 나는 깊은 자책감에 빠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버지와 샤오잉은 서서히 슬픔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샤오잉은 일어나 티슈로 눈물을 닦은 뒤, 천천히 침대에 몸을 뉘었다.

다만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도 가끔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울었다.

지금 샤오잉과 아버지는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다.

오늘 밤은 두 사람 다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지금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추억 그리고 고뇌와 선택의 순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아침에 샤오잉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상은 두 시간이 넘게 지났고 마음속의 의구심이 풀리자 나는 컴퓨터를 끄고 잘 준비를 했다.

나는 결국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에 슬픔과 호기심이 지나가자 피로가 몰려왔고 눈꺼풀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막 컴퓨터를 끄려 할 때,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겨 있던 샤오잉의 눈이 갑자기 떠졌다.

그녀의 눈은 졸려 보이거나 흐릿하지 않고 매우 맑아 보였다.

샤오잉은 눈을 뜨고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샤오잉이 일어나자 나의 신경도 덩달아 팽팽해졌다.

샤오잉은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는 천천히 침실을 나섰다.

설마 샤오잉이 아버지의 침실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졸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샤오잉의 목적지가 어디일지 추측하고 있을 때, 샤오잉은 내 예상과 달리 화장실로 걸어 가고 있었다.

이걸 보자, 나는 샤오잉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간 샤오잉은 용변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수도꼭지를 틀어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방금 흘린 눈물을 씻어내고 머리를 맑게 하려 세수를 한다고 생각했다.

세수를 한 후, 샤오잉은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을 올려다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치열한 고민과 선택을 하는 것처럼 초점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몇 분 후, 샤오잉은 무언가를 결심한 것 같았다.

그녀는 빗으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잠옷을 매만진 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을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애썼다.

나는 그녀가 방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거울을 마주한 그녀의 표정은 갑자기 매우 편안하고 홀가분해 보였다.

그녀는 모든 슬픔을 씻어버리려는 듯 거울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후, 그녀는 몇 번의 심호흡을 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욕실 문을 나섰다.

비록 영상 속에서지만 샤오잉이 슬픔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나는 샤오잉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원래 나는 오늘 밤 돌아가서 샤오잉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매듭을 풀려고 했다.

만약 부득이한 상황에 이르면 샤오잉에게 나의 성적 취향도 고백할 생각이었다.

내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상 속, 샤오잉의 모습을 보자 더 이상 이런 나의 고민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더불어 결전에 나가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후, 샤오잉이 침실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내 예상 밖의 방향을 향하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우리의 침실이 아닌 아버지의 침실을 향해 확고한 발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침실을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긴장감이나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뒷모습은 너무나 단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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