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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아내의 월하노인이 되었다-29화 (2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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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을 가라앉힌 샤오잉은 벽에 기대어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웨딩사진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넋 빠진 듯, 우리 둘의 결혼식 사진을 보다가 그녀의 눈에 차츰 눈물이 고였다.

샤오잉은 천천히 걸어가 웨딩사진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진을 보자 내가 생각났는지 샤오잉은 전화기를 들고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그녀와 나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이것을 보자 나는 오늘 밤, 샤오잉이 나에게 전화했을 때, 그 이상한 말투와 울음소리가 이해되었다.

나는 그녀가 나를 생각할 때마다 내면의 죄책감이 다시 불붙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진 속의 나를 보고 내 목소리를 듣게 되자,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샤오잉, 저녁 먹자구나."

샤오잉과 내가 한참 전화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아버지가 들어오는 것을 본, 샤오잉은 놀란 나머지 황급히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는 샤오잉과 통화할 때, 전화 키스를 하고 나서, 왜 샤오잉이 갑자기 전화를 끊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갑자기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버지 때문에 전화가 끊긴 것이었다.

나는 수화기를 귀에서 뗀 상태로 전화 키스를 하고 있어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제서야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

샤오잉은 급히 전화를 끊은 뒤, 돌아서서 서둘러 눈물을 훔친 후, 아버지와 함께 침실을 나왔다.

거실에 나와, 샤오잉과 아버지는 아주 조용히 볶음면을 먹었다.

서로 말을 걸지 않아서 국수를 먹을 때 나는 '후루룹후루룹' 소리만이 어색한 공간을 메웠다.

식사를 하던 아버지는 이따금 샤오잉을 쳐다보며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주저하듯 입을 다무셨다.

잠시 후, 아버지가 갑자기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샤오잉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샤오잉, 어젯밤 일은 정말 미안하구나.

어젯밤 나는 술에 많이 취해서 너에게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구나.

그냥 꿈이라고 생각해 주렴.

나는 앞으로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란다."

"아버님, 왜 그래요?

저는 당신을 탓하지 않아요.

어젯밤, 제가 얘기하지 않았나요?

그것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사실 진청과 저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불구하고 아버님의 감정을 배려하지 못했어요.

당신의 삶이 그렇게 외롭고 힘들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요.

아버님.....저는 아버님을 원망하지 않아요.

앞으로 제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릴께요."

아버지의 말을 듣게 되자 샤오잉이 살짝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수저를 내려놓고 똑바로 아버지를 마주보며 말했다.

"샤오잉...나는 너가 출근하고 나서 하루종일 어제밤의 일을 생각했단다.

비록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아직은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까 내가 너희 침실에 가서 식사하자고 말했을 때, 나는 너가 울고 있는 걸 봤단다.

난....난.....마음이 정말 아팠다.

나는 너가 고통받는 걸 원치 않아.

진심이야."

아버지는 매우 비통하게 말씀하셨고, 표정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죄책감은 이전보다 더욱 깊어 진 것 같았다.

그저 울고 있던 샤오잉의 모습을 보았을 뿐인데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욕망을 가차없이 포기하려 했다.

아버지는 나와 가족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어젯밤 일을 묻고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말을 듣자 나는 갑자기 컴퓨터 앞에 바짝 앉아 긴장하였다.

제발….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단 말이야..... 여태까지의 내 노력은 헛수고가 돼 버린다고....

"좋아요, 아버님이 정말 그렇게 느끼시고 계신다면 그렇게 할게요.

혹시라도 나중에 제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알았죠?

걱정 그만하세요... 몸 상해요."

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을 들은 샤오잉은 약간 실망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지만 그녀 역시 아버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녀 또한 마음속으로 나에 대한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금 '물고기와 곰의 발(魚和熊掌 不能兼得)'을 둘 다 가질 수 없고,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허무하다.

상황이 호전되고 있었는데….

안돼… 여기서 뒷걸음 치면...쇠뿔도 단김에 빼야 해.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아가도록 내버려 둘 순 없어.

나는 서둘러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식사를 끝낸 후, 두 사람은 식탁을 치우기 위해 일어났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먼저 설거지를 하려 앞다투어 나가다가 얼떨결에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손이 닿자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떨며 서로를 바라보고는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

잠시 후, 샤오잉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당황한 아버지가 먼저 손을 놓았다.

한동안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아버지는 잠시 샤오잉의 손과 맞닿은 자신의 손을 어루만졌다.

그 모습은 마치 샤오잉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의 감촉을 다시 떠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설거지는 너가 하거라.

나는 가서 하오하오를 보마."

그 후, 아버지는 거실로 돌아와 TV를 보면서 하오하오를 돌보았다.

샤오잉도 정신을 차리고 주방으로 들어가 설거지를 시작했다.

설거지를 끝마치고, 샤오잉은 평소처럼 인터넷을 하기 위해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거실에 머물며 아버지 옆에 앉아 함께 TV를 보면서, TV에 나오는 화제거리에 대해 가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이따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깔깔 웃었다.

둘 사이에 존재하던 장벽이 어느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다만 두 사람은 자신의 말투와 언어가 전과 다르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대화는 평범한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를 벗어난 모호함으로 가득하다.

때때로, 샤오잉은 아버지로부터 놀림을 받았고, 그때마다 샤오잉은 작은 주먹으로 아버지의 몸을 가볍게 두드렸다.

간밤의 사건으로 두 사람의 감정은 이전보다 한 걸음 더 가까워졌으며, 두 사람 사이에 이런 보이지 않는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모든 것이 예전과 다르다.

이런 걸 보면 적어도 수확은 꽤 알찬 것 같다.

불길에 계속 부채질하면 상황은 더 호전될 것이라 믿는다.

결국, 마음 속 장벽은 허물어 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겉으로는 그 일에서 벗어난 듯 보였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욕망의 씨앗이 뿌리내렸다.

이건 피한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아 가지 않는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고 그 곳에서 빠져나온 욕망은 때론 뜻하지 않은 사건을 일으키곤 한다.

잠잘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침실로 돌아갔다.

헤어질 때,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두 사람의 눈에는 한 가닥 열망이 감추어져 있다.

샤오잉이 먼저 침실로 돌아왔다.

잠시 침대에 누워있던 샤오잉은 잠이 오지 않는 듯 다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그녀는 웹페이지들을 검색하지 않고 바로 포럼에 접속했으며 포럼의 글들을 몇 개 읽은 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자, 샤오잉이 어젯밤의 일들을 지금 일기에 쓰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샤오잉은 죄책감, 혼란, 자책감, 행복, 그리고 만족감을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내며 글을 써 내려 갔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밤 11시가 넘었다.

넋 놓고 영상을 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절로 쓴 웃음이 지어졌다.

나는 영상을 끄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행했다.

영상속에서 샤오잉과 아버지는 각자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침대에 누워 있지만 어젯밤의 사건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는 오늘 밤도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실시간 영상은 계속되었고,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두사람의 모습을 보자 오늘 밤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이미 저녁 식사 중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휴......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둘 다 서로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지만, 나와 가족이 그들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것들로 인해 그들은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불안하고 실망스러웠지만 그것은 단지 인간의 본성이 아닌 이성으로 잠시 막고 있을 뿐이다.

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성관계를 맺었다면, 나는 샤오잉과 아버지에게 크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알고 있는 그 둘은 매우 이성적이고 순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생살이 익어 밥이 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며 생살이 익어 갈 수 있게 내가 장작을 더 집어넣어야만 한다.

갑자기 샤오잉이 방금 포럼에 썼던 일기가 생각났다.

그 안에 이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 샤오잉이 쓴 새 일기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나는 다시 실시간 영상을 모니터링 한 후, 샤오잉이 이미 컴퓨터를 종료한 것을 확인하고 포럼에 들어가 샤오잉의 계정으로 접속했다.

핑크릴리, 샤오잉은 아직도 그 닉네임을 바꾸지 않았다.

나는 다른 것을 볼 마음이 없었다.

나는 샤오잉의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운 게시물을 찾은 후, 새로 등록된 샤오잉의 일기를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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