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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아내의 월하노인이 되었다-28화 (2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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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보고 영상을 정지시켰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버지와 샤오잉은 진정한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

기껏해야 샤오잉의 허벅지를 이용해 유사성행위만 하였을 뿐이다.

진상을 알게 되자,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또한, 샤오잉이 나를 위해 마지막 보루를 지켜준 것에 감동받았다.

어쨌든, 어젯밤 샤오잉과 아버지는 두 사람의 관계에 큰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제 그 둘은 서로에 대한 욕망을 알게 되었으며 내 계획은 의도치 않게 큰 진전을 이루었다.

동시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샤오잉의 성욕을 해소하여 다른 남성과의 불륜도 막을 수 있고, 아버지의 성욕 또한 해소할 수 있어 아내를 잃은 후 외로워하는 노년의 행복 역시 찾을 수 있다.

샤오잉이 말했듯이, 아버지가 나에게 숨기고 알려주지 않는 한,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여전히 가족에겐 좋은 일이다.

적어도 장점이 단점보다 더 크다.

나는 샤오잉과 아버지가 나에게 숨기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불만도 느끼지 않았다.

아마 샤오잉이 나에게 숨기고자 한 것도 '선의의 거짓말(善意的謊言)'이겠지?

담배를 피우고 나서 나는 영상을 계속 지켜보았다.

샤오잉은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한 뒤, 침실로 돌아와 정액과 애액으로 가득 더러워진 침대 시트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샤오잉은 이불장에서 새 침대 시트를 찾아, 두 사람의 액체로 더러워진 침대 시트를 교체했다.

샤오잉의 동작은 매우 느렸고,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침대 시트를 교체하는 과정 중에 나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샤오잉의 얼굴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클라이맥스가 지나간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욕망에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했을 것이다.

비록 마지막 순결은 간직하고 있지만, 그녀는 또다시 나에게 말 못할 죄를 저질렀고 내면의 죄책감과 자책감은 그녀를 조용히 울게 만들었다.

샤오잉의 눈물은 아직도 낡은 시트 위로 떨어지고 있다.

시트 교체에는 보통 몇 분이면 되는데, 오늘은 10분 이상 걸렸다.

시트를 갈고 난 후, 샤오잉은 티슈를 꺼내 침대 끝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에선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고 가녀린 어깨는 잘게 떨렸다.

영상에서 샤오잉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자 내 마음도 아팠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옳은 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샤오잉의 눈물을 닦아주려 손으로 화면을 만졌지만 부질없는 짓 이었다.

한참을 울던 샤오잉은 빨갛게 부어 오른 눈으로 침대 머리맡에 있는 우리의 웨딩사진을 바라보았다.

샤오잉은 울먹이며 한 손에 휴지를 들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론 웨딩사진 속 나를 애잔하게 쓰다듬으며 죄책감, 자책감, 애정 그리고 그리움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샤오잉의 이런 모습을 보자, 걱정되기 시작했다.

샤오잉이 아직도 마음속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샤오잉이 정말 불행해진다면…

나는 평생을 후회할 것이다.

샤오잉은 내 사진을 쓰다듬으며 울고 있지만, 나는 그녀의 슬픈 눈물을 닦아 줄 수 없었다.

울다 지친 샤오잉은 천천히 새 시트로 교체된 침대 에 누운 뒤.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녀의 손은 침대의 나머지 절반을 쓰다듬고 있었는데 그곳은 내가 집에서 잘 때 누워있던 자리였다.

샤오잉은 눈물 흘린 얼굴에 옅은 행복의 미소가 지어졌고 그렇게 내가 누워있었던 자리를 한참동안 쓰다듬었다.

나는 그녀가 지금 나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 속에서 샤오잉은 눈물을 머금고 천천히 잠이 들었다.

샤오잉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몇 번을 흐느껴 울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고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 샤오잉을 위로하고 싶었다.

침실에 있던 아버지도 침대에서 뒤척이며 눈을 질끈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따금 일어나 무릎에 머리를 파묻고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손으로 움켜쥐며 자책하였다.

오늘 밤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괴롭고 긴 밤이다...

나는 샤오잉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로 영상의 시간을 조정했다.

샤오잉은 일어난 후에도 여전히 침울해 보였다.

다만 평소의 생활 패턴대로 얼굴을 씻고 천천히 화장을 했다.

출근 준비를 끝마친 샤오잉은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찾는 듯했고, 그것을 찾은 후엔 다소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통화 버튼에 손가락을 올린 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샤오잉은 통화 버튼에 손가락을 올린 채, 오랫동안 누르지 못했다.

나에게 전화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샤오잉은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나는 그녀가 아직도 어젯밤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샤오잉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은 뒤, 침실을 나섰다.

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을 때, 샤오잉은 아버지의 침실 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여러 가지 감정들로 얽혀 있었다.

도피, 혼란, 투쟁, 흐릿한 집착 등 복잡한 눈빛이었고 그것은 결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마침내 샤오잉이 집을 나섰다.

평소의 샤오잉이라면 손자를 돌보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냈겠지만, 아버지는 오늘 침실에서 나오지 않으셨다.

아마 아침 일찍 하오하오를 안고 자신의 침실로 간 것 같았다.

아버지 또한 지금은 샤오잉과 마주칠 자신이 없을지 모른다.

이때 침실에 있던 아버지는 침대에 걸터 앉아 하오하오를 안은 채, 방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방문을 통과해 출근하는 샤오잉을 지켜보는 것처럼........

그의 눈에는 자책과 그리움, 회피, 열망으로 가득했다.

샤오잉이 문을 나서는 소리를 들은 아버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일어나 침실을 나왔다.

방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매우 애처로워 보였다.

일과가 끝나면, 샤오잉은 보통 오후 5시에 집에 들어온다.

나는 오후 5시로 영상 시간을 조정했지만, 샤오잉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샤오잉은 지금 어디 갔을까?

거실에서 아버지는 초조한 듯 불안한 표정으로 자꾸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고 계셨다.

아마도 샤오잉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에 불안해 하는 눈치였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시계가 5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을 때, 마침내 현관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컴퓨터 앞에 앉은 나와 거실에 앉아 있는 아버지, 둘 다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현관 문이 열리자 아버지는 약간 몸을 떨면서 긴장하셨다.

문이 열리고 에메랄드빛 드레스를 입은 샤오잉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샤오잉이 들어 온 것을 본 아버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손자를 보는 척하며 하오하오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떨리는 어깨와 손이 그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샤오잉은 문으로 들어선 후, 고개를 숙이고 하이힐 샌들을 벗었다.

샌들을 벗는 동안에도 샤오잉은 결코 아버지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샤오잉은 샌들을 벗고 가방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제서야 샤오잉은 아버지를 곁눈질로 힐끗 쳐다본 후, 자신의 침실로 급히 들어가려 했다.

어쩌면 그녀 또한 아버지와 단둘이 거실에 있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때 아버지가 샤오잉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평소의 샤오잉은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께 인사를 드렸고, 아버지 역시 하오하오를 안은 채 샤오잉을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오늘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마디도 건내지 않았다.

샤오잉은 침실 문으로 들어가려다 갑자기 멈춰 서서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얕은 숨을 몇 번 들이마셨다.

"아버님, 하오하오가 잠들면 볶음면(炸醬面: 중국식 짜장면)을 만들어 주세요.

저는 오늘 너무 피곤해서 요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아버님이 만든 볶음면이 먹고 싶어요."

샤오잉은 마음을 다스린 후, 아버지에게 살며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매우 차분했다.

그녀가 이 말을 할때, 샤오잉의 얼굴은 아버지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방문을 향하고 있었다.

이 말을 끝내고 샤오잉은 도망치 듯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샤오잉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샤오잉 쪽을 바라보았지만 샤오잉은 이미 침실로 들어간 뒤라 닫힌 문 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 미소에는 안도감과 위로, 평안, 그리고 행복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재빨리 하오하오를 아기침대에 눕히고 부엌으로 달려가 샤오잉이 가장 좋아하는 볶음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샤오잉이 어젯밤 일 때문에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먼저 말 걸어 준 것을 알고 계셨다.

샤오잉이 예전처럼 자신을 대할 것이다.

샤오잉의 그 짧은 문장은 ‘화해’를 의미했다.

이때, 아버지는 행복감을 느끼셨을 것이다.

침실로 들어온 샤오잉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빠르게 들썩였으며 얼굴 또한 붉게 달아 올라 지금 그녀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방금 그녀는 침묵을 깨고 먼저 아버지에게 말을 건냈다.

그녀도 나름대로 굉장한 용기를 낸 것이었다.

부엌에서 분주하게 요리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얼굴에서도 차츰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도 아버지와 같은 옅은 행복의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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