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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아내의 월하노인이 되었다-18화 (1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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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오잉의 일기를 읽고 컴퓨터 의자에 앉아 긴 한숨을 쉬었다.

이 일기를 통해 나는 샤오잉의 욕망, 고뇌, 고통, 죄책감, 후회, 그리고 더 중요한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을 알게 되었다.

샤오잉의 일기에 드러난 아픔을 보자 한 가락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이런 계획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괴로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볼 일은 없었을 텐데 …

샤오잉의 현재 심리 상태를 생각하자, 죄책감과 괴로움에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이미 돌아갈 길은 사라지고 없으며 돌이킬 수 없기에 계속 전진해야만 한다.

내 예상 밖의 일이 없어야 하며 그 끝이 비극이 아닌 희극이 되길 희망한다.

우리 집은 스마트 세탁기를 사용한다.

그 세탁기는 일정량의 옷이 모이면 자동으로 세탁을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어젯밤 샤오잉이 벗어 놓은 잠옷이 아직 세탁기 안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컴퓨터를 끄고 욕실로 걸어갔다.

세탁기를 열고 착잡한 심정으로 잠옷을 찾았다.

그것은 외출 복 밑 가장 안쪽에 깊이 감춰져 있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발견될까 두려워 샤오잉이 일부러 깊숙이 감춰둔 것이었다.

나는 잠옷을 들어 천천히 펼쳐 보았다.

내 행동은 마치 다음 챕터가 궁금해 미칠 정도로 매력적인 소설책을 펼쳐보는 것처럼, 안에 담긴 내용물을 궁금해 했다.

잠옷을 펼치자 차츰 메마른 글의 본질이 눈앞에 나타났다.

잠옷에는 어젯밤에 아버지가 사정한 정액이 말라 하얗게 변색되어 있었고 그 흔적은 너무나도 뚜렷했다.

비록 말라붙었지만, 그 위에서 뿜어지는 강한 남성 호르몬의 냄새는 마치 방금 뿌려진 것처럼 강열한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어젯밤의 모든 것을 영상으로만 봤었다.

그것은 실시간 영상이 아니기에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적이지 않았다.

너무도 환상적인….영화였지만.....

이 잠옷에 묻은 흔적만이 내가 어젯밤에 본 모든 것이 실제 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나는 흥분을 억제하고 천천히 샤오잉의 잠옷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침대로 돌아와 깊이 잠든 샤오잉의 매력적인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기쁨과 사랑, 괴로움과 질투 그리고 후회가 있다.

샤오잉은 잠들며 가끔씩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꿈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무언가를 만난 것처럼 잠결에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샤오잉이 어젯밤, 아버지의 침실에서 있었던 일을 꿈꾸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꿈속에서도 어젯밤과 같이 고통과 근심에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 그녀의 옆에 누워,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녀와 아버지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이다.

나는 복잡한 기분을 가슴에 묻고 깊이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아버지의 침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기에, 나는 마음 졸이며 침실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두 번 다시 그런 애끓는 감정으로 기다리는 건 사양이다.

나는 이번 달 보너스를 사용하여 집에 있는 모니터링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

내 월급은(기본급+성과급)일정치 않아서 아내 몰래 '성과급'을 이용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나는 감시 카메라 판매자를 다시 찾아서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장비로 업그레이드를 요청했다.

일정 금액을 결제한 뒤, 판매자로부터 무선 공유기처럼 보이는 영상 송출 장치와 USB 플래시 드라이브처럼 보이는 USB동글(Dongle)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에 USB 동글을 꼽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집에 있는 영상 송출 장치와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조정하며 집안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집에 있는 공유기를 영상 송출 기능이 있는 공유기로 교체한 뒤, 오후에 출근하는 날을 이용해 새로 업그레이드한 장비를 시험해 보았다.

영상은 매우 선명하고 부드러웠다.

드디어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날 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애끓는 감정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기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래 본다.

고요한 일상이 며칠이나 지나갔다.

그날 아버지와 샤오잉의 격정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간 듯 평화로웠다.

샤오잉과 아버지는 가끔 서로를 몰래 관찰하며 욕망을 드러내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이 나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나는 지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 같은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때마침 이때,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있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는 심양(沈陽)에 있는 회사 본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 받아야 했기 때문에 왕복 일주일 동안 출장을 가야만 했다.

어느새, 나는 이 회사에서 5년을 일했고, 4번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 받았었다.

이번이 5번째이다.

집에 돌아온 후, 샤오잉과 아버지에게 나의 출장에 대해 전했다.

샤오잉의 눈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나와 샤오잉은 떨어져 있을 때가 거의 없었다.

내가 출장을 갔을 때나 집에 없을 때마다 샤오잉은 내게 자주 전화해서 안부를 물으며 나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했다.

샤오잉은 세면용품과 옷가지 등을 챙겨주었다.

샤오잉으로부터 한차례 당부와 여자들의 흔한 잔소리들을 피할 순 없었지만, 이러한 잔소리가 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기에 싫지 않았다.

내가 집을 비운 일주일 동안, 집에는 샤오잉과 아버지 단 두 명의 성인만 남게 된다.

내가 없을 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불꽃이 튈까?

샤오잉과 아버지는 서로에 대한 흥미와 욕망을 키워왔다.

아마, 이번 출장이 내 계획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복잡한 심정으로 10시간 가까이 떨어진 선양행 기차를 탔다.

나는 침대 칸에 누웠지만 엎치락 뒤치락거리며 쉬이 잠들지 못했다.

항상 내 머릿속에는 내가 비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며 고대하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선양에 도착했다.

내가 묵을 호텔을 찾았고 10시간의 기차 피로를 풀기 위해 곧장 침대에 누웠다.

샤오잉에게 3번이나 전화가 걸려 왔었다.

샤오잉은 내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하는 눈치였다.

"여보, 약 제때 챙겨 먹어요. 내가 곁에 없으니까. 자기 몸은 자기가 신경 써요.”

"여보, 동료들 만날 때 술은 적게 마셔요.  당신은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잊지 말아요."

"여보, 외출할 때 옷 두껍게 입으세요. 감기 조심해요"

샤오잉은 정말 집요했다.

내가 집을 나서기 전 그녀로부터 수없이 들었던 이 말들을 그녀는 다시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잔소리가 싫지 않았다.

그 또한 나를 향한 아내의 관심과 걱정이기에 그녀의 그런 말들이 내 마음을 오히려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선양에 도착한 첫날 밤, 나는 너무 피곤해서 감시 장비를 켜지 않았다.

첫날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고는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아침을 먹고, 본사로 차를 몰았다.

본사 세미나실에 앉은 후, 나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이라면 아침에 일어난 샤오잉이 전화해서 안부를 물었을 텐데?

하지만 오늘 아침 샤오잉의 전화는 없었다.

교육은 따분하고 지루했다.

강당에서 교육을 받을 때마다 나의 정신은 온통 딴 곳에 있었다.

집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 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왜 샤오잉이 오늘 아침 전화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했다.

마침내, 교육 과정의 첫날이 끝났다.

나는 동료와 친구의 친목모임을 거부하고 가볍게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침대에 걸터 앉아 노트북을 켰다.

이때, 샤오잉이 아침에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샤오잉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으려 했다.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

핸드폰 화면을 보니 샤오잉이었다.

나는 지체없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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