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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261화 (26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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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화 최후의 싸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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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전쟁은 끝났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계의 존재들과 몬스터들이 나타나 온 세상이 혼란에 빠졌었다. 그러나 갑자기 하늘을 뒤덮는 강렬한 빛과 함께 내려온 순백의 기사들이 그들을 지켜주었고 당하고만 있던 헌터들도 기세를 타서 반격에 가세했다.

말을 타고 도시를 계속 파괴하던 차원 <쉔니르>의 기병들은 소속 불명 군세에 의해 처참하게 쓸려나갔다. 제국의 구동 기사들은 용갑병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당하고만 있던 세계연합의 헌터들도 그들과 맞서 싸웠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던 게이트를 파괴하고, 혼란에 빠진 시민들을 안정시켰다. 그렇게 한 차례 흔들릴 뻔한 지구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끔찍한 재앙이 겨우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했었다.

그러나 안심하는 것도 잠시, 하늘을 울리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세계가 흔들렸다. 그들로서는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존재가 뿜어내는 힘의 여파였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끔찍한 두려움이 시민들을 휘어 감았다.

모두가 공포에 빠져서 공황에 빠지려는 순간 또 다른 기운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씻어주었다. 그것은 이 전의 것과는 전혀 상반되는, 단순히 느끼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힘이었다.

그 두 개의 힘이 서로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 여파만으로도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싸움은 거대했다.

시민들은 공포감과 안도라는, 그 미묘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면서 싸움의 중심지로 추정되는 장소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은 구름 너머의 아득히 높은 하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확인해 봐!”

세계연합의 상황통제실에서 직원들이 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겨우 상황이 잠잠해졌다 싶더니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폭탄이 터진 것이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기에, 세계연합은 당연히 다급해졌다.

“힘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는 거지?”

“규모는 추정되지 않습니다. 차, 차원진이 일어날 정도의 충격이 계속 퍼지고 있습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오버랭크 헌터들이 싸우는 곳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파장의 진원은? 위치를 추적해! 이대로 놔둔다면 차원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워낙 힘이 크게 퍼져있어서 특정 장소를 추정할 수 없습니다. 그,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은 매우 고고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만…….”

“인공위성은 어디에다 팔아먹었나! 당장 확인해!”

“차원진의 여파로 인공위성의 카메라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확인하려면 직접 그 근처까지 가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지금 저곳까지 가기엔 너무 위험…….”

“제길! 그러면 지금 어쩌자는 건데!”

통제실의 책임자는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무력함이 너무나도 증오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다, 당신들은……?”

갑자기 등장한 한성주와 김은혁을 알아본 책임자가 말을 더듬었다. 대한민국 협회 소속 S랭크 헌터인 김은혁은 정체를 잘 감춰서 모른다 하더라도, 차기 오버랭크 헌터이자 <칠성신>의 계약자인 한성주는 모를 수가 없었다.

둘이 갑자기 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책임자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혹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일련의 사태에 관해서 짐작하시는 바라도 있으시다는 겁니까?”

“저는 모르지만, 성주는 알고 있죠. 그렇지?”

“네.”

어딘가 쑥스럽다는 듯이 대답하는 한성주는 그 자그마한 입술을 움직이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설명 해 주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무엇 때문인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사태의 심각성과 당장 이쪽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까지. 전부 말했다.

“그, 그렇다는 것은 지금 강현찬 헌터님이 적의 우두머리와 싸우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허. 그분 또한 오버랭크 헌터인건 알지만, 어찌 이 정도의 힘을…….”

현찬이 강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또한 인간일 뿐이었다. 아무리 지금의 인간은 과거의 인간과 궤를 달리하는 초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로서의 한계는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재앙과도 같은 현상은 그런 인간이 일으켰다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차원과 차원을 막아주는 차원막마저 부서졌고, 심지어 지금도 실시간으로 차원진을 일으키며 세계가 흔들리고 있었다. 모든 짐승은 숨을 죽였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그런 일을, 지금 현찬이 일으키고 있다고?

“정확히는, 악신회의 주인인 자와 싸우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물론 강현찬 헌터님의 힘도 없지는 않겠죠. 그분은, 이미 오버랭크 헌터조차도 넘어서신 분이니까요.”

헌터에 급수를 매길 때 S랭크 이상이 되면 그때부터는 모든 것을 초월했다고 해서 ‘오버랭크’라 불렀다. 그런데 현찬은 거기서 한 단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뛰어넘어버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책임자를 향해, 김은혁이 짜증 어린 어조로 대꾸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강현찬 헌터님이, 적의 우두머리랑 싸우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쭈그린 채 기다리기만 할 겁니까?”

“맞아요. 저희는 이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돼요.”

소심한 한성주마저 앞으로 나서며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그녀는 부끄러움이 몰려왔지만, 지금은 그런 개인적인 감정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어서 시선을 피하거나 부끄럽다고 숨지 않았다.

“이제는 저희가, 강현찬 헌터님을 도와줘야 할 차례에요.”

그 올곧은 결의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책임자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연합 지부와 연결돼 있는 수화기를 쥐었다.

“연합 서울지부의 강권태다. 현 시각으로, 다른 지부 총책임자들에게 전한다.”

함께 싸우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김은혁은 뿌듯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

“무슨 일이지? 조금 전부터 힘이 좀 많이 빠진 것 같군.”

콰앙!

검과 검이 부딪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충격이 퍼져나갔다. 둘의 검이 충돌하는 순간 공간이 일그러졌다. 너무 강한 힘이 공간마저도 순간 왜곡시켰다. 차갑게 휘몰아치는 바람의 사이로 현찬은 테레이오스테를 고쳐 쥐며 악신회주의 미간을 찔렀다.

“웃기시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현찬은 속으로는 조금 조급해진 참이었다.

지구로 넘어오게 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심지어 둘의 싸움만으로도 지구 차원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반쯤 다른 차원의 습격으로 너덜너덜해진 지구가 이 너무나도 강한 힘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었다.

‘설마 내가 이 정도로 강해졌을 줄은 몰랐는데.’

설마 이런 순간에 힘 조절을 하며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전력을 냈다가는 정말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질질 끄는 것도 좋지는 않아.’

지금 추락하고 있는 이 거대한 덩어리. 악신회의 본거지는 일종의 거대한 성과도 같았다. 현찬과 악신회주의 싸움의 여파로 거의 7할 이상이 무너져 내렸지만, 워낙 튼튼하게 지어진 녀석이다 보니 차원진의 틈새에서도 일부 구역은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

원래 크기의 3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규모가 지금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이 고도 수만 피트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게 지구와 충돌하는 순간, 거대한 운석의 충돌에 맞먹는 파괴를 일으킬 것이다.

‘이거 상황이 너무 안 좋아졌는데.’

힘을 주고 싸우자니, 세계가 견디질 못하고 그렇다고 힘을 빼고 싸우자니 쉽게 결판을 낼 수 없었다. 완전 낙하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해서, 이대로 시간을 끌 경우에도 세계는 멸망하고 만다.

현찬은 일부러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그런 현찬의 속내를 꿰뚫어 봤다는 듯, 악신회주는 현찬의 검격을 의도적으로 막아내며 그 움직임에 제한을 두었다.

“이래 봬도 내가 오랫동안 지내오던 내 집이라서 말이지. 멋대로 파괴하게 둘 것 같나?”

“교활한 녀석.”

악신회주는 알고 있었다. 현찬이 지금 조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그 또한 지구로 넘어오는 것은 전혀 상정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킬 것이 있는 자는 그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되지. 안타깝게 되었구나. 세계의 의지에 지원을 받으면서도, 저 나약한 피조물들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다니 말이야.”

투구 속에서 현찬은 입술을 깨물었다. 놈은 역시 오랫동안 살아온 괴물답게 노련하고 치밀했다. 의도적으로 현찬의 조바심을 부추기기 위해서 그 또한 시간을 끌고 있었다. 이대로 본거지가 지면에 충돌하는 순간, 대 절멸이 시작될 테니까.

‘어쩔 수 없나.’

지름 수십 킬로미터의 거대한 덩어리가 떨어지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 공룡의 멸종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지구 표면은 물론이거니와 내부까지 뒤흔들 터였다.

그것이라도 막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는 개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 바라는 것은 단지 지구가 조금이라도 더 이 싸움을 버텨주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여기는 다른 차원이 아닌 지구이기에, 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거.’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현찬은 기운을 끌어 올리며 다른 신들을 불러내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현찬과 악신회주가 딛고 있는 이 거대한 성채가 크게 흔들렸다. 진동은 아래에서부터 전해져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현찬과 악신회주는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잡았다. 악신회주의 투구 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이건……?”

현찬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투구의 속에서 현찬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미소 지었다.

“하하. 이거, 남들 도와준 적은 있지만 이렇게 도움받는 것은 또 처음이네.”

쐐애액!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재차 성채가 크게 흔들렸다. 아래에서부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성채를 파괴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려한 유선형의 전투기들이 하늘을 가르며 성채를 스쳐 지나갔다.

[여기는 알파-1. 목표물에 전탄 명중했다.]

[이쪽은 팍스트로-3. 계속 공격을 쏟아붓도록.]

[인디아-4. 라져.]

[오스카-3. 알겠다.]

지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송기를 타고 날아온 헌터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 들어 성채를 공격한 것이었다. 대부분 원거리 공격에 능하며 마법을 사용하는 메이지나 주술사 계열의 헌터들이었다.

“모두 힘 다 쏟아부어라! 저게 지상에 떨어지게 놔두지 마!”

“강현찬 헌터가 싸움에 집중할 수 있게, 우리가 이 녀석이 떨어지는 걸 막는 거다!”

“조금이라도 쉬는 녀석 있으면 내가 평생 쉬게 해 줄 테다! 빨리 다 퍼부어!”

지원군이 계속 몰려왔다. 심지어 악신들과 싸움을 끝낸 오버랭크 헌터들도 지원에 나섰다. 아르테미스의 힘을 빌린 현지가 활을 쏠 때마다 성채가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눈부신 칠색의 용 <그랑데우스> 또한 하늘을 날며 입에서 브레스를 뿜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엔도 미즈호가 번개를 품고 있었다.

“알렉세이 씨!”

“그래!”

샤 또한 하늘을 날며 깃털을 흩뿌렸고 그의 손을 맞잡고 함께 날아온 알렉세이는 부서져 내리는 다른 파편들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가해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온 세계가 일어나서, 싸우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악신회주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이, 이 날파리 같은 놈들이!”

열등한 인간들이 설마 자신을 방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뜨거운 마그마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오랜 실패 속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분노.

마지막 기회에서 설마 계산에도 없던 인간들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악신회주의 분노에 부채질을 가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카앙!

악신회주는 가까스로 검을 들어 현찬의 공격을 방어했다.

“네 상대는 나잖아?”

“이 노옴!”

둘의 검이 부딪치며 청명한 파괴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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