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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248화 (248/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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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화 악신 토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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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막을 수 없다!’

현찬이 날린 압축된 마력 구체를 본 아지다하카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검은 구체는 블랙홀이라도 되는지 아지다하카가 난사하는 온갖 마법들을 흡수하면서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아지다하카는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가 마력을 운용하려는 순간 마치 무언가의 방해를 받는 것처럼 마력이 파훼 되었다. 그것은 검은 구체가 가까이 다가오면 올수록 더욱 심해졌다.

‘주변의 마력에 영향을 준단 말인가! 심지어 공간마저 왜곡하고 있다!’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 마력을 모을 때마다 흩트리고 심지어 공간의 좌표마저 복잡하게 뒤섞어 놔서 짧은 거리의 순간이동으로는 피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장거리 이동을 사용하자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지하 수십 킬로미터 아래의 맨틀에 처박힐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방법은 하나.

‘전력을 다해 막아낸다!’

검은 구체는 다른 마법을 삼키면서 위력을 증가시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법으로 막지 않고 그가 가진 힘 그 자체만으로 막는다.

아지다하카가 천 개가 넘는 사술을 다룰 줄 알지만, 그것이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마법이나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계략은 그가 가진 것의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그는 조로아스터교 신역에 존재하는 최고 최악의 신이 창조해낸 악룡이다.

고작 마법만 믿고 까부는 어쭙잖은 녀석들과 궤를 달리하는 존재가 바로 그였다.

“크아아아아!”

인간의 형상이었던 아지다하카의 몸이 찢어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양어깨를 뚫고 머리가 튀어나왔으며 그의 몸 곳곳에 새하얀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고층 빌딩을 우습게 내려다볼 크기로 성장했다.

3개의 머리를 가진 악룡. 저것이 바로 아지다하카의 본모습이었다.

“이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우게 만든 점은 칭찬해주마, 인간!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제물로 인해 구성된 육신을 버려가면서까지 자신의 본체를 꺼내 들었다. 악신회의 신들이 모두 다 허락받지 않은 형태로 지상으로 강림했기 때문에,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세계의 저항력이 크게 온다.

쩌적! 쩍!

실제로 아지다하카가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의 겉 비늘에 금이 가며 조금씩 바스러지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다면, 영령의 세계에 있는 그의 진짜 본체에도 지대한 타격이 갈 것이다.

아지다하카는 그래도 좋았다.

이 힘으로, 당장에 눈앞의 인간을 죽일 수만 있다면.

이 몸 부서져도 좋으리.

현찬은 이미 인간을 초월하여 영령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초짜일 뿐이다. 이제 갓 영령 타이틀을 달았다고 해서 오랜 신화 속에서 역사를 쌓아온 아지다하카와 같은 선상에 설 수 없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여기서 네놈을 죽여주마!’

아지다하카의 세 개의 머리가 입을 쩍 벌렸다. 날카로운 치열의 사이에서 검은 신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쿠웅! 아지다하카가 딛고 있는 지면이 크게 가라앉았다. 지금 모으고 있는 힘의 압력에 지반이 버티질 못한 것이다.

“죽어라!”

아지다하카가 입에서 브레스를 뿜었다. 세 갈래로 나가는 그것은 현찬이 쏘아낸 검은 구체와 충돌했다. 이미 아지다하카의 각종 사법을 흡수한 검은 구체는, 브레스와 부딪쳐도 밀리지 않고 나아가기만 했다.

아지다하카는 가지고 있는 힘을 쥐어 짜내며 브레스를 더욱 강화했다. 쩌적! 브레스와 충돌한 검은 구체가 결국 이기지 못하고 금이 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한 폭발. 무시무시한 섬광과 함께 충격파가 숲 일대를 쓸어버렸다.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 거대한 산봉우리가 충격파에 직격당해 윗부분이 날아가 버렸다. 뿌연 먼지가 일어나고 마치 핵이라도 터진 것처럼 주변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 파괴의 중심에 선 아지다하카의 거체가 연기를 헤치며 움직였다.

‘막아냈다. 녀석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기 전에,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서 녀석을 죽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가 모시는 주인이 비원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이 비루한 육신이 먼지처럼 바스러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었다.

회주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현찬을 물고 늘어지리라.

“어디 있는 거냐 인간! 네놈이 고작 이런 거로 죽을 녀석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세 개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지다하카의 고함에 땅이 흔들렸다. 파앗! 무시무시한 기류가 사방으로 퍼지며 주변을 가리는 먼지구름을 전부 걷어냈다. 모습을 가려줄 나무도 풀도 없는 황량한 땅에서도 현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녀석이 그렇게 쉽게 죽을 인간이 아니다.’

아니, 이제는 인간조차 아니게 된 현찬이라면 반드시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지다하카의 세 개의 머리가 각자 따로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중 하나의 머리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하늘이 조금 전보다 더 눈부시다고?”

광원의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지다하카는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무언가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주 작은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인간!”

“오. 눈치가 빠르네? 안 들킬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어.”

현찬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모으고 있던 빛의 덩어리를 떨어뜨렸다. 하늘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빛 덩어리가 운석처럼 수직으로 낙하했다. 당연히 목표는 아지다하카였다.

아지다하카의 세 개의 머리가 다시 입을 벌렸다. 조금 전과 같은 검은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고,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콰아아아아!

3개의 검은 기둥은 하늘을 향해 뻗어져 올라가며 그대로 빛의 구체와 부딪쳤다. 그러나 현찬이 조금 전에 날렸던 검은 구체와 다르게, 이 빛의 덩어리는 훨씬 더 컸고 그만큼 더 강했다.

아지다하카의 브레스로 낙하속도에 약간의 저항을 받았지만, 지금도 꾸준히 멈추는 일이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아지다하카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거대한 빛의 구체를 보며 아연실색했다. 어지간한 마법이라면 그의 권능이 담긴 브레스에 닿기만 해도 가루처럼 흩어졌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저것이 마력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지금 날린 일격은 순전히 현찬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발드르의 힘을 각성한 지금, 현찬은 마음만 먹는다면 세계의 모든 빛을 조종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빛의 구체는 점점 더 거대해졌다. 고층 빌딩에 맞먹는 아지다하카의 거대한 육신조차도, 구체와 가까워지니 작은 도마뱀에 불과했다. 아지다하카는 브레스를 멈추고 방어 마법진을 전개했다. 그의 거대한 몸을 뒤덮은 지름 수백 미터짜리의 검은 마법진들이 겹겹이 쌓이며 그의 몸을 보호했다.

그러나 마법진은 빛에 닿기가 무섭게 깨져나갔다. 아지다하카는 두 팔을 크게 뻗으며 빛의 구체를 직접 막아냈다. 무시무시한 압력이 그의 몸을 짓눌렀고, 아지다하카의 거대한 몸통이 지면으로 크게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아!”

무시무시한 고통을 참아내며 아지다하카는 괴성을 내뱉었고

그렇게 빛의 구는 눈부신 광휘를 터뜨리며 세계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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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힘 조절하기 힘드네.”

현찬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아지다하카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조금만 더 힘을 주었더라면 아지다하카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크윽. 이, 인간.”

아지다하카는 입에서 피를 울컥 토해냈다.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토하는 피의 양도 무슨 홍수라도 난 것처럼 터져 나왔다. 현찬은 그런 아지다하카를 무시하며 그의 몸 위에 올라타 몸 곳곳을 수색했다.

“아. 여기 있네.”

그렇게 말하며 현찬이 꺼내 든 것은 은색으로 빛나는 큐브였다. 악신회의 본거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을 손에 쥔 현찬은 휘파람을 불었다. 악신회주가 정확히 어디에 숨어있는지 모르지만, 이것만 있으면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아지다하카는 그런 현찬에게 이를 드러내며 물어뜯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그저 생각에만 그쳐야 했다. 이미 한계까지 피해를 본 몸통은 그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심지어 당장 지금만 해도 상처가 너무 심해서 정신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얌전히 있어. 내가 왜 널 지금 죽이지 않는지 알아? 어차피 이대로 놔둬도 너는 알아서 죽기 때문이야.”

“…….”

아지다하카는 대답 대신 현찬을 노려보았다. 피눈물을 흘리며 노려보는 백색 삼두룡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겁날 정도로 섬뜩하게 생겼다. 하지만 다른 세계의 용들을 멸망시킨 현찬에게 드래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너무 그렇게 뜨겁게 보지 말라고. 너 말고도 너랑 같이 편 먹은 놈들을 다 함께 보내줄 테니까.”

“네놈을 저주한다! 언젠가 네놈이 죽게 되는 순간,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아 불타기를 간절히 기원하지! 영혼이 수천 갈래로 찢어지고, 그 한 조각마저도 흔적도 남지 않고 불에 타버려라!”

증오심이 가득 담긴 저주의 말에도 현찬은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응. 마음대로 생각해라. 어차피 나는 죽어도 지옥이나 천국은 안 가거든?”

이미 영령이 된 현찬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영령들의 세계로 떠나서 다른 신들과 함께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마음에 안 들겠지. 그러면 나중에 내가 직접 또 너희들의 세계로 찾아가 주마. 불만 있으면, 어디 한번 제대로 붙어 보시던가.”

현찬은 그 말을 끝으로 아지다하카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지금 아지다하카를 끝내는 것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뭐, 어차피 놔두면 알아서 죽을 녀석이지만 말이야.’

현찬은 이왕 돌아온 거, 복귀 신고식을 화려하게 올리기로 했다.

현찬의 몸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대기를 가르고 구름을 뚫었다. 고고도까지 올라간 현찬은 눈 앞에 펼쳐진 넓은 세상을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참사들을 전부 담고 있었다.

사람들을 무차별로 학살하며 도시를 파괴하는 기갑 병기들.

말을 타고 도시를 누비면서 약탈을 일삼는 기마병들.

각종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몬스터들까지.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쉬지 않고 충돌하는 거대한 힘의 격돌이었다. 그것은 눈으로 보지 않아서 멀리서도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오버랭크 헌터들과 악신회가 싸우고 있는 장소는 총 다섯 군데.

현찬의 첫 목표는 당연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전이었다.

“신고식은 화려하게 해주는 게 좋겠지.”

현찬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아주 순간이지만, 태양의 빛마저도 잡아먹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하늘 높은 곳에서 터지며 세계를 밝게 비추었다. 그것은 지금은 밤인 지구 반대편에도 도달하며 순식간에 검은 밤하늘을 밀어냈다.

순식간에 바뀌는 밤낮에 혼란스러워하던 시민들은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상처가 가득하고 온몸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헌터들도,

살기 위해 도망을 치던 사람들도,

용기를 내서 맞서 싸우던 시민들도.

모두 하늘의 빛을 경외감이 담긴 눈동자로 보았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알리는 현찬의 선포이자 메시지였다.

[내가 돌아왔다!]

거대한 선포는 세상 전체에 심정의 맥박처럼 퍼져나갔고, 사람들에게 용기와 활력을 선사해주었다. 서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악신회와 오버랭크 헌터들도 그 기운을 읽어냈다.

그 아득한 빛에 세계를 침략하던 다른 차원의 존재들도 일순간 약탈과 파괴조차 잊고 가만히 서 있었다.

현찬은 가장 첫 번째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눈 부신 빛의 기둥이, 그대로 모래가 가득한 대전 사령부의 중심에 내리꽂혔다.

파앗!

빛과 함께 모래더미가 사방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 중심에서 몸을 일으킨 현찬은, 자신의 첫 번째 제물을 보며 몸을 풀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뜬 브리트라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긴말 필요 없지.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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