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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243화 (243/265)

# 243

243화 복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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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튀폰이 부순 에트나 화산으로부터 강렬한 마그마가 분출했다. 원래도 몇 번이고 활동했을 정도로 유명한 에트나 화산이었지만, 튀폰이 가한 일격이 지층에 큰 충격을 주어 원래라면 한참 뒤에 일어나야 할 분출을 앞당기고 말았다.

크레이터 안쪽에서 격렬하게 마그마가 뿜어져 나왔고 유동성 있는 용암이 빠르게 흐르며 주변을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용암이 닿기도 전에 나무들은 불에 타서 새까맣게 변했고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원래도 더웠지만, 순식간에 주변 기온이 몇 도나 상승했다. 현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많은 교육을 받고 실전을 겪었지만, 이런 자연재해의 속에서 사람들을 구한 적은 단언컨대 한 번도 없었다.

그 순간 안드레이 다니엘이 움직였다.

“덥군.”

코끝을 약간 찡그리며 그는 딱 한 마디만 내뱉었다.

안드레이는 그대로 발뒤꿈치를 들어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툭툭 하고.

쩌저적!

무지막지한 냉기가 안드레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에트나 화산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용암을 얼려버렸다. 용암은 냉기에 강렬하게 저항하며 수증기를 만드나 싶었지만, 겨울의 여신이 내뿜는 입김을 이겨내지 못했다.

쩌정!

용암으로 가득하던 섬이 순식간에 빙판으로 바뀌었다. 피난하던 시민들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아무리 오버랭크 헌터라고 하지만, 개인이 자연재해를 막아낼 정도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지금까지 안드레이 다니엘은, 자신의 전력을 단 한 번도 발휘해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모든 힘을 끌어낼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의지를 지닌 얼음은 튀폰의 몸마저 집어삼켰다. 튀폰의 피부와 옷가지에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았고,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튀폰은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서리를 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춥군.”

콰아아!

튀폰의 중심으로부터 방사된 마력 파동은 순식간에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무수한 얼음의 파편이 흩뿌려지며 세상이 새하얀 가루로 뒤덮였다.

완전히 얼어서 굳어버린 암석의 틈새를 뚫고, 재차 용암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에트나 화산에 갇혀있던 튀폰의 분노이자,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권능 중 일부였다. 흘러넘치는 용암은 의지를 갖고서 넓게 우회하며 피난하는 시민들을 노렸다.

“킁킁아! 일단 사람들을 구해!”

꾸어억!

어지간한 주택보다 훨씬 더 큰 멧돼지가 현지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 건물을 들이받았다. 이미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 텅 빈 건물이었다. 건물은 무너지며 잔해를 이루었고, 그것은 흐르는 용암을 막아냈다.

킁킁이는 계속 움직이며 건물을 부수거나 지면을 엄니로 뒤집으며 거대한 벽을 계속해서 만들었다. 사람들을 집어삼킬 듯이 흐르던 용암의 파도는 토사류 방파제에 막혀 정체되고 말았다.

현지는 그사이에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달빛이 그녀의 시위에 맺히며 화살을 이루었고 현지는 거침없이 시위를 당겼다.

사람의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 초당 거의 백발에 가까운 달빛 화살은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메운 채 튀폰을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

그 광경을 보며 튀폰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르테미스의 화살인가. 참 묘한 운명이로군.”

설마 이런 곳에서 자신의 숙적인 올림포스의 12 주신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의 계약자를 만날 줄이야. 튀폰은 작게 웃으며 바닥을 가볍게 굴렀다. 쿠웅! 그를 중심으로 지면이 높게 솟구치며 벽을 만들었고, 아르테미스의 화살은 튀폰에게 어떠한 위해도 끼치지 못했다.

“물러. 나를 쓰러뜨리려면, 제우스의 계약자 정도는 데려와야 할 거다.”

튀폰.

그는 그리스 최강, 최악의 괴물이었으며.

올림포스의 주신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한 가이아의 분노였다.

&

쿠르르릉!

지면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대지의 여신 트랄텍트리의 분노는 그녀가 딛고 선 지면과 호응하여 격렬한 지진을 이루었다. 엄청난 지진은 순식간에 주변 일대를 강타했다.

쩌적! 지면이 좌우로 갈라지며 벌어졌고, 그 틈새로 나무나 흙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심각하군.”

트랄텍트리를 도시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유인하는 것은 좋았다.

물론 그것을 위해 생긴 피해는 수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막대했다. 그런데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 트랄텍트리를 인간의 넓은 옥수수밭까지 끌어들이는 건 성공했지만.

“저래서야 접근하는 것도 힘들잖아.”

빽빽하게 자라난 옥수수밭에 숨어있는 알렉세이는 계속해서 지진을 일으키는 트랄텍트리를 보며 혀를 찼다. 땅이 너무 흔들려서 접근하는 것도 힘들었으며, 심지어 가까이 가기만 하면 땅 자체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그를 공격해왔다.

어떻게든 특유의 강력한 몸으로 전부 깨부수면서 버텼지만, 트랄텍트리를 향한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상황이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일단 숨어서 기회를 엿봐야…… 윽?!’

갑자기 땅에서 거대한 가시가 튀어나와 알렉세이의 몸을 찌르려고 들었다. 알렉세이는 초인적인 반응속도로 그것을 피해냈다. 원래의 그라면 바위로 된 창 정도야 맨몸으로 받았겠지만, 이번 건 매우 달랐다.

알렉세이는 뒤로 빽 텀블링을 하며 트랄텍트리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지면에 착지한 그는 자신의 가슴 앞섬을 매만졌다. 갑옷이 뚫렸고, 그 안쪽의 피부에 생채기가 생겼다. 스쳤는데도 확실히 타격을 받은 것이다.

‘신력이 담긴 공격은 아무리 나라도 맞으면 위험하다.’

생채기는 순식간에 재생되었지만, 재생력만 믿고 까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감히 내게서 도망치려고 드는 것이냐!”

트랄텍트리의 분노어린 일갈과 함께 그녀를 중심으로 땅이 동심원을 그리며 크게 요동쳤다. 알렉세이는 기겁하며 뒤로 더 멀리 물러났고, 트랄텍트리가 그런 알렉세이의 기척을 감지하여 공격을 날렸다.

땅에 발이 닿는 순간 지면은 그야말로 가시 지옥처럼 변했다. 알렉세이는 그럴 때마다 거의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며 계속 회피를 거듭했다.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는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현란한 움직임이었다.

“네가 어디에 숨어있더라도, 땅에 발이 닿고 있는 이상 절대로 내게서 벗어날 수 없다!”

트랄텍트리는 대지의 여신이다.

땅 위에 서 있는 것은 무엇을 막론하고 그녀가 감지하지 못할 수가 없었다. 알렉세이가 아무리 기척을 잘 감추고 잘 숨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들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땅에 발이 닿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뭣?!”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트랄텍트리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녀의 눈을 가득 채운 것은 황금 깃털이었다. 그녀가 몸을 최대한 옆으로 틀었다. 파앗! 황금빛 깃털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트랄텍트리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피가 묻어나왔다.

“감히 여신의 몸에 손을 대다니……!”

트랄텍트리는 이를 갈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황금색 독수리 날개를 활짝 펼친 인도계 청년이 있었다.

차기 오버랭크 헌터 주자 중 하나인 아흐메드 알리 샤.

그는 <가루다>의 계약자답게 날개를 펼쳐 공중에 떠 있었다.

“여기는 도시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진 오지죠. 이제, 더는 당신이 멋대로 날뛰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애송이 녀석이 하늘을 난다고 기고만장해졌구나!”

드드드드!

지면의 바위와 흙이 움직이더니 이내 거대한 대포의 형상을 이루었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라 무려 수백 개나 되었다. 각 대포에서 거대한 바위가 미사일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전부 샤를 목표로 날아갔다.

“내가 고작 하늘을 날아다니는 참새 하나를 잡지 못할 거로 생각했느냐?”

“참새가 아닙니다.”

콰직!

허공에 흩뿌려진 황금 깃털이 모든 바위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산산조각냈다.

“가루다를 우습게 보지 마세요.”

가루다의 계약자인 샤야말로, 트랄텍트리와 최강의 상성을 자랑하는 유일한 대항마였다.

&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잘 버티는구나.”

세트는 지루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 리네넷은 세트를 상대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세트가 모래를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리네넷의 모래가 그런 세트의 모래와 섞여 움직임을 무효화했다.

황금빛 모래는 붉은 모래와 섞이며 충돌했고, 세트의 힘은 아누비스의 힘과 충돌하여 소멸하고 말았다. 세트로서는 참 귀찮은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아는지 리네넷은 세트가 움직이려는 모래만 귀신같이 포착하여 계속 상쇄했다.

‘확실히 내가 더 강하다.’

리네넷은 물론 강했지만, 가지고 있는 힘 그 자체는 세트가 훨씬 더 높았다.

‘다만, 매우 효율적으로 싸우고 있어.’

리네넷은 세트와 정면에서 힘겨루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트가 능력을 발동시키기 전에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여서 그의 능력 자체를 봉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모래를 이용한 공격을 가하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은 0.1초밖에 되지 않는다.

리네넷은 그 찰나에 가까운 순간의 틈새에, 자신의 모래를 끼워 넣어 세트를 계속 방해했다.

그야말로 묘기에 가까운 행동을, 리네넷은 조금 전부터 계속 선보이고 있었다.

‘모래는 아직 많지만, 무척 귀찮군.’

세트는 슬슬 화가 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고작 이런 지지부진한 싸움을 하기 위해 이곳에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현찬을 향한 복수. 자신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그 남자를, 잔혹하게 죽이기 위해서였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빼앗기는 것 자체가, 세트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조급해진 세트와 마찬가지로, 리네넷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힘들어.’

그녀가 세트를 상대할 수 있는 것도 순전히 천부적인 센스 덕분이었다. 상대가 모래를 먼저 움직이기 전에 선수를 쳐서 그 소유권을 상쇄시킨다. 힘의 차이가 너무 나다 보니 이런 꼼수로만 상대해야 했다.

그 순간 텔레파시가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리네넷. 괜찮아?’

‘괜찮아. 성주야.’

그런 리네넷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바로 한성주였다.

리네넷의 천부적인 센스와 한성주의 능력 중 하나인 아주 짧은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하나로 합쳐져서 이렇게 세트를 상대로 버틸 수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어. 이쪽은 점점 힘이 빠지고 있지만, 저쪽은 아직도 쌩쌩해.’

아마 이대로 가다가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리네넷 쪽이 먼저 힘이 빠질 것이다.

그 순간 억지로 이루었던 균형은 무너질 것이고, 그녀가 붙들고 있는 세트는 다시 자신의 광기를 폭발시키겠지.

‘절대로 그렇게 둘 수 없어!’

세트가 움직이는 순간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지금도 인근에는 아직 피난을 끝내지 못한 시민들이 있었고, 세트에게 당한 부상자들을 운송하는 헌터들이 있었다.

그녀가 밀리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죽는다.

리네넷은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세트의 권능을 방해하는 데 정신을 집중했다.

&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악신회의 동시다발적인 테러.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황설영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앞에 누워있는 현찬은, 여전히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오르내리는 가슴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죽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정말로 악신회가 움직였어.’

오버랭크 헌터들이 악신회를 상대로 버텨주고 있었지만, 황설영은 알고 있다.

진짜배기 적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강현찬 헌터님. 언제 오시는 겁니까.’

황설영은 애가 타는 마음으로, 누워있는 현찬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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