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무한계약-197화 (197/265)

# 197화.

197화 마계 사절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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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희는 지금 현재 다른 차원인 <마계>와 연결된 차원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다른 차원 중에서도 아주 막강한 악마 족이 사는 세계와 연결된 문인데요, 보기만 해도 섬뜩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방송국 촬영 카메라 앞에서 그와 같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리포터는,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모든 방송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메이저 방송사들 모두가 리포터를 파견하여 마계로 통하는 게이트를 찍고 있었다.

주변에 처진 안전 철망 너머로는 상황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가득 몰려있었다. 누군가가 철망을 몰래 넘으려고 했지만, 일정 간격마다 배치된 헌터들이 나서서 그들을 제지했다.

“현재 이곳에 모인 시민의 인원만 하더라도 추산 3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오고 있으며, 이 세계에 또 다른 하나의 이정표가 될 이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각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도 도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부산을 침략한 악마 종은 다른 차원들을 여럿 정복한 경력이 있는 무시무시한 종족이라고 합니다. 총 5개의 군단으로 나뉜 그들은 같은 종족이지만 서로 적대하며 세력을 키워왔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 마왕 세아리스는 다른 마왕들과 다르게 매우 우호적인 인물로서 오버랭크 헌터인 강현찬에게 직접 화친 및 동맹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오늘 여기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도 사절단이 마계로 떠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고 하죠.”

마왕과의 동맹!

이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으리라.

악마들의 무서움은 이미 많은 사람이 목도했다. 그들이 부산을 침략하고 어떻게 도시를 함락시키며 사람들을 죽였는지는 각종 매체를 통해서 세계로 뻗어 나갔으니까.

그런 악마 종 중에서 한 마왕이 지구에 동맹을 제안했다. 오늘 사절단이 마계로 떠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감이 대부분이었지만, 걱정을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나 악마들이 저지른 짓 때문에 오히려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을 정도였다.

“악마들을 모두 쫓아내라! 놈들을 몰아내라!”

“화친이 무슨 소리냐! 놈들은 우리를 전부 죽일 거다!”

“사절단 반대! 동맹 반대! 당장 놈들을 쳐야 한다!”

거리에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무리가 상당히 많았다. 특히나 마계의 악마 종은 머리에 뿔이 달린 악마라는 이미지 때문에 종교집단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악마들과 손을 잡을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정계와 연결된 종교 집단에서 로비하거나 거세게 압박을 가하는 일들까지 벌어졌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워낙 과격하므로 당연히 정부에서 직접 나섰다. 많은 사람이 점점 영령과 계약을 맺고 각성자가 된 세상이다. 시위자 중에서도 태반은 영령을 지닌 각성자였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과격하게 행동하면 큰 혼란이 발생하고 만다.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정부에서는 고랭크 헌터들을 보내서 시위대가 혹여나 엇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중이었다.

당장에도 몇 번의 작은 충돌이 벌어졌었다. 자신이 가진 힘을 믿고 그것을 과하게 휘두르는, 소위 나잇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벌인 일들이었다. 물론 그들은 월등히 강한 고랭크 헌터들의 실력을 뼈저리게 느끼며 연행되었다.

자신의 동료가 연행되자 시위는 당연히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과격해졌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지금은 더 심했다. 조금만 건드리면 바로 폭발할 것만 같은 상황에 헌터들도 약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쯧. 요즘 세상이 바뀌었다 바뀌었다 하는데 정말로 바뀌었네. 예전이었으면 진짜 아무 말도 못 했을 사람들이 힘이 좀 생겼다고 온갖 추태를 부리는 걸 보니까 말이야.”

“어휴. 말도 아닙니다. 특히나 종교 집단 사람들은 자기들이 천사랑 계약을 맺었다니 어쩌니 떠들면서 난리 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악마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고, 그래서 절대로 지금 협정을 반대한다고.”

“흥.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솔직히 악마들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걸 가지고 모든 악마 종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잖아. 뭐, 무엇보다 마왕 하나가 우리랑 동맹을 맺는다는데 이쪽에서는 전력이 증가해서 더 좋다고.”

“흠. 선배님 말씀이 맞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쪽의 말도 일부 공감이 가기는 합니다. 특히 부산에서 일어난 사태의 유족들이 제일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들이 악마들을 증오한다고 해서 저희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그들과의 동맹은 필수야.”

뭐, 나도 솔직히 악마라고 내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선배 헌터는 그런 말을 덧붙이며 시위대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시위대와 그들을 막는 헌터들이 서로 대치 상황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악마들이 부산을 밀어버린 이후로 세아리스와의 동맹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논쟁을 낳았다.

협정 반대파의 주장은 이러했다.

그런 위험한 악마들과 동맹을 맺어야 하는가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람들을 언제든 죽일 수 있는 괴물들이다. 그들에게 죽은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 건가

반면 찬성파의 주장은 이러했다.

악마 종은 결국 우리 신화 속 악마와 다르게 유사 인류라고 할 수 있는 종족이다. 그들이 무슨 하나로 이루어진 종족도 아니고 서로 다른 사상을 지녔다. 다른 악마 종이 우릴 침략했다고 그들도 적으로 매도하면 누가 그들과 싸울 건데 그러냐

서로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 있었다. 그래서 결론이 나지 않은 채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당장에 지금에도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이번 일에 관한 찬성과 반대로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중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사절단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의 환호가 천지를 크게 뒤흔들었다. 그 소리에 게이트 주변에 포진한 취재진 모두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 지금 함성이 들리십니까  드디어 사절단이 도착했습니다!”

“세계 최강의 오버랭크 헌터를 필두로 한, 베테랑 헌터들이 지금 들어오는 중입니다.”

“그들의 표정에 두려움은 없으며, 오히려 지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 보입니다. 과연 많은 사람의 기대를 이룰 수 있을까요 ”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현찬을 필두로 한 사절단들이 레드카펫 위로 걸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잔뜩 기대감을 품은 시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헌터들은 ‘역시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어우. 저 얼굴들 봐. 하나 같이 다 네임드뿐이잖아 ”

“A랭크 아래가 어째 한 명도 없냐. 심지어 강현찬 헌터 혼자서 힘들까 봐 중국의 오버랭크 헌터인 양 리화 헌터까지 있어.”

“진짜 저 정도 수준의 전력이면 그 마왕 세아리스인가 뭔가가 배신하려고 뒤통수 치려 해도 다 쓸어버리고 오겠는데 ”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지.”

투타타타!

방송국 헬기가 날아오르며 높은 곳에서 현찬의 모습을 찍었다. 그 화면은 고스란히 TV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갔다.

- 강현찬 헌터 입갤이요 ㅋㅋㅋㅋㅋㅋ

- 와, 저기 멤버들 수준 봐라. 거를 타선이 없다.

- 강현찬, 양 리화는 그렇다 쳐도 다른 나라 S랭크 헌터들 무엇. 명단 보니까 A랭크 아래가 없네.

- 저 멤버라면 어지간한 나라 하나 전복시키는 거 가능. 인정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시위대 또한 현찬의 등장을 알아차렸다. 저렇게 멀리서 떨어져 있음에도 사람들의 고함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 당연히 시위대의 눈이 돌아갈 만했다.

“막아야 한다!”

“여러분! 저 간악한 악마들의 무리에게 속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서야 합니다!”

“악마들을 몰아내자! 악마들에게 놀아난 사람들도 몰아내자!”

대치만 하던 시위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하자 잔뜩 긴장하고 있던 헌터들도 빠르게 대비했다.

“이런, 어서 본부에 알려! 지금 시위대가 본격적으로 사태에 돌입했다고! 증원 요청도 하고!”

“빨리 움직여서 막아! 어차피 막 각성을 끝낸 풋내기들이다! 수가 많아도 이쪽이 밀릴 일은 없어!”

“막아!”

자연스럽게 두 집단이 충돌했다. 이미 충돌을 예견한 몇몇 방송사에서는 속보로 이 상황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시위대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던 일이기도 했다.

‘움직인다.’

‘이 상황만 기다렸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데스페라도와 람브로눅스 잔당들. 그들 중 일부가 시위대에 숨어들어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별로 없겠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면 큰 피해를 낼 수 있다.

“가자!”

“아저씨들. 가기는 어딜 가요 ”

“엇 ”

테러리스트들이 움직이려는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아주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어린 소년이었다. 그러나 약해 보이는 외견과는 다르게, 소년은 빠르게 움직이며 테러리스트들을 순식간에 때려 눕혀 제압했다.

차기 오버랭크 헌터이자 <나타>의 계약자인 진 차이.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현장에 나와서 대기하던 중이었다.

촤아악!

나타가 사용하는 붉은 비단인 혼천릉(混天綾)이 쭈욱 늘어나서 테러리스트들의 몸을 속박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테러리스트 동료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려고 사람들을 헤치며 도망쳤다. 진 차이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야구공을 던지듯 손을 뒤로 크게 뺐다. 그의 오른손 위에 둥근 고리 모양의 무기가 나타났다.

진 차이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던졌다. 쿵! 쏜살같이 날아간 투척 무기는 그대로 도망치던 테러리스트들의 뒤통수를 후려쳐서 기절시켰다.

<나타>가 사용하는 보패 중 하나인 건곤권(乾坤圈)은 다시 진 차이의 손으로 돌아왔다.

진 차이는 그대로 풍화륜(風火輪)을 타고 공중에 뜬 채 주변을 살폈다. 높아진 시야 덕분에 멀리 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전부 보였다.

진 차이는 화첨창(火尖槍)을 어깨에 걸치며 대충 상황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여기는 진 차이. 테러리스트들은 전부 제압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사람들을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무전이 끝나고 진 차이는 참았던 긴장감이 풀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진짜 너무 긴장돼서 미치는 줄 알았네.”

[잘했다. 진 차이. 한꺼번에 보패를 3개나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되었구나.]

“헤헤. 그거야 노력했으니까요.”

[허나 자만은 금물이다. 내가 사용하는 보패를 전부 다 다루기 전까지는 너는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알아 두거라.]

“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

“저 꼬마 애는 대체 뭐지 ”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소년이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니 상황을 모르던 시위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진 차이는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곧 도착할 지원을 기다렸다.

‘그보다 현찬이 형은 정말로 대단하네. 설마 정말로 이곳에 테러리스트들이 숨어있었을 줄이야.’

그가 이렇게 나설 수 있던 것도 현찬이 미리 언질을 줬기 때문이었다.

‘차이야. 형 말 잘 들어. 아마 내가 마계로 떠나려는 날, 사람들이 많은 틈을 타서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할 거야. 그때 네가 그 근처에서 몰래 숨어있다가 녀석들을 제압해. 어차피 이미 사라진 조직의 잔당이라 얼마 있지도 않을 거야.’

현찬이 해줬던 조언은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진 차이는 그런 현찬의 안목에 새삼 다시 놀라워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현찬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오늘 그는 본격적으로 마계로 떠난다.

그곳에 과연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현찬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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