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190화 마왕 세아리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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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아…….”
“네, 네 ”
서다은은 현찬의 말투로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뭘까 무슨 실수라도 저질렀나 혹시 내가 뭘 놓친 걸까 그게 대체 무엇일까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한 것이라고는 현찬을 위협( )하는 악마에게 공격을 날린 것뿐이었으니까.
서다은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반응이자 현찬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방금 공격한 그 악마.”
“네.”
“우리랑 동맹 맺을 아군이야.”
“네에…… 네 ”
동맹할 아군이라니. 악마가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부산이 쑥대밭이 된 것도 악마들 때문이다. 그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짓밟는 걸 그녀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렇기에 현찬이 하는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네가 이해 못 하는 것도 잘 알겠는데. 악마라고 해도 전부 다 사상이 같은 녀석들이 아니야. 악마들도 우리처럼 여러 국가로 갈라져 있고 전부 사상과 성격이 달라.”
정확히는 악마 대부분은 비슷하지만, 유일하게 세아리스 군단만이 조금 이질적인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인간의 관점에서는 세아리스 군단이 가장 정상적인데.
“끙. 갑자기 공격이라니, 이쪽 세계 인간들은 원래 다 그런 건가 ”
“아. 미안. 아무래도 저쪽에서 뭔가 오해한 것 같아서 말이야. 화내지는 말아줘.”
“화 안 낸다. 이런 일, 내가 한두 번 겪어본 줄 아는가.”
“많이 겪어봤구나.”
“가는 차원마다 한 번씩은 겪는다. 몸이 튼튼해서 다행이지.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고는 하나 상당히 아픈 일격이구나. 상성 때문인가 ”
서다은은 눈동자만 굴리면서 상황을 살폈다. 현찬과 세아리스가 나누는 대화를 듣자 하니 정말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적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서다은의 뒤를 따라온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황설영, 김은혁, 이한율, 최강윤 등. 심지어 오버랭크 헌터 생도들까지 몇 명 있었다. 그들 또한 이제 막 현장에 도착해서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사이 현찬은 세아리스의 곁에 서서 그녀를 소개해 주었다.
“여러분. 인사하세요. 저희와 동맹을 맺고 싶어 하는 마계의 다섯 군주 중 하나. 세아리스라고 합니다.”
“어, 음. 만나서 반갑다. 마왕 세아리스라고 한다. 마계의 다섯 군주 중 하나지.”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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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멀리서 현찬을 지켜보던 남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의 정수리 위에 붉은 눈동자 하나가 허공에 떠 있었다. 사람 머리통만 한 그것은 숲 너머 어느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무려 50km 떨어진 장소에서 남자는 현찬이 싸우는 모습을 전부 볼 수 있었다.
경계해야 할 그가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잘 싸우는지도 이 눈동자로 똑똑히 보았다.
남자 <아지다하카>는 감았던 눈을 떴다. 허공에 떠 있던 눈동자는 검은 가루로 흩어지며 <아지다하카>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하늘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뚝 떨어져 내렸다. 사람의 주먹만 한 그림자는 낙하하는 속도를 서서히 줄이더니 <아지다하카>의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아지다하카>가 손을 뻗어 그것을 쥐었다. 그러자 귓가에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확인은 끝났는가 ]
“예. 전부 지켜보았습니다만.”
[결과는 ]
“좋게 말하자면 예측대로, 나쁘게 말하자면 걱정대로죠. 녀석은 혼자서 <루시퍼>와 이계의 마왕을 무려 둘이나 쓰러뜨렸습니다.”
<아지다하카>의 보고에 그림자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일렁이는 그림자 덩어리는 다시 목소리를 토해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처음 목적은 녀석의 능력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발휘하는 힘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려는 것이었으니까.]
“네. 그랬죠. 그래서 제가 수십 킬로미터 바깥에서 <루시퍼> 씨의 희생을 지켜봤죠.”
[마음에 들지 않는가 ]
“아뇨. 그러진 않습니다. 다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경계 대상의 힘이 강한 게 문제겠죠. 인간이 혼자서 마왕 셋을 쓰러뜨렸습니다. 그 힘은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그 경계 대상을 분석하기 위해 자네를 보냈지. 그래서 얻은 정보는 있는가 ]
“얻은 건 꽤 있습니다.”
<아지다하카>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그림자의 주인, 악신회주에게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모두 말해주었다.
“녀석은 헤르메스의 계약자입니다. 하지만 녀석이 싸우는 능력을 보면 지혜와 승리의 여신인 <아테나>도 관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이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은 이유는, <헤르메스>의 능력 중 하나인 <정보 조작> 때문이겠죠.”
[동시에 둘이나 되는 신과 계약을 맺었다는 건가 ]
“더 숨기고 있는 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확인된 바로는 둘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죠.”
현찬의 능력 중 가장 무서운 건 바로 <계약>이다.
계약의 신 헤르메스의 권능 덕분에 현찬은 다른 영령들과도 추가 계약이 가능했다. 현찬의 능력은 한 사람당 무조건 한 명의 영령만 계약할 수 있는 상식을 이탈하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그냥 영령도 아니고 무려 신급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대충 확인된 영령만 해도 <손오공>, <제우스>, <포세이돈>, <헤파이스토스>, <7대 천사> 등이 있었다. 악신회에서 확인하지 못한 다른 신급 영령이 더 있을 가능성은 농후했다.
“영웅급 영령은 셋에서 넷 이상과 동시에 계약 가능하며 조금 전 확인해 본 결과 무려 묵시록의 7대 천사를 전부 다 불렀습니다. 다만 7대 천사의 경우에는 그 힘을 오랫동안 유지하지는 못했지만요.”
[더 말해봐.]
“일단 저 인간이 지닌 전투력 자체로도 저희 악신회의 어지간한 자들과 일대일로 싸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추가로 여러 신을 동시에 부를 수 있다면 그때는 정말 답이 없죠.”
[방법은 ]
짧은 물음이었지만, <아지다하카>는 그것이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크흠. 잠시 목을 푼 <아지다하카>는 말을 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힘이 빠졌을 때를 공략하는 겁니다. 더 강하고 더 많은 신과 계약을 맺을수록 그것의 유지 시간은 더 짧아질 테니까요. 그리고 모든 힘이 소진되었을 때를 노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인원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
“마왕 셋에 일곱 천사를 불렀습니다. 그렇다는 건 저희 악신회 쪽에서도 최소한 버릴 패는 셋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죠. 그들을 통해 상대방의 힘을 전부 끌어내고, 그게 다 빠졌을 때 뒤를 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한 계획이지만, 여기에 추가로 상대가 계략을 사용하거나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면 신을 하나 정도는 더 추가하는 게 옳을 겁니다.”
셋만 보냈다가 하나를 잃고 돌아온 경험은 이미 있었다.
그 때문에 <세트>가 한동안 바깥을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갇혀 지내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그 인간의 잠재력까지 계산한다면 이쪽이 감내해야 할 손해는 매우 막심할 것입니다.”
[그것을 줄일 방법까지 생각은 해 뒀겠지 ]
“물론이죠.”
<아지다하카>는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그쪽이 다른 것을 이용해 자신의 피를 흘리지 않는 것처럼 저희 또한 그것이 가능합니다.”
이 세상의 차원은 지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를 제외하고도 너무나도 많은 차원이 있고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종족이 넘쳐났다.
<세계연합>이 여러 차원과 연결점을 만들며 행동을 취하는 중 <악신회> 또한 <세계연합>의 손이 미치지 않는 차원에 손을 뻗었다.
“세상은 넓고 싸움에 굶주린 녀석들은 많죠. 제가 확인해본 것만 해도 대충 5개 이상이나 되는 차원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그의 이간질이 들어간 것도 있었다.
“최대한의 물량을 공세하여 차륜전을 펼칩니다. 그의 힘이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고 또 싸우고, 피가 튀기는 싸움 끝에 지친 그가 마주하는 건 저희가 내리는 죽음일 겁니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먹잇감이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으로 덫을 치고 그것으로도 부족할 수 있으니 혹시 모를 보험까지 들어놓을 생각이었다.
이것은 이 세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단판전이 되리라.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지다하카>는 그것이 머지않은 미래라는 걸 확신했다.
“일단 에르카닐에게 계속 다른 세계와 지구를 이간질해서 전쟁을 일으키도록 조장하고 있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회주는 그 말을 남기고 더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그림자는 그대로 허공에 녹아들었다. <아지다하카>는 자신의 오른손에 쥐고 있던 그림자를 계속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가볍게 털었다.
“영원한 악의 승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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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감금 당한 듯 지내는 건 조금 그렇구나.”
세아리스는 자신에게 배정된 공간을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특수 합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방. 크기는 꽤 크고 넓었지만, 침대와 책상, 의자, tv 밖에 없어서 방이 매우 황량하게 느껴졌다. 범죄자를 수감하는 신설 감옥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처음에 그녀가 마왕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세아리스가 아주 약간의 힘을 선보이자 꼬리에 불이 붙은 짐승처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현찬이 없고, 세아리스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능력을 선보이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주변 일대에 무시무시한 혼란이 번졌을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우리로서는 네가 착한지 나쁜지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뭐, 그 점은 어쩔 수 없다는 걸 나도 인지한다. 이런 일도 자주 겪었으니까. 그러니까 조금은 적응됐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익숙해진 건 아니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러라고 내가 있는 거니까.”
“나도 있지.”
옆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하는 그랑데우스를 향해 현찬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아리스는 그랑데우스의 본질을 꿰뚫어보았는지 감탄하며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용족이라니. 들어본 적 있다. 최근에 다른 차원들과 마찰이 생겨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하지 그런 용까지 길들인 것인가. 과연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어, 음. 그러긴 한데. 나는 좀 아니거든 ”
그랑데우스는 정작 그 일과는 관련이 없었기에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구태여 세아리스에게 모든 드래곤은 다 죽었고 오직 그랑데우스만 남았다고 설명할 필요는 없기에 그녀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아무튼, 상황 설명은 전부 다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지구의 사람들은 악마에게 큰 피해를 입었기에 그들을 향한 증오심은 깊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악마들에게 대항할 힘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세계연합>의 입장에서 악마들과 대등한 힘을 지녔으면서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세아리스 군단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뭐, 겉모습만 조금 바꿔줘도 사람들의 반응은 엄청 달라질 거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확실히 그래 보이더구나.”
단지 피부색을 바꾸고 뿔을 없앴을 뿐인데도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매우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물론 세아리스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꺼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현찬이 있어서 많이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세아리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음을 정했다.”
“뭐가 ”
“동맹을 맺는 방법에는 아주 확실한 것이 있지.”
세아리스는 현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와 결혼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