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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134화 (13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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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악마 침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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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마라!”

말레두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의 주위로 거대한 힘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의 격한 감정에 동조하듯 검은 마력이 말레두스의 몸에서 새어 나와 그의 몸을 타고 퍼져나갔다. 현찬은 악마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멈추며 말레두스에게 시선을 던졌다.

“나 말레두스! 파르고잔 님 휘하 군단장 중 하나로서 모든 것을 걸고 네놈의 뼈마저 남기지 않고 불태워주마!”

화르륵! 검은 마력에 불이 붙었다. 그것은 피처럼 붉은빛을 띠는 불이었다. 펜타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마왕 파르고잔의 이명은 바로 염옥마왕(炎獄魔王)이다. 그는 지옥의 겁화를 다루었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휘둘러 적들을 멸하는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파르고잔 휘하 군단장들은 그의 권능중 하나인 지옥염(地獄炎)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옥염겁마갑(獄炎劫魔鉀)!”

붉은 불길은 말레두스의 몸 전체를 휘어 감으며 하나의 갑옷으로 변했다. 키가 4m나 되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그가 붉은 갑옷까지 걸치자 꿈에서나 나올법한 기괴한 존재처럼 비쳤다.

갑옷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것답게 표면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붉은 투구의 속에서 말레두스의 두 눈동자가 서슬 퍼렇게 빛났다.

“이 나에게 이 정도의 기술을 사용하게 했으니, 그만한 각오를 보여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레두스는 고작 인간을 상대로 옥염겁마갑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다른 군단장이 이 사실을 알면 그는 웃음거리 처지를 면치 못하리라. 하지만 그것을 고려하고도 써야 한다는 본능이 너무나도 강했다.

말레두스는 그만큼 현찬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보여주었던 현찬의 무위는 확실히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권능까지 꺼내 든 이상 내가 반드시 이긴다!’

말레두스의 갑옷을 휘감은 불길이 더욱 강해졌다. 1차 게이트 전체의 기온이 순식간에 훅 올라갔다. 말레두스 근처의 악마들조차 그 열기에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현찬은 마력을 운용하여 열기를 차단했다.

‘제법 강하네.’

말레두스는 강했다. 그는 무려 뿔이 4개나 되었다. 사단각에서 사장각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단계가 바로 그였다. 다른 군단장에 비하면 그의 강함은 조금 부족하지만, 권능을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상자가 죽기 전까지 절대 꺼지지 않는다는 불멸의 불.

그것이 바로 마왕 파르고잔의 옥염(獄炎)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해.’

현찬이 보기에 옥염은 강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의 목숨을 위협하고 긴장감을 심어줄 정도의 강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현찬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시큰둥해지자 말레두스는 이를 으드득 깨물었다.

“그 오만함! 곧 후회하게 될 거다!”

말레두스가 현찬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지나칠 때마다 대지가 화염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현찬에게도 뜨거운 화기(火氣)가 확 몰려왔다. 말레두스가 현찬의 지척까지 접근하여 두 손을 양쪽에서 휘두르며 태클을 걸어왔다.

현찬의 몸이 바람에 휘감기며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 굉섬풍의 강력한 바람은 보이지 않는 검이 되어 말레두스를 휘감았지만, 그가 입은 갑옷에는 어떠한 상처도 나지 않았다. 아니, 상처가 났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재생했다.

‘불길로 이루어진 갑옷이라 그런지 어지간한 건 바로 재생해 버리는군.’

갑옷이라고 불릴 만한 물리력을 지녔으면서도 화염이라는 성질 덕분에 그것을 꺼트리지 않는다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부서지더라도 순식간에 재생되고 오히려 근접한 적들을 불태워버린다.

그것이 바로 말레두스의 옥염겁마갑(獄炎劫魔鉀)이었다.

현찬이 하늘로 솟아오르자 말레두스가 등 뒤로 날개를 펼치며 현찬의 뒤를 쫓았다. 말레두스는 날개마저도 피처럼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현찬은 허공을 박차고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말레두스는 그런 현찬의 뒤를 집요하게 쫓았다.

“하하하! 언제까지 계속 도망만 칠 거냐!”

말레두스의 두 팔이 크게 부풀었다. 정확히는 두 손을 휘감은 불꽃이 더욱 거대해지며 야수의 팔처럼 변한 것이었다. 현찬의 뒤를 점한 말레두스가 팔을 휘둘렀다. 현찬은 공중을 박차고 백 텀블링했다. 그리고 그대로 주먹을 내질러 말레두스의 등을 후려쳤다.

말레두스가 지면에 운석처럼 떨어지며 처박혔다. 그러나 그는 바로 먼지구름을 헤치고 멀쩡하게 일어났다.

“고작 그런 공격으론 나에게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다!”

“확실히 그래 보이네.”

“……!”

현찬의 목소리는 그의 바로 아래에서 들렸다. 말레두스는 반사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움직이기 전에 복부에 느껴지는 강력한 충격을 느꼈다. 그의 몸이 뒤로 강하게 밀려나며 1차 게이트의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그가 뒤로 밀려나며 생긴 여파 탓에 가만히 지켜보던 몇몇 악마들이 휘말려 녹아내렸다.

말레두스가 벽에서 몸을 빼내려 했지만, 현찬은 이미 그의 코앞에서 주먹을 뻗고 있었다. 콰아앙! 거대한 충격이 퍼지며 벽이 무너져 내렸다. 말레두스의 몸은 무너져 내리는 파편에 깔려 보이지 않았다.

“흠.”

현찬이 살짝 뒤로 밀려나자 거대한 바위 파편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더니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그것은 이내 끓어 넘치는 마그마가 되어 천천히 바닥에 퍼져나갔다. 그 마그마의 중심에서 말레두스는 멀쩡하게 일어났다.

“말하지 않았나. 그런 공격으로는 나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고.”

“뭐, 몇 번 때려보니까 확실히 그렇네.”

“그러니까…….”

“근데 이제는 알 것 같아. 대충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

말레두스가 의아하게 묻자 현찬은 별거 아니라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제는 그 갑옷을 깨부술 수 있을 것 같거든.”

“……이 건방진 놈이.”

감히 이 옥염겁마갑을 부수겠다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심지어 같은 군단장조차 부수지 못한 이 권능을? 어리석다.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오만하기까지 하다. 말레두스는 자신의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네놈이 정 그렇게 괴롭게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 주마. 오너라. 팔렌벨라.”

말레두스의 오른손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와 거대한 할버드 형태를 취했다. 그의 키보다 더 큰 할버드는 손잡이의 길이만 5m나 되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악마들이 웅성거리며 눈을 부릅떴다.

“마, 말레두스 님께서 마병(魔兵)을 꺼내셨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말려든다!”

마병(魔兵)은 허락된 악마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다. 자신의 영혼 그 자체이기도 한 이 무기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으며 사용자에 따라 고유한 특성을 지닌 무구이기도 했다.

“네놈도 무기를 뽑아라. 그러지 않으면.”

말레두스가 할버드를 두 손으로 잡으며 상반신을 낮추었다. 그의 두 팔의 근육이 기괴할 정도로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죽을 것이다.”

그리고 화염의 폭풍이 몰아쳤다.

말레두스는 할버드를 풍차처럼 휘둘렀고 할버드의 궤적을 따라 지옥 불이 일어나며 주변을 집어삼켰다. 피아 구분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닿는 무엇이든 먹잇감이 되었다. 움직임이 굼뜬 악마들은 순식간에 거기에 휘말려 재도 남기지 못하고 불타버렸다.

“크하하하하!”

말레두스는 미친 듯이 할버드를 휘둘렀다. 그를 중심으로 허공에 수많은 지옥불의 길이 열렸다. 그의 주위는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렸고 지면은 불완전해져서 그의 발목이 조금씩 잠겨 들었다.

하지만 말레두스는 그것마저도 기쁜지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리며 공격을 휘몰아쳤다.

그러나.

“이게 끝이야?”

현찬은 이미 말레두스의 코앞까지 접근한 뒤였다.

‘무, 무슨!’

말레두스는 황급히 할버드의 궤적을 바꿔 현찬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그러나 현찬은 오른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할버드의 옆 날을 후려쳐 궤적을 바꾸었다. 콰득! 할버드는 애꿎은 지면에 파고들었다. 말레두스가 당황하는 사이 현찬이 말레두스의 복부에 왼손을 가볍게 가져다 댔다.

“멍청한 놈! 옥염갑에 손을 가져다 대다니! 네놈의 그 팔이 뼈째로 녹아내리……커헉!”

말레두스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복부에 내달리는 거대한 고통은 그가 살면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괴로움이었다. 말레두스는 자신의 배를 매만졌다. 거기에는 옥염겁마갑의 감촉이 아닌, 맨살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 이건 대체?”

“나와 계약을 맺은 영령이 왜 파천마라고 불린 줄 알아?”

말레두스는 무릎을 꿇어도 현찬보다 키가 컸다. 그는 현찬을 내려다보았고 현찬은 그런 말레두스와 친절하게 눈을 마주쳐 주었다.

“왜냐하면, 상대가 그 누구라 하더라도 전부 다 깨부쉈기 때문이야.”

그렇기에 그는 하늘마저 깨뜨리는 자라고 불렸다.

“마, 말도 안 되는…….”

“아무리 갑옷이 튼튼해도 결국에는 더 강한 힘에 깨지기 마련이지.”

현찬이 주먹을 쥐고 그대로 녀석의 턱을 올려 쳤다. 콰득! 말레두스가 착용한 투구 아랫부분이 금이 가며 깨져나갔다. 옥염의 뜨거운 열기는 현찬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현찬은 마력을 두른 두 주먹으로 갑옷을 신나게 후려쳤다.

콰직! 콰득! 콰지직! 퍼억!

말레두스의 갑옷이 차근차근 깨져나갔다. 말레두스는 지금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온몸을 내달리는 고통이 그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말레두스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

“뭣들 하느냐! 어서 이 인간을 죽여라!”

주변에서 지켜보던 악마들이 주저하다가 이내 다시 각자 무기를 쥐고서 현찬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찬은 말레두스의 목을 틀어쥐고 그대로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갑옷이 벗겨져 말레두스의 붉은 몸통에 현찬의 주먹 모양으로 자국이 났다.

쿠콰콰콰콰!

주먹에 뒤로 튕겨 나간 말레두스는 악마들과 충돌했다. 몇몇 악마들은 그런 말레두스를 피하며 현찬에게 접근했다. 현찬은 두 손을 한곳에 모아 마력을 집중했다. 먹빛 내기가 현찬의 두 손에 모이더니 이내 검은 구슬 형태로 바뀌었다. 현찬은 그 구슬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악마 군단을 향해 뻗었다.

<흑천살옥(黑天殺玉)>

구슬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 이내 2개로 분리되었다. 2개의 구슬은 4개로, 4개는 8개로, 8개는 16개로 빠르게 분열했다. 그리고 흑천살옥이 악마 군단의 지척까지 접근했을 때 그것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파바바바박!

흑천살옥이 순식간에 전열에 있는 악마들을 다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그것은 현찬의 의지를 따라서 다시 한곳으로 모이더니 이내 커다란 격류를 이루며 악마 군단의 내부를 용처럼 휩쓸고 다녔다.

쿠르르릉!

그 순간 1차 게이트가 크게 흔들렸다.

‘게이트의 핵을 파괴했구나.’

그렇다는 것은 붕괴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균열을 통해서 악마들은 계속 꾸역꾸역 나오고 있었다. 현찬이 놈들을 죽인 숫자가 이미 500이 넘었음에도 놈들은 계속 넘어왔다.

아마 저 너머에는 현찬이 죽인 숫자보다 더 많은 놈이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이었다.

“가기 전에 선물 하나 하지.”

지금까지 검을 사용하지 않은 현찬은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테레이오스테의 형상이 변하더니 이내 <백강오>가 생전에 사용하던 적당한 검의 형상을 갖추었다. 화악! 현찬의 몸 주위로 검은 강기가 흘러넘쳤다.

현찬에게 달려들려고 하던 악마 군단은 그 기세에 짓눌려 자리에서 멈춰 섰다. 어느 정도 부상을 추스른 말레두스도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그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콰아아! 현찬의 주위로 검은 강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현찬이 디딘 지면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1차 게이트 전역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기가 악마 군단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몸을 강하게 짓눌렀다.

파지직! 현찬의 주위로 강기로 이루어진 검은 번개가 몰아쳤다.

“흑마충천공 오의”

이것은 일전, 백강오가 천흉으로 불리던 시절 현찬에게 보여주었던 그의 비기 중 하나.

성치 않은 몸 상태로도 주변 일대의 산맥을 깔끔하게 날려버린 최강의 공격.

<광뢰충천(狂雷衝天)>

검은 강기로 이루어진 번개가 악마들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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