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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118화 (118/265)

# 118

118화 난제 스왈로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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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페라도와 람브로눅스의 습격은 다른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 조직은 모두 범죄자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함께 움직였다는 보고는 없었다.

비록 악령이라고는 하지만 데스페라도는 인간 영령과 계약을 맺었고 람브로눅스는 설화나 이야기, 신화 속 괴물과 계약을 맺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서로 으르렁거려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랬던 두 조직이 공동 전선을 이루고 현찬과 알렉세이를 습격했다.

이는 두 조직이 본격적으로 서로 연합하여 움직인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면서도 그들이 뭉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떻게 보면 세계연합의 범죄자 소탕이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현찬과 알렉세이는 테러 사건이 휘말려도 <난제> 사냥이라는 애초 목표를 그대로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주변에서 오히려 둘을 말리며 조금 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릴 정도였다.

알렉세이가 그런 사람들을 향해 하얀 이를 빛내며 웃었다.

“저는 한시라도 빨리 시민 여러분이 몬스터의 공포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런 시련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 데다가 선의로 무장한 이론에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알렉세이의 발언에 일반 시민들은 쌍수를 들고 열광했다. 어떻게 행동해야 민중이 좋아하는지 잘 아는 사람다운 답변이었다.

원래 계획대로 현찬과 알렉세이, 황설영은 아마존 숲을 향해 움직였다. 헬기를 타고서 광활하게 펼쳐진 열대우림을 보았다. 세상에 바다는 하나뿐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또한 바다였다. 녹색으로 가득 찬 숲의 바다다.

그 안에는 온갖 생명체들로 가득했다. 숲에서 뿜어내는 강렬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괜히 바다 다음으로 산소를 많이 배출하는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광대한 생명의 창고에도 거대한 암세포 하나가 숨어 있었다.

다가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잡아먹으며 양분으로 삼아버리는 괴물.

숲 일대를 옮겨 다니며 자신의 주린 배를 계속 채우는 탐식의 결정체.

난제 <스왈로우>

녀석은 숲 자체다. 눈으로 보면 어디에 숨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 인공위성으로 감시하려고 해도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교묘해서 확인조차 불가능했으며 마석탐지기도 먹히지 않았다.

녀석의 무서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스왈로우가 어디에 숨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남미 국가 여럿이 녀석을 토벌하기 위해서 자국 헌터들을 파병했지만 대부분 허탕 치고 돌아오거나 혹은 스왈로우의 먹잇감이 돼서 불귀의 객이 되었다.

심지어 스왈로우에게 당한 헌터들은 마치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무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전까지 안전하다며 보고했던 헌터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것이다.

스왈로우는 바닷속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였다. 수면 깊은 곳, 심해에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보이면 어둠 속에 숨어서 조용히 접근하여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점이 닮았다.

다만 심해의 생명체보다 더 끔찍한 점이라면 녀석은 더 크고 더 빠르다는 것이다.

스왈로우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녀석을 발견할 방도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았다. 사람을 풀어서 수색하자니 인명피해가 너무나도 클 게 뻔했다. 그렇다고 기술을 이용한 수색은 먹히지 않는다.

잡고 싶어도 쉽게 잡을 수 없는 녀석이 바로 스왈로우였다.

현찬이 황설영을 데리고 온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황설영 씨. 이제부터 설영 씨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이미 전해 들었다. 현찬이 어째서 자신을 불렀는지 황설영도 이제는 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몸 안에 맴도는 마력을 운용하여 자신의 영령 <두두리>의 힘을 빌렸다.

두두리는 도깨비이기도 하지만 그 진정한 격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섬긴 신령에 가깝다.

특히나 신라 전성기에 그녀는 신당에 모셔져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지닌 권능 또한 강했다.

그렇게 그녀는 영령이 되었고 황설영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S랭크 헌터에 가까울 정도로 강해진 황설영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두두리의 전성기에 가까운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성기 그녀는 이렇게 불렸다.

<목신(木神) 두두리>

그 권능 일부가 황설영을 통해서 현세에 강림했다.

연녹색 마력이 안개처럼 넓고 얕게 퍼져나갔다. 그것은 순식간에 숲 일대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바람에 휘날리지 않았고 오직 시전자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연녹색 마력은 나무와 풀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식물 줄기를 타고 내려가 뿌리를 통해 지면으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땅에 흡수되었다. 마력은 아마존 숲 땅 전체에 동심원을 그리듯 영역을 넓혀갔다.

“대단하군, 그래.”

알렉세이는 설마 황설영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생각했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숲과 동화해 숨은 스왈로우를 찾는 일은 현대 사람들에게 무리였다.

어지간한 영령들 또한 스왈로우를 찾을 능력을 지니지 않았다.

그러나 황설영은 다르다.

스왈로우가 숲과 동화해 본신을 숨기고 있다면 그 숲 자체를 살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녀가 가장 찾기 쉬운 대상이었다.

“찾았습니다.”

황설영은 감은 눈을 뜨지 않고 입만 움직여 그렇게 말했다.

지금 그녀의 기감에 기묘한 공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기서부터 북서쪽으로 13km 떨어진 장소입니다.”

“그게 보이나?”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느낄 뿐이죠.”

그녀에게는 느껴진다. 녀석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마존 숲은 거대하고 울창하다. 그에 버금가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숲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 어디를 가도 기본적인 벌레부터 짐승까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딱 한 곳은 달랐다.

자신의 영역 안에 접근한 것은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스왈로우의 숲에는 생명체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생명체의 기척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땅이 바로 녀석이 있는 곳이었다.

헬기는 방향을 틀었다. 스왈로우가 있는 곳에 가까워지자 현찬과 알렉세이 또한 숲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적막한 곳이로군.”

침묵조차 죽어버린 숲을 보며 알렉세이는 목을 풀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헬기에서 뛰어내려 저 숲 일대를 모조리 쓸어버리려는 것을 현찬이 말렸다. 아직이다. 해야 할 일은 더 있었다.

“무작정 달려들어도 녀석을 처리할 수 없어요.”

알렉세이는 금색으로 물든 현찬의 눈동자를 보며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찬은 이미 <헤르메스의 눈>으로 <스왈로우>에 관한 정보를 습득했다. 녀석이 숨어 있다면 확인이 불가능했겠지만 위치만 안다면 살피는 정도는 가능했다.

‘정말로 잡기 까다로운 녀석이네.’

현찬이 살핀 <스왈로우>는 어떻게 보면 참 귀찮은 난제였다. 녀석은 이 주변 숲 일대에 동화되어 있었고 그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숲 아래 지하 깊은 곳에 처박혀 있었다.

죽이기 위해서는 핵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 핵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녀석과 연결된 숲을 제거해야만 했다.

하지만 반경 1km의 아마존 숲을 모조리 벌목할 수 있는 인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현찬과 알렉세이가 동시에 달려든다 하더라도 나무를 뿌리째로 제거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심지어 녀석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이 상황에서 또 필요한 것이 바로 황설영의 능력이었다.

“설영 씨. 스왈로우의 영향 바깥의 숲과 스왈로우가 지배하는 숲을 서로 나눌 수 있나요?”

“해본 적은 없지만…… 해 보겠습니다.”

비록 그 격이 신급 영령에 비하면 낮다고 할 수 있지만 두두리는 목신(木神)이라고 불렸었다.

그녀에게 나무를 다루는 일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그 움직여야 할 나무가 스왈로우의 지배하에 들어간 숲 바깥, 무려 반지름 1km나 되는 숲을 둘러싼 나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마 못 해도 지닌 모든 마력을 전부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설영 씨가 움직이는 순간 무언가를 느낀 <스왈로우>가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지켜줄게요.”

숲을 움직이는 동안에 황설영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 순간에 가해지는 스왈로우의 공격은 너무나도 위협적이다. 그러나 황설영은 걱정하지 않았다. 현찬이 자신을 지켜준다고 했다.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

현찬이 알렉세이에게 무전기를 건네주었다.

“계획대로 하죠. 먼저 무전을 보내서 현 좌표를 알려주죠.”

“으음.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건 아닌데 말이지.”

“저런 걸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렇겠죠.”

저것은 자연의 탈을 쓴 살아 움직이는 괴물이다. 반드시 박멸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알렉세이는 무전기를 통해서 스왈로우의 숲 좌표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멀리서부터 파공성이 들려왔다.

멀리서부터 전투기들이 날아왔고 그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는 폭격기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사전에 정했던 대로 헬기 조종사는 헬기를 스왈로우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이번 싸움에 미군도 지원을 해 준다면서요?”

“그렇지.”

“천조국의 위력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겠네요.”

현찬의 말에 알렉세이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기대해도 좋아.”

미사일을 잔뜩 실은 전투기들이 헬기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F-35기의 해치가 열리며 그곳에서 미사일이 튀어나와 불꽃을 뿜으며 스왈로우를 향해 날아갔다.

“미국 군사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니까.”

콰과과과광!

수백 발의 미사일이 스왈로우가 지배하는 숲에 떨어지며 주홍빛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숲 일대를 흔들었고 고열로 팽창한 대기가 다른 공기와 충돌하며 꽈르릉! 울렸다.

드드드드!

지면이 진동했다. 폭발에 의한 진동이 아니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숲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괴물의 분노에 찬 움직임이었다. 스왈로우는 분노했다. 녀석의 의지에 따라서 나무들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쪽의 공격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공에서 멋지게 곡선을 그린 전투기들은 재차 미사일을 쏟아부었고 때마침 목표 좌표 위를 지나가는 대형폭격기에서 무수히 많은 폭탄이 떨어져 내렸다.

장관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화약의 비는 순식간에 반경 1km나 되는 숲에 집중적인 화력을 쏟아냈다. 거대한 주홍빛 꽃이 숲 중앙에서 거대하게 피어오르며 검은 매연으로 화했다. 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현찬이 나서서 그것을 막았다.

“엄청난 위력이네요.”

“그렇지. 대단한 위력이지.”

알렉세이는 멀리 떨어진 스왈로우를 보며 팔짱 꼈다.

“그런 것 치고는 별 타격도 없어 보이는군.”

스왈로우의 숲은 그야말로 인외마경이 되었다. 나무들은 그 형체를 잃고서 이상하게 변하며 촉수 같은 줄기를 허공에 나풀댔다. 수만 가닥이 넘는 줄기들이 전투기를 잡기 위해 뻗어져 나오는 모습은 먹잇감을 노리는 말미잘처럼 보였다.

그 강렬한 폭탄과 초고온의 화염은 숲 일부만 태웠을 뿐 제대로 된 타격을 가하지 못했다.

진정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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