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
117화 난제 스왈로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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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인파가 현찬과 알렉세이를 환영했다. 이미 브라질에는 소문이 쫙 퍼진 탓이었다. 현찬과 알렉세이가 난제 <스왈로우>를 사냥하러 와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와아아아! 알렉세이! 이쪽을 봐줘요!”
“알렉세이! 알렉세이!”
“저기 코리안 오버랭크 헌터도 있어!”
대부분이 알렉세이 윌터를 열광했다.
그는 역시나 유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선수도 그의 앞에서는 한 수 접어 줄 정도였다.
특히나 알렉세이는 북미와 남미 쪽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끓어오르는 활화산처럼 뜨거웠다.
놀라운 것은 몇몇 사람들이 현찬을 알아보고 그 이름을 외쳤다는 것이었다.
동양의 자그마한 나라라고 하더라도 오버랭크 헌터의 인지도는 대단한 것이었다.
현찬은 거기에 더해서 무려 <난제>를 둘이나 해결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곳에서 이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현찬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러분!”
알렉세이가 손을 흔들어주자 시민들이 더욱 열광했다. 알렉세이는 헌터이면서도 연예인이었다.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았다.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와 여기 제 친구가 왔으니 이제 <스왈로우>는 저희 앞에서 처참한 미래를 맞이할 겁니다.”
“와아아아아!!”
저들에게 희망이 필요했다.
알렉세이는 그들에게 빛을 보여주고자 했다.
환호하는 시민들이 달려들려고 했지만 이미 브라질 정부에서 먼저 파견한 경호원들에 의해서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의 열정과 갈망만큼은 여과 없이 전해졌다.
“모시러 왔습니다. 가시죠.”
브라질에서 파견한 요원들이 최고급 리무진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 그런 리무진 주위로는 검은색 SUV들이 줄지어 있었고 오토바이 탄 경찰들도 주변을 경계 중이었다. 그야말로 국빈에게 어울리는 대접이었다.
현찬은 그 모습을 보며 쓰게 웃었다.
저런 수준의 경호는 오버랭크 헌터인 현찬과 알렉세이에게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군대가 나타나도 위협을 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에서도 나름의 보여주기는 필요한 법이었다. 손님에게 대접이 필요 없다고 해서 하지 않으면 그것은 이미지에 타격이 된다. 이것이 허례허식인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리라. 현찬은 그 처지를 이해했다.
“음?”
“이런.”
무언가를 느낀 현찬과 알렉세이가 멀쩡하게 걷다가 멈추었다. 둘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시선을 마주쳤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찰나의 순간이었겠지만 둘은 그 안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저들에게 있어서 가장 없애야 할 사람이 둘이나 뭉쳤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그런 대화를 끝낸 둘은 자신들을 따라온 수행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알렉세이가 오른손을 가볍게 까닥이자 그를 따르는 수행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현찬 또한 황설영과 한국 수행원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황설영은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짐작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 C다. 모두 움직여.”
“예.”
수행원들도 각성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은 약하지 않았다.
두 집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시민들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의아해 했다.
“여러분. 이곳은 위험합니다. 모두 뒤로 물러나 주세요.”
“갑자기 무슨 일이야?”
“몰라. 몬스터라도 나타났나?”
시민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브라질의 경호원들은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감을 직감했다. 그들도 선글라스 속에서 눈을 빛내며 주변을 잔뜩 경계했다.
그 순간이었다.
“젠장! 들켰다! 모두 쳐라!”
“다른 놈들은 신경 쓰지 말고 저 둘을 우선 제거해!”
시민들의 틈새에 숨어 있던 데스페라도 조직원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설마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습격당할 줄 몰랐다. 그러나 저쪽에서 아무리 몰래 기습하려고 해도 이미 초인적인 감각을 지닌 현찬과 알렉세이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들도 멍청한 건 아니기에 자신들로는 오버랭크 헌터를 없앨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데스페라도 녀석들은 시민들을 인질로 삼아서 상황을 혼돈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
“어딜.”
그 순간 현찬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테레이오스테를 뽑아 든 현찬은 그것을 장창의 형태로 바꾸었다. 순식간에 이어지는 찌르기 10번이 총 10명의 테러리스트 손목을 꿰뚫었다.
“크윽!”
“으악!”
녀석들은 저항하지 못했다. 그럴 틈도 없었다. 폭탄을 터뜨리려던 데스페라도 조직원들은 신속의 찌르기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현찬이 만든 기회를 다른 경호원들이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수상쩍은 사람들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어 그들을 제압했다.
“꺄아아악!”
“모두 피해!”
겁에 질린 시민들이 우르르 도망갔고 일대가 소란으로 물들었다. 다행히 몇몇 헌터들의 인도에 따라서 사람들은 질서 있게 빠져나갔다. 그 많던 인파는 썰물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언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는 곳에서 대피훈련은 필수였고 그것이 빛을 보았다.
“으음? 벌써 끝인가?”
알렉세이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데스페라도 조직원 한 명의 멱살을 쥐고서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힘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공항 바닥에 금이 쩍쩍 갔다.
알렉세이의 물음에 현찬이 고개를 저었다.
놈들이 고작 이런 거로 끝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습격을 가한 녀석들은 약해도 너무 약했다.
그 순간 멀리서부터 검붉은 수정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저걸 부숴야 해요!”
“음!”
알렉세이의 반응은 빨랐다. 그가 주먹을 내지르자 공간이 폭발하며 날아오던 수정구가 그대로 산산 조각났다. 그러나 수정구는 하나가 아니었다. 다른 방향에서 총 3개의 수정구가 날아왔다.
‘저게 터지면 위험하다!’
현찬이 창을 뒤로 당겨 그대로 내질렀다. 검은 창끝이 수십 갈래로 갈라지며 수정구를 모두 깨트렸다. 그러나 깨진 수정구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안개는 넓게 퍼지면서 공항 내부를 가득 채웠다.
“칫. 부숴도 소용없는 건가.”
“으음. 이게 바로 그건가.”
알렉세이는 자신의 절친 글루스카베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야기는 들었다. 영령과의 계약을 일시적이지만 무력화하는 물건이 있다고. 막상 겪어보니 농담이 나오지 않았다. 영령에게서 끝없이 공급받던 힘이 전부 차단됐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권능과 스킬들 뿐.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조리 사라졌다. 알렉세이는 그나마 상태가 좋은 거였다. 다른 각성자들은 계약이 무력화된 충격으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심지어 곧 S랭크를 바라보는 황설영조차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잘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단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이다! 놈들을 쳐라!”
“과연. 이번에 오는 녀석들이 본대라는 소리인가.”
시민들을 인질 삼고 잔챙이들을 미끼로 영령의 힘을 무력화한다. 저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약해진 오버랭크 헌터들은 테러리스트도 상대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쪽은 수가 더 많았다. 적들은 데스페라도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개중에는 람브로눅스도 더러 섞여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몇몇 사람들은 괴물과 인간이 반반 섞인 모습으로 변하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키리릭! 오버랭크 헌터 둘을 이 자리에서 제거할 수 있다니. 운이 좋군.”
“글쎄다. 너희가 과연 우리 둘을 이길 수 있을까?”
“같잖은 허세는 가져다 버려라! 영령의 힘을 다루지 못하는 네놈들이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모두 쳐라!”
놈들은 알렉세이와 현찬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달려드는 수십이 넘는 범죄자들을 보며 둘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현찬은 한숨을 내쉬었고 알렉세이는 털털하게 웃었다.
“이거 참. 여기까지 온다면 봐주는 건 무리겠어.”
“브라질 정부에서 청구서가 날아오지는 않겠죠?”
“시민들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이해해 주겠지.”
“왼쪽은 알렉세이 씨가 맡으세요. 오른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둘은 그렇게 갈라섰고.
적들과 충돌했다.
콰과과광!
“크아악!”
“이, 이게 대체 무슨……!”
알렉세이와 충돌한 테러리스트들은 모조리 튕겨 나가며 벽이나 바닥에 처박혔다. 그 광경을 코앞에서 목도한 테러리스트들은 눈을 부릅떴다. 괴물로 변하여 신체 능력이 월등히 높아진 람브로눅스도 알렉세이의 근육 덩어리 몸에 부딪히는 순간 견뎌내지 못했다.
“영령의 힘을 다루지 못하는 게 아니었던 건가!”
“다루지 못하는 게 맞다.”
알렉세이는 믿기지 않는다며 비명 같은 고함을 내뱉은 녀석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여 목을 틀어쥐었다. 알렉세이가 손을 들자 녀석의 몸통이 딸려 올라왔다.
“어, 어떻게…….”
“영령과의 계약이 끊어졌는데도 이렇게 강할 수 있냐고?”
알렉세이는 저런 자들의 반응이 너무 반복되다 보니 지루했다.
“죽도록 노력하면 된다.”
“뭐?”
“미친 듯이 노력하면 된다. 영령의 힘에 매달리지 않고 나 스스로 힘을 키운다. 오직 나만의 힘으로 나만의 것으로 싸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내가 강해진 방법이다.”
알렉세이는 신급 영령의 계약자다. 하지만 글루스카베에게 목매지 않았다. 오히려 신급 영령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더 노력했다. 남들보다 강해지기 위해 열심히 싸웠고 영령의 힘을 최대한 억누르며 자신의 힘으로 강해졌다.
지금 그를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만든 것은 재능도 운도 뭣도 아니었다.
오직 피를 말리고 근육이 찢어질 정도의 노력이, 지금의 영웅을 만든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고작 영령의 힘을 없앴다고 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그의 진정한 강함은, 영령의 힘을 다루지 않을 때 드러나니까.
“괴, 괴물.”
“괴물에게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다니 웃기는군.”
알렉세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왼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목을 쥐고 있는 녀석을 향해 내지른다. 투콰앙! 녀석의 몸통이 뒤로 포탄처럼 튕겨 나갔다. 주먹을 내지른 힘이 너무나도 강해서 공항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그 공격의 여파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람브로눅스와 데스페라도 조직원들도 속절없이 휘말렸다. 그 광경을 곁눈질로 지켜본 현찬은 히유~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신이 <항우>와 계약을 맺어야 나올 법한 위력의 공격이 알렉세이는 영령의 힘이 끊어졌음에도 나온다.
그야말로 최강의 육체파 헌터!
노력으로 오버랭크 헌터까지 올라간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힘은 같은 등급의 현찬이 보아도 존경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쪽은 끝났다. 그쪽은?”
“여기도 막 정리 끝났어요.”
현찬은 창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는 반파된 공항 내부를 바라보았다. 거의 다 알렉세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몇 미터는 떨어져 있는 장소가 공성추에 맞은 것처럼 붕괴했고 그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소닉붐이 일어나 유리가 깨졌다.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철거반이 따로 없었다.
“이런 조무래기들에게 얻어낼 정보도 없겠지.”
“어떻게 보면 저희를 노릴 정도로 녀석들도 많이 구석에 몰렸다는 걸 반증하는 거겠죠.”
“이대로 쭉 밀고 나가면 되겠군그래.”
“저, 저기.”
둘의 대화에 끼어든 황설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보다 부서진 공항은 어떻게 하실 건지요?”
현찬과 알렉세이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어깨를 으쓱였다.
“<스왈로우>를 잡으면 눈감아주지 않을까?”
동시에 그 말을 내뱉는 둘을 보며 황설영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