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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105화 (105/265)

# 105

105화 파천마(破天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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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몬스터들뿐만이 아닌 다른 세계의 인간이 적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특히나 천흉은 뿜어내는 기세에 비해서 그 크기가 매우 작았다. 현찬은 그것을 느끼면서 혹시 천흉은 인간 형태의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녀석은 인간이다. 산발이 된 머리와 핏발이 선 눈은 그야말로 광인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지만, 생물학적인 분류를 따진다면 인간이 맞았다.

[대단하구나. 영령과 계약하지 않은 인간이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니.]

이 싸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테나의 힘이다.

그녀는 현찬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권능을 하사하면서도 천흉을 보며 불안함을 떨치지 못했다.

천흉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등장하면서 보여준 검은색 기운은 확실히 녀석이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증명했다.

[온다!]

[피해라!]

구천현녀와 아테나의 경고와 동시에 천흉에게서 폭발적인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꽈르릉! 천둥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대기가 크게 진동하는 울림과 함께 현찬과 양 리화의 뒤에 있던 거대한 바위산이 통째로 날아갔다. 현찬과 양 리화는 이미 자리를 벗어난 뒤였다.

현찬은 날아간 바위산을 보며 나지막이 감탄을 내뱉었다. 어지간한 폭격을 가해도 무너지지 않을 수천 년을 견뎌온 거대한 산맥 일부가 한 개인에 의해서 지워진 것이다.

천흉이 펼친 공격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그 순간 수만 개의 꽃잎이 허공에 휘날렸다. 진홍색의 꽃잎은 바람의 흐름을 거스르며 거대한 격류처럼 흐르며 천흉을 덮쳤다.

크와악!

천흉이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천흉의 몸에서 검은빛이 폭사됐다. 사방팔방에 가시처럼 뻗어져 나가는 검은 빛살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검이었다. 거대한 고슴도치가 몸을 웅크리고서 가시를 날카롭게 세운 것 같았다.

촤자자자작!

검은 가시는 그대로 꽃잎들을 무참히 찢어발겼다. 현찬은 뒤로 빠르게 물러나 공격의 여파에서 벗어났다. 지면이 갈려 나가고 산이 무너져 내렸다. 천흉의 공격에는 가감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수십 미터 길이로 뻗어져 나간 거대한 검은 가시들이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천흉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이 녀석의 몸을 휘감더니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검은 구체를 이루었다. 천흉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현찬은 오른손으로 테레이오스테의 손잡이를 잡고서 뒤로 크게 당겼다. 지이잉. 테레이오스테의 검신이 빛나더니 이내 형상이 변하여 거대한 창으로 바뀌었다. 현찬은 창의 손잡이를 쥐고서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꾸드득! 오른팔의 근육이 크게 팽창하며 힘을 머금었다. 현찬의 팔이 잔상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휘둘러졌고 한 줄기 거대한 빛이 검은 구체를 꿰뚫었다.

콰아앙!

충돌음에 대기가 떨려왔다. 현찬의 전력이 담긴 투창에 검은 구체는 창과 함께 뒤로 튕겨 나가며 밑동만 남은 바위산을 뚫고 뒤로 쭈욱 날아갔다. 현찬이 손을 뻗자 테레이오스테가 반응하며 허공을 가르며 현찬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법인데?”

분명히 공격은 가했다. 하지만 저쪽에는 피해가 없었다.

현찬이 던진 창은 분명히 검은 기운을 뚫고 천흉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창에 찔리기 직전에 천흉은 자신의 검을 세워서 그대로 창날을 막아낸 것이다.

창에 실린 힘은 완전히 막아내지 못해서 뒤로 튕겨 나갔지만 큰 타격은 없어 보였다.

천흉의 핏발 어린 시선이 현찬을 향해 옮겨졌다. 녀석은 지면을 박찼다. 천흉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직후 천흉이 있던 지면이 부서지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치솟아 올랐다.

[왼쪽이다!]

“알고 있어!”

현찬은 오른손에 창을 쥐고 왼손에 아이기스의 방패를 불러냈다. 그리고 보지도 않고서 팔을 뻗는다. 꽈앙! 천흉의 검과 현찬의 방패가 부딪쳤다. 둘 사이의 바위로 된 대지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움푹 주저앉았다.

현찬이 창을 고쳐 쥐고서 방패 너머의 천흉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단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총 7개의 섬광이 천흉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천흉의 몸이 수십 갈래로 갈라졌다. 녀석은 기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현찬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냈다.

천흉의 검에 검은 기운이 맺혔다. 현찬은 놀라지 않았다. 차분한 시선으로 천흉이 어디를 공격할지 그 움직임을 읽어냈다. 천흉의 검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너무나도 빠르게 휘두르니 검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채재재재쟁!

현찬은 아이기스를 반듯하게 세워 천흉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공격을 하나씩 막아낼 때마다 방패를 쥔 현찬의 발목이 땅 아래로 조금씩 파고들었다. 하지만 현찬은 굳건하게 공격을 견뎌냈다. 그 사이에 양 리화가 움직였다.

“차핫!”

기합성과 함께 그녀에게서 진홍색 기류가 뿜어져 나오며 천흉을 휩쓸었다. 천흉은 자리를 박차고 하늘 높게 치솟아 올랐다. 양 리화의 공격은 고개를 짓쳐 드는 뱀처럼 천흉의 바로 아래에서 수직으로 꺾여 하늘로 솟구쳤다.

거대한 붉은 뱀이 천흉을 삼키기 위해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것은 얼핏 보면 거대한 뱀 같았지만, 실상은 수십만 개가 넘는 꽃잎으로 이루어진 뱀이었다. 심지어 꽃잎 하나가 날카로운 검 한 자루와 같았다.

천흉의 몸이 허공에서 다른 방향으로 휙 꺾였다. 녀석이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허공을 지면처럼 밟으며 방향을 바꾸었다.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양 리화나 현찬은 이런 싸움에서 놀라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았다.

양 리화가 손을 휘젓자 붉은 뱀은 방향을 계속 꺾으며 천흉의 뒤를 쫓았다. 이제 뱀이 아니라 용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었다. 천흉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용이 포기할 기색이 보이지 않자 몸을 180도 회전시키며 검을 겨누었다.

천흉의 검 끝에 검은 기운이 응축되어 모였다. 그것은 하나의 자그마한 구체를 이루었다. 천흉은 그대로 허공을 향해 검을 가볍게 찔렀다. 검은 구체가 검 끝에서 떨어져 나와 용의 아가리로 들어갔다.

콰아앙!

검은 구체를 삼킨 용이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조각이 났다. 여파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은 구체가 터지면서 용의 기운을 빼앗고 휘감았다. 수만 개의 붉은 꽃잎이 검은색으로 물들며 지면으로 떨어졌다.

검은 비가 내렸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막대한 힘을 머금어서 거의 총알을 방불케 했다. 양 리화가 움직였다. 그녀의 몸 주위로 하늘하늘하던 분홍빛 비단들이 움직이며 나선을 그렸다. 그것은 순식간에 방패가 되어 떨어지는 검은 비를 모조리 막아내 주었다.

콰과과과광! 검은 비는 주변 일대를 초토화했다. 반경 500m가 넘는 범위가 모조리 뿌연 돌가루로 뒤덮였다. 천흉은 허공에 떠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어딜 보는 거야?”

“……!”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천흉이 황급히 몸을 틀었다. 그 순간 천흉의 몸을 타고 격렬한 통증이 내달렸다. 탈라리아를 신고 하늘로 날아오른 현찬이 방심한 천흉에게 일격을 가한 것이다.

놀랍게도 천흉은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도 몸을 틀면서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러 현찬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수직으로 뚝 떨어져 지면에 처박혔다. 현찬의 눈이 상황을 읽어내고 몸을 뒤로 뺐다. 직후 현찬이 서 있던 자리에 검은 기둥이 우뚝 솟아올랐다.

[지치지도 않는 녀석인가 보네.]

[그야말로 괴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구나.]

신들의 말을 뒤로하고서 현찬은 허공을 바쁘게 비행했다. 현찬의 기묘한 움직임이 펼쳐졌고 그 사이사이를 검은 기둥들이 우뚝 솟구치며 현찬을 노렸다. 먼지구름 속에서도 천흉은 현찬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촤아악!

먼지구름이 좌우로 갈라졌다. 양 리화가 휘두른 두 줄기의 분홍 비단이 길게 뻗어 나가 천흉의 몸을 가격한 것이다. 하지만 천흉의 주위로 검은 기류가 벽처럼 솟아올라 비단을 막아냈다. 꽈앙! 비단은 벽에 부딪혀 좌우로 튕겼다. 하지만 그것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양쪽으로 나뉘며 천흉의 측면을 노렸다.

천흉은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천흉의 검이 비단을 튕겨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린 현찬이 창을 내리찍었다. 천흉이 급하게 검을 들고서 그것을 막아냈다. 콰앙! 천흉의 몸을 중심으로 반경 10m에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크아아악!

천흉이 고함을 내지르며 힘으로 현찬을 밀어냈다. 그 순간 4줄기의 비단이 추가로 날아와 천흉의 팔다리를 구속했다. 현찬은 그 기회를 노리고서 재차 창을 내질렀다. 푸욱! 현찬의 창날이 천흉의 옆구리에 박혔다.

크와아아아아!!

고통을 느껴서일까, 천흉의 온몸에 검은 핏줄이 돋아나더니 이내 거대한 검은 폭포가 역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가까이 있던 현찬도 튕겨 나갔고 천흉의 몸을 묶은 비단도 잘려나갔다.

그 검은빛의 장막을 좌우로 가르며 거대한 검은 손이 현찬에게 뻗어졌다. 현찬은 창을 있는 힘껏 내질러 거대한 손을 그대로 분쇄했다. 그 순간 천흉은 이미 현찬의 지척에 당도했다. 현찬은 방패를 들었다. 양 리화가 달려와 현찬의 곁에 섰다.

천흉이 움직였다. 녀석의 몸이 10개로 갈라졌다. 가짜가 아니다. 전부 진짜였다. 극에 이른 무위는 이 모든 분신에 실체를 부여했다. 양리화의 비단과 검이 바쁘게 휘둘러졌고 현찬의 방패가 그녀의 몸을 보호했다.

9개의 천흉이 사라지고 단 하나만 남았다. 녀석은 방패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현찬은 녀석의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천흉은 오히려 방패를 밟고서 그대로 가볍게 텀블링하듯 현찬의 머리 위로 점프했다.

현찬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천흉은 검을 휘둘렀다. 검은 강기로 물든 검이 현찬의 팔을 노리고서 휘둘러지고.

“그렇게는 안 되죠!”

어스름달의 몸이 쭈욱 늘어나며 강기에 휘감긴 검을 튕겨냈다. 천흉은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 빈틈을 노리고서 양 리화의 비단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그녀의 공격은 천흉의 검은 호신강기를 뚫어내고 녀석의 몸을 강하게 가격했다.

콰앙! 천흉의 몸이 멀리 튕겨 나가 바위산에 부딪혔다. 그 충격 때문에 바위산이 무너져 내리며 천흉의 몸을 깔아뭉갰다. 하지만 천흉은 보기 좋게 잔해들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녀석은 입가에 흐르는 피도 닦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현찬과 양 리화를 노려보았다.

“아야야. 저 녀석의 공격, 엄청나게 아픈데요?”

물리 공격에 거의 면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튼튼한 어스름달이 그렇게 말할 정도였다. 천흉의 힘은 어지간한 녀석들을 아득히 넘어섰다는 소리다.

“엄청…… 강해요.”

양 리화는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오버랭크 헌터인 그녀라도 조금 전에 펼친 공격은 꽤 무리한 것이었다. 만약에 현찬이 없었다면 그녀는 채 몇 분을 견디지 못하고 천흉에게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희는 둘이고, 저쪽은 상처를 입었죠. 조금 더 몰아붙이면 저희가 이길 수 있어요.”

현찬이 호신강기를 뚫어내고 일구어낸 일격은 천흉에게 확실한 타격을 가했다. 아물지 못한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려 바닥에 뚝뚝 떨어졌고 그 강렬하던 천흉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승기는 이쪽이 잡았다.

다만 불안한 것은 녀석은 싸움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점점 더 기상천외한 움직임을 보이던 것이다. 마치 본능대로 움직이는 것이 줄어들고 점점 이성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크으으으!

천흉의 기세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천흉이 검을 양손으로 쥐고 자세를 잡았다.

현찬과 양 리화는 자세를 잡았다. 돌발적인 상황에 현찬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근데 저건 예상하지 못하겠네요.”

크아아아아아!

천흉의 주변으로 검은 강기가 소용돌이를 이루며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의 지면이 강렬한 기에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거대한 기를 포함한 반구가 확 퍼져 반경 1km 이내를 뒤덮었다. 거대한 압력이 현찬과 양 리화를 짓눌렀다.

“흑마…‥ 충천공…… 오의…….”

놀랍게도 천흉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것은 하나의 언어였다.

“광뢰충천(狂雷衝天)!”

검은 강기로 이루어진 번개 다발이 현찬과 양리화를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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