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71화 천신 제우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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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강현찬 헌터님?”
“아. 당신은 지난번에 보았던? 박해일 헌터 맞으시죠?”
현찬은 박해일을 바로 알아보았다. 어찌 모르겠는가. 일반 시민들을 지키려고 수원시 사태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남았던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가 아니었던가. 그 일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던 현찬이었기 때문에 박해일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저를 알아보시는군요?”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요.”
그래. 잊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위해 싸우던 그의 모습을.
박해일은 현찬의 말에 가슴속에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현찬에게 있어서 박해일이라는 인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반 헌터에 지나지 않았다. 신급 영령의 계약자이며 차후 오버랭크 헌터가 될 유력한 후보인 현찬과 노력 끝에 B랭크까지 올라왔지만 결국 이게 끝인 박해일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박해일은 현찬이 자신을 몰라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무시하고 깔보더라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찬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현찬은 그를 기억해 주었다.
그것이 박해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현찬은 박해일의 등 뒤에 서로 껴안고 있던 자매를 발견했다. 그녀들은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현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현찬은 아이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현찬을 알아본 아이들은 그런 현찬의 태도에 긴장감이 누그러졌는지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지켜주고 있었구나.
속으로 박해일이라면 충분하게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현찬은 그를 직접 만난 것이 이번이 2번째이지만 그가 어떤 성격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 어찌 그를 모르겠는가.
한때 현찬이 꿈꾸던, F랭크에서 B랭크까지 올라간 장본인이 바로 박해일이었으니까.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누구보다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을 그를.
그렇기에 그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박해일 헌터님.”
“네, 넷!”
“당신이라면, 자신의 영령과 더 교감한다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박해일의 영령은 급이 달인급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달인급이라고 하더라도 영령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소환>의 단계, 혹은 그 이상인 <강림>의 단계까지 간다면 아무리 달인급 영령의 계약자라고 하더라도 A랭크의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서 레벨을 올려서 스텟만 더 상승한다면 그는 지금보다 충분히 더 강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는 비단 박해일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헌터들은 아직 자신의 진정한 힘의 채 반도 사용하지 못했다.
“힘내세요.”
현찬은 더 말해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응원하고서 자리를 떠났다. 박해일은 제자리에 못 박힌 듯이 멍하니 서서 몬스터들을 도륙하며 움직이는 현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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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네.]
“그러게 말이야.”
현찬은 앞길을 가로막는 촉수 괴물들을 모조리 베어 넘기며 헤르메스의 말에 맞장구쳐 주었다. 간혹 거대한 갑각을 두른 벌레형 괴물이나 훨씬 더 덩치가 큰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고는 했지만 그때마다 현찬이 단칼에 놈들을 동강 내버렸다.
하지만 하나를 베면 둘이 나타나고 둘을 베면 넷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끝이 없이 밀려드는 무한의 웨이브에 현찬을 비롯하여 주변에서 열심히 도시를 지키며 싸우는 헌터들이 하나둘 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한 클랜들의 도움 덕분에 민간인들의 대피를 안전하게 끝마치며 사망자는 없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버티고 있는 헌터들이 죽을 판이였다.
“차핫!”
현찬이 막 거대한 촉수 괴물을 베어 넘기던 그때였다. 허공에서 한 남성의 기합과 함께 거대한 검풍이 휘몰아치며 수십 미터 범위에 있던 촉수 괴물들을 모조리 조각내버렸다. 현찬의 주위로 빽빽하게 몰렸던 몬스터들 틈새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고 그런 현찬의 곁에 한 남자가 바닥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김승태 헌터님?”
“오랜만입니다. 강현찬 헌터님.”
“예.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안부 인사를 나누기에는 지금 썩 느긋한 상황이 아닌 것 같네요.”
황룡 클랜의 A랭크 헌터인 김승태가 만들었던 커다란 공터는 순식간에 촉수 괴물들로 뒤덮였다. 김승태는 포위되었는데도 딱히 겁을 먹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호승심을 자랑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씨익 웃었다.
“일단 주변부터 빨리 정리를 해야겠네요.”
<천강홍의장군(天降紅衣將軍) 곽재우(郭再祐)>
김승태의 옷이 붉은색 도포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의 몸이 10개로 늘어나며 사방으로 흩어져 주위의 몬스터들을 모조리 도륙해 버렸다. 자신의 부하들 10명에게 똑같은 옷을 입혀 적들을 교란했던 곽재우의 전승이 이 자리에서 빛을 보고 있었다.
촤자작!
10명의 분신이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촉수 괴물이 최소 두세 마리가 죽어 나갔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갑각 몬스터는 분신 2체가 달려들어 빠르게 조각낸다. 분신 자체의 능력이 김승태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 현찬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대단한 능력이네요.”
“최대 10개가 한계라서요. 게다가 그렇게 오래 유지도 못 하고 멀리 못 보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별로 지친 기색이 없이 김승태는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몬스터들의 수가 좀 줄어들어 한숨 돌릴 만해지자 새로운 손님이 도착했다. 김승태를 쫓아 온 황룡 클랜의 이한율. 그녀는 현찬을 발견하더니 반갑다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야! 최근에 이야기 많이 들었어. 데스페라도 녀석들을 아주 완벽히 결딴냈다면서?”
“뭐, 그렇게 됐지.”
현찬이 그렇게 대답하는 와중에도 촉수 괴물들은 끝없이 몰려들었다. 저 광경을 보니 훈련생 때 벌어졌던 그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이한율은 오소소 소름이 돋은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으며 몸서리를 쳤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저 괴물들이 나타나는 차원의 <문>을 닫아야 해.”
김승태가 멀리서 꿈틀거리는 거대 촉수를 보며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처음에는 수십 미터짜리 촉수라 생각했지만 <문>의 크기가 점차 커지자 비집고 튀어나오려는 녀석의 촉수는 그보다 더 거대했다.
촉수가 저 정도인데 <문> 너머의 본체는 대체 얼마나 거대하단 말인가.
저 정도의 괴물이라면 못해도 2등급. 어쩌면 1등급짜리 몬스터일 확률이 높았다.
“보아하니 <난제>와 거의 동급의 몬스터인가.”
<난제>는 게이트 사태로 인해 바깥으로 나온 몬스터들 중에서 너무나도 강력하여 아직 처리하지 못한 녀석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전 세계에 통틀어서 10종이 채 안 되지만 하나같이 전부 다 1등급짜리 몬스터라서 <난제>가 존재하는 대지로부터 반경 30km 이내에는 그 어떠한 사람도 살지 못한다.
지금 <문>을 찢고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녀석은 못 해도 <난제>와 거의 근접한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재앙이다. 특히나 가까운 곳에 도시가 있으니 만약에 저 녀석이 완전히 튀어나오는 순간 이곳은 지옥으로 변모하고 말 것이다.
피해액? 저 녀석이 날뛰면 과연 그것을 수치로 매길 수는 있을까. 제대로 대피만 늦어져도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인명 피해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발생했던 그 어떠한 사고보다 더 크게 날 것이고 재산피해는 그 곱절은 넘으리라.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 끝없는 검은 벽들을 뚫으며 저 꿈틀거리는 거대 촉수가 있는 곳까지 당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방어전을 펼치느라 거의 모든 헌터들이 체력을 소모하고 힘을 소진했다. 여기서 돌진할 여건이 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밖에 남지 않았다.
‘헤르메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는데, 괜찮겠어?]
‘알잖아? 나는 이제 고작 그런 거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헤르메스와 현찬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아테나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도 현찬과 나름 오래 지내다 보니 헤르메스만큼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현찬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계약자여. 괜찮겠나? 아무리 그대라도 이것은…….]
‘강제로 열린 <문>을 닫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문>은 계속 괴물들을 꾸역꾸역 토해낼 것이다. 그러면 <심연>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지구로 넘어올 것이다. 비단 피해는 한국만 입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의 존망이 걸린 일이었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서 <통로>가 있었을 때는 <통로>를 붕괴시켜서 서로 간의 연결을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로>가 없이 <문>으로 직접 연결이 되었다면 저것을 강제로 닫는 것은 매우 힘들어진다.
특히나 지금도 실시간으로 입구를 넓히면서 어떻게든 이쪽으로 넘어오려는 저 거대한 괴물 녀석 때문에 시간도 촉박한 상황.
[그래. 도와줄게. 나는 현찬이 너를 믿으니까.]
[끄응. 나라고 뭐 별수가 있을 리가. 나도 최대한 서포트 하겠다. 계약자여.]
‘고마워.’
두 신과의 대화를 끝마친 현찬이 이한율과 김승태와 눈을 마주쳤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역시!”
“방법이 있었구나. 그게 대체 뭔데?”
“하지만 시간이 걸려요.”
“시간이라 하심은?”
현찬은 멀리서 점점 거대해지는 촉수를 바라보았다. 아니, 거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넘어오지 못했던 촉수의 밑단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어두운 밤하늘보다 더욱 검고 짙은 촉수. 그것은 이제 촉수라기보다는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 같았다. 아니면 하늘을 끄집어 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뻗는 죄인의 절규 같았다.
지옥에서 기어 올라오려는 저 끔찍한 괴물을 밀어내면서 동시에 <문>을 파괴하려면 어지간한 파괴력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현찬은 지금까지 불렀던 그 어떠한 존재보다 강력한 자를 불러야만 했다.
“제가 저 <문>을 부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니 모두 저를 지켜주세요.”
현찬의 말에 김승태와 이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를 불렀어야지!”
POH클랜 소속의 1세대 헌터인 강덕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정정한 그는 주먹을 꽝 부딪치며 호기롭게 웃었다.
“정보를 알리는 거 하면 또 나거든.”
그는 즉시 헌터들이 사용하는 최신형 무전기를 전체 통신 채널로 바꾸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들어라!”
그 쩌렁쩌렁한 울림에 이한율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하지만 강덕수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전혀 목소리를 줄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강현찬 헌터가 지금 이 사태를 끝낼 방법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이 무전을 듣고 있는 사람 중에서 혹시나 돕고 싶은 사람, 아직은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지금 불러준 좌표로 모이길 바란다!”
잠시 숨을 고르던 강덕수는 폐부에 가득 채운 산소를 모조리 불태우듯 내뱉었다.
“우리가 사는 곳을 지켜준다는 데 정작 우리가 사람 하나 못 지켜야 고개 들고 다니겠냐! 헌터라면, 하물며 사람이라면……!”
“꼭 와주길 바란다.”
강덕수가 무전을 끄자 김승태가 박수를 쳤다.
“할아버지 아직 정정하시네요.”
“이놈아. 나도 아직 팔팔한 현역이야.”
옆에서 듣고 있던 이한율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어디서 연설 연습하셨어요? 보아하니 지난번에 현찬이가 수원에서 했던 연설에 감동해서 나름 준비한 거 같은데.”
완전히 정곡을 찔린 강덕수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주변에서 자그마한 웃음이 번졌다.
“오는군.”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강덕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소식을 들은 자들이 이곳을 향해 모이고 있었다.
“지원 왔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드디어 저희도 뭘 해볼 수 있겠네요.”
헌터 협회의 내로라하는 헌터들과 각종 클랜의 주력 간부급 헌터들.
“현찬 오빠. 저도 도우러 왔어요.”
“형. 덕분에 몸이 다 나았어요. 이제 제가 형을 도와줄게요.”
현찬과 친하게 지내던 성녀 서다은과 삼손의 계약자 최강윤도 참여했다.
헌터 협회 유일한 S랭크 헌터 김은혁.
헌터 협회 소속 A+랭크 헌터 홍야차 황설영.
<잔 다르크>의 계약자 성녀 서다은.
<삼손>의 계약자 최강윤.
그 외에 여러 헌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그중에는 의외의 인물도 있었다.
“몬스터가 날뛴다고 했더니 처리할 방법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나도 돕지.”
“당신은…….”
“태대각간(太大角干) 최덕현.”
화랑클랜의 클랜장이자 영웅급 영령 <김유신>의 계약자 최덕현!
평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S랭크 헌터의 등장에 주변이 살짝 웅성거렸다.
“내가 뭐 못 올 장소에 왔나?”
“설마. 엉덩이가 무거우신 양반이 이렇게 직접 험한 현장까지 행차하실 줄 누가 알았겠어.”
강덕수는 최덕현과 면식이 있던 사이였기에 그렇게 날카롭게 말했지만,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위험하다는데 내가 직접 나서야 하지 않겠나. 물론, 나 혼자는 아니지. 술랑(述郎)부대를 모조리 끌고 왔으니 도움은 될 거야.”
“네가 평소에 그렇게 데리고 다니던 잘난 영랑의 리더는 어디로 사라지고?”
“녀석은 이미 클랜에서 제명한 지 오래야. 내가 하지 말라는 짓을 혼자서 멋대로 저지르더라고.”
“흥! 보아하니 네 말을 안 들어서 팽한 거겠지.”
“둘 다 거기까지. 지금 상황에서 서로 내분을 일으키면 안 됩니다.”
다른 헌터의 중재에 강덕수는 칫 하고 혀를 차며 최덕현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런 강덕수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는지 최덕현은 이 자리의 중심인물인 현찬을 바라보았다. 현찬도 그를 바라보았다.
“만나서 반갑네. 최덕현이라고 하네.”
“강현찬입니다.”
둘의 대화는 이걸로 끝이었다.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이 이상의 행동은 그저 낭비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둘은 대화를 나눈 것 이상으로 상대방에 대해서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충 모인 거 같지?”
“이거 참. 우리가 신급 영령의 계약자를 지켜주다니. 언제 이런 감투를 써보겠어?”
“떠들지 마. 저 징글징글한 놈들이 온다.”
대부분의 주력이 이쪽에 모이자 괴물들도 먹잇감을 발견한 피라냐 떼처럼 현찬이 있는 곳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현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마력의 파장에 반응해서 달려드는 거였다.
태풍과도 같은 마력의 흐름에 A랭크 헌터들마저도 식은땀을 흘릴 정도!
‘헤르메스. 준비됐어?’
[물론이야.]
헤르메스는 영체화 상태에서 카두케오스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아무리 헤르메스라고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진심을 다해야 해서 처음부터 전력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들리지?]
헤르메스는 고개를 들어 그렇게 물었다.
이미 헤르메스는 다른 세계를 보고 있었다. 현세와는 아주 머나먼 곳에 자리 잡은 자신이 있던 곳. 그곳에서도 지고의 존재들만이 거주하고 있는 매우 높고 아름다운 천상의 천상. 그곳의 최고점.
[들리면 대답 해 줘.]
헤르메스는 그곳에서 매우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이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