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무한계약-55화 (55/265)

# 55

55화 계약파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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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테러리스트 조직 데스페라도의 습격!]

[테러리스트들을 막아낸 사람은 바로 강현찬 헌터?]

[동시에 아홉 장소에서 출현한 강현찬 헌터! 그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현찬이 아마르와 수르마를 협회에 집어 던져준 다음 날 아침.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현찬에 관련된 온갖 뉴스와 소식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할 테러라는 사건이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테러리스트들보다 현찬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막대한 인명피해를 낳았을지도 모르는 테러가 벌어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았다.

물론 사망자가 없다고 할 수 없었다. 초기에 대응하기 전 벌어졌던 산발적인 기습 테러는 많은 중상자를 만들었고 적지만 사망자도 있었으니까. 지금도 실시간 뉴스에서는 사망자에 관한 소식을 알리며 그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찬이 보여준, 현찬이 일궈낸 결과물은 그것 이상으로 사람들을 더욱 열광하게 했다.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현찬이 아니었다면 사망자의 수가 지금보다 거의 100배 가까이 늘었을 거라 한다. 실제로 테러리스트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나 지하철역 위주로 노렸기에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현찬이 저지했고 이 테러를 주도했던 데스페라도의 간부인 <목 베기의 수르마>와 아마르 알 하진까지 붙잡아 협회에 넘기기까지 했다.

지난번 수원시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국가 위기의 순간에 혜성처럼 나타나 모든 일을 처리한 한국의 영웅! 현찬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그러했다. 협회도 나름대로 사람들을 모아 테러를 막으려고 동분서주했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제대로 정보를 캐낼 수 없는 현찬에 관한 호기심이 중첩되자 결국 기자들은 현찬이 아닌 조금 더 물어뜯기 편한 협회로 목표를 돌린 것이다.

협회도 이번 테러 사건에서 나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했고 현찬과 합작으로 일을 해결했으니 뭐라도 찌르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의한 결과였다.

그 덕분에 황설영을 포함한 협회 헌터들은 테러 탓에 혼란스러워진 세간을 뒷정리하며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에게 시달려 하루하루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강현찬 헌터니이이임!’

그 강철 같던 황설영조차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속으로는 현찬의 이름을 구슬프게 외치고 있었다.

물론 현찬은 그 사실을 몰랐으며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현찬의 영령이 누구인지에 관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우연히 현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사람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고 그것은 순식간에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이 몰려와 구경했다.

화려한 황금 갑옷을 입고 봉을 휘두르며 테러리스트들을 쓰러뜨리는 현찬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 같았다.

- 그때 실시간으로 싸우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개쩔었음.

- 어떡해. 우리 현찬 오빠 너무 멋있어!

- 당신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

- 저거 대체 영령이 뭐임? 얼마 전에는 성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분신술까지.

- 저거 손오공 아닌가?

현찬에게 하는 칭찬과 영령에 관한 온갖 추측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현찬의 활약을 한꺼번에 짜깁기한 영상을 보면 현찬은 그야말로 온갖 무구를 사용하고 다양한 일들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몽둥이를 휘둘러 기간테스를 쓰러뜨린다거나 혹은 새하얀 도복에 검 한 자루로 몬스터들을 도륙한다거나, 맨땅에 성을 일으키고, 같은 시각 여러 장소에 나타난다거나.

소문에 의하면 왕급 영령 중에서도 <정복왕> 계열만 사용할 수 있는 <준마소환>과 <병사소환>까지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업계에서 나돌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사람들은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저런 신이 존재했나?

현찬이 보여준 무위를 생각하면 신급 영령이 아니라는 생각은 절대 품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신급 영령이 확실하다는 건데 대체 어떤 신과 계약을 맺었기에 저렇게 한 사람이 다채로운 능력들을 펼칠 수 있다는 건가.

- 이건 헤라클레스 아님?

- 이거 성 보면 우리나라 유명한 장군인 거 같은데.

- 무인들이 입는 도복에 검이면 한국인인데 이쪽 계열 신인가?

- 이거 중국풍 황금 갑옷에 봉이면 손오공 아님? 특히 이마에 긴고아 확실한데.

사람들의 시선과 의견은 날카로웠지만 대부분 그런 의견을 부정당했다.

이 모든 능력을 동시에 쓴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동시에 여러 명의 영령이 붙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영령 여럿과 동시에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이 세상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 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정보를 주관하는 헤르메스가 자신의 정체를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었다. 깊게 파고들다 보면 헤르메스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갈 텐데도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헤르메스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킥킥!”

현찬에게서 새롭게 선물 받은 노트북을 사용하며 헤르메스는 현찬의 영령에 대해 온갖 추측과 속설을 난무하는 사람들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헤르메스의 성격상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자신을 떠올리려고 아득바득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헤르메스의 신력으로 인해 인식이 미묘하게 교란되어 헤르메스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비극이며 헤르메스에게 있어서 희극이었다.

“아이고, 재밌어라.”

헤르메스는 노트북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인터넷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 헤르메스의 뒷모습을 보며 현찬과 영체 상태인 아테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휴.”

[신 망신이라고는 혼자서 다 시키는구나. 어디 가서 내 동생이라고 하지 말았으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헤르메스의 적응력이란 너무나도 대단해서 육체를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헤르메스는 순식간에 인터넷 사용방법을 익혀 자기가 원하는 자료들을 찾거나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얼마 전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키배(키보드 배틀)까지 벌여 상대방을 아주 작살냈다고 자랑까지 했던 일이 떠올랐다.

어딘가 장난스러운 인상과 행동으로 챙겨줘야 할 남동생의 이미지를 지닌 헤르메스이기에 바보 같다거나 꼴사납다는 인상은 없었지만, 과연 이대로 놔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됐다. 됐어. 나는 그냥 좀 쉬어야지.’

현찬은 최근 너무 쉬지 않고 달려온 여파 탓인지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로한 상황이라 오늘은 집에서 푹 쉬기로 다짐했다.

가족들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보냈지만, 현찬은 아직 원룸을 옮기지 않은 상태라 바깥에는 이번 테러 사태에 대해서 현찬에게 특종을 바라는 기자들이 깔려 있었다. 다행히도 집 안쪽까지 쳐들어오는 사람은 없었기에 현찬은 마음 놓고 쉴 수 있었다.

침대에 엎드린 현찬은 고개만 옆으로 돌린 채 서로 티격태격하는 헤르메스와 아테나를 보았다.

예전이라면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적막했던 원룸이 지금은 지내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시끄러우면서도 어딘가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물론 지내고 있는 사람은 현찬 한 명이고 나머지 둘은 신이었지만.

이렇게 떠들썩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현찬 님. 과일을 깎아왔습니다만 드시겠습니까?”

“어, 응. 고마워 에크티.”

무엇보다 현찬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것은 [황금인형]의 여섯째이자 막내인 에크티의 존재였다. 과연 신이 만든 역작답게 그녀는 모든 일에 능통했으며 특히나 주인으로 여기는 현찬을 보살피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현찬에게 과일을 직접 떠먹여 주는 것은 예사였으며 심지어 피곤할 때는 현찬의 몸을 마사지해주며 굳어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명령만 내린다면 무엇이라도 수행하는 최고의 비서가 바로 그녀였다.

현찬은 재차 헤파이스토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모처럼 꿀 같은 휴식을 취했다.

바깥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드는지 신경 쓰지 않은 채.

&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두운 공간. 습한 공기와 눅눅한 냄새만이 존재하는 이 방에서 어둠이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마치 마술사처럼 어둠 속에서 등장한 새 가면은 앞뒤 맥락을 따지지도 않고 미리 와 있는 자에게 물었다.

“무슨 짓이지?”

“뭘?”

“그분께서는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를 내리셨다. 이 말을 어길 생각인가?”

새 가면의 질책에 철 가면은 어깨를 으쓱였다.

“네 말대로 나는 가만히 있었다.”

“멋대로 데스페라도를 부추기고 람브로눅스를 이용한 건?”

“나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어. 움직인 것은 그 녀석들 스스로였으니까.”

“그 계기를 준 것은 너다.”

새 가면의 무뚝뚝한 반응에 철 가면이 오히려 성을 냈다.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몸에 걸치고 있는 칠흑처럼 어두운 로브가 한바탕 크게 출렁인다.

“그래서, 지금 나를 질책하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

철 가면의 말에 새 가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철 가면은 그런 새 가면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네가 그분의 총애를 얻는다고 기고만장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동일한 존재다. 서로 명령을 내릴 권한 따위는 없어.”

“나는 그분의 총애를 얻지 않는다. 그분의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동등할 뿐.”

“네놈의 그런 고리타분한 충성심은 듣고 싶지 않아. 게다가 그 강현찬이라는 녀석을 봐라. 이번 사태도 아무렇지 않게 해결했어. 그런데도 가만히 놔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철 가면은 현찬의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현찬이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대업을 위해서라도 현찬을 한시라도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답답한 녀석은 그저 명령을 따르며 가만히 있을 뿐이다.’

그분의 명령은 절대적으로 따르는 새 가면이기에 우회적인 방법으로라도 도움을 받을 수는 없으리라.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한국이 아닌 각기 다른 국가에 있어서 녀석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런 녀석들에게 도움을 바랄 바에야 혼자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특히나 그 녀석들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이렇게 된 이상 혼자서라도 하고 만다.’

그분의 명령을 어길 생각은 없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다른 녀석들을 이용한다면 가능하다.

‘설마 ‘목 베기의 수르마’마저 당할 줄은 몰랐지만, 아직 적당한 녀석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철 가면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그분께 보여줄 수 있는 충절이라 의심치 않았다.

기회는 많았다. 그가 생각하는 현찬은 아직 열매조차 제대로 여물지 못한 풋내기였다. 그 과실이 제대로 맺기 전까지 어떤 수를 쓰더라도 현찬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그때는 내가 직접…….’

비록 명령을 어겼다고 하더라도 그분이라면 이해해 주시리라.

마음속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철 가면을 보며 새 가면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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