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50화 투전승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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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젠장!”
강규태는 폭발의 충격과 열기를 피해 복도 모퉁이 뒤로 몸을 숨기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일반 중형 클랜 소속인 그는 협회의 부름에 응할 수밖에 없었기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나온 것이 조금 전의 일.
다른 클랜 소속의 헌터들이 적당히 모였을 때 국가 공무원 헌터의 지시에 따라서 테러리스트들의 은거지에 잠입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 업계에서도 실력이 있었기 강규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모이니 은근한 정의심마저 샘솟아 빨리 테러리스트들을 때려잡을 생각을 품기도 했다. 아무리 놈들이 데스페라도라는 위험한 집단이라고 하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안일했던 생각은 놈들이 숨어있는 폐건물에 돌입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고 말았다.
강규태를 포함한 헌터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면 데스페라도 놈들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미친놈들이라는 거였다.
데스페라도 놈들은 헌터들이 자신들의 은신처에 찾아오자마자 무리를 둘로 나누었다. 한쪽은 정해진 테러를 감행하려는 쪽. 그리고 다른 한쪽은 이 건물에 찾아온 헌터들을 막는 쪽으로.
들은 정보에 의한다면 이곳에 모인 데스페라도 조직원 중에서 경계할만한 실력을 지닌 놈은 단 한 명 뿐이라고 한다. 강규태는 그마저도 다른 녀석들이 정리해 줄 테니 자신은 조무래기만 빠르게 정리를 하고 도망친 놈들을 쫓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달려든 조무래기 놈들이 몸에 폭탄을 실은 채 자폭을 감행하기 전까지는.
‘미친 새끼들!’
강규태는 폭연 탓에 기침하면서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폭탄으로 무장한 놈들은 목숨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헌터들을 향해 자폭을 감행했다. 그 예상하지도 못한 공격에 크게 당하고 말았다. 아직 목숨 잃은 사람은 없었지만 좁은 공간에서 터진 폭발의 충격으로 중상을 입은 헌터들이 더러 있었다.
‘미친놈들! 다 같이 죽자는 건가!’
데스페라도가 악명 높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저 정도로 미친놈들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뼈저리게 느꼈다. 괜히 람브로눅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놈들이 아니었다. 저놈들은 정말로 미친놈들이었다.
폭연을 뚫고 멀리서부터 재차 폭탄이 날아온다. IS 테러리스트 영령들이 사용하던 사제폭탄이다. 일반 폭탄보다 당연히 위력도 세고 헌터들에게 피해를 줄 만한 물건이었다.
탱커들이 1선에 서며 방패를 바닥에 박고 비스듬히 세운다. 그 위로 폭발의 충격이 방패를 타고 흘러갔다. 하지만 그 충격을 완전히 막지 못한 탱커가 뒤로 나자빠졌다.
“지원 요청 보내! 이쪽에 사람 더 필요하다고!”
“여기에 올 사람들 없어! 게다가 지금 시간이 촉박하다고! 도망친 놈들을 잡아야지!”
“젠장! 지금 저기서 계속 폭탄 던지면서 저항하는데 어떻게 저걸 뚫고 잡아!”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이 뭐라도 하려고 하기도 전에 재차 폭탄이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식빵. 모두 피해!”
바닥을 굴러오는 폭탄을 본 강규태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헌터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 좁은 건물 복도에서 터지는 폭발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 도망친다고 해도 늦었다.
무엇보다 몇 번 일어난 폭발 탓에 건물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것이 터진다면 위태로운 이 건물이 붕괴할 것이다. 강규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앙!
폭탄은 주홍색 불길을 뿜어내며 주변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삼키려 들었다. 하지만 강규태는 아직도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떴다. 설마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폭발의 영향으로 후끈 달아오른 공기가 그의 피부를 자극했다. 그것이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이, 이게 대체?”
강규태는 그제야 자신의 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몸에 화려한 갑옷을 입은 그가 살짝 고개를 돌리자 강규태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가, 강현찬 헌터?”
역사상 최단기간 A랭크 헌터를 단 강현찬이었다.
&
특무 3과의 부팀장 송지석은 강남 인근의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내 신세야!’
얼마 전에는 람브로눅스 녀석과 마주쳤는데 이번에는 데스페라도 녀석들의 뒤꽁무니를 쫓는 그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도 처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농땡이 피우거나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노릇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협회 소속의 헌터이며 사회를 위협하는 적들을 잡아야 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야, 이 새끼야! 거기 안 서!”
송지석은 자신에게 뒤통수를 보이며 열심히 도망치는 테러리스트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협회에서 연락을 받은 즉시 데스페라도 놈들의 거점 중 하나를 빠르게 기습한 것까지는 좋았다. 나름대로 경험이 풍부한 특무 3과 헌터들은 데스페라도 조직원들이 당황한 틈을 타서 빠르게 제압에 들어갔고 거의 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놈들의 리더로 추정되는 녀석이 창문을 깨고 도주를 감행한 것이다. 결국에는 경력이 오래되고 발이 빠른 송지석이 지금 녀석의 뒤를 쫓는 중이었다.
‘이대로 사람이 많은 대로변에서 무차별 살인이라도 벌이면 곤란해진다!’
놈이 골목길을 나서기 전에 사로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녀석은 나름대로 힘 있는 영령과 계약을 맺었는지 송지석이 이를 악물고 쫓는데도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녀석을 놓치고 만다!
‘이대로 간다면……!’
송지석이 이를 악물고 달리는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어?”
하늘에서 떨어진 그것은 도망치는 테러리스트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그대로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몸을 내리찍었다. 퍼억! 테러리스트가 바닥에 죽어서 뻗은 개구리처럼 엎어졌다. 녀석은 반항다운 반항도 해보지도 못한 채 기절해서 고개를 푹 떨구었다.
갑작스러운 지원군의 등장에 송지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녀석을 놓치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기에 지원군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송지석은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강현찬 헌터님?”
그는 얼마 전 람브로눅스와 관련된 사태에서 만난 적 있는 강현찬이었다.
&
“시민 여러분! 모두 대피하세요! 여기는 위험합니다!”
“이봐 거기! 차량 통제하고 이 주변 사람들 못 넘어오게 라인 세워!”
경찰들이 몰려와 합정역 인근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헌터들은 잔뜩 긴장한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 순간 사람들의 틈새에서 섞인 사람 한 명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야! 저거 막아!”
미리 경계하던 헌터들이 잽싸게 달려들어 남자가 총을 쏘기 전에 제압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방향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손에 쥐고 있는 지퍼백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한 명이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움직이는 양동 작전이었다.
“이런 젠장!”
“전부 피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데스페라도 조직원은 자비심 없이 총구를 도망치는 시민들에게 겨누었다. 헌터들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달려들지만 이미 늦었다. 테러리스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더 빨랐다.
이대로 가다간 시민들이 떼죽음을 당할 판이였다.
“커헉!”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에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테러리스트가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졌기 때문이다.
몰래 숨어있던 다른 데스페라도 조직원들이 움직였지만, 그들이 무언가 해 보기도 전에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가 전부 다 그들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어찌나 실린 힘이 강했는지 전부 다 각성자로 이루어진 데스페라도 조직원이 돌에 맞아 바닥에 픽픽 쓰러졌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 광경을 지켜보던 헌터들은 사람들이 물러나면서 생긴 빈자리에 누군가 돌을 던지고 받는 것을 반복하며 다가오는 걸 발견했다.
“어? 저 사람은?”
“강현찬 헌터잖아?”
&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번 일의 지휘를 내리는 헌터 협회의 간부 중 하나인 최천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무전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나같이 무전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말들은 그의 예상을 깬 낭보였다. 하지만 그 낭보가 하나 같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쪽은 서울 강남역 테러리스트들을 막기 위해 움직였습니다만, 강현찬 헌터가 나타나서 전부 다 쓸어버렸습니다.”
“합정역 쪽입니다. 시민들 사이에 숨어있던 테러리스트들을 강현찬 헌터가 전부 제압했습니다.”
“서울 외곽 인근 폐빌딩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들 제압이 끝났습니다. 강현찬 헌터가 도와준 덕분입니다. 도망친 녀석들도 전부 다 생포 완료했습니다.”
“최천수 부장님. 강현찬 헌터가 저희를 도와서……”
강현찬 헌터.
그의 이름이 나오는 거야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 들은 바로는 데스페라도 조직에서도 나름의 지위가 있는 녀석을 붙잡아 생포해 온 것도 그였으니까. 협회를 도와 놈들을 소탕하는 데 이름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 이름이 지금 무전에서 동시에 들려온 그때부터는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뭐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번 사태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심각했는데 별다른 피해도 없이 막아냈다는 점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였다.
총 10곳 중에서 본격적인 테러를 벌이려는 아홉 군데의 데스페라도 조직원들을 모조리 박살 냈고 인명피해도 없으니 그야말로 대승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9곳에서 전부 현찬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시간 차를 두지 않고 동시에.
“강현찬 헌터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여기 강현찬 헌터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최천수 부장님. 강현찬 헌터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9곳에서 계속 무전으로 현찬의 이름을 외치니 최천수는 그야말로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
깊은 산속에 지어진 간이 별장. 그곳에 머무는 데스페라도 조직의 간부 중 하나인 아마르 알 하진은 그의 뇌리를 스치는 불안감에 콧잔등을 찡그렸다.
‘뭔가 이상하군.’
아마르 알 하진은 이마를 찌푸리며 지금 흘러가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테러리스트이지만 많은 싸움을 해왔고 거기서 항상 이겼기에 여타 고 랭크 헌터들처럼 감이 남달랐다. 그런 그의 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이쪽에는 안 좋은 쪽으로.
그리고 아마르 알 하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전부 실패했다.]
“뭐라고?”
그와 계약을 맺은 자는 노예 왕조의 8대 왕인 <기야스 우딘 발반>
왕급 영령인 그의 스킬 중 하나는 바로 <노예 각인>이었다. 자신보다 더 급이 낮고 약한 자들을 노예로 부릴 수 있으며 그 노예를 통해서 주변 상황도 살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 수는 총 10명이 넘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마르 알 하진은 <발반>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그와 동조율을 높였다. 그러자 <노예>를 통해서 영령이 보았던 것들이 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별거 없었다.
다들 지령받은 대로 각자 무기를 손질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거사를 시작하기 약 10분 전 대기하고 있던 조직원들에게 불청객들이 찾아왔다. 그들의 침입은 상당히 허를 찔리기는 했지만, 이쪽도 나름의 대비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맥없이 당하는 일들은 없었고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허점을 찔러 역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문제는 이 이후에 발생했다.
난데없이 나타난 한 명의 헌터에게 테러를 감행하려던 조직원들이 당한 것이다.
‘저 자는…….’
본적이 있는 얼굴이다.
강현찬.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헌터다. 무엇보다 신급 영령의 계약자이기 때문에 그 또한 알고 있었다. 경계해야 할 헌터들이 많은 이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
신급 영령의 계약자가 직접 나타났다면 그의 부하들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장소를 보여주는 풍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사람이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나타난 것이다.
강현찬.
지금 실시간으로 자신의 <노예 각인>을 맺은 부하가 보여주는 광경에서 그 남자가 있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아마르 알 하진의 입에서 저절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그는 지금 보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한 사람이 동시에 9개나 되는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절대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의 상식에서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상식에서도 불가능 한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영령이야!’
이 나라에 커다란 재앙이 닥쳐서 커다란 빈틈이 생겼다. 평소에도 어떻게든 벼르고 있었던 그에게 이는 하늘이 내린 기회였고 그는 공을 들여 계획을 짜고 사람들을 이용해 테러를 벌이려고 했다.
계획은 완벽했다.
세상은 혼란에 빠질 테고 질서는 무너지리라.
그것은 그가 가장 바라던 일이다.
그런데 실패했다.
그것도 단 한 명에 의해서.
“이익!”
악문 이 사이로 분노가 터져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예 각인>으로 인해 그의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영상의 마지막을 보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날 봤어?”
영상 속의 현찬은 웃고 있었다. 정확하게 그를 보면서 말이다. 분명히 볼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는 아마르 알 하진을 향해 뭐라고 입을 오물거렸다. 그것은 한국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인 아랍어.
현찬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 말에 아마르 알 하진은 전신이 싸늘한 한기로 뒤덮이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에게 얼음이 잔뜩 담긴 물을 양동이째 시원하게 들이부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마르 알 하진은 자기도 모르게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것은 그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깊은 곳에 잠든 원초적인 생존 욕구. 그것이 조금 전의 광경에 눈을 뜨며 반응한 것이다.
“안녕?”
그리고 들려왔다.
들려서는 안 되는 현찬의 목소리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하늘 위.
아마르 알 하진은 고개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뜨거운 태양을 후광 삼아 현찬은 허공에 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구름을 밟고 서 있었다.
몸에 걸친 화려한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동양풍 갑옷. 머리에는 꿩의 털이 두 개가 마치 더듬이처럼 튀어나와 있다.
위풍당당하게 구름을 밟고 서 있는 현찬의 오른손에는 황금으로 문양이 각인된 기다란 봉이 쥐여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의 이마를 두르고 있는 금색의 띠.
“너, 너는……?!”
아마르 알 하진은 현찬의 복장을 보고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도대체 왜 현찬이 같은 시간에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나타났는지. 그가 어떻게 신출귀몰하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
저 영령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돌에서 태어나 천계를 들쑤시고 천계를 그야말로 혼란으로 몰아갔던 원숭이.
온갖 술법을 익혔으며 천계의 보물을 가졌고 십만 천병마저 홀로 무찌르는 최강의 존재.
<제천대성(齊天大聖) 손오공(孫悟空)>
신급 영령인 그가 현찬의 몸을 빌려 다시 지상에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