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38화 새로운 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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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벌어진 몬스터와의 수성전.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평가하기를 <기이한 수성전>이라 불리는 이 전투는 인터넷을 통해서 순식간에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어지간한 헌터들을 내포한 나라들은 모두 이 광경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땅을 가득 채운 몬스터들의 대군. 그리고 갑자기 솟아오른 거대한 성벽.
성을 넘으려는 몬스터들의 발악과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헌터들의 처절한 전쟁은, 당연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이 성을 직접 만들어낸 현찬은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해서 인터넷에서 화자 되고 있었다.
한국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는 물론이거니와 해외의 레딧에서도 현찬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최근에 나타난 4번째 신급 영령의 계약자라는 타이틀과 거기에 들어맞는 엄청난 전적.
현찬이 성을 소환하는 장면이나 칼 한 자루로 몬스터들을 모조리 쓰러뜨리는 모습은 편집본으로 합쳐져 튜브사이트에 올라갔고 순식간에 조회수가 1억이 넘어가는 신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해외에서도 강현찬이라는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당연한 수순으로 해외의 헌터 클랜에서 현찬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 어디에도 소속이 되어 있지 않은 신급 영령의 계약자.
이보다 더 달콤하고 탐스러운 먹이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특히나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거대한 성벽을 우뚝 세우는 능력은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고 최고의 능력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게이트가 생겨나고 몬스터들이 현대에 나타나는 현실에서 몬스터들이 대거로 도시를 습격하는 일들은 흔하지는 않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몬스터들을 막으려고 장벽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고작 일회용에 불과하며 몬스터를 상대로는 그 크기가 매우 작다.
하지만 현찬은 다르다.
자신이 원한다면 높이만 10m나 되는 거대한 성벽을 소환할 수 있으니까. 어지간한 대형 몬스터도 쉽게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 이것 하나만으로도 실제로 받을 피해를 무려 수천 배나 줄일 수 있다.
이쯤 되면 국가단위로 현찬에게 러브콜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특히나 미국의 러브콜은 더욱 각별했다.
미국은 넓은 땅에 비해서 그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대통합> 이후로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도 너무 넓은 장소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제대로 대처가 되지 않았고 엄청난 국토의 손실을 발생하고 있었다. 오히려 인구밀도가 지나치게 높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게이트에 대처를 잘할 정도.
당연히 미국의 피해는 언제나 극심했고 모두의 우러러봄을 한 몸에 받던 세계 강대국 1위는 점차 무너졌다. 그런 상황을 겪고 있는 미국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군대를 막아내는 능력을 지닌 현찬을 더욱 바라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미국만이 아니었다. 미국처럼 게이트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모두 현찬을 원했으며 심지어 납치까지 하려는 움직임도 보일 정도.
하지만 모두가 현찬을 바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빛이 있고 그것이 강할수록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짙어지고 길어진다.
헌터를 이용해서 세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대표적인 예였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자신들이 더 활개 치기 쉬운 그들은 영웅의 등장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특히나 한국은 세계 곳곳에 뛰어난 헌터들을 파견 보내는 국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무엇보다 현찬에 대해 가장 관심을 쏟은 것은 바로 수원에서 게이트 사태를 일으킨 새 가면이 속한 의문의 조직이었다.
“계획이 실패했다고 들었다.”
달빛조차 비추지 않고 하늘의 먹구름 안에 모습을 숨긴 어두운 밤. 그런 밤하늘과 대조를 이루듯 더욱 자신들만의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도시의 광휘. 그것을 마천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새 가면의 곁에는 언제부터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밋밋한 철 가면을 쓴 자가 서 있었다.
“방해가 있었어.”
“지금 한창 시끄럽게 떠드는 그 녀석인가?”
새 가면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어지간한 일이 있더라도 계획은 성공적으로 돌아갈 거로 생각했다. 그들이 이번에 불러낸 몬스터들은 지금까지 헌터들이 상대한 녀석들과는 궤를 달리했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실패.
그것도 단 한 명에 의해서 그들이 지금까지 공을 들였던 계획이 그야말로 거품처럼 사라졌다. 철 가면이 어깨를 으쓱였다.
“신급 영령의 계약자라더니.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경험도 얼마 없는 애송이가 아닌가.”
“녀석은 내가 숨은 것까지 눈치채고 있었어. 그리고 순간이지만 녀석의 움직임을 놓쳤다.”
“…… 정말인가.”
철 가면은 침음을 흘렸다. 새 가면이 비록 전투에 특화되지 않았지만 그의 은신 능력이나 민첩함은 자신들, 사도(Apostle) 중에서도 당연히 으뜸이었다. 그런데 현찬이 그런 새 가면의 은신을 꿰뚫어 보고 심지어 새 가면이 움직임을 놓쳤다고 하니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새 부리 가면은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녀석은 풋내기가 아니야. 우리들의 계획을 망친 시점에서 그 실력은 이미 증명된 거나 다름없다.”
새 가면은 아직도 현찬이 자신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던 그 순간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았다. 등골을 타고 흐르던 그 섬뜩한 기분. 잡히는 순간 그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 광경을 떠올리면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렇다면 어쩔 거지? 바로 녀석을 처리할 거냐?”
신급 영령의 계약자라면 그 잠재력은 무시무시할 거다. 아직 제대로 영령의 힘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약에 공격을 가한다면 기회는 오직 지금뿐이었다. 처우가 늦을수록 현찬은 그들이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해 나갈 테니까.
하지만 철 가면의 말에 오히려 고개를 저은 쪽은 새 부리 가면이었다.
“아니.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해.”
“…… 설마.”
“그래. 그분께서 녀석을 일단 놔두라고 하셨다.”
“그분은 대체 왜 그런…… 아니. 그분의 선택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군. 우리들의 계획에 가장 큰 차질을 빚을지 모르는 녀석을 내버려 둬야 한단 말인가.”
“그분의 선택이다. 다 생각이 있으시니 그런 명령을 내리셨겠지. 우리는 그저 따를 뿐이다.”
“……고리타분한 녀석.”
“임무를 실패한 나를 용서해주신 분이다. 그분을 향한 충성심일 뿐.”
철 가면도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분의 명령이라고 했으니 그것은 절대로 뒤집을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한반도를 노리는 것은 결국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체 얼마나 강해질지 짐작도 가지 않는군.’
현찬은 첫 시작부터 B랭크 헌터이고 역대 최단기간으로 A랭크로 상승했다. 게다가 동영상으로 보았던 성을 소환하는 것과 칼질 한 번에 자신보다 수십 배는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를 조각낸 무위. 절대로 좌시할 수 없음에도 가만히 놔둬야만 했다.
‘그분은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 건지.’
철 가면은 그런 생각을 품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걱정을 떨쳐냈다.
어차피 한국은 아직 새 부리 가면과 철 가면 둘이 대기하며 계속 상황을 지켜본다. 만에 하나라도 현찬이 성장한다 쳐도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 전에 독단으로 현찬을 죽일 생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굳이 내 손을 쓸 필요는 없겠지.’
현찬의 죽음을 바라는 자들은 꽤 많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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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찬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번 수성전 이후로 현찬은 이제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게 바로 그 이유였다. 길을 걷기만 해도 현찬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다가와 사인을 해달라고 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했다.
딱히 문제 될 건 없었기에 현찬은 흔쾌히 수락했다. 나름 연예인이 된 기분도 느꼈기에 현찬도 내심 기뻐하던 차였다.
문제는 그것이 몇날 며칠을 이어진다는 점.
“으으. 인기스타는 왜 괴로운지 조금 알 거 같은 기분이 드네.”
이한율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막 팬클럽 만들고 사인해달라고 하면 기분 좋지 않냐고. 이한율은 대답하지 않고 조금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나중에 저절로 알게 될 거라고 말했다.
현찬은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일반 시민들의 부탁은 그래도 문제 될 게 없었다. 더 귀찮은 점은 타국에서 계속해서 날아오는 현찬을 향한 러브콜이었다. 신급 영령의 계약자를 어떻게든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릴 생각이 없는 자들이다 보니 현찬은 꽤 많이 시달린 것이다.
특히나 많이 온 것은 바로 미인계.
예쁜 여자들이 현찬이 좋다고 다가오는데 이성과 본능의 사이에서 얼마나 갈등했는지. 헤르메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현찬이 원룸 침대에 눕고는 한숨을 쉬자 헤르메스는 그게 퍽이나 재밌는지 깔깔거리며 웃었다.
[영웅이잖아? 즐기라고.]
“여자가 가까이 오기만 해도 살쾡이처럼 시끄럽게 구는 게 누구인데.”
[나의 눈을 피해 가면서 재주껏 여자를 취하는 것도 네 능력이겠지.]
“됐네요.”
현찬은 질색했고 헤르메스는 재차 웃었다.
원룸의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어떻게든 현찬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한 파파라치들이었다. 걸어 다니는 대박 덩어리인 현찬은 그들에게 있어서 매우 매혹적인 보석 그 자체였기 때문에 모두가 현찬을 노리고 있었다.
‘돈을 버는 대로 빠르게 이사를 해야겠네.’
듣기로는 A랭크 헌터들만 따로 지내는 동네가 있다고 한다. 자세히 알아본 적은 없지만 지나친 인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마찰을 겪는 고랭크 헌터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하며 지내기 적합한 곳이라고.
치안과 경비 상황이 좋아서 수상한 사람은 미리 차단하므로 파파라치에게 시달릴 필요도 없다. 안 그래도 이사의 절실함을 느낀 현찬은 가족들을 먼저 그곳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무기다.
지금까지 잘 사용하던 무기가 치열한 전투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것.
헌터에게 있어서 무기는 목숨을 사수하기 위한 불가결한 요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나 영령이 생전 사용하던 무구를 <차용> 하여 구현하는데 무기는 그 기틀을 잡아주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이다.
그런 무기가 부러졌으니 당연히 새것으로 맞춰야 했다.
‘그래. 이왕 A랭크가 됐는데 무기도 더 좋은 걸 써야지.’
현찬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왕 생각했으니 바로 실천할 생각이었다.
[어디 가게?]
“새로운 무기를 구하러.”
강남에 있는 헌터스 숍이라면 현찬이 마음에 들어 할 무기들이 즐비해 있을 것이다. 위치는 대충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으므로 현찬은 이왕 무기도 바꾸는 김에 방어구도 괜찮은 거로 바꿀 생각이었다.
‘그보다 돈은 충분하려나.’
헌터들이 사용하는 장비의 경우에는 당연하겠지만 그 가격이 매우 비싸다.
특히나 A랭크 헌터가 사용하는 무기의 경우에는 대부분이고 등급 몬스터 사체 등의 특수한 소재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 금액이 하늘을 찌른다.
현찬은 통장에 있는 금액으로 무기를 구매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며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잔고를 확인했다. 이번에 수원 사태를 막으면서 그 공적의 대부분을 현찬이 받았기에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잔액.
42,530,012,326원.
“…….”
돈이 부족해서 허덕이는 일은 평생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