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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36화 (36/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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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빅 웨이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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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충원된 몬스터들의 군세를 상대로도 헌터들은 열심히 싸웠다. 아직 성이 함락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후방에서 지원을 해 주는 군인들이 대규모 폭격을 가하면서 방어에 이바지한 덕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눈에 띄게 활약을 하는 자들이 존재했다.

“모두를 지켜주소서. 성스러운 보호막!”

오를레앙의 성녀 <잔 다르크>의 계약자 서다은.

세인트 가디언 클랜의 차기 얼굴마담이자 유망주로 불리는 그녀는 성벽 일부를 둘러싼 황금빛 방어막을 펼치며 몬스터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죽어라!”

POH 클랜의 A랭크 헌터 강덕수 또한 마찬가지. 그는 무기를 사용하는 대신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의 주먹에 머리를 직격당한 진흙 몬스터가 그대로 목이 꺾여서 죽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와 계약한 영령은 고려 2대왕 <혜종 왕무(王武)>

왕급 영령임에도 그 무위가 걸출한 그는 한때 자신을 암살하러 온 자객을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정도로 힘이 강하고 뛰어난 싸움 실력을 갖춘 왕이었다. 그런 왕과 계약을 맺은 강덕수는 몬스터들을 강철처럼 단단한 주먹으로 시원하게 때려잡고 있었다.

황룡 클랜의 이한율과 김승태 또한 마찬가지.

특히나 이한율과 계약한 명장 <강감찬>과 김승태와 계약한 천강홍의장군(天降紅衣將軍) <곽재우>는 이런 성을 끼고서 싸우는 전투에 특화된 영령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빛을 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원효대사>와 계약한 1세대 헌터 최무진을 비롯한 다른 A랭크 헌터들도 모두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A랭크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현찬이었다.

“하압!”

성벽을 기어오르는 몬스터의 머리에 창을 찔러 넣자 녀석은 성벽 아래로 추락한다. 현찬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성벽 위를 누비면서 성벽을 막 넘거나 위에 올라타려는 몬스터들을 해치웠다.

그야말로 양떼들 사이에서 홀로 전장을 누비는 호랑이와 같은 기세.

안시성의 주인이자 이 성을 지켜낸 <양만춘>이 주는 힘과 현찬이 지니고 있는 힘이 서로 합쳐져 만들어내는 뛰어난 무력을 바탕으로 현찬은 숨 하나 차지 않고 계속 날뛰었다.

하지만 이런 A랭크 헌터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은 꾸역꾸역 밀려왔다.

현찬은 아직도 성벽 아래에 쭉 깔린 몬스터들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이대로는 안 돼.’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겠지만 공성전이 막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들 지쳐있는 상태.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소모가 극심해져서 이쪽이 불리해진다.

이 상태로 계속 흘러가게 된다면 필시 조만간 성이 뚫릴 터.

[계약자여. 아무래도 저 괴물들의 장을 노려야만 할 것 같네만.]

‘네. 그 말 대로에요.’

이 몬스터들을 다루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로 보스 몬스터였다. 현찬은 녀석을 쓰러뜨려야만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지지부진한 수비전만 계속 이어나간다면 다음 웨이브 때는 무조건 질 테니까.

‘헤르메스. 도움이 필요해.’

[…… 괜찮겠어?]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헤르메스.

현찬이 말하지 않았지만, 헤르메스는 현찬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중 계약.

그것도 영웅급 영령을 상대로 이중 계약을 맺을 생각이었다.

‘지금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신급 영령은 아직 현찬의 힘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유지시간이 짧아 저 멀리 보이는 도시 안쪽의 보스를 잡으러 갈 때까지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새로운 영웅급 영령을 불러내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부담이라는 것을 현찬도 알고 있다.

이미 <척준경>을 부르면서 상당한 마력을 소모했다. 거기에 비록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안시성>을 소환해서 계속 유지하고 있기까지 했다.

여기서 다른 영령의 힘을 빌리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

[하아. 그래. 알았어. 영웅급 2명은 처음이지만, 지금의 너라면 견뎌 낼 수도 있겠지.]

헤르메스도 딱히 이렇다 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찬의 뜻대로 하기로 했다.

[각오해 둬. 한 명은 어떻게 하겠지만 두 명부터는 상당히 힘들어질 거야.]

‘이미 각오한 일이야.’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제안을 생각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헤르메스는 못 말리겠다며 웃었다.

[부를 영령은?]

‘그걸 몰라서 물어?’

그 개인의 힘이 한 나라의 군세에 도달했다는 신화 속 최고의 영웅.

괴물과 몬스터들을 모두 때려잡은 최강의 괴물 백정.

‘당연히 헤라클레스지!’

스킬.

<헤르메스의 권능-이중계약>

번쩍!

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현찬을 향해 떨어졌다.

쿠웅! 빛이 떨어지자 성벽이 일순 작게 진동했고 그 주변의 헌터들이 살짝 뒤로 밀려났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헌터들의 시선이 일순 현찬을 향해 모였다.

빛이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낸 현찬은 방금 전과 복장이 달라져 있었다.

머리와 몸에 뒤집어 쓴 사자가죽. 한 손에 쥐고 있는 몽둥이와 등 뒤에 매달고 있는 화살통과 커다란 활까지.

[하하하! 이거 다시 불러주니까 고마운데!]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지! 이번에는 제대로 싸울 맛이 나겠어!]

헤라클레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이런 괴물들의 대군을 보고도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투지를 더욱 강하게 불태우는 그를 보며 현찬은 적지 않은 용기를 얻었다.

현찬은 즉시 가까운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은이를 향해 다가갔다.

“아. 오빠. 그 복장은 대체……?”

다은은 자신에게 다가온 현찬이, 예전에 보았던 그 모습을 하고 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 다은아. 버프 좀 부탁해.”

“…… 설마 혼자 가시려고요?”

다은은 현찬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다은의 눈빛에 현찬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았기에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법밖에 없어.”

헤라클레스의 힘을 얻은 현찬은 최대한 빠르게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갈 여유는 없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모질게 말하자면 현찬의 걸림돌이 될 뿐이었으니까.

“…… 알겠어요.”

다은은 뭔가 불만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 상황을 납득했기 때문에 현찬을 향해 버프를 걸어주었다.

[성녀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3시간 동안 모든 스텟이 15% 증가합니다.]

[받는 피해가 30% 감소합니다.]

[모든 상태이상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텟을 무려 퍼센트로 올려주는 엄청난 버프! 예전에 받았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버프에 현찬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녀도 못 보던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번에 새롭게 배운 스킬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딱 한 명에게 밖에 주지 못하지만, 오빠라면…… 줘도 되니까요.”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현찬에게 이 버프를 주는 것이 확실히 옳은 선택이었다. 현찬은 안 그래도 힘이 가득한데 거기에 더해서 이런 강력한 버프까지 받자 온몸의 힘이 용솟음치며 넘쳐흘렀다.

그 유형화된 마력과 투기가 현찬의 몸을 감싸며 육체의 강도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고맙다.”

“고마우면 나중에 한턱 쏘세요.”

“그래. 맛있는 거로 사줄게.”

현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성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투웅!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현찬의 몸은 그대로 허공 30m 이상 높이까지 떠올랐다. 마치 로켓처럼 쏘아진 현찬은 포물선을 그리며 몬스터들의 중심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하하하! 어디 한번 몸 좀 풀어볼까!]

헤라클레스의 웃음소리와 함께.

콰아아앙!

지면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기며 그 주변의 몬스터들이 모두 납작하게 변했다.

‘잊지 말아주세요. 중요한 건 여기에 있는 녀석들이 아닙니다.’

[알고 있다! 어차피 이런 조무래기들. 아무리 많이 모여 있다고 한들 식후 운동감도 되지 못하지. 내 목표 또한 오롯이 계약자 너처럼 저 안쪽에 있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길을 가로막는 녀석들은 당연히 쓰러뜨려야지!]

현찬의 몸이 정면으로 쏘아졌다.

그것은 마치 총알과도 같았다. 바람을 가르고, 몬스터들의 틈새를 누비며 일직선으로 쏘아지는 총알.

그 속도는 그야말로 섬광. 그 힘은 그야말로 파괴적.

현찬의 앞길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은 모두 헤라클레스와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멀리 튕겨 나가거나 혹은 몸 일부가 터져 나갔다.

덩치의 차이? 그런 건 헤라클레스의 힘을 지닌 현찬의 앞에서 무의미했다.

그 폭발적인 돌진은 눈앞의 벽들을 모두 깨부수는 파멸의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비켜!”

인간 형태의 녀석들로는 안 되는 것을 깨달았는지 짐승 형태의 진흙 괴물이 현찬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현찬은 야구 배트를 휘두르듯이 몸의 회전력을 더해 몽둥이를 강하게 휘둘렀다.

콰과과광!

현찬의 몽둥이에 직격당한 몬스터는 그대로 몸 전체가 풍선처럼 펑 터져버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녀석의 뒤로 무려 50m나 되는 곳에 있는 몬스터들이 몽둥이를 휘두른 풍압과 힘에 튕겨 나갔다.

그것은 거대한 참격.

몽둥이를 단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도 지면이 파헤쳐지며 커다란 길이 생겨났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헌터들은 어이가 없어서 눈만 끔뻑거렸다. 아주 순간이지만 지금 자신들이 공성전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었다.

콰앙!

현잔이 재차 지면을 밟고 다리에 힘을 주자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땅이 뒤집혔다. 현찬의 신형이 재차 하늘 높이 로켓처럼 쏘아져 올랐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뛰어넘은 현찬은 떨어지면서 몬스터의 머리를 밟고 재차 다시 뛰어올랐다.

퍼억! 퍽! 퍽!

마치 징검다리를 밟듯이 현찬은 몬스터들의 머리를 밟으며 계속 달렸다. 현찬이 머리를 밟은 녀석들은 그대로 머리가 터지며 죽었고 현찬이 지나가는 길에는 몬스터들의 시체만 즐비했다.

천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로 꾸역꾸역 들어찬 거대한 벽은, 단 한명을 막지도 못한 채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현찬은 그 틈 사이로 빠르게 달리며 몬스터들의 포위망을 순식간에 벗어났다.

이전 기간테스 사건 때와 비교하면 헤라클레스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아니, 그 힘을 사용하는 현찬이 강해졌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의 힘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현찬은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멀리 보이던 수원시 내부의 풍경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건물 곳곳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고 현찬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녀석들을 모조리 박살 냈다. 몽둥이가 휘둘러지는 바람 가르는 소리와 몬스터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기괴한 하모니를 낳았다.

“보스 몬스터는?”

[계약자. 아무래도 녀석도 우리들이 온 것을 깨닫고는 이쪽으로 오고 있다. 손님을 환영해주고 있군.]

쿠웅!

헤라클레스의 말이 거짓은 아닌지 보스 몬스터의 걸음걸이로 추정되는 진동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집주인이 제대로 반겨주는걸?]

“집주인이라뇨. 불법 침입자인데.”

빌딩의 틈새를 비집고 모습을 드러낸 보스 몬스터.

땅에 닿은 발부터 머리끝까지 체고만 무려 12m. 진흙으로 이루어진 구부정한 몸과 구분이 안 가는 팔과 다리의 숫자는 무려 12개. 다른 녀석들보다 색이 더 진해서 검은색을 띄고 있는 녀석의 머리로 추정되는 부위에서, 4개의 붉은 안광이 빛나고 있었다.

녀석이 숨을 쉴 때마다 공기가 그르렁거리며 진동했다. 썩은 진흙의 악취와 녀석이 가만히 내뿜는 가공할만한 기세는 대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피식 웃었다.

[히드라 잡을 때 생각나네.]

“그땐 어땠죠?”

[어쩌긴? 그냥 다 때려잡았지!]

“간단해서 좋네요.”

쿠워어어어어!

보스 몬스터의 포효화 함께 현찬이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있는 빌딩의 꼭대기.

그곳에서 검은 로브를 입고 얼굴에 기괴하게 생긴 새 부리 가면을 쓴 남자가 현찬과 보스 몬스터가 싸우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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