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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계약-33화 (33/265)

# 33

33화 게이트 사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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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이 넘는 사람들은 모두 현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민간인, 심지어 거동이 불편한 아이와 노인까지 있었으며 부상자마저 끼어있으니 이동 속도가 상당히 더뎠다.

“헉. 헉.”

“으으, 다리 아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에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지만 그런데도 지나친 긴장감이 준 체력의 소모는 어떻게 충당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다들 열심히 따라와 주고는 있지만, 당연히 한계는 있는 법.

쿠오오오.

그리고 안쪽에 숨어 있다가 바깥으로 기어 나온 먹잇감을 노리는 녀석들이 있었다.

콰드득! 자그마한 주택을 부수며 등장한 녀석은 지금까지 나타난 진흙괴물과 조금 형태가 달랐다. 대부분이 그래도 인간형이었던 녀석들과 다르게 이번에 등장한 개체는 네발로 기어 다니며 심지어 덩치도 더 컸으니까.

그것은 마치 털과 피부가 썩어서 문드러진 늑대를 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겉모습만 훑어봐도 지금까지 등장했던 몬스터들보다 확실히 강해 보이는 상대!

괴물의 등장에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거나 몸을 떨었다. 그것은 인간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본능적인 두려움의 발로였다.

“히익!”

“또, 또 나타났다!”

하지만 몬스터는 사람들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서걱!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하얀 빛줄기. 그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허공에 유려한 곡선을 그리더니 이내 몬스터의 목을 가볍게 스치듯 지나갔다.

보잘것없는 공격 같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어지간한 사람은 한입에 삼킬 정도로 거대한 머리를 지닌 몬스터의 목이 그대로 뎅겅 잘려 바닥을 뒹굴었으니까.

일격.

검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도 B랭크 헌터에게 악몽과도 같은 4등급 몬스터를 벌레 잡듯이 잡는다. 그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B랭크 헌터 박해일은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새롭게 등장한 녀석도 단 한 방에 죽이다니. 이 정도면 그냥 S랭크 아니야?’

이번 한 번이 아니다. 거점에서 버티면서 이 자리까지 오는 도중에 몬스터에 의해 습격을 받은 일만 이미 십여 차례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그들은 계속 수원시 외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 현찬이 전부 다 도륙 내버렸으니까.

검이 휘둘러지는 걸 보지도 못했다. 그저 현찬의 손이 흐릿해진다 하고 싶으면 그대로 허공에 한 줄기 빛이 번쩍였고 몬스터의 머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 과정만 벌써 몇십 번을 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는 몬스터들 사체가 카펫처럼 펼쳐져 있을 정도였다.

그 압도적인 무력은 박해일의 질투심마저 주눅 들게 만들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는 오직 경외심뿐.

처음에는 몬스터들이 나타날 때마다 공포에 질려 성난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난동을 피우던 사람들도 지금 와서는 도망치려고 들지 않았다. 어차피 몬스터가 등장하면 현찬이 전부 다 처리해주기 때문이었다.

[흠. 제대로 베는 느낌조차 나지 않는 놈들이로군.]

“그거야 척준경 님이 워낙 강해서 그런 거죠.”

척준경의 말에 현찬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단순히 검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도 4등급 몬스터가 추풍낙엽처럼 죽어 나가니 당연히 제대로 싸운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리라.

현찬은 그만큼 자신이 매우 강해졌음을 실감했다.

그러니 척준경이나 되는 영령과 혼자의 힘으로 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겠지.

‘상태창.’

이름 : 강현찬.

레벨 : 61

클래스 : 계약자

근력 : 721(+528)

체력 : 782(+579)

민첩 : 804(+612)

마력 : 832(+231)

스킬 : <계약(contract)>, <영령 빙의>

<차용> [탈라리아(Talaria)]

<차용> [페타소스(Petasus)]

<차용> [카두케오스(caduceus)]

현재 계약한 영령 : <척준경>

<차용> [백의무복(白衣武服)]

<차용> [대무장도(大武長刀)]

스킬 : <만인지적(萬人之敵)>, <사자후>, <백병전>, <검술>, <박투술>, <궁술>, <창술>, <용기>, <승마>, <불굴>, <강인>...

‘엄청나네.’

현찬의 진짜 레벨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현찬의 스텟은 거의 80레벨에 가까웠으며 척준경의 힘으로 추가 스텟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그의 실력은 이미 S랭크 헌터에 육박해 있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무복이지만 적들의 시선을 피하게 만들어 주며 엄청난 방어력을 지닌 백의무복.

닿는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날카롭게 베어낼 수 있는 예기를 지닌 대무장도.

거기에 더해 생전 여진족들에게 공포의 화신이라 불렸던 척준경의 검술까지.

오히려 이 정도의 힘을 사용하는 현찬마저 자신의 능력에 놀랄 정도였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설마 현찬이 너의 성장 속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신인 헤르메스마저 현찬의 성장 속도에 감탄했다. 원래 헤르메스의 예상대로라면 현찬이 지금의 수준까지 성장하는 데는 최소 3년이 걸린다. 하지만 현찬은 그 3년이라는 기간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압축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성장 속도란 말인가.

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 이는 진정한 영웅이 보일 수 있는 능력이었다.

헤르메스는 그렇기에 자신이 정말 계약자를 잘 골랐다고 생각했다.

만일 자신이 현찬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아마 현찬은 다른 신과 계약을 맺게 되었을 테니까.

[너를 선택해서 정말로 다행이야.]

조금 전까지 끝이 없이 몰려올 것 같았던 몬스터들의 모습이 점차 뜸해지기 시작하더니, 인제 와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게이트의 근원지인 수원에서 상당히 멀리 벗어난 덕분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판단에 현찬은 이동 속도를 줄였다. 저 멀리서부터 헬기들과 함께 군인들이 쳐놓은 바리게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발견한 시민들은 그제야 긴장의 끈을 놓고 안도할 수 있었다.

현찬이 생존자를 구출하러 간 뒤 3시간.

수원시에 남아있던 생존자들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무사히 구출되었다.

그것도 단 한 명에 의해서.

회의실 내부에서 여전히 회의 중이던 헌터 협회의 관계자들 또한 현찬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부대 내에 퍼질 대로 퍼지고 있어서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현찬의 복귀는 뜨거웠다.

당연히 피난민들도 그 소식을 들었고 시민들은 환호했다. 군인이나 헌터,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현찬이 혼자서 떠나려고 했을 때 그와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린 헌터 협회 수원지부 윤부장도 현찬의 소식을 듣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말도 안 돼!’

그는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현실을 부정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그의 판단은 옳았었다. 수원시에 즐비한 몬스터들은 그 기간테스와 맞먹는 4등급 몬스터다. A랭크 헌터조차도 쉽게 사냥할 수 없는 녀석들이 적지 않게 깔려 곳이 지금의 수원이었다.

그곳에 혼자 들어가서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현찬은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수원시 내부에 고립된 생존자들을 단 한 명의 피해도 없이 고스란히 구출해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다.

‘망했다.’

윤인환 부장의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지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미 그는 현찬과 협회는 서로 다른 노선을 가게 되었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았던가. 현찬의 행동과 협회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그의 입으로 말했고 그것을 지켜본 증인들도 있었다.

결국엔 자신의 꾀에 자기가 빠져들고 만 것이었다.

‘아, 안 돼!’

윤인환 부장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미 소식을 들은 기자들은 현찬을 영웅처럼 추켜세울 테고 역으로 윤 부장은 그런 현찬을 도와주지 않은 악역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불 보듯 뻔한 결말이었다.

“윤 부장.”

그런 윤인환을 부르는 중후한 목소리. 윤인환은 몸을 흠칫 떨더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자를 바라보았다.

“화, 황 실장님.”

수원지부의 실장인 황인범. 지금 그가 자신을 안타깝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 실장님. 저는 그저 지금 상황에 근거하여 냉정하게 판단했을…….”

“윤 부장. 참으로 안타까워. 어쩌다가 그런 말을 해버렸는가.”

“…….”

황 실장의 말에 윤인환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당연히 그쪽이 눈치를 줬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서 그런 말을 꺼낸 게 아니던가. 하지만 윤인환은 반박하지 못했다. 지금 황인범 실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강현찬 헌터와 나눈 이야기는 협회의 의사가 아니라 윤인환 부장의 단독 결정이었다는 것을.

시킨 대로 눈치껏 일을 한 그는 버려졌음을.

‘이, 이럴 수는 없어!’

윤인환은 바로 3시간 전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대체 어쩌자고 그런 망발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지껄였는지, 스스로가 미웠다.

하지만 그렇게 후회한다고 한들, 이미 과거의 일은 돌아오지 않았다.

&

<수원에 고립된 사람들의 귀환! 주역은 바로 강현찬 헌터?>

<협회조차 포기한 사람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헌터 협회. ‘우리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협회 소속 개인의 독단적 행동.’>

<강현찬. 그의 한계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현찬에 대한 기사가 인터넷에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사는 다양하게 나왔지만, 내용은 전부 다 똑같았다.

헌터 협회에서 포기한 생존자 구출작업을, 현찬이 단 혼자서 해냈다는 것.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내부에 고립된 사람들을 무사히 구출했다는 것.

당연히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 와. ㄹㅇ멋있다. 진짜 혼자서 구한 거네.

- 진짜 완전히 영웅이네 영웅. 대체 협회는 뭐했냐?

- 다른 헌터들도 안 나섰는데 혼자서 구하겠다니. 심지어 구함. 캬! 주모!

- 아니~ 협회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이상 피해 늘리지 않으려고 사린거지. 협회에 무슨 잘못임?]

┗ 네 다음 협회 알바.

┗ 협회 로그인 각도 좁혀야.

┗ 협회 새끼들 쉴드 치는거 역겹죠?

인터넷에는 실시간으로 구출된 사람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야~~~ 방금 전까지 수원에 놀러왔다가 갇혔다고 글 쓴 사람이다.

이번에도 안 믿을까봐 증명사진도 같이 올린다. 이거 진흙 같은 거 보임? 이게 지금 수원에 깔린 몬스터임. ㄹㅇ덩치도 크고 엄청 무섭게 생김.

아무튼, 이야기를 진행하자면 진짜 여기서 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협회에서는 구조팀을 보낼 기미조차 안보이지, 주변 사람들은 점점 미쳐가지. 심지어 우리 지켜주던 헌터들도 고개 푹 숙이고 표정이 아작 난 게 보일 정도였음.

그런데 현찬느님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몬스터들을 다 쓸어버리더라. 막 흰색 도복 휘날리면서 혼자서 등장하는데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어서 질질 싸는 줄 알았다. 그리고 혼자 와서 한 소리가 뭔지 알아?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래. ㅗㅜㅑ

그런데 진짜로 몬스터들 보이는 족족 혼자서 다 썰어버림. 이게 구라가 아니고 진짜임. 사진 보면 알겠지만 몬스터들 등장 하는 족족 그냥 죽어나가더라. 아무튼, 진짜 놀랍게도 아무 희생자도 없이 무사히 살 수 있었다.

구라 같지? 이걸 말하는 나도 구라 같다

아무튼, 나는 오늘부로 강현찬 헌터 팬이다. 너희들도 믿고 따라라.

해당 글에는 순식간에 수백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인터넷 사이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거기에 더해서 실시간 뉴스 방송으로 현찬이 해낸 일들이 한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그것은 자신의 클랜에서 훈련을 받는 현찬의 지인들도 마찬가지.

“현찬이 형……? 맙소사.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아직 수원시에 지원을 갈 정도의 실력이 되지 못해 POH 클랜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윤은 TV에서 보이는 현찬의 모습에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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