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무한계약-30화 (30/265)

# 30

30화 게이트 사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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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 함락되었다.

이 한마디는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물론 수원이라는 도시가 전부 다 몬스터에 의해 잠식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몬스터들이 차지한 부분은 수원의 전체 면적의 5분의 1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몬스터들이 그 세력을 불리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상황이라 제대로 된 초동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크게 작용했다.

헌터 협회 수원지부 사람들과 그곳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이 일단 최대한 시간을 끌고 버티면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기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있었으며 중간에 몬스터의 습격으로 인해 희생자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속보! 수원시에 게이트 폭주!>

<갑작스러운 게이트 사태. 정부의 반응은?>

<끔찍한 재앙.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는 수원시 게이트 사태에 관해 알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가장 잘 알린 것은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이었다.

“여러분! 저거 보세요! 몬스터, 몬스터입니다. 제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구독, 추천 눌러주는 거 잊지 말아 주세요.”

그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거대한 괴성. 카메라의 화면이 크게 흔들리고 주변의 가로등이 옆으로 쓰러진다. 카메라에 나오던 사람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바로 등을 돌려 달아났다.

“시발! 들켰다. 튀어!”

카메라 속의 남자가 도망치고 그런 카메라의 구석의 건물이 무너지며 거대한 실루엣 하나가 튀어나왔다. 쿠르릉! 콰과광! 건물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고 뿌연 분진이 주변을 가린다. 굉음이 울리면서도 괴물의 발걸음 소리는 계속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 도망쳐!”

“살려줘!”

사람들의 비명과 몬스터의 울음소리,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콘크리트 바닥.

마지막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카메라를 집어삼키면서 영상이 끝났다.

- 와 미친. 이거 진짜임?

- 저거 죽은 거 맞지? 아 진짜 소름.

- ㅁㅊ그러게 왜 저런 걸 촬영하러 가는 건데.

-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 다 죽은 거 아니야?

그 이후로도 몇몇 사람이 지금 수원에 갇혀있다는 걸 인증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는 했다.

- 야. 나 망했다. 수원에 놀러왔다가 갇힘.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인증사진 올림. 저거 멀리 실루엣 보임? 이 근처 배회하는 몬스터다. 진짜 장난 아니게 크다. 사람들 다 패닉에 빠지고 난리도 아님. 자살 각이냐?

그런 글과 함께 실린 사진에는 뿌연 먼지구름 틈새로 보이는 거대한 몬스터의 실루엣이었다. 대체 얼마나 거대한지 주변의 어지간한 건물들조차 녀석보다 더 작게 느껴질 정도.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와 미친 덩치 봐. 저거 보스 몬스터 아님?

- 저 정도면 최소 3등급 몬스터는 될 것 같은데?

-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네ㄷㄷ

- 정부는 대체 뭐함?

당연히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정부와 협회에서는 어떻게든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헌터 관리부는 가까운 곳에 있는 헌터들을 최대한 모아서 더는 몬스터들이 세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펼쳤다.

그렇게 어느 정도 사태를 억제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게 전부라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빠른 대처로 인해 상황이 좋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바리게이트를 세우고 최대한 몬스터들이 영역을 넓히는 것을 억제했으니까. 거기에 더해서 이 게이트 사태를 발생시킨 핵을 파괴하기 위한 별동대까지 보냈었다.

모인 사람들 중에서 나름 강력한 전력인 A랭크 헌터 한명과 B랭크 헌터들로 이루어진 별동대. 이 정도 전력이라면 어지간한 게이트 정도는 쉽게 클리어가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전멸.

바깥으로 돌출된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기 위한 별동대가 소식이 그대로 끊겼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임무는 실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연히 윗선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했다.

헌터 협회 수원지부 총 책임자는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며 인원을 더 투입하는 것을 막았다. 아직 제대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헌터들을 밀어 넣는 짓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긴박한데 별다른 대처 방안을 내놓지도 못한 채 계속 지지부진해지고 있으니 사람들의 애가 탔다. 방어선을 펼쳐서 더 몬스터들의 영역을 넓히는 것을 막았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었으니까.

바로 수원 내부에 있는 생존자들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부 경보와 함께 대피했지만, 아직 수원 내부에는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

이대로 계속 시간만 허비할 경우에 생존자들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팀을 편성해서 보내기도 모호한 상황.

그러는 와중에도 헌터 관리부의 문자를 받은 헌터들이 수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당연히 현찬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나 A랭크인 현찬의 경우에는 국가에서 직접 수송 헬기를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매우 이른 시간 내로 수원 외곽의 방어 전선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끔찍하네.”

[그러게.]

하늘 높이 날고 있는 헬기에서 보는 바깥의 풍경은 심각했다.

저 멀리 보이는 수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폐허라고 불러도 좋았다.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건물들이 붕괴해 있고 곳곳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 그리고 바깥쪽에는 헌터들이 바리게이트를 쌓고서 몬스터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피난한 시민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모두가 잊고 있었지만, 이런 광경은 지구상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그나마 한국이 게이트 사고가 낮은 편이라 간혹가다가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거다. 후진국 쪽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에 가까웠으니까.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을 때도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까 더 심하네.’

책과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었다.

자연스럽게 현찬의 표정은 굳어갔고 그것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것은 현찬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이한율 또한 마찬가지.

그녀도 나름 해외로 파견을 나가면서 이런 광경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로 일이 벌어진 것은 거의 최초에 가까웠기 때문에 놀란 마음을 쉽사리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렇게 헬기가 착륙했고 현찬은 피난민 수용소 캠프 근처에 내렸다. 거친 바람을 몰아치며 헬기는 재차 떠났고 그러는 와중에도 곳곳에서 헬기들이 도착해 헌터들을 내려주고 있었다.

헬기에서 내려와 가까이서 보자 대피소의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흑흑. 엄마!”

“젠장! 힐러들 다 어디 갔어! 이 사람 곧 죽는다고!”

“밀지 말고 줄을 서요!”

“으으으! 다 죽을 거야!”

심각한 부상자를 옮기는 의무병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 무기력한 사람들의 끝이 없는 행렬, 공포에 몸부림치는 사람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경에 현찬의 마음은 바위를 올린 것처럼 무거워져만 갔다.

그때 멀리서 현찬을 알아본 기자들이 현찬을 향해 우르르 몰려왔다.

“강현찬 헌터 님! 지금 수원 게이트를 클리어하러 오신 건가요?!”

“지금 소감은 어떠신지 한마디 해 주세요!”

“지금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 같습니까?!”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재잘대는 목소리와 카메라 플래시에 현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현찬이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한율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지금은 인터뷰할 시간이 아니라서요. 먼저 지나갈게요.”

“아! 잠시만요! 이한율 헌터 님!”

“두 분이 같이 오셨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던 겁니까?”

“강현찬 헌터님과 황룡 클랜 간의 모종의 계약이 있었나요?!”

뒤에서 기자들이 마구잡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현찬과 한율은 그것을 무시했다.

귀를 따갑게 울리는 기자들의 아우성에서 겨우 벗어난 현찬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정신 사나웠어.”

[그러게 말이야.]

헤르메스도 씁쓸하게 웃으며 현찬의 말에 맞장구쳐 주었다.

이런 위험한 곳임에도 기자들은 그야말로 꿀을 발견한 개미 떼처럼 달려들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걸 모르는지 단순히 특종에만 목을 매며 온갖 소란을 일으키는 자들. 현찬은 그런 기자들을 보며 별로 좋은 감정이 들지 않았다.

아마 이한율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혹은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현찬은 기자들에게 화를 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기자들은 또 옳다구나 하고 현찬을 헐뜯는 기사를 낼지도 몰랐다.

‘이미지 관리라는 것도 참 힘들구나.’

그때 현찬의 옷을 잡아당기는 자그마한 손이 있었다.

“응?”

현찬이 고개를 내리자 그곳에는 5살 정도 돼 보이는 아주 작은 소녀가 있었다. 그 아이는 현찬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 헌터 맞죠?”

“…… 어, 그래.”

아저씨라고 불려서 조금 충격이었지만 현찬은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현찬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아이가 눈물을 글썽였다.

“우, 울 엄마가. 저 안에 있는데……. 사람들이, 막. 아저씨들이 안 구하고. 울 엄마 어떡해요?”

아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현찬은 그제야 이 소녀의 모습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피난으로 옷은 그야말로 먼지투성이. 제대로 씻지도 못해 꾀죄죄하기까지 했다.

이 어린아이가, 자신의 가족을 잃고서 슬퍼하고 있었다.

현찬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 아이에게 죄가 없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기 지내야 할 나이인데 왜 고통받아야 한단 말인가.

현찬은 잠시 멀리 보이는 수원의 풍경에 눈길을 주다가 이내 무릎을 굽히며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현찬은 그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걱정하지 마. 이 아저씨가 꼭 엄마 구해줄게.”

“정말요?”

희망의 미소를 짓는 소녀에게 이한율이 몸을 쪼그리며 눈을 마주쳤다.

“우리 꼬마 아가씨는 이름이 뭐니?”

“제 이름은 정아영이라고 해요.”

“그래. 아영아. 이쁜 이름이구나. 혹시 다른 가족은 있니?”

“네. 울 아빠랑 같이 왔어요.”

“그러니? 그렇다면 일단 아빠한테 가자. 걱정하시겠다.”

“네.”

이한율은 능숙하게 아영이를 달랬다.

때마침 아영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찾던 중이다. 현찬은 아영을 아버지에게 데려다주었다. 아영의 아버지는 현찬에게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고 현찬은 괜찮다며 부담스러워했다. 그렇게 떠나는 부녀의 모습을 보며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아이까지 고통받는 건가.’

현찬이 재차 한숨을 쉬는 동안 정부 관계자가 현찬과 이한율을 반겨주었다. 그의 안내를 따라 근방에 마련된 건물 안에 들어가자 그곳에는 협회와 헌터 관리부의 고위직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미리 와 있는 A랭크 헌터들까지.

분명히 만나는 것은 처음일 텐데도 어딘가 매우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현찬은 브라운관 너머에서만 보던 얼굴들을 실제로 보게 되자 뭔가 묘한 기분을 받았다. 때마침 현찬과 한율이 들어온 것을 발견한 정부 관계자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강현찬 헌터 님. 이한율 헌터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헌터 협회 수원지부의 실장인 황인범이라고 합니다. 먼 길을 오셨는데 제대로 환영해주지 못한 점은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겉치레는 됐어요. 상황이 상황이니 넘어가도 상관없으니까요. 그보다 지금 수원 상황이 어떤지 묻고 싶네요.”

“네. 일단 주요 헌터님들이 모이셨으니 이야기를 진행하죠. 자, 여기를 보십시오. 이게 바로 수원시의 현재 상황입니다.”

벽에 걸린 스크린에 수원의 대략적인 상황이 나타났다.

“보시다시피 갑작스럽게 등장한 게이트가 현실과 충돌하여 바깥으로 돌출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했고 보스 몬스터까지 나타난 상황이죠. 일단 어떻게든 놈들이 세력을 넓히는 것을 막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막는 것이 급급해서 추가로 무언가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원인은요?”

“아쉽게도 저희도 지금 이 게이트 사태가 어째서 일어났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여기 보시다시피 몬스터들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개체입니다. 녀석들은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먹고 도시를 파괴했죠.”

그의 말과 함께 스크린은 CCTV를 통해 찍힌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으음.

이 자리에 모인 몇몇 헌터들이 낸 침음이다. 그만큼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수원의 풍경은 끔찍했기 때문이다. 파괴된 건물이나 공공시설은 그렇다 쳐도 도로 곳곳에 널린 피나 시체의 흔적은 이곳에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하게 했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아직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건가?”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 자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거한이었다. 나이는 40대 초반. 짧게 친 머리와 꽤 험악한 인상을 지닌 그는 POH 클랜 소속 A랭크 헌터인 강덕수였다.

주먹으로 모든 몬스터들을 때려눕힌다는 아이언 피스트 강덕수!

딱 봐도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그의 표정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저희도 딱히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의 질문에 고위 관계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강덕수가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지금 장난치냐! 어?! 사람들이 저 안에 갇혀있는데 뭐라도 방안을 내봐야 할 거 아니야!”

강덕수의 유명한 점은 바로 성격이 매우 불같다는 점이었다. 폭행 사건에 연루된 일도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협회의 고위 관계자도 그의 앞에서 쩔쩔매던 것이다. 강덕수는 상대가 누구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리는 남자였으니까.

물론 상대방이 옳지 않거나 나쁜 인간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두려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분위기가 험악하게 달아오르려고 하자 주변 헌터들이 나서서 강덕수를 말렸고 그는 혀를 차며 멱살을 쥔 손을 풀어주었다.

“이, 일단은 여러분들이 힘을 합쳐서 몬스터들을 쓰러뜨려 주셔야 합니다.”

“핵의 위치는?”

“그건 저희도 아직 모릅니다. 워낙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정확한 근원지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제길! 그러면 이대로 지지부진 시간만 끈다는 소리잖아!”

안 그래도 강제로 끌려와서 짜증 나는데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이 자리에 모인 헌터들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 다들 기약 없이 시간만 끌린다는 사실에 냉정한 반응만 보였다.

그때 가만히 있던 현찬이 입을 열었다.

“내부의 생존자들은 어떻죠?”

모두의 시선이 현찬에게 옮겨졌다.

‘저 녀석이 바로 그 신급 영령의 계약자인가?’

‘최단기간 A랭크를 달성한 역대급 신인. 역시 왔구나.’

‘꽤 유명한 녀석이 왔군.’

대다수의 A랭크 헌터들은 현찬을 그렇게 평가했다.

신급 영령의 계약자이자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를 보이는 최강의 신입 헌터!

이쪽이 먼저 A랭크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현찬이 보여준 능력은 그들조차 한 수 접어줄 정도였다.

현찬에게 질문을 받은 협회 관계자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황급히 대답했다.

“일단 내부에 있는 헌터 몇 명이 상황을 잘 통제해서 생존자들을 한곳에 모았다고 합니다. 아직은 괜찮지만, 주변에 몬스터들이 깔렸다고 하더군요.”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려 있을 것이고 그것은 헌터들 또한 마찬가지리라.

대답은 그걸로 충분했다. 현찬은 즉시 회의실을 나가려고 했다.

“자, 잠시만요! 강현찬 헌터 님!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아직 회의 중인데.”

협회 관계자의 말에 현찬은 뭘 그런 걸 묻냐는 시선을 던졌다.

“당연히 저 안으로 갑니다.”

“네, 네?”

“일단 사람들을 먼저 구하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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