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28화 랭크 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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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쾅!
거대한 시설물로 이루어진 건물이 흔들거릴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 내달렸다. 대련 종료를 알리는 기계음이 울려 퍼지며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들어와 벽에 충돌한 사람에게 황급히 다가갔다.
보호구를 끼고 있으며 헌터로서의 급이 높아 맷집이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금 전의 그 충격은 엄청나게 위험했다.
“괜찮나?”
“끄응. 괜찮아 보여?”
“입은 멀쩡한 거 보니까 괜찮은 거 맞네.”
자신의 안위를 물어봐 주는 동료의 말에 A랭크 헌터 승급시험에서 대련을 담당하는 A랭크 헌터인 이준우는 욱신거리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직접 부딪쳐보니 어땠어? 저 헌터.”
“말도 마라. 이거 원. 어디서 저런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이준우는 대련장을 나서는 현찬의 뒷모습을 보며 그렇게 평가했다.
그는 비록 헌터의 일에서 물러나 협회에 소속되어 랭크 업을 시도하려는 후배들과 대련을 하는 일만 맡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B+랭크와 A-랭크 헌터들이 이준우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고배를 들이켰으니까.
하지만 현찬은 달랐다.
‘갑니다.’
그 말 한마디를 내뱉고 바로 기세가 돌변한 현찬의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등골이 싸늘해질 정도였다.
어쩌면 하고 이준우가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오버랭크 헌터가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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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 업 시험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추천자를 제외한 심사위원들의 엄격한 심사기준 중에서 단 하나라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시험이 매우 길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것이 A랭크라면 그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다.
보통 B랭크 헌터가 A랭크로 랭크 업 시험을 치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4시간. 전직 A랭크 헌터와의 모의 대련, 인성 검사, 마력 측정, 신체 능력 테스트 등등. 이 모든 것들을 다 최고점을 찍어야만 했다.
‘미쳤군.’
랭크 업 심사위원이자 전직 A랭크 헌터인 윤덕수는 현찬의 기록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저히 흠잡을 데가 없어.’
현찬이 보여준 능력은 그야말로 A랭크 헌터에 걸맞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이 랭크 업 테스트를 통과했던 역대 헌터들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협회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모든 기록을 다 갈아엎는 새로운 기록에 그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기는 한 건가?’
첫 시작이 B랭크라는 역대급 신인이라고 하지만, 설마 B랭크를 달고 고작 몇 주가 흘렀을 뿐인데 A랭크의 테스트를 받겠다고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윤덕수는 현찬을 건방진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띄워준다고 거만해져서는 자신의 실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애송이는 헌터 업계에 널리고 널렸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은 언제나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벽을 마주하고는 좌절하며 고분고분해진다.
현찬도 그런 부류일 거라고 판단했다.
A랭크가 얼마나 거대한 벽인지 세게 부딪치고 뼈가 부러지며 피를 흘려봐야 정신을 차릴 거라고 그게 현찬의 미래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성급하게 판단했던 것은 윤덕수였다.
현찬은 완벽했다.
오히려 차고 넘쳤다.
A랭크? 오히려 A+랭크를 줘도 그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윤덕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나라에 정말로 엄청난 인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바깥이 매우 시끄러워지겠어.’
한국뿐일까. 아마 다른 나라까지 전부 현찬에게 눈독을 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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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찬이 테스트를 모조리 끝내고 바깥으로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였다. 시험을 보러 들어갔을 때 보다 협회 내부에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모여 있어서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현찬을 영입하기 위해 각 클랜에서 나온 고위 관계자들, 어떻게든 현찬과 연을 만들려고 기웃거리는 헌터들, 가장 핫한 특종을 놓치기 싫은 기자들까지.
“강현찬 헌터 님! 테스트는 어떻게 된 겁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현찬은 대답 대신 새롭게 발급받은 A랭크 헌터의 자격증을 보여주었다. 여타 헌터 자격증과 다르게 겉 테두리가 금색으로 반짝거리는 그것은 누가 보아도 A랭크 헌터 라이센스였다.
오오오. 주변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때다 싶어서 각 클랜의 관계자들이 우르르 나서며 현찬에게 부디 자신의 클랜으로 와달라고 말을 꺼냈다.
“강현찬 헌터 님. 저희들은 예전부터 헌터 님을 눈여겨 봤으며…….”
“헌터 님이 바라는 최고의 대우를 해 줄 것을 약속합니다.”
“저희 클랜은 크기는 작지만, 오직 헌터 님을 위한…….”
사방에서 날아오는 말의 폭풍에 현찬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처음 B랭크 헌터의 자격증을 받았을 때도 사람들이 귀찮게 꼬였지만, 최단기간에 A랭크 헌터가 되니 그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
“그만!”
현찬의 외침에 장내가 일순 침묵에 맴돌았다.
“협회 내에서 클랜의 영입 건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잊으셨나요?”
현찬의 말에 클랜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뭘 그런 걸 신경 쓰냐는 눈치였다. 그들의 심정은 딱 하나뿐이었으니까.
지금 협회 룰이 중요하냐!
역대급 A랭크 헌터가 나타났는데!
현찬도 그들의 마음은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저는 지금 어떠한 클랜에도 들어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런 제 마음은 확고하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영입하려고 하시려는 분들은 이만 물러나 주세요.”
“허, 헌터 님!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강현찬 헌터 님에게는 함께할 동료가 필요합니다!”
“저희 클랜에만 오신다면……!”
현찬이 말을 해도 저들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찬은 가만히 있었다. 이곳은 협회 내부. 이곳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자들을 대신해서 처리해 줄 자들은 아주 많았으니까.
“협회에서 소란은 금지입니다.”
“모두 나가주세요.”
협회에서 자랑하는 소속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소란을 피우는 자들을 모두 협회 바깥으로 강제로 추방했다. 일반 사람이 아닌, 대다수가 헌터였기 때문에 힘으로 저항을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왜냐하면, 협회 헌터들의 일선에는 바로 그 황설영이 있었으니까.
결국, 현찬에게 집요하게 클랜에 들어오라고 스카우트하던 사람들은 협회 바깥으로 쫓겨났고 그제야 북적대던 협회가 조금은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클랜의 사람들 다음으로 찾아온 건 기자들이었다.
그들은 현찬의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현찬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협회에서 알아서 방해물들을 치워주었으니 그 기회를 노린 것이다.
“강현찬 헌터 님! KBE 방송국 기자입니다. 지금 소감이 어떠신가요?”
“헌터 님! 저희 JTPC에서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NBS 기자 황주희입니다. 혹시 인터뷰가 가능하신가요?”
기자들은 그래도 조금 전 현찬에게 집요하게 달려들었다가 퇴짜를 맞은 클랜의 사람들 때문인지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물었다. 비록 그들이 협회 내부에서 촬영을 허가받았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소란스럽게 굴 때 바깥으로 쫓겨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궁금하신 게 있나요?”
현찬의 이 말은 즉, 질문하면 대답을 해 주겠다는 허락이었다. 기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다른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들을 물어보았다.
“강현찬 헌터 님의 영령은 대체 어떤 존재입니까?”
“제 영령의 정체는 쉽게 밝힐 수 없습니다. 제 영령이 그것을 별로 바라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영령의 급은 알 수 있을까요?”
현찬은 곰곰이 고민하는 척하고 있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애초에 일부러 이렇게 질문에 응한 것도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다만 기자들은 현찬이 고민하는 척에 애가 탈 뿐이었다. 혹여나 현찬이 대답을 하지 않을까, 특종을 놓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애타게 주인을 찾는 강아지 같은 기자들의 눈망울에 현찬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이대로 조금 더 시간을 끌면서 놀려주려고 했는데 조금만 더 했다가는 애간장이 끓다 못해 타서 재가 될 것 같았다.
“급 정도는 알려드릴 수 있겠네요.”
“무슨 등급의 영령이죠?”
기자들은 현찬의 대답에 귀를 곤두세웠다.
좌중 일대가 모두 침묵에 휩싸였다. 협회 내에서 구경하던 헌터들, 협회 소속의 경비와 헌터들 그리고 기자들 전부 현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신급입니다.”
헉!
누군가 숨을 집어삼켰다.
아니, 누구 한 명이 아닌 모두가 숨을 집어삼켰다.
‘신급 영령!’
이 자리에 모인 모두의 머릿속에 천둥처럼 몰아치는 그 한마디.
지금까지 지구상에 있는 모든 헌터들 중에서 신급 영령을 가지고 오버랭크를 단 자는 단 3명뿐이었다.
미국의 영웅(Hero) 알렉세이 윌터.
중국의 구천현녀(九天玄女) 양 리화.
EU의 아발란체(Avalanche) 안드레이 다니엘.
헌터들 중에서 순위를 뽑는다면 반드시 서로 3위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헌터들!
이들은 셋 다 신급 영령의 계약자이기도 했으며 S랭크보다 더 높다는 오버랭크 헌터이기도 했다.
물론 다른 신급 영령들의 계약자도 있었지만 그들의 영령은 대부분 준 신급이었기에 저 셋에 비하면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현찬 또한 신급 영령과 계약을 맺었다고 하니 당연히 모두가 놀랄 수밖에.
바보가 아닌 이상 현찬이 말하는 신급이 준 신급이 아닌 정말로 유명한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재능이 있는 헌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 충격적인 소식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순간적으로 뇌 활동이 정지하는 기분을 느꼈다.
약 3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침묵이 무겁게 깔렸다. 직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흥분에 겨워 소리쳤다.
“시, 신급 영령이라고요?!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긴 이유가 무엇입니까!”
“신급이라면 어디 신화에서 등장하는 신인가요?”
“능력이 대체 뭐죠?”
모두가 그렇게 궁금해했지만 현찬은 손을 저으며 대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출했다.
“제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저는 신급 영령의 계약자가 맞으며 누구보다도 빠르게 A랭크 헌터의 자격증을 취득했죠. 증명은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갑자기 이렇게 정체를 밝히시는 이유가 뭡니까?”
한 기자의 발작적인 외침에 모두가 다시 현찬의 대답에 집중했다. 지금 모든 카메라가 현찬의 모습을 화면에 담고 있었다. 현찬은 그런 카메라를 보며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 직접 힘을 드러냈는지를 떠올렸다.
“그것은 제가 더는 약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저는 제가 생각해도 모자라고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고 자신감을 가졌죠. 그래서 떳떳해지기로 한 겁니다.”
“지금은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설마요. 저는 지금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목표는 A랭크에 그치지 않으니까요. 다만 지금은 ‘날파리’가 꼬이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찬의 ‘날파리’ 발언에 사람들은 대부분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 했다. 그나마 눈치가 빠른 몇 명은 현찬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차렸을 뿐.
“뭐 어차피 얼마 안 가서 그 날파리들도 모두 제풀에 지쳐서 떨어질 것 같으니 이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현찬은 지금 자신에게 눈독을 들이는 자들에게 경고했다.
나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한 인간이 아니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너희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인간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가볍게 경고로 끝낼 테니까 알아서 처신하라.
현찬의 말은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화랑 클랜의 클랜장 최덕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갈았다.
‘애송이 녀석이!’
최덕현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현찬이 지금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어디 자신뿐이겠는가. 수작을 이미 부린 중국과 일본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현찬의 메시지를 알게 될 것이다.
‘너무 얕봤어. 설마 신급 영령의 계약자일 줄은.’
마냥 건방진 애송이라고 생각했지만, 최덕현은 그 생각을 철회해야 했다.
‘이대로 가면 녀석은 우리나라에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이대로 놔둬야 하는가, 아니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새싹을 잘라야 하는가.
최덕현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시각.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최단기간 A랭크 헌터의 등장! 거기에 계약한 영령은 신급 영령!
새로운 영웅의 등장에 당연히 사람들의 이목은 모이게 됐고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현찬의 이름이 주르륵 올라왔다.
<실시간 급상승>
1. 강현찬
2. 강현찬 영령
3. 신급 영령
4. 현찬
5. A랭크 헌터
6. 오버랭크
7. 영령
8. 신급
9. 기네스북
10. 비트코인 하락
당연히 댓글에서도 난리가 났다.
- 미친 이거 진짜 실화임?
- 딱 봐도 주작이잖아 병신들아~~~~
- 아는 형이 헌터인데 저거 진짜라던데.
┗ 응 아니야.
┗ 여기 찐따가 왜 불타죠?
- 와.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오버랭크 헌터가 탄생하는 건가?
- 신급 영령인데 이름 안 밝히는 거 보니까 구라죠~
┗ 헌알못 새끼들. 보통 자기 이름 밝히기 싫어하는 영령도 있는데.
- 와. 진짜 인생이 폈네. 폈어.
대부분은 현찬의 엄청난 기록에 혀를 내두르거나 부럽다는 반응이었고, 몇 명은 도저히 믿을 수 없으며 거짓말이라며 떠들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극히 일부였으며 현찬의 이름은 인터넷을 타고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