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27화 랭크 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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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기까지 오셨는데 숨길 게 뭐가 있겠어요? 황설영 씨는 제게 궁금한 게 있는 것 같고, 저도 궁금한 게 있으니까 서로 묻고 답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현찬의 말에 황설영은 그제야 냉정함을 되찾았다. 시작과 동시에 B랭크를 받은 역대급 신인인 강현찬. 그런 그가 저런 말을 꺼냈다는 것은 분명히 그에 어울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보다 내 <도깨비 감투>를 어떻게 꿰뚫어 본 거지?’
최소 A랭크가 되지 않는 이상 그녀의 <도깨비 감투>를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따.
문득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가설.
만약에 그것이 맞는다면.
“혹시…… A랭크가 되신 겁니까?”
스스로 물어보고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A랭크가 어떤 단계인데 그것을 쉽게 이룬단 말인가. B랭크와 A랭크는 남들이 보기에는 하나밖에 차이 나지 않겠다고 하겠지만 그 둘의 격차는 실상 거대했다.
“그런 것 같네요.”
현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설영은 몸을 움찔 떨 정도로 경악했다.
B랭크 헌터의 라이센스를 받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A랭크가 되었단 말인가.
현찬이 가진 영령의 힘은 충분히 A랭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기원 실장에게 들었을 때는 현찬의 레벨과 스텟은 아직 B랭크에 머물러 있다고 들었다. 그것을 A랭크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현찬은 지금 자신이 A랭크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냥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찬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그리고 <도깨비 감투>를 착용한 자신을 꿰뚫어 본 안목. 그것이 현찬의 실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는 엄청난 사건이다.
최단기간에 바로 A랭크를 단 헌터!
지금까지는 협회에서 현찬의 의사를 존중하여 정보를 최대한 숨겼지만 아무래도 이것만큼은 절대로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이 소문은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서 모든 사람들이 다 현찬에 관해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사람은 정말로 S랭크를 아니 그 이상 올라갈지도 모른다.’
S랭크를 넘어선 오버랭크를.
설영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현찬이 물었다.
“저도 이제 질문 할게요. 황설영 씨는 무슨 일로 여기에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그녀가 현찬을 찾아온 이유는 하나다. 바로 중국과 일본의 블랙 헌터들에 대한 정보를 방금 막 받았기 때문이다. 대체 어찌 된 이유인지 이런 정보를 사전에 알아서 확인하고 보내야할 사람이 아주 잠깐이지만 연락이 끊겼던 탓이다.
대체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 소식을 듣게 된 황설영은 급하게 현찬을 찾아 나선 것이 조금 전의 일이었다. 24시간 내내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기에 하필이면 그녀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타이밍에 놈들이 찾아와 타이밍이 엇갈린 게 가장 컸다.
황설영은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여기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누군가를 거짓으로 속이는 것은 그녀의 올곧은 성미에 맞지 않는다.
“혹시 다른 나라 헌터들이 강현찬 헌터 님을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다른 나라 헌터들이요?”
현찬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못 본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그건 왜 물어보는데요?”
“그게…… 다른 나라 헌터들이 몰래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게 문제가 될 일이라도 되나요?”
“문제가 있다면 그 들어온 자들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헌터 킬러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제 생각에는 그 두 사람이 강현찬 헌터 님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나타난 것도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A+랭크인 그녀라면 헌터 킬러가 나타나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기에 다른 누구보다 먼저 움직인 것이다.
“헌터 님은 지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분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강현찬 헌터 님을 노릴 겁니다. 아직은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언제 그들이 강현찬 헌터 님을 노릴지 모릅니다.”
“충고 고마워요. 앞으로 조심해야겠네요.”
‘그런데’하고 현찬이 말을 이었다.
“혹시 그쪽에서 저를 습격할 경우에는 신고하면 처벌할 수 있나요?”
“아니요. 솔직히 말하면 그들을 직접 체포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강현찬 헌터 님을 위협한 자들에게 제재를 가하기는 힘듭니다. 중국은 저희보다 입김이 강해서 저희가 함부로 따질 처지가 안 되고 일본은 예전부터 그랬듯이 발뺌을 하겠죠.”
그녀의 말에 현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찬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게이트가 열리며 몬스터들 때문에 사회가 불안정해지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강대국이었다. 땅이 넓고 그에 버금가는 엄청난 인구 때문에 원만하게 게이트를 막아냈고, 지금은 오히려 미국보다 더욱 강대국으로 부상 중이다.
일본 또한 땅 크기에 비해 인구가 아주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여전히 선진국이었으며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한국을 상대로 도발을 해오고 있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친한 척을 하면서도 뒤로는 호박씨를 까기를 잘했는데 이는 아직도 일본의 우익세력인 자민당이 정권을 잡는 영향이 컸다.
“그래도 일단 잡으면 시원하게 때려눕힐 생각입니다.”
황설영은 쿨하게 대답했다. 첫인상에서 꽉 막힌 외골수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현찬의 착각이었나 보다. 그래도 설영 본인도 조금은 찔리긴 하는지 조심스러운 어조로 뒷말을 덧붙였다.
“정기원 실장님도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뭐, 그렇다고 치죠. 그보다 언제부터 오신 건가요?”
현찬의 질문에 황설영은 당황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도 막 도착한 참이었습니다.”
“흠. 그런가요.”
현찬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헤르메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역시 못 본 것 같지?”
[확실해. 저 여자가 온 것은 그 둘이 떠난 뒤였으니까. 아마 지금 네가 그 둘을 어떻게 한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잡아뗀다면 금방 의심을 거둘 거야.]
헤르메스가 그렇게 말했다면 사실이리라.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헤르메스의 확신은 오직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현찬이 그녀가 이곳에 도착한 것을 느낀 것도 황설영이 말하던 때와 일치했으니 헤르메스의 힘을 다룬 것이 들통났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힘을 숨길 필요가 없겠지.’
현찬은 이제 A랭크다.
A랭크라면 어지간한 클랜의 클랜장보다 더 높거나 비슷한 등급이라는 소리다. 게다가 지금 현찬의 실력이라면 이제 왕급 영령은 그냥 불러낼 수 있고 원한다면 영웅급 영령과 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다. 물론 헤라클레스 정도 되는 최상위의 영웅급 영령은 쉽게 불러내지 못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딘가.
영웅급 영령을 불러내면 현찬의 실질적인 무력은 거의 S에 근접할 정도.
어떤 영웅을 불러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아마 그 정도일 것이다.
물론 영령 빙의의 리바운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예전처럼 심하지 않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정도. 그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현찬은 지금까지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영령과 계약을 맺는 힘은 확실히 좋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스스로가 미숙했다. 영웅급 영령과 계약을 맺고 <빙의> 한번 하고 나면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헤르메스의 계약자라는 타이틀을 숨기고 지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깨달음을 통해 힘을 각성한 현찬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당당해져야만 했다. 이제 그 누구도 현찬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뭐, 일단 어찌 되었든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A랭크 라이센스가 필요했는데.”
“강현찬 헌터 님. 혹시…….”
사람이 이렇게 단기간에 강해질 수는 없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서.
‘영령의 힘을 제대로 깨우친 건가?’
헌터가 성장하는 방법은 몬스터를 사냥하며 레벨을 올리거나 훈련을 통해 스텟을 올리는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강해지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과 계약을 맺은 영령과의 유대감이 깊어졌을 때다.
대다수의 헌터들은 자신이 가진 영령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 그저 지금 가진 힘이 전부라 생각하고 몬스터들을 사냥을 할 뿐.
하지만 A랭크부터는 다르다. A랭크 헌터야말로 제대로 영령의 힘을 끌어낸다고 볼 수 있었다.
‘그게 원한다고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하지만 현찬은 해내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이것은 기네스북에 실릴 정도로 뛰어난 업적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현찬은 A랭크를 이미 넘어섰을지도 몰랐다. <도깨비 감투>를 쓴 자신을 알아볼 정도였으니까. 못해도 최소 A랭크.
혹시라도.
‘S랭크에 도달했다면…….’
이렇게 되면 현찬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국내에서도 S랭크 헌터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아 참.”
현찬은 막 떠오른 게 있는지 손뼉을 ‘탁’ 치며 말했다.
“그래도 기왕 게이트에 왔으니까 몬스터 몇 마리를 더 사냥해도 되겠죠?”
“네?”
“트롤을 이제 막 3마리밖에 잡지 못했거든요. 여기까지 왔는데 좀 아쉽잖아요.”
“…….”
황설영은 생각했다.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 또한 이유이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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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오셨나요?”
“랭크 업을 갱신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트롤 사냥이 끝난 현찬은 시간이 늦었음을 생각해서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협회로 찾아갔다. 현찬의 당당한 말에 안내원은 당황했고 주변에 있던 헌터들도 그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저 사람,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랭크 업? 얼마 전에 바로 B랭크로 시작한 헌터 아니었어?”
“그런데 랭크 업이라고? 그렇다면 B+랭크라는 소리잖아.”
“거짓말이지?”
대부분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야 당연하다. 상식적으로 현찬의 성장 속도는 말이 안 됐으니까. 아무리 현찬이 첫 시작부터 B랭크라는 업적을 이뤘다고 해도 B+랭크가 된다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것이 비록 아주 작은 반 단계 정도로 보일지라도 그 격차는 매우 컸으니까. 지금도 수많은 B랭크 헌터들이 B+가 되지 못해 눈물을 머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주변 헌터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현찬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요. 랭크 업 신청한다니까요.”
“아, 네. B+랭크 신청 맞으시죠?”
“아니요.”
현찬은 고개를 저으며 안내원의 말을 부정했다.
“제가 신청하는 랭크는 바로 A랭크입니다.”
현찬의 말에 주변에서 엿듣고 있던 헌터들이 경악했다. B+도 아니고 A-도 아닌 바로 A랭크로 등급을 올리겠다는 현찬의 자신만만한 말은 그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강렬한 의심을 심어주었다.
“저, 정말인가요?”
“네. 물론입니다.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저기, 그런데 A 랭크 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추천자가 필요한데요.”
B랭크 헌터가 B+랭크 헌터가 되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짧아도 2~3년. A-를 거쳐서 A랭크까지가기 위해서는 5년이 걸린다.
보통 B랭크 헌터의 랭크 업 테스트는 그 기간에 맞춰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현찬은 B랭크 헌터 라이센스를 받은 지 고작 몇 주도 지나지 않은 상태.
정해진 기간과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방법은 있었다. 혹시나 모를 지나치게 성장이 빠른 헌터들이 있는 것을 대비해서 넣은 것이 바로 추천자 제도다.
정말 아무 헌터나 랭크 업 테스트를 받겠다고 설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A랭크 헌터로서 랭크 업을 받으려면 추천자 헌터의 랭크는 그 이상이어야 했다. 즉 A랭크가 되려고 추천을 받으려면 최소 A+랭크 헌터의 추천이 필요하다는 소리.
그만한 사람이 어디 과연 흔하단 말인가? 하지만 안내원의 생각과는 다르게 현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추천자는 있어요.”
“네?”
“아. 때마침 저기 오네요.”
안내원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는 황설영이 있었다.
“홍야차 황설영?”
“그녀가 대체 왜?”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었다. 현찬의 곁에 선 황설영은 안내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강현찬 헌터 님의 추천자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네, 네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황설영의 말에 주변에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잠깐만. 그렇다면 정말로 A랭크 수준에 도달했다고?’
만약에 추천자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랭크 업 테스트에서 불합격이 나온다면 추천자에게도 그에 따른 불이익이 따른다. 하지만 황설영이 누군가. 공사 구분이 철저한 그야말로 철의 여인이 아니던가.
보통 같은 클랜 소속의 헌터가 저런 이야기를 꺼냈다면 대부분은 자기 자식을 감싸고돈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하기로 소문이 난 황설영이 저렇게 추천자를 자처할 정도라면…….
“미친.”
“진짜야? 진짜 A랭크라고?”
대부분의 헌터들이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현찬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부러운 시선을.
또 누군가는 질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지, 지금 바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보고를 받은 안내원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그렇게 말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현찬은 당당하게 안내원을 따라 시험장으로 들어갔고 협회 내부에서 이 사태를 지켜보던 헌터들은 현찬이 사라지자마자 황급히 자신의 클랜으로 연락을 취했다.
“야! 난데. 지금 당장 우리 클랜장 님 바꿔줘! 급하다고!”
“대박 사건! 최단기간 A랭크 헌터가 뜨게 생겼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클랜으로 영입해야 해! 연봉 조건에 한계가 있어? 지금 그게 문제야?!”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현찬이 A랭크 시험을 치르러 들어갔다는 소식은 헌터 업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각종 클랜들과 클랜의 장들도 그 소식을 전해 들었고 특종이 굶주린 기자들 또한 퍼져나가는 소문을 엿들었다.
최단기간 A랭크 헌터의 등장 예정!
이것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기자들은 황급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으며 대부분 헌터들은 협회로 시선이 몰렸다.
그리고 현찬이 시험에 들어간 지 약 1시간 후.
그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