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무한계약-18화 (18/265)

# 18

18화 홍야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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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헌터님.”

“아뇨. 별거 아닌데요. 뭘.”

게이트를 관리하는 협회 소속의 사람의 인사를 받으며 현찬은 협회로 돌아왔다.

“어우. 저 사람들도 진짜 끈질기네.”

환영굴에서 획득한 마석을 팔기 위해 헌터 협회로 돌아온 현찬은 아직도 입구에 서 있는 클랜 소속의 사람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현찬이 자리를 비우고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데만 몇 시간이나 흘렀는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집요함이 느껴졌다.

그냥 이대로 쪽문을 통해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이쪽은 잘못 한 게 없는데 괜히 피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정면 돌파를 하기로 했다.

“앗! 강현찬 헌터 님!”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

현찬을 알아본 사람들이 빠르게 반응했지만, 현찬은 잽싸게 그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그대로 협회 안쪽으로 들어갔다. 클랜 소속의 사람들은 현찬의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입구에 협회 소속의 경비가 길을 막고 서자 그들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이들이 경비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이들 또한 헌터다. 그것도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 어지간한 헌터들은 쉽게 제압이 가능한, 최소 B-랭크 헌터라는 소리! 몸에 딱 맞는 슈트 위로 도드라지는 근육과 떡 벌어진 어깨를 보자 클랜 소속 사람들은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대부분 헌터를 영입하는 영입부 사람이기 때문에 헌터와 몸싸움을 벌일 수 없었다.

결국엔 입맛만 다시며 현찬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 현찬은 바깥에서 진을 치고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마저 나왔다.

저렇게나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눈앞에 떡 하니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현찬은 그들의 처지를 이해했다.

세상은 헌터의 시대다. 헌터들은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 마석을 이용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 더 강한 헌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부르고 모으며 클랜에 소속이 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클랜의 복덩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랜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른 클랜보다 더 앞서나가기를 원한다.

그 알파이자 오메가가 바로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

S랭크 가능성이 있는 헌터를 영입하기만 해도 해당 클랜의 입지는 국내에서도 엄청나게 넓어진다. 게이트 이용 우선권이라거나 해외에서도 돈을 주면서 이쪽 클랜에 파견을 와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니까.

그런 사람을 직접 영입한 사원은 과연 어떤 혜택을 받게 될까?

‘못 해도 집 한 채는 그냥 공짜로 받겠지?’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현찬에게 매달리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현찬이 쉽게 응해줄 생각도 없었다. 백날 쫓아다니면서 백날 외쳐봐라. 어디 클랜에 들어가는가.

현찬은 자신이 지금 갑의 위치임을 직시하고 있었다. 만약에 헤르메스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저냥 한 클랜의 영입 제안이 왔다면 현찬은 고맙다며 절을 했을 것이다. 오히려 제발 데려가 달라고 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첫 등급부터 B랭크. 실질적인 실력은 A랭크. 성장 가능성까지 따진다면 그보다 위. 계약을 맺은 영령은 모든 영령들 중에서도 가장 높다는 신급, 그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올림포스의 12신 중 하나이기까지 하다.

거기에 더해서 기존 각성자들, 즉 헌터들은 자신과 계약을 맺은 영령이 단 한명 뿐이지만 현찬은 마음만 먹는다면 원하는 영령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

지금은 헤르메스의 도움이 없이는 혼자 힘으로 왕급 영령까지밖에 계약하지 못하지만, 더 성장하게 되면 영웅급 영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 헤르메스가 돕는다면 신급 영령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찬은 그야말로 지구 전체에서도 누구보다 뛰어난 헌터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찬은 어지간한 클랜은 눈에 담지도 않았다.

오만하다고 해도 좋았다.

거만하다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었고 이게 지금 현찬의 위치였다.

현찬은 자신의 가치를 절대로 깎아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보게 될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곧 그렇게 될 거야.’

현찬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게이트 및 던전 부산물을 처리하는 데스크로 다가갔다. 그쪽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협회 소속의 접수원 여성이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현찬을 반겨주었다.

“어서 오세요. 헌터님. 물건을 처분하러 오신 건가요?”

“네.”

“종류는 어떤 것들이나요? 몬스터의 사체라면 손상의 정도를 직접 확인을 해야만 합니다.”

“사체는 없어요. 전부 마석이에요.”

“예. 그러면 여기에 마석을 올려 주시겠어요?”

안내원은 현찬에게 플라스틱 바구니를 건네주었다. 적당한 크기의 바구니를 보며 현찬이 조금 망설이자 안내원은 의아해 했다. 그러더니 이내 무슨 상황인지 받아들였다.

‘가지고 온 마석이 볼품없어서 그렇구나.’

그녀는 이런 상황을 많이 보았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마석을 처분하는데 그 마석의 크기가 현저히 작고 개수도 적으면 우물쭈물하며 보이는 걸 망설인다. 반대로 조금 큰 마석을 가져오면 오히려 보란 듯이 당당하게 행동하고는 한다.

헌터라는 자리에 올라 남들에게 업신여겨 보이고 싶어 하지 않은 그들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런 광경을 이 자리에 앉으며 많이 봐온 그녀였기에 지금 현찬의 태도가 왜 저런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얼굴인 걸 보면 아마 신입 헌터일 확률이 높았다. 그녀는 협회에서 일하는 안내원으로서 친절하게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헌터 님. 너무 부끄러워하시지 않아도 돼요. 원래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시작하니까요.”

“네? 아니요.”

현찬은 안내원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보상이 초라할 거라 생각하고 저렇게 나선 것이리라.

사실은 그게 아닌데.

“제가 가져온 마석을 다 담기에는 이 바구니가 좀 작아 보여서요.”

“네?”

안내원은 순간 현찬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를 하지 못해도 되물었다. 현찬은 말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마석을 가득 담은 가방을 풀어 바구니에 부었다.

쏴아아아아!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자그마한 마석들.

그 크기가 비록 손가락 마디만 하지만 수가 무려 200개이며 심지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고 나온 마석의 크기는 어른의 주먹만 하다.

주변에서 돌아다니던 헌터들도 현찬이 꺼낸 마석의 양에 눈을 크게 떴다.

안내원은 바구니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넘쳐서 데스크 위에 구르는 마석들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현찬을 바라보자 현찬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전부 환전해주세요.”

&

미러 비스트의 각 개체가 내놓은 마석은 그렇게 상등품이 아니었다. B랭크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힘은 여타 B랭크 몬스터에 비해 부족한 녀석들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개당 260만 원에서 320만 원 사이의 값어치를 하는 마석이 총 213개.

그리고 보스 몬스터에게서 나온 상등품의 마석의 값은 6800만 원.

이 모든 것을 합산한 금액은 총 6억 5000만 원.

여기서 세금의 3할을 떼가서 현찬에게 들어온 실질적인 금액은 4억 5500만 원이었다.

거기에 B랭크 게이트 클리어 보상으로 세금을 제외하고 받은 금액인 8천만 원을 더한다면 총 5억 3500만 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단 하루 만에 벌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금액! 다만 현찬은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1인용 B랭크 게이트라서 그런가. 잡은 수에 비하면 좀 적게 느껴지기도 하네.’

기간테스 3마리를 잡았을 때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벌었다. 물론 기간테스는 A랭크 몬스터 중에서도 매우 강력한 축에 속했으며 그 시체마저 돈이 되기 때문에 시체조차 남기지 않는 미러 비스트와 비교하면 미안해질 정도다.

그래도 오늘은 B랭크 게이트에 익숙해지기 위해 도전한 거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루에 약 5억 3천만 원을 벌었다. 지금의 현찬은 이 돈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앞으로 그는 이런 돈을 몇 번을 더 벌 수 있으니까.

기간테스를 잡고 남은 금액 6억. 거기에 이번에 새로 들어온 돈을 합치면 무려 10억을 넘는 돈이 수중에 있었다.

돈을 받은 현찬은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며 협회를 나서려고 했다.

그 순간 현찬의 앞길을 누군가 막아섰다.

현찬은 자연스레 비켜서려고 했지만, 그는 현찬을 쫓아 앞에 섰다. 현찬은 그제야 상대가 자신에게 볼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어 상대와 눈을 마주친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어딘가 날카로운 인상을 품고 있었으며 입고 있는 갑옷은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무엇보다 그의 왼쪽 어깨의 견갑에 새겨진 클랜의 로고가 현찬의 눈을 잡아끌었다.

클랜 화랑.

한국 내에서 톱5 안에 든다고 알려진 유명한 클랜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말도 걸지 않고 그저 앞길을 막아선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받을 수가 없었던 현찬은 조금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강현찬인가?”

첫 대면부터 반말이다. 현찬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상대방의 말투에서도 별로 현찬을 향해 달가운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맞습니다만. 그쪽은 누구신데 그러시죠?”

“화랑 클랜의 A랭크 헌터 김현호다.”

그의 소개에 주위에서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던 헌터들이 웅성거렸다.

A랭크 헌터 김현호!

화랑 클랜의 간판이자 가장 뛰어난 4개의 부대 신라사선(新羅四仙) 중 영랑(永郎)의 리더를 맡은 엘리트. 가진바 무력은 A+에 육박한다고 알려진 그의 등장에 헌터들은 경외의 감정을 느꼈다.

‘미친. 설마 저 애송이를 영입하려고 직접 온 거야?’

‘B랭크로 스타트한 천재를 데리고 가려고 설마 영랑의 리더가 직접 오다니.’

‘젠장. 부러워 죽겠네.’

주변에서 구경하는 헌터들은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다만 현찬은 여전히 김현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없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김현호는 매우 자만심이 강하고 거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 보이는 행동만 해도 예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현찬이 화랑 클랜에 나름 밉보인 결과이기도 했다.

그들이 나름 잘 영입했다고 알려진 백한겸.

영웅급 영령인 조홍의 계약자인 그를, 현찬이 모의 대련에서 아주 떡이 되도록 두들겨 팼으니까. 그 영상이 인터넷 곳곳에 퍼지고 나자 백한겸을 포함한 화랑 클랜의 이미지에 상당히 타격이 갔다.

원래 화랑 클랜은 예전부터 구설수가 많이 나오던 클랜이었다.

클랜 내부에서도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한 헌터는 바로 제명한다거나 비겁한 방법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며 중소 클랜들을 억압하고 방해한다거나.

무엇보다 자신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헌터를 집중적으로 괴롭히거나 살해한 혐의도 받은 적이 있었다. 물론 증거 불충분으로 흐지부지 넘어갔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그런 화랑 클랜의 이미지에 제대로 먹칠을 가한 장본인이 바로 현찬이었다.

화랑 클랜의 소속, 심지어 거의 간부급에 가까운 김현호의 상황에서는 현찬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게 당연했다. 물론 그것은 현찬 또한 마찬가지.

‘클랜장 님은 대체 이딴 녀석을 왜 영입하라고 하시는 건지.’

아카데미의 졸업과 동시에 B랭크를 받은 헌터라고 들었다. 심지어 게이트 폭주 사건에서 그 기간테스를 세 마리나 혼자서 잡았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상대가 김현호도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가는 강자라는 소리.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군.’

훈련소 과정을 전부 수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확실히 쓸만한 실력이다만, 현찬에 관해 이미 선입견을 품고 있는 현호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고작 이런 녀석을 영입하기 위해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심지어 클랜장의 명령이었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가장 크게 상하게 했다.

본디 영입이라는 것은 클랜에 속했으면서 각성조차 하지 못하는 쓰레기들이나 하는 허접한 짓거리라 생각했다. 그런 일을 엘리트나 되는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에 김현호는 매우 화가 난 상태.

그래도 클랜장의 명령이 있었기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할 일은 하기로 했다.

“화랑 클랜에 들어와라. 우리라면 너를 강하게 키워줄 수 있다.”

그 제안에 주변 헌터들은 ‘역시나’라는 반응이었다. 김현호 또한 현찬이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화랑 클랜은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최고의 클랜이니까. 기업으로 치면 대기업 포지션이었으니까.

“싫은데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찬에게서 나온 말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헌터들은 지금 현찬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직접 영입 제안을 건넨 김현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뭐라고…….”

“잘 안 들렸다면 다시 말해주죠. 귓구멍 열고 제대로 들으세요. 저는 그쪽 클랜에 들어가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현찬의 확인사살에 상황을 재미있게 지켜보던 헌터들 중 몇 명은 휘파람을 불었고 몇몇은 여전히 놀란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다.

화랑 클랜이 어디인가.

어딜 가서도 그 이름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오대 클랜 중 한 곳이 아닌가.

비록 그 소문이 다른 오대 클랜 중에서 별로 좋지는 못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지닌 무력과 클랜의 이름값은 진짜다. 아무리 구설에 많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매일 화랑 클랜에 들어가기 위해 대문을 두드리는 헌터들이 한 트럭씩 있다.

그런 클랜의 제안을, 그것도 직접 클랜의 A랭크 헌터가 찾아와서 하는 제안을 현찬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거절했다. 모두가 경악하는 것도 당연했다.

내일이 되기도 전에 헌터 업계에서는 소문이 쫙 퍼지리라.

듣는 귀와 보는 눈이 너무나도 많았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영입을 하려고 했던 김현호의 의도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그의 목을 옥죄고 만 것이다.

김현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겉으로는 냉정해 보이는 그의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으드득!

‘이, 시건방진 애송이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조홍의 계약자인 백한겸을 모의 대련으로 이긴 거로 잘난 척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강한 영령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은,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런데 감히 화랑 클랜의 제안을 무시해?

그러면서 자존심만 살아서는 자신과 눈을 똑바로 마주 보는 그 건방진 태도.

‘이 건방진 쓰레기 같은 놈이.’

김현호는 지금 당장이라도 무기를 꺼내서 휘두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장에 저 건방진 녀석을 실컷 두들겨 패고 발로 밟아주고 싶었고 현찬이 죄송하다고 비는 꼴을 보고 싶었다.

‘어쭈?’

현찬도 그런 김현호의 반응에 대충 속내를 짐작했는지 눈썹을 꿈틀했다.

대체 얼마나 사람의 성격이 개차반이면 첫 만남부터 반말을 찍찍 내뱉고 고작 말 몇 마디에 얼굴이 시뻘겋게 변할 정도로 화를 낸단 말인가. 게다가 조금씩이지만 무기의 손잡이에 손이 가고 있기까지 하다.

[마음에 안 드네.]

현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헤르메스도 마찬가지였는지 미약한 신력이 현찬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만약에 김현호가 무슨 일을 저지른다면 그 순간 바로 헤르메스는 자신의 힘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찬도 오히려 해 볼 테면 해 보라며 약간의 기세를 일으켜 그의 속을 긁었다. 먼저 공격을 하면 바로 정당방위로 반격을 가할 생각이 만반이었다.

하지만 김현호는 현찬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

그 순간 제삼자가 난입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벌어진 소란에 나타난 한 명의 여성. 나이는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몸에 딱 맞는 양복을 갖춰 입은 미인이었다. 활동하기 편하게 머리를 뒤로 한데 모아서 묶은 그녀를 본 헌터들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히익!”

“도, 도깨비 황설영?”

“홍야차(紅夜叉)가 여기는 왜?”

홍야차(紅夜叉) 황설영.

헌터 협회 소속의 A+랭크의 헌터이자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영령과 계약을 맺은 각성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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