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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98화 (198/202)

198화 종장 (3)

성현은 이즈나와 로칸과 함께 던전의 괴수들을 따돌리고 퀘스트 마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굳이 시야에 둥둥 떠 있는 퀘스트 마커 따위 존재하지 않아도 성현은 본능적으로 그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진짜 봉인석, 거기다 그 이상의 존재의 기척이 물씬 느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쿠구구궁!

숨겨져 있던 입구를 통째로 무너뜨린 성현이 발을 내딛었다.

“여기로군.”

성현은 거대한 사원의 안으로 진입했다.

지하 던전에서 여러 번 마주해 온 가디언의 성소들과 유사한 양식의 시설이었다.

하지만 그 드넓은 성소의 공간을 들어가는 와중, 성현은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볼 수 없었다.

텅 비어 있는 공간 속에 도사리고 있는 단 하나의 거대한 존재감.

그러나 그 안쪽에서 성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거구를 뽐내던 여태까지의 가디언들과는 달랐다.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 인간.”

성소의 끝자락, 마지막 방 안에 들어선 성현을 맞이한 것은 처음 보는 금발의 남성이었다.

성현은 그를 보자마자 인간도, 그를 흉내 낸 악마종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네가 그 갈루스라는 녀석… 맞지?”

“신의 이름을 입에 담다니.”

“우리 신도 아니고 다른 차원의 신 따위 알게 뭐야.”

남자의 말에 성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다른 차원에 멋대로 개입해서 여태 이 모든 행패를 부려 놓고선 신 대접을 받기를 바라는 건지.

이미 척이야 질 대로 진 상황인 지라 이제 와서 잘 보일 것도 없었다.

“…….”

물론 성현의 바로 뒤편엔 뻣뻣하게 굳어 있는 이즈나와 로칸이 있었다.

적잖이 동요를 하고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

비록 갈루스의 반대편이나 다름없는 프리아의 자식들이라곤 해도, 원래 그들이 속한 차원의 창조주이자 신인 존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만큼 본능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 뒤꽁무니에 붙어 있던 녀석은 어디 있지?”

그때, 경멸의 어조가 한가득 담긴 갈루스의 말이 이어졌다.

증오마저도 느껴질 정도의 어조.

확실히 평소와는 달리, 성현의 곁엔 그가 찾고 있는 프리아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터엉!

성현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발을 박찼다.

단박에 거리를 좁힌 그는 갈루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녀석은 아주 약간의 움직임만으로 성현의 검을 가볍게 피해 냈다.

물론 성현은 공격을 당연히 피해 낼 줄 알았다는 듯, 물 흐르듯 다음 검격을 녀석에게 퍼부었다.

“…뭘 하자는 거지?”

“이렇게 다른 차원에까지 직접 찾아와 줬으니 환영 인사부터 해야지.”

갈루스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불쾌감.

그와 반대로 성현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성현이 갈루스를 향해 다짜고짜 달려든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은 이곳에서 본래의 힘을 사용하지 못해. 거기다 힘을 사용할수록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성현이 비틀린 입구를 넘어 이런 던전 속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이트를 통해 차원의 틈이나 이차원으로 넘어온 건 아니었다.

이 던전 내부는 엄연한 지구 차원 내에 위치한 장소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차원의 시스템상 다른 차원의 신격인 갈루스에겐 커다란 제약이 존재했다.

차원을 넘어선 신격의 직접적인 개입엔 아주 심각한 지장이 있었고, 힘의 발현엔 신조차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나큰 부담이 돌아왔다.

물론 그걸 갈루스도 알고 있었기에 여태까진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 제약을 피해 왔던 것이다.

하나 그런 방법만으로는 성현을 제거할 수 없었고, 영원한 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그런 부담까지 떠안고서 이렇게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찾아온 것은 갈루스로서도 굉장히 큰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라는 것.

‘거기다 신이라곤 해도 화신체에 불과하다. 육신의 일부를 떼어 내어 그릇을 만들어 낸 것뿐이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존재인 신격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선 사실상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신이 직접 나타난 것은 맞아도 차원 너머의 거대한 존재가 품고 있는 진짜 힘과는 결부터 다르다는 것.

다만 화신체의 모습을 취했다고 해도, 그로 인한 리스크는 그대로 품고 있었다.

‘어차피 필멸의 힘이 있다고 해도 신이란 녀석들의 숨통을 끊는 건 불가능해. 반쪽짜리 불멸자였던 가디언들하고는 같이 묶일 수도 없는 녀석들이니까.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그 부담을 팍팍 주는 수밖에 없는 거지.’

콰아아앙!

성현의 왼손에서 마법이 쏟아지며 신전 내부를 크게 휩쓸었다.

물론 갈루스는 자신의 주위로 반투명한 막을 쳐 내며 폭발을 흡수했고 잔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마력을 쏟아부은 것에 비하면 허무할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저런 힘 하나하나가 부담이 되고 있을 것이었기에 성현은 더욱 녀석을 몰아붙였다.

콰득!

“녀석이 네게 그리 하라고 알려 주더냐? 우습군.”

성현의 검을 맨 손으로 잡아낸 갈루스가 그와 눈을 마주했다.

난생 처음 느끼는 엄청난 완력이 검을 빼낼 수도 없게 만들었다.

“최소한의 힘으로 일을 처리하려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게 되었지.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진 않겠다.”

콰아아아앙!

갈루스의 주위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더니 요란한 폭발과 함께 성현의 몸뚱이가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번쩍이는 빛과 함께 갈루스의 왼손에 창이 쥐어지더니, 머리 위로는 새하얀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그 기운을 느낀 성현은 곧장 몸을 날렸지만, 수십여 갈래의 하얀 번개들을 모두 피할 순 없었고 한쪽 팔에 직격당하고 말았다.

‘크윽……!’

군단 강화 효과로 지니고 있는 +80퍼센트라는 강력한 전격 저항력 덕에 감전사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로 인한 충격만으로 팔이 새까맣게 구워져 너덜너덜해졌다.

조금만 더 정확히 맞았더라면 아예 팔 자체가 떨어져 나갈 뻔한 모습이었다.

[군주, 웨어울프 로드 ‘로칸’의 그림자를 흡수하였습니다!]

[‘재생력’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성현의 재생력 특성이 활성화되며 엉망이 되었던 그의 팔이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며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가떨어졌던 성현이 일어나 회복하는 사이, 마무리를 지으려던 갈루스를 이즈나와 로칸이 나서 시간을 끌었다.

하나 그들조차 신격을 앞둔 심한 압박감에 제대로 실력을 내보이지 못했다.

이들조차 이럴 정도라면 군단의 다른 일반 수하들로선 갈루스의 앞에서 두 다리로 멀쩡히 서 있지도 못할 것이었다.

‘역시… 여태까지와는 완전히 달라.’

여태 상대해 온 가디언과는 격을 달리 하는 존재.

불멸자의 경지에 들어선 수호자들이라 해도 진짜 불멸자이자 신들의 앞에 선 그저 피조물 중 하나에 불과한 장난감이었다.

지하 던전을 완전히 포기하고서 성현의 군단 전체를 불러들인다 해도 저 녀석을 상대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성현이 택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뿐.

차원 간의 페널티밖에 믿을 것이 없었다.

힘을 사용할 때마다 부담을 느끼는 녀석인 만큼, 최대한 방어 위주로 나서며 시간을 끌어야 했다.

물론 그런 전략 따위는 갈루스도 훤히 읽고 있었다.

“기껏 놈과 함께 머리를 굴려 놓고선 내게 대항한다는 방법이 고작 이런 것뿐이냐? 한심하군. 네놈들이 누굴 상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잊어버린 거냐?”

츠츠츠츠츳!

갈루스는 허공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러자 주변의 공간이 거세게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어선 곳이자 던전 내부에 위치한 신전이었던 주변 공간은 새하얀 빛으로 감싸였고, 완전히 격리가 된 것처럼 커다란 원형의 형태를 갖추었다.

“크윽……? 여긴?”

새하얀 빛이 가득 들어찬 정체불명의 공간.

이는 갈루스가 지구라는 차원 내에 만들어둔 임시적인 또 다른 차원이자 별도의 공간이었다.

물론 임시적인 차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고, 꽤나 많은 힘을 소모하긴 했지만, 이곳에서는 지구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에 아무리 힘을 사용한다 해도 아무런 부담이 가지 않았다.

파지지직!“네놈의 숨통을 끊고서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

빛의 신 갈루스가 팔을 높게 치켜세우자 머리 위로 하얀 번개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어떻게 막아 볼 수 있는 위력의 공격도 아니고, 그들로서는 도저히 피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나 갈루스의 번개가 성현의 머리 위로 쏟아지려는 순간.

“그만.”

끼어든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짙은 검은 안개가 주위로 드리워졌다.

곧이어 나타난 거대한 존재의 기척.

성현과 갈루스의 사이로 어둠의 여신 프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버러지 같은 녀석. 꼭두각시가 위험해지니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군.”

“후후, 여전히 말버릇이 고약하구나, 갈루스.”

마주한 이차원의 두 신격이 서로를 향해 악의를 드러냈다.

그들의 차원 내에서 가장 대조적인 두 존재이자, 지난 영겁의 세월 동안 대립해 온 그들은 진심으로 서로에 대한 거부감을 품고 있었다.

“쫓겨나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수작을 부려 댔더군. 마지막 발악은 잘 보았다만 이젠 끝이다. 다시 잠들 준비나 해 둬라. 영원히 이 차원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을 테니.”

“글쎄, 안타깝게도 우리의 영원한 분쟁이 그런 식으로 끝이 날 것 같지 않구나.”

“이번에도 여유로운 척을 해 대는군. 하지만 육신은커녕 영혼마저 찢겨진 네가 뭘 할 수 있지? 이 몸이 직접 나선 이상 네년의 꼭두각시는 이미 끝난 것과 다름없고, 영혼을 가둬 둔 봉인석 역시 두 개나 남았다.”

으드득!

갈루스는 자신의 가슴팍을 열어 그 속을 비춰 보였다.

두 개의 진짜 봉인석이 화신체 몸 안에 들어 있는 모습.

더 이상 프리아에 대한 조금의 변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갈루스의 뜻이기도 했다.

자신을 직접 쓰러뜨리지 않는 이상, 봉인석이 파괴되어 프리아가 이 이상으로 힘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해졌고.

동시에 프리아가 힘을 되찾아 개입하지 않는 이상, 한낱 차원의 필멸자 따위가 자신의 화신체를 쓰러뜨리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과연 그럴까?”

츠츠츠츠츳!

사방으로 뻗어진 검은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지는 모습.

그 모습을 본 갈루스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이, 이건……! 무슨 짓을 벌인 거냐!”

계속해서 커져 가는 검은 그림자가 새하얀 공간을 뒤덮었다.

얼마 가지 않아 공간 전체를 검게 침식시켜 버린 검은 기운.

분명 불완전한 상태인 프리아로선 불가능할 일이었다.

“우둔한 녀석, 내가 손을 쓴 게 아니다. 보고도 모르겠느냐?”

프리아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자 갈루스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공간을 뒤덮은 이 그림자들은 모두 한 명의 인간, 성현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 웃기지마라! 한낱 필멸자 따위가 내가 만들어 낸 공간에 개입할 수 있다고?”

자신이 만들어 낸 임시 차원이 침식당하고 있는 모습.

아무리 힘에 제약이 있는 화신체 상태라고 한들, 인간 따위가 끼어들 수 있는 개념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선 갈루스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성현은 이미 단순한 한 차원 속 필멸자의 범주로부터 한참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콰지지직!

침식된 갈루스의 임시 차원엔 하나둘 커다란 균열이 일어났고, 얼마 가지 못해 산산조각 나게 되었다.

다시 보이기 시작한 던전 속 신전의 모습.

지구 차원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버린 그들이었고, 성현은 갈루스를 향해 씩 미소를 지어 주었다.

“뭐 해? 아까 하던 거 마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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