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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87화 (187/202)

187화 가디언 레이드 (3)

쿠구구구!

번쩍이는 화염과 함께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가디언 베히모스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화염 폭발의 흔들림이 던전에까지 이어질 정도였고, 그 거대한 베히모스의 몸뚱이가 약간이나마 좌우로 휘청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산을 흔드는 것과 같은 모습.

이는 베히모스의 몸속에 있는 성현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콰아아아앙!

또 다시 폭음과 함께 우수수 떨어져 내린 통로의 천장 파편.

정확히는 베히모스의 신체 내부가 무너진 것이었고, 요란한 폭발과 잔해 사이로 성현이 함께 떨어져 내렸다.

“후, 아래로 내려오는 건 이 정도면 되려나.”

바닥에 안착한 성현이 슬쩍 위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아 일렁이는 불길 사이, 연달아 부서진 천장들이 겹겹이 뚫려져 있었다.

최소 열 몇 겹이나 되는 통로들을 박살 내고선 스스로 밑으로 내려온 성현이 벌인 일이다.

“…내가 했지만 요란하게도 했네.”

가능한 화력을 여지없이 쏟아부은 성현의 마법과 그로 인한 흔적들이 훤히 보였다.

어찌나 쏟아부었는지 폭발의 여파로 인해 마법을 사용한 성현 자신도 꼴이 완전히 엉망이 된 수준이었다.

물론 재생력 특성을 통해 화상이나 골절 정도는 벌써 다 회복을 한 뒤였지만, 피해를 최소화시켰음에도 성현의 몸에 이 정도 데미지가 먹혔다는 건 엄청난 것이었다.

이는 성현을 집어삼킨 베히모스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

성현은 지구의 그 어떤 헌터들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마력의 소유자였다.

물론 성현은 네크로맨서로서 지닌 특수한 방식의 S급 특성에, 직접적인 전투 방식도 공격 마법보단 검술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지닌 스탯에 비해선 마력이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경우는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백귀야행을 통해 이즈나의 ‘마력의 심장’ 특성까지 가져온 지금 같은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졌다.

지금처럼 주변을 신경 쓸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방대한 화력이 필요할 때엔 내키는 대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 위력은 지금 위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루 말할 필요가 없었다.

우득! 우드득!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엄청나게 질기긴 하네.’

성현이 짤막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이곳에 내려서자마자 그의 앞에 베히모스의 분신들이 하나둘 땅 속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 정도 화력을 쏟아 냈음에도 여전한 녀석의 움직임들.

몸의 통로들은 끊임없이 변형되며 성현의 움직임을 방해했고, 어느 쪽으로 향하든 분신들이 벽과 바닥에서 튀어나오며 성현을 끝도 없이 막아서 왔다.

‘철저히 말라 죽이려들 생각인가 본데. 확실히 까다롭긴 해.’

완전한 자신의 힘을 회복한 가디언, 베히모스는 그야말로 엄청난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만큼이나 몸속에서 난장판을 쳐 놨음에도 단순히 분신을 베고 몸을 뒤엎어 놓는 것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 해도 이런 상황에 대처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적수였다.

단순 힘이나 마력의 스탯보다는 변수를 만들어낼 만한 능력이 더 필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전략을 택하기엔 넌 상대를 잘못 골랐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능력’.

녀석에겐 안타깝게도 성현은 그 어떤 헌터보다도 그런 쪽으로 특화가 되어 있었다.

“인간, 아무리 발악하고 발버둥 쳐 봐야 소용없다.”

“과연 그럴까?”

콰아아아앙!

그의 앞으로 터져 나온 커다란 화염 폭발.

통로를 가득 메운 채 달려들던 수백, 수천의 분신들은 쏟아지는 불길 사이로 휩쓸려 산화되었다.

물론 분신들은 또 벽과 바닥, 천장에서 머리와 팔들을 꾸역꾸역 내밀며 나타났다.

“소용없다고 했을…….”

“나, 아직 마력 많거든.”

콰아아아아앙!

머리를 내민 분신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 방금보다도 더 큰 화염 계열 마법이 쏟아졌다.

성현은 거대한 화염구를 내던지며 폭발을 일으켰고, 분신들이 쓸려 나갔음은 물론 변형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났다.

이번 공격은 꽤 따끔했는지 베히모스의 몸이 순간 요동치는 것도 느껴졌다.

“직접적으로 압사시키려 들지 않는 걸 보아, 통로 변형시키는 것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걸로 보이고. 분신은 계속해서 토해 낼 수 있다고 해도 겨우 그런 수준으로는 시간 벌이도 안 되는 거 알지?”

- 네놈……!

쿠구구구!

뻥 뚫린 통로 사이로 베히모스 본체의 목소리가 울려 왔다.

굉장히 위협적이고 위압이 실린 목소리였지만, 녀석의 그런 반응에 성현은 물론 즐거워할 뿐이었다.

칭호의 효과 덕에 이런 가디언을 상대로도 제대로 된 위압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터억!

뻥 뚫린 통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성현.

더 많은 분신들이 나타나 덤벼들고 벽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성현은 똑같은 방식으로 뚫어 내 줄 뿐이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는 걸 막으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네가 실은 초조해하고 있다는 걸. 특히 내 쪽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까지 말이야.”

이미 뇌신의 눈 특성을 통해 베히모스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 본 성현이다.

녀석의 약점인 모든 심장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고, 녀석의 집요한 방해에도 거침없이 그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베히모스의 각 심장부를 노리는 군단들의 공략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이즈나를 비롯한 군주들이 이끄는 정예가 움직이고 있었고, 이런 방해에도 저지당하지 않았다.

만약 성현을 막으려 달려드는 분신들의 공격과 베히모스의 움직임을 다른 쪽에도 똑같이 당했다면 군단들의 움직임은 완전히 봉쇄당했을 것이다.

아무리 이즈나나 다른 군주들이라 해도 성현처럼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뚫어 내기란 불가능한 일.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는 베히모스가 성현이 있는 곳에 가장 신경을 쓰고, 힘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부터 급하게 막으려는 이유야 뻔하지. 안 그래?”

- 그아아아아!

성난 베히모스의 포효 소리가 던전을 통째로 울리기 시작했다.

다른 군단들과 달리 성현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가장 많은 마력을 머금고 있는 베히모스의 ‘핵심 심장부’였다.

동시에 베히모스가 집어삼키고서 달아났던 프리아의 봉인석이 갇혀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퀘스트 마커와의 위치가 가까워졌습니다!]

베히모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심장부.

성현은 여태 마주했던 벽 중 가장 두꺼운 부위을 뚫어 내고선 코앞까지 밀고 들어갔다.

쿠구구궁!

“…여긴가.”

성현이 들어선 커다란 방 안, 그 중심부엔 단단한 뼈에 둘러 쌓여 있는 심장이 보였다.

덩치에 걸맞게 놀랍도록 거대한 심장의 모습.

거의 지하 던전에 위치한 마나의 맥에 버금갈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심장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진 않았다.

“그래, 마냥 쉽게 여길 내어 줄 거라 생각은 안 했지.”

성현은 자신의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베히모스의 또 다른 일부의 모습.

하지만 방금까지 쓸어버리던 분신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넌 뭐지?”

“이계의 필멸자 따위가 감히 여기까지 발을 들이다니… 갈기갈기 찢어 죽여 주마.”

두 눈이 붉게 빛나던 남자의 몸이 순간 사라졌다.

오싹한 기척과 함께 등 뒤에서 나타난 녀석의 등장에 성현은 급히 몸을 비틀었다.

콰아아앙!

험악하게 움푹 파인 바닥의 모습.

순간 맨손으로 내려찍은 건가 싶었지만, 녀석의 손끝은 어느새 날카롭게 변형되어 있었다.

“단순히 조금 더 강한 분신 같지는 않은데…….”

성현이 눈앞의 적을 노려보았다.

방금 녀석이 보인 움직임이나 몸이 변형되는 건 둘째치고서, 녀석이 풍기고 있는 기척이 심상치 않았다.

무엇보다 녀석의 몸속에서 말도 안 되는 양의 마력이 느껴졌다.

“설마… 본체인가?”

“답은 아니지만 비슷하다.”

베히모스가 입을 열었다.

스스로의 약점이자 핵심인 심장부를 지키고 있는, 베히모스의 본체와 가장 가까운 분신이었다.

당연히 다른 분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었고, 성현이 선 핵심 심장부가 아닌 다른 심장부 역시 지키고 있었다.

“네놈의 다른 수하들도 상황은 비슷할 거다. 겁도 없이 나의 심장을 노린다며 날뛰다 찢겨 죽을 뿐.”

“글쎄. 우리 애들을 너무 무시하다간 큰 코 다칠걸.”

“그렇다면 우선 네놈부터 죽여 주지.”

우득! 우드득!

기이한 소리와 함께 몸이 비틀린 베히모스는 인간과 짐승의 모습이 섞인 형태가 되었다.

겉보기엔 단순무식 해보이는 꼴이었지만, 놈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은 더욱 늘어났다.

커다란 입을 쩍 벌린 베히모스는 순식간에 마력을 토해 냈다.

콰아아아아!

‘무, 무슨……!’

정면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마력의 파도.

그 생각지도 못한 범위와 위력의 마법에 성현은 다급히 몸을 옆으로 날려야만 했다.

하지만 공격 하나를 피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베히모스의 등 뒤로 또 다른 마력의 구체가 쏘아졌고, 성현을 스치고 뒤편으로 날아가더니 커다란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쿠구구구궁!

‘미친……! 저 자식 뭐 하는 거야?’

다짜고짜 시작된 베히모스의 마법 난사에 성현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자신의 심장부와 이렇게 가까운 위치에서 저런 위력의 마법들을 쏟아낼 줄이야.

마력이야 처음부터 심상치 않긴 했어도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전혀 생각도 못한 바였다.

아랑곳하지 않고서 마구 쏟아지고 있는 베히모스의 마법들.

‘젠장……! 그럼 이 쪽도!’

점차 몰리고 있던 성현은 다급히 마력의 끌어올렸다.

이즈나의 ‘마력의 심장’ 특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고, 단숨에 베히모스의 심장을 향해 화염구를 날렸다.

단단한 뼈로 감싸여 있긴 했어도 이만한 화염구라면 어찌할 것도 없이 산산조각이 날 게 분명할 터.

분신을 공격해봐야 어차피 다시 재생이 될 테고, 저 심장부만 파괴하면 되었다.

우우우웅!

“뭐… 뭐야?”

하지만 그런 성현의 마법은 맥없이 사그라들고 말았다.

베히모스의 심장에 닿자마자 완전히 흩어져 버린 성현의 마법.

이는 단순히 막아 내거나 상쇄된 것이 아니라, 마법을 구성하고 있는 마력이 모조리 흡수된 것이었다.

터엉!

그러자 성현은 검을 뽑아 들고선 단숨에 심장부를 향해 휘둘렀다.

마법이 먹혀 버린 광경에 당황했지만, 얼타고 있기보단 즉시 행동을 먼저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현의 검격도 심장에 닿지는 못했다.

콰드득!

어느새 그의 앞에 끼어든 베히모스가 가로막고 있었다.

심장에 휘두르려던 검은 녀석의 목덜미를 반쯤 도려내었다.

물론 베히모스는 그런 상처에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서, 피 한 방울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되려 검이 박힌 상태에서도 꾸역꾸역 살점이 차오르는 베히모스의 모습.

“발버둥 쳐 봤자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하, 젠장.’

성현은 그제야 상황이 파악되었다.

가디언으로서 베히모스의 주능력은 장소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통제에 놓인 곳이 바로 이곳 베히모스 자신의 심장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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