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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85화 (185/202)

185화 가디언 레이드

차원의 틈 사이에 위치한 던전 안에 진입한 성현.

그런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 챈 모양인지, 반겨 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몬스터들의 무리가 쏟아졌다.

무성한 수풀 사이에서 쏟아지는 괴수의 무리들.

이 주변에 느껴지는 인기척만 최소 수천 이상이었고, 그 간격 역시 매우 빽빽하게 들어차있었다.

그것도 각자 종도 다르고, 제각각의 몬스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서로 적대할 만한 몬스터 종들까지 여럿 섞여 있었음에도 신경도 쓰지 않고 다 함께 몰려드는 몬스터 떼의 모습.

마치 던전의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누군가의 지휘라도 받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일반적인 던전에서라면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헌터가 아닌 성현에게만큼은 이런 현상이 아주 익숙했다.

“가디언 녀석도 내가 들어왔다는 걸 눈치챘나보네. 하긴…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왔으니 모르는 게 오히려 무리겠지.”

쿠구구구구!

“키에에에엑!”

땅을 울리는 진동과 우렁찬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은 몬스터 대군이 몰려드는 방향과는 정반대편에서 터져 나온 소리였다.

곧이어 성현의 등 뒤편으로 수십만의 병력들이 쏟아졌고.

달려들고 있던 몬스터 무리와 성현의 그림자 군단이 정면에서 맞부딪쳤다.

우득!

콰아아앙!

“키이이익!”

육중한 체구로 가장 먼저 맞부딪힌 골렘과 자이언트.

그 아래로는 고블린 군단과 늑대 무리가 뒤엉키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들이 엉킨 장소보다 훨씬 넓은 전장에서 크고 작은 온갖 괴수들이 부딪혔고 선혈이 낭자했다.

양쪽 모두 죽음 따윈 두려워하지 않는 치열한 싸움.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과는 달리, 싸움의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콰득!

“키에에엑!”

전열을 짠 채 밀어붙이는 악령 병사 군단에 몬스터 무리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그동안 성현과 함께 성장해 온 그림자 군단의 수준은 단순히 던전에서 몬스터를 많이 긁어모은다고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게 아니었다.

이곳의 몬스터들 역시 대부분이 S급 수준에 달할 만큼 높았지만, 그렇다 한들 그림자의 강화 효과를 받는 군단의 수준이 몇 수 위였다.

하물며 그들에겐 각 군단을 지휘하는 군주들까지 있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이즈나나 네이아 같은 마족이 아니더라도 군주들의 지휘는 전장에서 단순 무력 이상의 파급력을 미쳤다.

덕분에 성현은 직접 나설 것도 없이 그림자 군단이 뚫어 낸 길을 따라 걸을 뿐이었다.

가디언의 위치를 가리키는 퀘스트 마커의 위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용케도 벌써 이곳까지 닿았구나. 내 도움도 필요 없이 또 다른 가디언의 위치를 찾아내다니.”

어둠의 여신, 프리아가 성현의 앞에 나타났다.

검은 안개와 함께 불쑥 나타난 그녀의 등장에 성현은 덤덤하게 반응했다.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던 프리아였지만, 성현도 이제 어느 정도 패턴이 익숙해진 덕에 슬슬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국내에 숨어 있는 대악마들이라면 이미 포위망을 좁혀 뒀으니. 다른 가디언들의 위치도 조만간 알 수 있을 거야.”

성현이 약간의 확신과 함께 말했다.

굳이 프리아가 차원의 틈 사이를 뒤지고 다니며 힘 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녀도 스스로 이곳에 불쑥 나타난 것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도움은 주도록 하마.”

[퀘스트 마커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마커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마커가 생성되었습니다!]

“…이건?”

“우두머리들의 위치다. 꽤나 도움이 될 거다.”

성현의 눈앞에 주르륵 생겨난 퀘스트 마커들.

이곳 던전 내의 각 몬스터 무리들을 이끄는 보스 몬스터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었다.

‘저번처럼 보스급 몬스터들은 던전 안에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

그동안 악마종과 가디언들은 싸움을 통해 성현의 네크로맨서 능력에 대해 훤히 알게 된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성현의 세력에 흡수될 수 있는 보스급 몬스터들은 가디언의 던전 내에선 최대한 먼저 제거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던전으로부터 몬스터들을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와중에, 성현이 예상치 못한 방식과 타이밍으로 들이닥쳤고.

그 때문에 미처 대처가 되지 않아 보스급 몬스터들이 아직 상위 개체 악마종의 재료로 사용되지 않고서 필드에 남아 있게 된 것이었다.

“어쨌든… 딱이네.”

성현의 입가가 씩 올라갔다.

가디언과의 싸움을 앞둔 이 시점이었으니, 네크로맨서의 특성을 전적으로 활용해 줄 때였다.

* * *

“그아아아!”

쓰러졌던 보스 몬스터의 시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림자 군단에 새로이 합류하게 된 바위 트롤 군주, 롬마쉬.

쿠우웅!

검은 기운를 풀풀 풍기고 있는 녀석은 단단한 주먹을 바닥에 세차게 내려찍었다.

성현의 그림자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녀석을 따르고 있던 모든 암석 오우거들에게 성현의 그림자가 흘러들어갔고, 그들 전체의 주도권이 성현에게 주어졌다.

“후… 이걸로 마지막인가.”

성현이 가볍게 손을 털며 말했다.

그의 뒤편에 있는 안타라스와 이즈나 역시 꽤나 먼지투성이인 꼴이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꽤나 시간이 걸렸네요.”

“그래, 여기선 지리를 다 파악했다 해도 포탈을 이용하기 어려우니… 안타라스가 없었다면 시간을 훨씬 더 잡아먹었겠지.”

성현은 자신의 곁에 슬쩍 다가온 와이번 군주, 안타라스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 정도 대비는 해 둔 건지 던전 곳곳에 흩어져 있던 각 보스들이었다.

하지만 성현은 안타라스와 와이번 군단과 함께 던전을 주파하며 함께 움직였다.

던전의 크기가 보통이 아닌데다 울창한 밀림이라 애를 먹었지만, 퀘스트 마커와 안타라스의 속도 덕에 크게 지체되지 않을 수 있었다.

끝내 퀘스트 마커가 생성되었던 모든 보스 몬스터들을 처치하고선 군단의 일원으로 만들었다.

“그르르르!”

“음, 역시 많이 모였네. 기대 이상이야.”

성현이 주위에 모인 군단을 슥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 던전에서만 새로 합류한 수십의 군주들과 휘하 무리였다.

덕분에 정글 내에 가득했던 몬스터 군단은 어느새 수만 마리 이상이 성현의 휘하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직 경험까진 쌓지 못해 레벨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 해도, 군단 강화 효과를 적용받은 덕에 결코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이번에 합류시킨 군단들을 제외하고도 나머지 몬스터 무리들이 여전히 많긴 했지만, 최소한 몬스터들을 지휘할 만한 보스 몬스터는 더 이상 없었다.

“이제 남은 몬스터 정도는 맡기고 들어가면 되겠군. 너희는 바깥쪽을 도와서 함께 싸워줘.”

“크르르륵!”

군주들이 대답하자 성현의 시선이 휙 옆으로 향했다.

어느새 마지막 퀘스트 마커의 위치가 상당히 가까워져 있었다.

“가자.”

후우웅!

안타라스는 단숨에 성현과 이즈나를 태우고선 하늘로 솟구쳤고, 퀘스트 마커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지상의 몬스터 자체는 크게 문제될 거 없었고, 이제 남은 건 가디언을 처치하는 일뿐이다.

미리 머릿속으로 짜뒀던 동선대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안타라스가 착지했고, 성현은 녀석의 등을 박차 땅에 내렸다.

타악!

그런 성현의 앞에 놓인 것은 정체 모를 어두운 동굴의 입구.

저 안쪽의 깊은 곳 어딘가에서 퀘스트 마커가 깜빡거렸다.

“가디언이 이 안쪽에 있다는 건가……?”

보스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 다니느라 목격한 것이지만, 이번 던전은 저번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나이브리카가 숨어들었던 던전에선 악마종을 만들어내는 놈들의 생산 거점이 지하 감옥으로서 거대한 시설로 있던 것과 달리.

이번 던전에선 그와 관련된 모든 시설이 지상에 놓여있었다.

물론 숨겨져 있지 않은 만큼 더욱 큰 범위로 정글 속에 광범위하게 있었고, 이를 파괴하는 것은 모두 바깥의 군단에게 맡겨 둘 참이었다.

‘그렇다면 여긴 무슨 장소와 이어져 있는 거지? 제단을 이곳에 마련해 두기라도 한 건가.’

성현의 눈썹이 살짝 들썩였다.

뭔가 겉에서 보기엔 특별한 시설의 입구처럼 보이진 않았고, 그저 자연적인 동굴 지형일 뿐이었지만 그건 들어가 봐야 알았다.

그렇게 성현은 동굴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잠…….”

파앗!

방금까지 성현의 옆에 있던 프리아의 모습이 훅하고 사라져 버렸다.

평소와는 달리 다소 부자연스럽게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성현의 고개가 살짝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나. 아니, 일단은 이쪽부터. 몬스터들의 기척이 벌써 느껴진다.’

동굴 안을 걷던 성현의 시선이 바로 정면으로 향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괴물들의 기척.

“키이이이익!”

“이즈나.”

“네.”

콰아아아아!

어둠 속에서 쩍 벌어진 송곳니들이 튀어나온 동시에, 맹렬한 불꽃이 통로 안쪽으로 쏟아졌다.

통로를 가득 채운 불꽃은 금방 사라졌다.

하지만 동굴의 통로 전체가 시뻘겋게 익은 데다, 마법에 휘말린 괴물들은 꼼짝 없이 검게 타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아예 잿더미가 된 건 아닌 걸 봐선 화염 내성을 가지고 있는 건가? 아니… 잠깐…….”

괴물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성현의 눈가가 꿈틀였다.

형태로 보기엔 흉측한 모습을 한 키메라와도 같은 몬스터처럼 보였다.

하지만 타버린 이 시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이 녀석들이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님을 알려 주었다.

“이건…….”

“권능인가요?”

“그런 것 같아. 이해는 안 가지만.”

무릎을 꿇고 살펴보던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즈나 역시 성현과 같은 생각을 내뱉었다.

죽어버린 이 괴물들의 시체에서 빛의 권능이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졌다.

가디언의 본체도 아니고 쏟은 피에서나 일부 느껴졌던 권능의 기운이 이런 조무래기 몬스터들에게 깃들어 있다니.

알아채기도 어려울 만큼 아주 적은 양이라곤 해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뭔가 기류가 이상해졌어. 우리도 눈치 채지 못했을 만큼 아주 미묘하게.”

뭔가 불쾌한 감각에 성현이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동굴 안에 들어와 있는 것뿐인데도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이질감이 들었다.

마치 땅속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닌 듯한 기분.

쿠구구구궁!

“뭐, 뭐야?”

“읏……?”

바로 그 때, 지진이라도 난 듯 엄청난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흔들리고, 뒤틀리듯 요동치는 땅의 뒤틀림에 성현과 이즈나조차 휘청일 정도였다.

“땅이… 움직이고 있어?”

아니, 땅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즈나의 불꽃에 새빨갛게 익었던 동굴의 입구가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통증이라도 느끼는 듯 날뛰기 시작한 통로들.

- 그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던전 전체를 뒤덮었다.

주변 땅이 움푹 파이며 산이 뿌리 뽑히듯 들썩였다.

정글을 뒤덮은 거대한 그림자와 함께, 던전 역사상 가장 거대한 괴물이 던전의 중심에 우뚝 섰다.

하지만 성현과 이즈나는 그 괴물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미 모든 힘을 회복하고서 원래의 완전한 모습을 되찾은 가디언 ‘베히모스’.

그들이 딛고 서 있는 장소가 바로 놈의 몸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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