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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68화 (168/202)

168화 악마사냥꾼

성현은 무너진 신전의 지하로 내려갔다.

수많은 언데드 오크들의 시체 사이.

그는 자신이 처치했던 언데드 오크 군주, 기아스의 시체 앞에 섰다.

비록 필드 보스는 아니라 한들, 엄연한 던전의 보스 몬스터이자 ‘언데드 오크’들의 군주인 녀석이었다.

‘이런 녀석을 버리고 갈 순 없지.’

츠츠츠츠츳!

성현은 자신의 그림자를 기아스에게 흘려보냈다.

그러자 온몸이 불태워졌던 기아스의 몸이 아물기 시작하더니, 잘려 나간 상처 부위들 다시 재생되었다.

쿠웅!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기아스.

두 눈을 번쩍 뜬 녀석이 성현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빛의 신 갈루스에게 본능을 주입당해 인간을 해하려는 몬스터가 아닌, 성현의 수하로서 되살아난 기아스는 그림자 군단에 합류했다.

흔히 몬스터라 불리는 이 녀석들 중 대부분은 건너편 차원에선 지구의 야생 동물들과 비슷한 위치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철저히 인간이나 지적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무작정 달려드는 괴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들이 성현의 군단에 들어온 것은 갈루스의 영향력과 어긋난 본능 아래에서 빠져나온 것이기도 했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고.”

“그어어어.”

기아스는 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집어 들었던 커다란 대검을 강하게 내리찍더니, 사방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뻗었다.

그러자 녀석의 몸을 거친 그림자는 빠르게 퍼지며 주변 오크들의 시체를 휘감았고, 그들 모두를 다시 되살려 냈다.

“크아아아!”

기아스의 수하인 언데드 오크까지 성현의 그림자를 받아들여 군단에 들어오게 되었다.

무려 수만에 달하는 숫자.

숫자도 굉장히 많았고 이 던전의 언데드 오크들은 필드에 있는 일반 크림슨 오크보다 강했기에, 상당한 전력이 합류하게 된 셈이다.

분명 던전 공략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순 없지.’

여기 이 오크들이 무시 못 할 전력이긴 하나, 필드의 공략 자체를 확 앞당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자신이 놈의 유일한 적수인 프리아와 접선까지 한 이상, 갈루스 쪽에서 무슨 수작을 벌여 올지 몰랐고.

최대한 빠르게 던전 공략에 박차를 가할 셈이었다.

마침 그에겐 한 가지 실험을 해 볼 것이 있었다.

“내가 따로 모아 두게 시켰던 오크 시체들 있지? 그래, 그것들 좀 이쪽으로 보내 줘. 시험 삼아 조금만.”

성현이 허공에 대고서 말했다.

남이 본다면 영락없이 혼자서 중얼거리는 꼴이겠다만, 지하 서고 아래 마나의 맥에서 포탈을 관리하고 있는 리치들과의 텔레파시였다.

우우우웅!

실제로 성현의 말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앞에 번쩍하고 포탈이 열렸다.

그리곤 그 너머로 크림슨 오크들의 시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 녀석들은 이번 던전에서 마주한 언데드가 아니라, 필드에서 성현의 그림자 군단에게 당한 일반 크림슨 오크였다.

‘이쪽 던전의 공략은 끝났다만 아직 위쪽은 필드 보스에게 접근조차 못 했어. 워낙 필드의 크기가 넓어진 데다, 방해하는 몬스터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은 탓이지. 하지만…….’

츠츠츠츳!

“그어어어!”

쓰러졌던 오크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분명 언데드 오크들의 군주인 기아스와 필드의 일반 크림슨 오크들은 서로 별개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기아스가 저들을 되살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나 성현이 처음 녀석과 마주했을 때 보았듯, 기아스는 죽은 오크들의 시체를 되살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즉, 지금 보이는 현상은 성현의 그림자나 능력 때문이 아닌 기아스가 원래 지니고 있던 능력이 사용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언데드화된 크림슨 오크들은 자연스레 기아스의 휘하로 들어오게 되었고, 결과적으론 자연히 성현의 그림자까지 받아들이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해 봤더니… 이번 필드의 공략 속도는 확 빨라지겠는데.”

성현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아직 필드 보스를 쓰러뜨리지도 않았지만, 녀석의 수하들을 뺏어 올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

거기다 일반 크림슨 오크보다 언데드화된 녀석들은 더욱 전력이 상승하게 되는 현상을 보였고, 성현으로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었다.

이제 필드에서의 싸움이 이어질수록, 놈의 부하들은 남아나질 않게 될 것이다.

* * *

“다들 꼼꼼히 확인해. 먼지 하나 놓치지 말고.”

“예!”

흑련의 길드원들이 우르르 움직이며 답했다.

그들이 찾아온 곳은 수도권에 위치한 한 중견급의 길드.

길드의 본사 건물 안에 들이닥친 그들은 이미 내부를 통째로 뒤엎어 버리다시피 뒤지고 있었다.

‘제… 젠장, 흑련이 들이닥치다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길드장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원래 그들이 어디 속한 곳도 없는 지역 길드라곤 해도, 경쟁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찔러 온 데다 나름의 규모가 있는 덕에 이 주변 구역에선 건드릴 자가 없었다.

하지만 난데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무려 이지스 길드를 상대로 대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덕분에 온 길드가 통째로 들쑤셔지고 있는 광경 앞에서도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

‘일반 길드원만 들이닥친 거라면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어도 흑련의 길드장이 직접 찾아오다니…….’

긴장한 남자의 시선이 옆으로 갔다.

그곳엔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흑련의 길드장이 복도 사이를 걸어가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여기저길 오가며 꼼꼼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서연화.

예전이야 서울 내에서 유명한 거물급이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음지의 길드를 이끌고 있는지라 한계가 명확한 자였다.

하지만 이지스라는 강력한 줄에 선 뒤, 매섭게 세력을 확장한 흑련과 그녀는 그로선 말도 붙일 수 없을 정도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한데 그런 그녀가 이곳에 직접 찾아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평범한 점검을 위해서 찾아왔을 리는 없다는 말.

‘설마 냄새를 맡은 건가?’

남자는 남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거물을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 탓인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물론 당장의 걱정 따윈 날아갈 만큼, 진짜 거물이 찾아왔음은 까맣게 모르고서 말이다.

“이봐, 거기 비켜.”

불쑥 나타난 목소리가 그를 옆으로 휙 밀쳤다.

의도치 않게 문 사이를 막고 있던 길드장은 순간 휘청거리며 옆으로 비켜선 꼴이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던 와중에 잔뜩 분노한 그는 휙 시선을 돌리며 눈을 부라렸다.

“이 새끼가! 넌 또 뭐...?”

허나 호통을 치려 들었던 길드장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버럭한 그를 뒤돌아 바라보고 있는 상대의 얼굴.

이제는 한국 내에선 얼굴을 모르는 헌터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이지스 주요 간부 ‘이즈나’였다.

“뭐라고?”

“아… 아닙니다! 이즈나 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안색이 창백해진 남자가 바싹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서연화나 흑련이야 그나마 이지스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정도였고, 잘만 하면 빠져나갈 구석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S급 최상위 헌터인 이즈나다.

진짜 ‘이지스’의 앞에 직접 선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그들의 앞에 선 자신은 한낱 동네의 지역 길드에 불과했다.

“…….”

이즈나는 대답조차 없이 그를 쌩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길드장으로선 무시당한 것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아, 왔네.”

“조사는 어떻게 되고 있지?”

“일단 조사 중인데 당장 뭔가가 나오진 않았어. 정황상 아주 의심되는 놈들이긴 한데… 잘 숨겨 놓은 건지, 정말 억울하게 이름이 오른 건지.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근처 구역에 있는 다른 작은 지부들까지 모두 털어 버릴 예정이니까.”

서연화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난데없이 털리고 있는 이 길드는 다름 아닌 악마종과 연루가 되어 있는 범죄 조직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곳이었다.

나름 규모가 있는 양지의 길드임에도 범죄 길드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탓에 시선을 피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물론 음지의 흑련과 정부의 재난관리국이 동시에 정보를 수집하고 전국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이 와중에 손을 댄 이상 아무리 신경을 썼다고 해도 피해 갈 방법이란 없었다.

“저 녀석들이 반항을 할 거 같진 않고, 내가 할 일은 없겠네. 그럼 이만 가 보겠어.”

“잠깐.”

금방 등을 돌려 떠나려던 이즈나.

그런 그녀를 서연화가 불러 세웠다.

“최근 포착된 악마종들의 움직임은 단순히 길드나 이성현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야.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흰 그게 뭔지 알고 있나?”

“…글쎄.”

덜컹!

이즈나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고서 건물의 밖으로 나왔다.

놈들의 움직임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그녀도 눈치챘다지만, 자신이 예상하고 있는 게 맞다고 해서 대답을 해 줄 수도 없었다.

“…….”

길거리로 나온 그녀는 홀로 걷기 시작했다.

새하얀 머리칼부터 독특한 외모 덕에 중간중간 알아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젠 굳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따윈 없어진 지 오래였다.

다만 저들의 존재가 다른 이유로 꽤나 거슬려지기 시작했기에, 그녀는 걸음의 속도를 조금 높이며 움직였다.

원래대로라면 다른 장소로 옮겨가 조사를 마저 이어 가려 했지만, 지금은 계획이 변경되었다.

처억.

인적 없는 구석진 골목까지 나선 이즈나는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곤 등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나오지?”

스스스슷!

이즈나가 뚜렷이 한 곳을 바라보며 말하자, 캄캄한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건물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붙은 미행자였다.

물론 어떤 녀석일지야 뻔했다.

“고작 인간 따위를 위해 장소를 옮긴 거냐? 자신이 어느 차원의 존재였는지도 잊은 건지… 우습기가 짝이 없군.”

나타난 남자가 말했다.

그는 동구권의 대형 길드 세력의 길드장 중 하나인 ‘다치아’.

사라졌던 요주의 인물 중 하나였고, 악마종에게 먹혔을 확률이 매우 높아 추적 대상에 올라가 있던 자였다.

“시답잖은 소리하지 말고.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꽤나 많이 먹어 치운 것 같은데… 그래서 당당하게 나선 건가?”

그를 바라본 이즈나가 물었다.

인간을 먹어 치울수록 강해지는 악마종의 힘.

무고한 이들이 잡아먹히는 피해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그녀를 포함한 이지스의 세력이 국내를 샅샅이 뒤지며 견제하긴 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놈들이 숨어 들어간 음지에서의 모든 수를 틀어 막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 숨어든 채 충분히 힘을 키웠으니 나타난 것일 테고.

애초부터 차지했던 육체가 대형 길드의 길드장급이라면 악마종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강할 것이었다.

“특별히 한 번의 기회를 주마. 네놈이 있었던 던전의 위치를 말해라. 그렇다면 여기선 그냥 보내 주지.”

“역시… 던전의 위치에 대해선 전혀 몰랐던 건가. 그동안 찾아다니느라 고생했겠어.”

이즈나가 조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처음엔 갈루스가 심어 둔 가디언과 성소들까지 지하 던전 내에 있어, 얼마든지 위치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동안 바깥에서 성현의 집으로 직접적으로 쳐들어온 적은 없어 의아하던 참이었다.

해당 던전에 봉인당한 프리아가 손을 써뒀거나 영향을 미친 것인지, 녀석들도 위치에 대해선 모르는 모양.

그렇다면 그녀가 돌려줄 대답은 간단했다.

“인간의 지식을 어설프게 흡수한 모양인데… 하나 가르쳐 주지. 우리 같은 놈들을 상대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먼저 팔다리는 떼어 내고서 묻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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