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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66화 (166/202)

166화 어둠의 후원자

캄캄한 지하 속 악령 병사와 고블린, 크림슨 오크들의 함성이 어지러이 울려 퍼졌다.

군단의 병력들이 수만의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기세를 잡은 성현은 언데드 오크들의 군주이자 보스 몬스터인 기아스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후우웅!

육중한 대검을 휘두르는 기아스였지만, 처음에 비해선 한참이나 둔화된 녀석의 움직임이었고 성현의 시선에선 훤히 들여다보였다.

성현은 주저 없이 더욱 안쪽으로 파고들며 놈의 빈틈을 찾았고, 단단한 갑옷과 함께 몸을 갈라 주었다.

촤아아악!

[군주, 네이아의 특성 ‘저주 술사’가 적용 중입니다!]

[저주의 효과가 중첩됩니다!]

물론 성현이 상처를 입힌다고 한들 아주 빠르게 잃은 신체를 재생하는 녀석.

그러나 성현은 여전히 네이아의 특성을 활성화시키고 있었고, 그가 기아스에게 검상을 입힐 때마다 저주가 중첩되었다.

상처가 늘어날 때마다 움직임은 더욱 느려졌고, 따라잡을 수 없던 재생력까지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콰직!

“그아아아!”

하지만 단순 저주와 디버프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각종 저항력의 수치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한계에 도달하듯, 약화 효과 역시 아무리 중첩을 시킨다 해도 한계치가 있었다.

그렇기에 상처를 누적해 가는 동시에 착수하던 성현의 또 다른 작업.

성현은 녀석의 온몸을 두르고 있던 검은 갑주를 가차 없이 잘라 내었고, 얼마 가지 못해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다.

기아스의 신체와는 달리 두르고 있던 갑옷이 재생되진 않았다.

그렇게 충분한 디버프들이 중첩이 되고, 갑옷까지 파괴하고 나자 성현은 훌쩍 뒤로 물러서며 기아스와 거리를 벌렸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시작해 볼까!’

[군주, 이즈나의 그림자를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의 심장’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츠츠츠츳!

물러선 성현의 몸 주위로 강렬한 마력의 흐름이 생겨났다.

재생력이 뛰어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할 때, 공격 범위에 한계가 있는 도검으로만 상대하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하물며 녀석과 같은 거구의 체구를 지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는 바.

반면 재생 능력을 지닌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 가장 좋은 공격 수단은 역시나 광역 마법이었다.

그중에서도 온몸을 구석구석 바싹 구워 버리고, 이후의 지속적인 화상 피해까지 입히는 화염 속성의 공격 마법만 한 게 없었다.

‘저만한 재생력의 소유자라면 통째로 태워 주는 게 가장 간단하지.’

화르르르륵!

잠시 이즈나의 능력을 빌려 온 성현은 팔을 뻗었고, 머리 위에 커다란 화염창들을 만들어 냈다.

생성된 수백여 개의 화염창 하나하나가 하나의 기둥에 버금갈 만한 크기였다.

뱀파이어 로드인 이즈나의 마법 숙련도를 빌려 오며, 성현의 엄청난 마력 스탯을 기초로 합쳐졌기에 가능한 일.

콰과과과광!

열댓 개의 화염창이 동시에 기아스에게 박혔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주위는 맹렬한 불길에 휘말렸다.

성현이 미리 갑옷까지 제거해 둔 데다가, 디버프의 효과까지 겹쳐진 덕에 기아스의 방어와 저항력은 굉장히 떨어져 있었다.

덕분에 그 충격들을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

콰과과광!

“크아아아아!”

화염창이 꽂힐 때마다 녀석의 몸뚱이 일부가 날아가고, 온몸에 불길이 붙으며 타올랐다.

보통 수준의 보스 몬스터는 아닌지라 여전히 기아스의 몸뚱이는 재생되었지만, 성현의 마법 폭격 역시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재생되는 족족 그의 화염창이 내리꽂혔다.

번쩍거리는 섬광이 이 드넓은 지하 공간을 가득 밝힐 정도였다.

그렇게 한동안 숨 가쁘게 이어진 맹공.

기아스로선 회복이 가능한 임계치를 어느 순간 넘어 버렸고, 녀석의 재생은 결국 멈추며 쓰러지고 말았다.

쿠우웅!

온몸이 바싹 구워진 채 땅바닥에 고꾸라진 녀석.

“후우… 끝났군.”

그 모습을 지켜본 성현은 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엄청난 마력 스탯과 마나의 양을 지닌 그라고 해도 이 정도 화력의 공격을 연달아 퍼붓는 건 꽤나 무리해 가며 짜낸 편이었다.

던전의 보스를 쓰러뜨리긴 했지만, 아직 주위엔 수만이 넘는 오크 언데드들이 바글거리며 남아 있기도 했다.

“그어어어!”

놈들은 군주의 죽음에도 굴하지 않았고, 성현과 군단을 맹렬히 공격하려 들고 있었다.

하나 다른 던전들이 그렇듯, 성현 정도의 수준에선 보스가 쓰러진 이상 주변을 정리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화르륵!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네.”

성현은 자신의 머리 위로 떠 있던 화염창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백여 개가 넘게 떠 있었고, 성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오크들을 향해 하나씩 내리꽂아 주었다.

쾅! 콰아앙!

“쿠억!”

“크아아아!”

요란한 폭음과 불꽃 기둥들이 치솟으며 오크들이 쓸려 나갔고.

성현에게 있어 군주를 잃은 이상 여기 남은 오크 언데드들은 짭짤한 경험치 덩어리들에 불과했다.

파스스스!

‘끝이군.’

그렇게 결국 모조리 새까맣게 타들어 간 지하 공간.

덤벼들던 오크들은 반쯤 잿더미가 되어 있었고, 성현은 무너진 지하를 빠져나가 다시 신전의 위로 향했다.

성현을 밑으로 끌고 가려 했던 기아스 때문에 바닥 대부분이 움푹 주저앉아 무너진 신전이었지만.

봉인이 유지되고 있는 기둥과 그 주위의 다중 봉인진들이 위치한 곳만큼은 멀쩡했다.

“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말 풀어놓으실 생각이십니까?”

“연쇄 퀘스트까지 받은 마당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 안에 있는 존재가 뭐하는 녀석일지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하고.”

카론의 물음에 성현이 간단히 답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퀘스트와 각 성소에 남겨져 있던 기록들.

그리고 이곳 던전의 공간과 몬스터들이 유독 익숙한 기운들을 풀풀 풍겨 대고 있는 것도 그렇고.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성현은 이 안에 봉인된 존재에 대해 대강 감을 잡고 있었다.

‘가급적이면 내 생각이 맞아 주길 바라는 수밖에.’

쩌어어엉!

성현은 결계 포식자의 단검을 휘둘러 기둥 주위에 다중으로 쳐져 있는 결계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꽤나 반발력이 심하긴 했지만, 마력을 흡수하는 능력까지 지닌 그의 단검은 결계를 유지하는 마력까지도 일부 먹어 치워 가며 약화시켰다.

결국엔 겹겹이 쌓인 결계들이 무력화되며, 봉인을 유지하고 있던 기둥을 파괴하였다.

파아아아앗!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대량의 경험치와 스탯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둥이 파괴됨과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되었고, 중첩된 연계 퀘스트들의 보상이 일시에 주어졌다.

엄청난 양의 경험치가 올라갔고, 별도의 스탯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력이라는 한 가지 스탯만 따져도 거의 200이 넘게 오른 파격적인 숫자.

심지어 이번 퀘스트의 경험치 보상은 성현 자신뿐 아니라, 그의 군단에 소속된 모든 군주에게도 함께 적용이 되었다.

여태 깨 온 다른 퀘스트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점이 있었다.

츠츠츠츳!

‘자, 잠깐.’

하지만 강력한 봉인진이 풀리던 바로 그 순간.

흐르고 있던 세상의 시간이 우뚝 멈춰 섰다.

“이… 이건?”

성현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만을 제외하고선 정지된 시공간의 모습.

카론을 비롯한 그의 군단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공기 중의 작은 먼지조차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헌터라 한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굉장히 기묘한 감각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멈춰 선 공간 속, 성현을 향해 말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무너진 기둥 사이로 짙은 흑발의 여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옷의 차림새가 완전히 다른 세상의 것 같다는 걸 빼면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평범한 인간이라기엔 어딘가 다소 흐릿한 모습이었다.

마치 유령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

하지만 성현은 그녀가 유령 따위의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이었군. 나한테 이 퀘스트들을 준 장본인이 바로 당신 맞지?”“그래, 줄곧 지켜보고 있었지. 그대의 집 아래에 지하실이 생겨났던 그 이전부터 말이다.”

여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성현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차원 건너편의 존재이자, 자신에게 퀘스트를 제시해 오던 미지의 존재가 앞에 서 있었다.

“어쩌다 보니 인사가 많이 늦어졌군. 내 이름은 프리아, 어둠과 밤의 신격이자 누군가의 친절한 후원자지.”

바짝 다가온 여성이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더니 갑자기 자신더러 신이라고 소개하다니 황당한 소리였다.

하지만 성현은 각 성소의 기록들에서 이미 그녀의 이름을 보았고, 결코 이상한 소리가 아님을 알았다.

“물론 지금이야 거창한 신이라 하기엔 육신도 없는 꼴이지만… 그나마 그대가 봉인석을 파괴해 준 덕에 나의 정신의 일부나마 이렇게 자유롭게 되었지. 나름 힘을 들여 가며 지켜봐 온 보람이 있었다.”

“정신의 일부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내 육신은 파괴되었고, 정신은 조각났지.”

프리아가 자신의 팔을 못 마땅하다는 듯 내려다봤다.

희미한 몸의 모습은 원래 그랬던 것이 아니라, 육신이 없어진 채 그녀의 정신만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정신마저도 여러 갈래로 찢겨져 버렸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완전히 봉인이 풀린 게 아니었나?”

“던전 안에 존재하는 봉인석은 총 다섯이다. 놈이 내 정신을 다섯 갈래로 찢어 봉인해 두었고, 지금은 그 봉인 중 하나를 파괴했을 뿐이지.”

“놈… 이라면.”“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고 있을 텐데? 리치들의 도움을 받아 기록들을 모두 해석하고 오기까지 했으니.”

프리아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마음속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성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소의 기록들을 빠짐없이 해석해 읽고 온 그는 외부에선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상상조차 못 할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구의 차원 건너편에 군림하는 두 신격의 존재.

어둠의 여신 프리아와 빛의 신 갈루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빼곡히 채워진 성소에선 다른 기록들도 상당히 많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록들이 그 두 신에 대한 이야기였고.

지하 던전 안에서 성현이 발견해 온 여러 성소도 모두 ‘빛의 신’을 위한 장소였으니 눈여겨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차원 너머의 신이 날 부른 이유에 대해서라면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겠어.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건지도. 하지만 성소의 기록엔 정작 내가 원하는 근본적인 질문의 답들이 담겨 있진 않았지.”

성현은 마주한 프리아의 두 눈을 바로 쳐다보았다.

자신은 지금 이계의 위대한 신격이자, 사태의 내막을 모두 알고 있는 유이한 존재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얼마나 ‘대단했던’ 존재인지는 자신의 알 바가 아니었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시스템 창 너머로나 주고받던 때로 충분했다.

“그러니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겠어.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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