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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55화 (155/202)

155화 수복 (3)

알리안츠의 길드장 바테가 드러내지 않은 특성이 있을 거라는 것쯤은 직접 보기 전부터 예상했던 바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검을 나눈 순간에서부터 성현은 녀석이 쉽게 끝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당연히 군주들을 비롯한 군단의 병력을 끌고 와야 했다.

다만, 성현은 처음부터 군주들을 소환시키진 않았다.

군주가 당하면 그 아래 소속된 모든 수하의 통제를 잃으니 피해가 굉장히 컸고, 이 정도의 상대에게 숨겨 둔 수가 있는 이상 그러한 리스크는 피할 수 없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던전의 공간과 더욱 빠른 공략을 나서야 할 성현으로선 군단의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ᄋᅠᆻ다.

그래서 성현은 앞선 전초전을 통해 감춰 둔 수를 파악했다.

이제 녀석의 전력이 모두 드러났으니 주저할 게 없었다.

콰아아아앙!

성현의 마법에 더해 뱀파이어와 리치들의 마법이 함께 떨어져 내리며 융단 폭격이 가해졌다.

그야말로 온갖 속성이 뒤섞인 공격 마법들이었다.

하지만 빠른 움직임과 강력한 저항력을 갖춘 바테는 쏟아지는 마법을 뚫고 들어왔다.

네이아의 저주 마법 등 대부분의 디버프마저도 저항하며 괴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역시 지금 상태의 녀석과 정면에서 맞붙었다간 이즈나나 로칸이라도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

앞을 막아서는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 가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성현이 생각했다.

특성을 발현한 그의 신체는 모든 방면에서 엄청나졌고, 군주들이 동시에 여럿이 달려든다 한들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날뛰고 있는 바테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성현의 명대로, 군주들은 바테를 상대로 철저히 일정 거리 이상을 유지해 가며 압박하는 중이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군주들은 철저히 위치를 고수했고, 몇몇 군주가 종종 맞붙기는 했지만 금방 뒤로 빠졌다.

‘젠장, 이대로는…!’

바테가 이를 빠득 갈았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군단이 워낙 많다보니, 쉽게 하나를 끝까지 물어 처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잔챙이들을 먼저 제거하자니 그 혼자선 아무리 베고 또 베어도 끝이 없었다.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군단의 병력들.

이미 그의 앞에 쏟아지는 군단의 규모는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보다 더욱 불어나 십만을 넘어서 있었다.

물론 유럽 길드 연합의 다른 길드장이나 수뇌부들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젠장, 이런 괴물들이 쏟아지는 게 대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어서 바테를 도와야 해!”

사태를 파악한 유럽 각 길드들의 수장과 간부들이 고립된 바테를 돕기 위해 하나둘 합류했다.

하지만 아무리 S급 헌터인 그들이라 해도 워낙 빽빽하게 들어찬 군단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란 버거운 일이었다.

굳이 한국 측 헌터들이 따라 끼어들 것도 없이, 군단의 군주들까지 나서며 그들을 막아섰다.

그 때문에 대부분은 역으로 당해 버리거나 꼼짝 없이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후우우웅!

물론 개중엔 예외도 있는 법.

알리안츠 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럽에서 손꼽히는 세력인 사노피 길드, 그 곳의 길드장인 폴이었다.

겹겹이 둘러싼 군단을 은신 능력으로 뚫어버리고 있는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헌터이기도 했다.

‘바테가 시선을 끈 사이에 내가 끝낸다.’

그는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고립된 바테에게로 합류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군단의 사이를 돌파한 그는 바테와 거리를 벌린 채 후방으로 빠져 있던 성현의 뒤를 잡았다.

그리곤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한 듯, 무방비 상태인 성현의 뒷목을 향해 단검을 힘껏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 순간, 성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쓸 만한 능력이네. 너는 살려 둘게.”

“뭣……?”

콰아아앙!

양옆에서 나타난 로칸과 카론.

두 마족 군주는 성현을 향해 달려들던 폴을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처박아 넣었다.

이즈나가 지하 던전의 공략을 주도하며 급격히 성장해 왔듯, 그들 역시도 뒤처지지 않고 성현의 레벨을 따라온 것은 마찬가지였다.

양 옆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당한 폴은 움푹 파인 구덩이 아래로 두 눈을 뒤집은 채 기절해 버렸다.

그러자 성현은 그제야 ‘마력의 심장’ 특성을 거두고는 검을 집어 들었다.

“슬슬 시간이 되었네.”

바테는 분명히 강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정상급 헌터라는 타이틀을 지니던 그였는데, 시스템의 붉은 힘까지 손에 넣었으니 이전이라면 당해 낼 자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고, 그 힘에 비해선 이래저래 상성상 좋지 않았다.

평소의 전투 스타일부터, 주력 특성이 제한 시간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지라.

각 군단과 특성들을 통해 온갖 변수를 쏟아 낼 수 있는 성현을 상대로는 상성이 좋지 못했다.

파아아앗!

“…젠장.”

결국 그에게 주어졌던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다.

바테의 능력이 소진되며 금빛으로 차올랐던 기운이 사라졌다.

물론 특성에 대한 반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본체의 수준만으로도 강했지만, 모든 전력을 꺼내든 성현의 앞에선 무의미했다.

쿠우우웅!

“크르르륵!”

다소 후방에 빠져 있던 군단의 정예급 병력들이 앞으로 나섰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군주들 또한 하나둘 다가섰다.

수많은 시체들이 나뒹군 5분간의 소모전이 끝이 난 것이다.

끝을 내기 위해 몰려드는 군단의 진짜 전력.

아무리 세계 정상급 헌터라 한들, 사방에서 쏟아지는 군주들의 공세를 홀로 버틸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커헉……!”

바테는 결국 피를 쏟으며 무릎을 꿇었고.

앞에 선 성현은 쓰러진 그를 내려다보았다.

“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목을 잡혔군.”

“꽤 탐이 나는 능력이긴 하지만 살려 둘 순 없겠어. 너도 알고 있겠지? 피차 퀘스트로 엮인 관계니까 말이야.”

“목숨을 구걸하고 싶은 생각 따윈 없다. 하지만 충고 하나 해 주지. 남은 두 세력은 네 생각하고는 다를 거다. 놈들은 분명 이 싸움도 지켜보고 있었을 테고, 너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고 있을 거다. 나를 상대했듯이 나섰다간 놈들에게 당해 버리겠지.”

“충고 고맙네. 하지만 만만하게 생각한 적은 없어.”

콰악!

성현은 검을 강하게 내리찍었고, 흐르는 핏줄기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완수해 대량의 경험치와 스탯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름 - 이성현]

[칭호 - 운명의 대적자]

[레벨 - 511]

[직업 - 네크로맨서]

[주요 능력치]

힘: 1141 민첩: 1084 체력: 1075 마력: 1058

[보유 특성]

상태창(S), 그림자 군주(S), 백귀야행(S), 그림자 전이(S)

눈앞에 주르륵 차오르는 다량의 메시지.

무려 이번 퀘스트 보상으로만 25레벨 이상이 한꺼번에 오르며, 성현의 레벨은 500을 돌파하게 되었다.

역시 유럽 길드 연합을 이끌던 수장이자, 세계 정상급의 헌터답게 여태까지의 다른 길드장들을 사냥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한 보상이 들어왔다.

더불어 3대 세력권 중 한 곳을 와해시킴으로서 추가적인 보상이 들어왔고, 메시지가 나타난 것처럼 바테가 죽으면서 이미 상황은 끝이 난 것과 다름이 없어졌다.

“마… 말도 안 돼…….”

“알리안츠의 바테가 당하다니…….”

그 모습을 목격한 유럽의 헌터들로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하던 와중에 연합을 이끌던 유럽 최강의 헌터가 쓰러졌고, 수많은 군단의 그림자가 도시를 빽빽하게 메웠다.

이 압도적인 격차 앞에서 느끼는 것은 절망뿐이었다.

* * *

“하… 호언장담하길래 무슨 생각인가 했더니. 정말 하루 만에 유럽을 통째로 잡아 버릴 줄이야. 그것도 다른 길드의 도움도 없이 말이야.”

한승희는 기가 찬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 싸움에선 이지스의 산하는 물론, 충청 지역을 지키고 있던 유성 길드의 헌터들마저도 나서지 않았다.

한국 길드들이 나설 것도 없이 성현과 그의 소환수, 그리고 그의 힘으로 복속된 해외 길드들만이 싸움을 끝낸 것이었다.

“그래도 마냥 쉽지는 않았어. 동원할 헌터들도 충분했고, 상성이 좋은 것치고는 피해가 꽤 있긴 했으니까.”

성현이 한승희의 말에 대꾸했다.

물론 전체 규모나 새로 충원된 숫자에 비해선 이번 싸움에서의 피해는 결코 크지 않았다.

성현은 그림자 전이를 통해 유럽 측 헌터들까지 통째로 자신의 세력권 하로 흡수해 버렸고, 오히려 싸웠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헌터들이 그의 세력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 덕에 성현의 이지스 길드는 던전 사태가 벌어진 이후, 유래 없이 거대한 세력이 되어 버렸다.

“이제 위협이 될 만한 세력 중 남은 건 북미와 동구권 세력뿐이야. 이 기세를 몰아 그 녀석들까지 곧장 몰아쳐야지.”

영남과 호남 두 지역에서 날뛰고 있는 두 거대 세력권의 헌터들.

유럽 길드 연합조차 정면으로 맞붙기엔 부담스러워 밀려났을 정도의 가장 큰 적수들이었다.

아무리 큰 싸움을 막 끝낸 직후라곤 해도, 성현은 놈들을 쳐내기엔 지금이 가장 큰 적기라고 생각했다.

바테를 처치해 큰 폭의 퀘스트 보상을 얻었고, 유럽 헌터들까지 다수 합세한 지금.

두 세력이 각 지역의 길드들을 완전히 잡아내고 대형 퀘스트를 완료하기 전에 끝을 내기 위해서였다.

그가 지체 없이 호남 지역에 들어선 것도 바로 그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할 걸.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 버려서 말이지.”

“일이라고?”

한승희의 말에 성현이 흠칫 반응했다.

“그래, 너더러 빨리 오라했던 것도 그 일 때문이고.”

“뭐야, 무영 길드와 접선이 성공해서 부른 게 아니었어? 무슨 일이 생겼길래?”

“…그건 직접 보면 알 거야. 솔직히 내가 말로 하면 못 믿을 것 같아서 말이지.”

전혀 예상 못 했던 한승희의 말에 성현의 표정이 의아하게 바뀌었다.

충청 지역에서 유럽 길드와 싸움이 벌어진 사이, 한승희는 먼저 한국 길드와 접선을 하기 위해 호남 지역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지역 내 정황을 입수하게 되었고, 성현을 급히 호출하게 되었다.

덜컹!

“여긴…….”

한승희의 뒤를 따라간 성현이 닿은 곳은 낡은 지하 은신처였다.

패도 길드가 비밀 지부로 숨어 일본과 남미 길드들을 상대로 버티고 있었듯, 호남 지역의 최대 세력이었던 무영 길드가 은신처로서 사용하던 장소였다.

하지만 내부는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고, 피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쪽으로 더욱 들어서자 부패한 시체들이 온통 나뒹굴고 있었다.

“젠장… 끔찍하네.”

성현은 지독한 냄새와 광경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러시아 헌터들에게 습격을 당해 몰살을 당한 모습이었다.

“무영 길드라면 이미 전멸했어. 모든 비밀 지부는 발각이 되어서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있었고. 흔적으로 봐선 며칠 버티지도 못한 모양이야.”

“이미 이전에 퀘스트를 끝내 놓고 있었단 건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놈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거든.”

“사라져……?”

어떠한 흔적도 없이 러시아 및 동구권 길드 전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

그녀의 말을 들은 성현의 얼굴엔 의아함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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