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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47화 (147/202)

147화 반격

서울에서의 싸움이 끝이 나고, 성현은 몇 가지 지시 사항 전달과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곤 곧장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지하 던전으로 향했다.

이는 끝내지 못한 싸움 때문은 아니었다.

성현은 가디언이 자리 잡고 있던 성소의 청소를 완전히 끝냈었다.

다만 워낙 급하게 움직이느라 그곳에 남겨진 전리품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 있었군.”

성소의 가장 깊은 곳, 내부에 위치한 커다란 창고의 모습.

주변에 각종 약재와 희귀 재료들이 놓여 있긴 했지만, 성현의 눈길을 가장 먼저 휘어잡은 것은 그 중심에 놓인 한 권의 책이었다.

세 번째 가디언을 해치우고, 성소를 확보하며 또다시 얻게 된 기억의 고서였다.

성현은 곧장 고서를 집어 들었고, 마족 군주들에게 그곳에 담긴 기억들을 건넸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광경과 함께 흘러들어간 기억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그의 곁에 서 있던 이즈나와 로칸이었다.

“큭……!”

그들의 몸이 동시에 휘청거리더니 잠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머리를 부여잡은 채 주저앉은 그들의 모습에 성현은 깜짝 놀라 다가갔다.

여태 기억을 받아들였어도 이런 적은 없었다.

“괜찮은 거야?”

“아, 네…….”

“괜찮습니다.”

이즈나와 로칸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충격이 마저 가시진 않은 듯 했다.

이곳에 있는 그들뿐 아니라, 필드 쪽에 있는 네이아와 카론 역시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기억들이 돌아왔어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그들의 말에 성현이 다소 놀라며 말했다.

역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보상의 정도가 커지는 듯했다.

세 번째 가디언을 처치하고 나서 얻은 정수와 퀘스트의 보상이 훨씬 컸듯이, 고서가 품은 기억의 양도 좁고 얕은 기억뿐이던 첫 번째 고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은 편인 것이다.

“특히 가장 큰 성과는 이곳의 문자들을 읽을 수 있게 된 거겠죠.”

“문자들을 읽을 수 있다니. 설마 여기 적힌 것들 말이야?”

“네. 이 성소 안에 적힌 모든 문자들은 신격의 언어… 고대어를 기록한 겁니다.”

이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놀란 듯한 성현의 반응에 그녀는 꽤나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원래 저희처럼 지성적이고 탐구적인 마족들은 대부분 고대어를 읽을 줄 아니까요.”

“허영에 찌든 마족이겠지.”

“하, 닥쳐.”

난데없이 이마까지 꽝 맞부딪쳐 가며 으르렁거리는 로칸과 이즈나.

그들의 모습을 본 성현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같은 편이 된 뒤로는 거의 안 싸우더니. 너흰 또 왜 그래?”

“…아닙니다.”

이즈나와 로칸이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기억을 되찾을수록 앙숙이었던 뱀파이어와 웨어울프들은 서로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까지 되살아났다.

같은 그림자 안에 묶여 있었기에 망정이지, 기억이 돌아온 순간에 되살아나며 휘몰아친 감정 덕에 주먹 몇 방 정도는 치고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었다.

“기억을 되찾을수록 자아도 강해지는 건가… 아무튼 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면 여기 적힌 내용 중에 건질 게 있는 건가?”

“성소에 적힌 것은 모두 해당 신에 대한 기록들이니까요. 그중에서도 이곳은 갈루스의 성소인 것 같네요.”

“갈… 뭐?”

“갈루스요. 저희 차원의 빛을 관장하는 신이죠.”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헌터인 그로선 아예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마족들에겐 꽤나 익숙한 이름인 듯 보였다.

정작 그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는 듯해 보이지만.

“빛의 신이라는 타이틀만 봐선 착해 보이는데, 구린 냄새가 진동을 하네. 녀석이 이런 성소들은 왜 만든 건지 알고 있어?”

“그건…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기억만큼은 아주 희미해서요.”

이즈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에 상당한 양의 기억이 온전하게 돌아왔고, 건너편 세계에 대한 많은 기억들이 돌아왔다.

하나 정작 던전 문제에 대한 기억들만큼은 온전치 못했다.

그들로선 그 무엇보다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기억이겠지만, 그 부분의 기억들을 가장 강력하게 지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 성소안의 문자들을 해석하면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고대어라면 리치들도 능숙하게 읽을 거고요.”

“아직 조사는 해봐야겠지만… 아무리 봐도 우호적인 녀석 같진 않네.”

성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이 정체모를 성소 속에 갇혀진 마족들의 기억.

거기다 그 안엔 자신에게 극히 적대적인 ‘가디언’이라는 존재들을 세워 뒀다.

단순히 침입자를 공격했다기엔 두 번째인 니아글리프는 성소에 닿기도 전에 그를 제거하기 위해 공격해 왔고.

새로운 시스템과 함께 헌터들에게 주어진 ‘붉은 힘’ 역시 가디언이 보인 것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그럼 그 갈루스라는 녀석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는 건가? 다른 차원의 신이 내 목숨을 노린다니. 웃음도 안 나오네.’

성현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기억을 봉인하기 위한 장소를 만들어 두고, 지하 던전을 돌파하며 기억을 되찾고 있는 성현을 노골적으로 제거하려 드는 놈의 행태.

아무래도 신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차원 반대편엔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리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가디언과 헌터들을 움직이며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게 전부였겠지.

‘사사건건 방해하는 걸 봐선 이 지하 던전의 깊숙한 곳에 무언가 있다는 건 확실해.’

지구에 발생하는 수많은 던전들과는 달리, 마족들이 존재하고 성소와 가디언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이후 벌어진 여러 사건들로 보아 결코 우연이라고 보이진 않았다.

던전을 끝까지 돌파하고 산산조각 낸 기억들을 모으려는 성현을 가로막는 훼방꾼의 움직임들.

성현이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놈으로선 결코 반가지 않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몬스터는 물론이거니와 헌터들까지 움직여 자신을 죽이려 드는 적이 된 이상 그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더 속도를 낸다. 군단은 12번째 필드의 공략을 계속 진행할 거야. 너희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던전 밖에도 아직 적이 많을 텐데요.”

“아니, 바깥쪽 일들은 이제 너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예전처럼 자주 손을 벌릴 일은 없을 거야.”

* * *

“어, 벌써 돌아왔네.”

“금방 온다고 했잖아.”

지하 던전에서 나와, 이지스의 본사로 금방 돌아온 성현을 한승희가 반겼다.

대대적인 습격으로 인해 엉망이 되었던 건물과 주변 거리들은 금방 복구가 되어있었다.

요즘 들어 하도 이런 일들이 많아지니 피해 복구를 전담하는 팀들도 굉장히 능숙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멀쩡해진 건물의 지하 주차장 아래, 성현이 내려가자 항복한 유럽의 헌터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일단 네가 지시했던 대로 모아두긴 했는데. 이 골칫덩이들을 이제 어쩌려고? 죄다 B급 이상의 고위 헌터에 붉은 마력 때문에 어지간한 감옥 안엔 맘 편히 가둬둘 수 있는 녀석들인데.”

“여기 있는 헌터들은 전부 우리의 편에 서겠다는 쪽 맞지?”

“맞긴 하지만… 설마 항복한단 소리를 믿고서 그냥 풀어놓을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그럴 일은 없지.”

한승희의 걱정 섞인 말에 성현이 피식 웃었다.

싸움이 다 끝나지도 않은 와중에 포로를 놓아줄 생각 따윈 없었고, 성현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말 같은 걸 믿지 않았다.

신뢰 관계를 위해선 조금 더 확실한 게 필요했고, 하다못해 적이었던 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우리도 반격에 나설 거야. 이 정도면 충분히 놈들한테 골탕을 먹어 줬으니까.”

“하지만… 가능하겠어? 이번에 무찌른 녀석들은 전체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쯤은 너도 알 거 아냐. 규모의 차이가 너무 심해.”

한승희가 말했다.

당장 재난관리국과 흑련의 정보망에 파악된 것만 해도 유럽 길드들의 연합은 그들이 무찌른 세 길드의 합보다 훨씬 컸다.

실제로 저들은 한국 길드 자체는 큰 변수로조차 보지 않았다.

여기 나타난 이 세 거대 길드만으로도 밀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더해, 뒤를 노릴지 모르는 미국과 러시아 등 다른 국가 헌터들의 견제를 위해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덕분에 놈들의 병력이 분산되고, 판도를 뒤바꿀 시간을 얻게 된 것이지만 훨씬 많은 적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반가울 리 없었다.

“네가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곤 해도 기존 국내 헌터들의 전력만으로 나아가 싸우기엔 피해가 너무 클 거야. 일일이 격파하기엔 말이지. 네 소환수들이 없다면 지금 영역을 지키는 것도 버거울 수 있어.”

성현의 그림자로 인한 군단 강화 효과로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뿐, 저들의 붉은 힘을 완전히 상쇄하는 건 어려웠다.

규모가 훨씬 큰 적을 상대해야 했고, 전투는 하루아침에 끝날 리가 없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성현의 군단이 지하 던전 공략을 위해 부재해 있는 동안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었다.

성현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단, 패잔병들의 힘을 빌린다면 또 모르지.”

“뭐……?”

파아아아앗!

성현은 순식간에 자신의 그림자를 뻗었다.

검은 그림자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곧 모여 있던 유럽 길드의 헌터들에게 향했다.

“이, 이게 뭐야……!”

츠츠츠츠츳!

성현의 검은 그림자와 유럽 길드측 헌터들의 몸속에 내재되어 있던 붉은 마력이 마구 휘감기기 시작했다.

두 상반된 힘이 서로를 밀쳐 내려드는 현상.

물론 그것도 잠시일 뿐, 성현의 그림자는 계속해서 뻗어졌고 붉은 마력은 곧 그에 밀려나 사라졌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힘을 주는 거야. 너희에게 줬던 것과는 조금 다른 그림자긴 하지만.”

파아아앗!

[그림자를 받아들여 군단 강화 효과가 적용됩니다!]

자리에 모여 있던 모든 유럽 헌터들에게 검은 그림자가 휘감겼다.

그리곤 군단에게 주어지는 군단 강화 효과가 그들 모두에게도 적용이 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성현의 군단 아래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의미다.

“제, 젠장 이게 어떻게…….”

“설마?”

패잔병들은 적잖이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자신들의 처지는 그들 스스로가 금방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몸에 흐르는 마력의 사이, 느껴지는 강제력이 그들의 무릎을 꿇게 만든 것이다.

처억!

성현의 앞에 동시에 무릎을 꿇은 헌터들이 고개 숙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승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뭐야 이게?’

남의 땅에 멋대로 쳐들어와 패배한 녀석들 주제에, 나름 고위 헌터라고 자존심을 세우던 녀석들이었다.

한데 이렇게 성현의 앞에 머리를 조아릴 줄이야.

정작 그들의 앞에 선 성현은 씩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게.”

성현이 얻은 새로운 특성의 능력.

적과의 싸움에서 성현의 그림자 군단이 덩치를 점점 불려나갈 수 있었듯, 이지스 길드 또한 그와 비슷한 일이 가능해졌다.

가벼운 대꾸를 끝으로 휙 고개를 돌린 성현은 놀란 눈빛을 한 한승희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해 보자고.”

겁도 없이 들이닥쳤던 외국 헌터들을 사냥할 시간이었다.

물론 그들의 피만 흘리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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