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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43화 (143/202)

143화 특성 개방

이마즈와의 싸움을 끝내고 난 뒤.

성현은 렙솔 길드의 간부들 중 상당수를 생포해서 붙잡았다.

이마즈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예상보다 저항 의지가 강한데다, 붉은 힘으로 인한 전력 상승까지 있어 쉽게 제압할 순 없었다.

하지만 최고 전력이자 머리인 길드장이 쓰러진 마당에 남은 이들의 저항은 큰 의미가 없었다.

성현과 군주들이 직접 나서자 저항하는 간부들을 하나하나 정리했고, 오래가지 않아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어차피 싸움은 끝났고. 굳이 입을 다물고 있을 이유도 없는데 다 털어놓지 그래.”

성현이 슬쩍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의 시선 끝엔 의자에 앉혀져 사슬에 칭칭 묶여있는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렙솔 길드의 최고 수뇌부 중 한 명으로, 생포하는데 꽤나 애를 먹이던 녀석이다.

하지만 S급 헌터인 그라고 해도 네이아의 특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사슬에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내 말이 들리긴 하는 거지?”

“닥쳐라.”

“이해가 안 가네.”

남자의 일관된 반응에 성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서로가 철천지원수 지간이었던 사이도 아니고, 어차피 길드장이 죽은 이상 렙솔은 산산조각난 길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남자를 비롯한 간부들은 자기 무슨 꼴을 당할 게 뻔하면서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소속된 간부진 모두가 길드에 그렇게 충실할 리도 없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텐데 의아한 일이다.

“당장 내 손에 죽는 것보다 더 두려운 뭔가가 있나보지?”

“……!”

성현의 말에 남자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혹시나 싶어서 찔러본 말에 정확한 반응이 돌아왔다.

“하기야 길드도 박살난 마당에 버티고 있는 걸 보면 뭔가 믿을 구석이라도 있는 거겠지.”

“웃기지 마라.”

“하하, 뭐 이만하면 됐어. 이야기가 빙빙 도는 것도 지겹고”

어깨를 으쓱인 성현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이런 식의 심문으로 간부들에게서 자세한 정보를 얻어내는 건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보였다.

물론 그들이 직접 말을 하건 말건, 성현에겐 상관이 없는 일이다.

“시작하자.”

성현이 슬쩍 옆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대기하고 서있던 네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 성큼 다가왔다.

츠츠츠츳!

“이… 이건……!”

마력이 저항하지 못하는 남자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네이아의 강력한 정신 지배 마법이 발동되었고, 그의 눈동자는 금세 흐리멍텅해졌다.

본격적으로 정신 지배 마법이 발동되자, 남자는 여지없이 모든 말들을 술술 불어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으며, 어떤 종류의 퀘스트를 받아 처리해온 건지, 국내로 유입된 경로와 본토에 남은 전력의 규모 수준까지.

적으로부터 꽁꽁 감춰뒀어야 할 길드의 비밀들을 가감 없이 토해내었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간부들과의 비교도 이루어졌고, 그의 말은 모두 신빙성이 있었다는 게 입증되었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정보들 중 가장 큰 부분은 렙솔 길드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유럽 길드들이 연합을 했단 말이지?”

“예…….”

남자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에 진입한 유럽 각국의 거대 길드들이 정보 공유 및 굳건한 연합 체제를 갖추었다는 것.

이는 국내로 들어선 미국과 러시아의 거대 길드를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들과 경쟁이 되려면 함께 뭉쳐야 했고, 이번 공격에 나선 렙솔 길드는 그저 선발대 역할에 불과했다.

간부진들이 패배했음에도 입을 굳게 닫고 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후,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번 사태가 정말 크긴 하네. 벌써 길드들 간의 동맹도 이루어지고 있었다니.’

남자의 말에 성현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국내 9대 길드들의 옛 관계 못지않게 서로 치고 받으며 경쟁을 해온 유럽의 길드들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피를 봐가며, 당연히 만만치 않게 원한을 가진 관계도 많았다.

헌데 그런 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힘을 합치게 되다니.

퀘스트라는 존재가 그만큼 큰 것이다.

‘블랙록 같은 몇몇 길드들을 빼면 시선을 최소화하고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던 이유가 있었어. 그럼 지금 상황에 가장 주의해야 할 세력은 세 곳 정도라는 건가.’

당장은 미국, 러시아, 유럽 이 세 세력권이 가장 주의를 요할 것이었다.

유럽이 벌써 이런 식으로 움직인 것을 보아 그 쪽도 다수의 길드들을 모아 연합 세력을 구축했을 것이다.

남미나 일본 등 나머지 국가의 헌터들도 무시 못했다.

그나마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 중국을 미리 박살내어놨던 게 다행이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다.’

뭔가 답을 얻기 위해 이들을 붙잡은 것이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되려 문제가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최소한 렙솔과 연합 상태였던 유럽 길드들은 모든 길드원이 붉은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그들의 힘만으로는 막기가 버거운 상황이었고,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성현의 눈앞에 커다란 메시지 창이 번쩍 떠올랐다.

[특수 연계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이건?”

갑작스럽게 주어진 퀘스트 창.

그 내용을 읽어내린 성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 *

“정말 유호준까지 끌어들여왔군.”

백룡의 길드장, 진서연이 자리에 앉은 채 말했다.

건너편 자리에 무뚝뚝하게 앉아있는 유성 길드의 길드장 유호준을 보고서 한 말이었다.

“뭐… 유례없는 위기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야.”

태산의 길드장, 김진욱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국내 7대 길드 중 세 곳의 길드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이다.

거기다 다른 쪽엔 재난관리국의 국장 설기태와 흰 여우 가면을 쓴 흑련의 길드장 서연화까지 앉아있었다.

사실상 한국 헌터 전력의 반절 이상이라고 봐도 될 만큼, 국내 세력들을 대표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이지스 길드의 건물 내부에서 마련된 자리.

예전 같았다면 서로 칼부림이 일어날 전장이 아니고서야 상상도 못했을 만한 인원 구성이었다.

그것도 단순 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간의 연합을 위해 모인 자리임을 생각하면 더 놀라운 일이다.

“다른 지역 쪽은 상황이 어때?”

“몇몇 지부를 제외하고선 제대로 연락도 닿질 않아. 아직도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라고는 하는데, 지역의 주도권은 사실상 놈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봐야겠지.”

진서연과 김진욱이 대화를 나누었다.

외부 세력들이 가장 먼저 들이닥쳤던 영남 지역이야 말할 것도 없고, 시작부터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은 지방 쪽은 대부분의 지부가 파괴되었다.

물론 해당 지역 전체를 손에 쥐고 있던 대형 세력들인 만큼, 완전히 궤멸되진 않고서 저항을 이어나가는 중이라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지역 통제권은 외국 길드들에게로 넘어갔다고 했다.

감청의 위험 탓에 대부분의 연락망조차 끊어졌고.

이대로 상황이 지속되다간 궤멸의 위기에 처해져 있었다.

물론 무작정 도움을 준답시고 다른 지역으로 처들어 가기엔, 수도권 역시 언제 추가적인 공격을 받을지 몰랐다.

엄청난 수의 고위 헌터들이 국내로 유입된 만큼, 이대로는 시간문제일 게 뻔했다.

예전 같았더라면 국내에 집적거리는 길드들을 몰려오는 족족 싸워서 내쫓으면 그만이었겠지만, 더 이상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퀘스트와 보상이라는 강력한 동기 덕분에, 한국으로 길드의 상당 전력을 끌어온 데다가 연합의 형태까지 보였다는 것.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 길드들은 새로운 시스템의 수혜를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헌터들이 그 이상한 힘을 손에 넣었으니, 그렇지 않아도 숫자 차이가 나는 마당에 감당이 될 리 없지.”

“정확히 말하자면 외국의 거대 세력들만이지만.”

김진욱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말했다.

해외에 있는 모든 외국 헌터들이 새로운 힘을 얻은 건 아니었다.

퀘스트를 부여받고서 한국으로 넘어온 거대 세력들만 해당되었다.

어찌 됐건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선 마땅한 방법이 안 나오지 않는 상황.

“그나저나 이 자리를 만든 녀석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그러고 보니…….”

그들의 시선이 주위로 향했다.

이 방 가운데 마련된 자리가 텅 비어있는 모습.

연합에 대한 논의와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장본인이 바로 성현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됐는데 나타나질 않고 있었다.

덜컹!

바로 그때, 다급히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가 있었다.

이지스 길드의 간부, ‘한승희’였다.

“이성현은 어디 있지?”

성현을 대신해 자리에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길드장들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승희는 잠시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이 되더니,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아, 그게… 갑자기 볼 일이 생겼다네.”

* * *

“키이이이익!”

귀청을 찢는 듯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늪지대의 울창한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거대 곤충은 곧 갈기갈기 찢어발겨져 곤두박질쳤고.

녹색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는 시체 앞에 성현이 섰다.

“후, 징글맞게도 생긴 놈들이네.”

성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들어서 있는 곳은 지하 던전의 내부.

아직 개척되지 않은 12번째 필드, ‘지옥 늪지대’에 들어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위쪽에선 날 기다리고 있을려나. 조금 미안한데.”

성현이 이마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이지스의 본사 건물에서 길드장들과 대책을 짜고 있어야 할 그가 난데없이 자기 집 지하실에 틀어박힌 이유는 간단했다.

그에게 주어졌던 새로운 퀘스트 때문이었다.

[특수 연계 퀘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저번 대규모 던전 발생 사태에 발생했던 특수 퀘스트와 연계되어 두 번째 순서로 발생한 퀘스트다.

퀘스트 마커가 떠있는 위치로 보아, 이 곳 12번째 필드 안에 목표가 존재했다.

새로운 방책이 필요했던 성현에게 주어진 퀘스트.

하지만 단순히 평범한 퀘스트 때문에 다른 일들을 다 제쳐두고서 여기로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퀘스트 완료 시, 새로운 특성이 개방됩니다!]

‘네 번째 특성이라니…….’

새로운 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

헌터에게 특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새파란 신참 헌터들조차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절대 놓칠 수 없는 보상이다.

상태창, 그림자 군주, 백귀야행에 이은 네 번째 특성이 어떤 것일지는 몰라도, 최소한 보통의 능력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이번 보상에 큰 게 걸려있다. 놈들이 다음 행동을 보이기 전에 무조건 끝내고 나가야해. 제한 시간 안에 끝내려면 더더욱 그렇고.’

지금이야 외국 헌터들에게 성현에게 적대적인 퀘스트들이 마구 주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여태껏 성현에게 나타난 퀘스트들은 언제나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단순히 보상을 넘겨주는 게 전부가 아니라, 주변의 상황까지 읽어가며 단서를 주거나 방향을 제시하기까지 하며 그의 힘이 되어주었다.

그런 퀘스트가 시급한 외부의 일이 있는 지금 시점에 나타났고, 이번에도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이 새로운 특성을 얻어야 해. 빠르게 돌파한다.’

콰악!

성현은 괴수들의 시체를 잘근 밝고서 늪지대를 나아갔다.

퀘스트상 촉박한 제한 시간에 더해,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적들이 움직일 수도 있는 상황.

많은 것이 걸려있는 던전 공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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