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133화 (133/202)

133화 퀘스트 인 (4)

성현이 진입한 던전의 내부.

대형 던전답게 크기가 상당했다.

던전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더 많은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었고, 구조도 복잡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

하나 그에게 남겨진 퀘스트의 완료 시간은 불과 40분뿐이었다.

대형 던전이라는 걸 감안하면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네크로맨서라는 성현의 직업군이 아니라면 애초에 시작도 전부터 불가능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을 만한 촉박한 시간.

그나마 S랭크 던전의 경우 서울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해 퀘스트 외적으로 쫓길 일은 없었다만, 퀘스트를 놓치지 않고 뒷수습까지 피해 없이 마치려면 서둘러야 했다.

[남은 시간 ‘00:21:32’]

콰아아앙!

요란한 폭발과 함께 몬스터들이 불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각된 괴수들의 시체를 짓밟으며 거침없이 전진하는 그림자 군단.

이미 던전의 절반 이상을 쓸어버린 성현의 군단이다.

예상했던 대로 몬스터의 수는 많았지만, 성현과 그의 군주들을 당해 내기란 무리였다.

물론 던전을 무작정 뚫어내는 것과 완전한 공략을 끝내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고, 그들은 아직도 던전의 주인이 위치한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진 못하고 있었다.

하나 당연하게도 성현이 단순무식하게 밀어붙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쿠우우웅!

비룡, 안타라스와 함께 착지한 성현이 바닥에 내려섰다.

그러자 이미 인근 숲 전체를 장악한 네 마족 군주들이 양옆으로 서 있었다.

이즈나, 로칸, 네이아, 카론.

수많은 몬스터의 시체들이 그 네 명의 발치 아래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이 마지막 후보지란 말이지.”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예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옆에 선 로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던전의 공략이 시작된 이후, 성현은 곧장 비룡 안타라스의 등 뒤에 탄 채 위에서 지형을 파악하며 둘러보았다.

그 결과, 던전의 보스가 있을 만한 가장 유력한 장소 몇 곳을 추려냈다.

그중 마지막 남은 후보군이 바로 이곳이었다.

숲속 깊숙이 틀어박혀 있는 지하 유적지의 입구.

“확실히 다른 후보군하고는 다르네.”

강한 기운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무언가 이질적인 기척까지 풀풀 풍기고 있는 유적지의 입구다.

그간 각종 수상쩍은 던전들을 겪어온 성현이었기에 그 차이를 곧장 느낄 수 있었다.

“들어가자.”

“네.”

성현의 말이 떨어지자 군주들은 그의 뒤를 따라 내부로 진입했다.

물론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고, 혹시나 허탕일 수도 있기에 바깥에서의 공략은 계속되었다.

칼라일을 비롯한 군주들 대부분, 그리고 수하들까지 여전히 던전을 청소하며 새로운 의심 지역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즈나와 로칸을 비롯해 군단의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네 마족 군주가 모두 그의 뒤를 따랐다.

그만큼 이곳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장소라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통로들이 비좁은데. 어둡기도 하고.”

앞장선 성현이 중얼거렸다.

입구가 제대로 되어 있기에 금방 널찍한 장소가 나올 줄 알았는데, 어두컴컴하고 좁다란 통로들이 연달아 이어져 나오고 있었다.

보통 이 정도 던전의 보스 몬스터라면 널찍한 장소에 부하들까지 잔뜩 지니고 있기 마련인데 조금은 불안해졌다.

‘일단 끝까지 들어가 봐야겠지.’

성현은 발걸음을 조금 더 서두르며 내디뎠다.

의심을 접고 나가 버리기엔 여전히 이질적인 기운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통로의 또 다른 모퉁이를 한 바퀴 돌려던 찰나.

왼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성현은 재빨리 몸을 비틀었다.

콰아아아앙!

“역시나……!”

요란하게 박살 난 유적지 통로의 벽면.

그 사이로 기이한 괴물의 머리통이 불쑥 튀어나왔고, 미리 반응한 덕에 이미 자세가 취해져 있던 성현은 곧장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하지만 맥없이 튕겨져 나간 성현의 검.

당황하거나 실수한 것도 없이 제대로 검을 휘둘렀음에도 괴수의 피부를 미처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온 것이다.

성현이 쥐고 있는 무기와 그의 완력을 생각한다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걸… 튕겨냈다고?’

적잖이 당황한 성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상처가 났다곤 해도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깊이다.

하지만 당장 괴물의 이빨이 그의 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성현은 본능적으로 다음 행동을 취했다.

츠츠츠츳!

검은빛으로 물든 검의 칼날.

특성을 활용한 성현의 마력과 그림자가 실린 것이었고, 달려드는 괴물의 입을 향해 휘둘러졌다.

쩌어어억!

입부터 반으로 쩍 갈라져 버린 괴수의 몸뚱이.

두 조각으로 나뉜 괴물의 시체가 피를 뿜어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미처 성현이 자세를 풀며 뒤를 돌기도 전, 그의 등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또 다른 괴물이 있었다.

“키이이이익!”

촤아아악!

하나 로칸과 카론이 동시에 나서, 괴물의 목과 다리를 한쪽씩 잘라내었다.

아주 기이한 비명 소리를 내며 쓰러진 괴물이었고, 성현은 떨어져 나가고도 꿈틀거리는 놈의 머리를 가볍게 짓밟아 주었다.

콰득!

검은 핏덩이를 쏟아내며 축 늘어진 괴물의 시체.

성현은 양옆으로 널브러진 놈들을 내려다보았다.

“…이것들은 대체 뭐야?”

시체를 내려다보던 성현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끔찍하게도 흉측한 양쪽의 괴물들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아 최초로 발견된 몬스터 종이었다.

하나 느껴지는 기운, 그리고 행동 방식으로 보아 이 둘은 분명 같은 종임에도 외양엔 일관성이 없었다.

팔과 다리의 개수도 다르고, 머리의 생김새나 구조도 달랐다.

공통점이라곤 번질거리고 새까만 피부와 혐오스러운 모습이라는 것뿐.

마치 생물체들이 기이하게 섞인 듯한 괴물들의 모습이었다.

원래 온갖 괴물들을 상대하는 게 헌터들의 일이라도, 이런 건 어디서도 보지 못했을 정도다.

“혹시 너희들은 이게 뭔지 알고 있어?”

“아뇨. 던전 안은 물론 되찾았던 기억에서도 이런 생물체 같은 건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나 해 성현이 물어봤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분류상으로는 같은 몬스터였음에도, 그들에게조차 혐오감을 일게 만드는 두 괴수의 시체였다.

방금의 그를 향해 달려들던 속도나 검을 한 번 튕겨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일반 몬스터들인 주제에 거의 준보스급의 스펙을 지니고 있는 것도 그렇고.

절대 일반적인 몬스터들은 아니었다.

“신기한 녀석들이네요.”

잘려나간 괴물의 팔을 슬쩍 들어 올린 네이아가 말했다.

널브러진 괴물들을 향해 유일하게 탐구욕을 보이는 것은 리치들의 군주인 그녀뿐이었다.

그녀는 직접 시체를 뒤집어 보기까지 하며 모습을 살폈다.

“얼핏 보기엔 저희가 다루는 키메라와 비슷한 구조인데,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 흔적들은 전혀 없어요. 마력적으로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단 말이지.”

단순 키메라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기형적인 녀석들이라 생각했는데, 전문가인 그녀의 눈으로 볼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리치들의 마법 실력에 마나의 맥 장소의 도움까지 받는다 해도 이런 식의 존재를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했다.

즉, 처음부터 이렇게 창조된 괴물들이라는 것이다.

띠링!

[세계 최초로 악마종을 처치하였습니다!]

[칭호, ‘악마사냥꾼’를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악마종 몬스터를 대상으로 25%의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악마종……?”

눈앞에 번쩍 떠오른 메시지에 성현이 반응했다.

시스템상 악마종이라는 표현은 야수종, 인간형 몬스터와 같은 분류의 표시다.

한데 단 한 번도 세상에 나타난 적이 없던 종류의 별개의 몬스터가 나타났다니.

“다른 건 몰라도… 일단 허탕은 아닌 모양이야.”

그동안 발견되어 온 일반적인 몬스터는 아니었다.

던전의 주인이 이 안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그렇다면 해야 할 건 하나뿐.

츠츠츠츠츳!

검은 그림자가 성현의 등 뒤로 길게 드리워졌다.

* * *

성현은 굽이지게 이어지는 통로를 빠르게 치고나갔다.

깊숙이 들어서며 통로의 폭은 점점 넓어지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그리 넓다곤 할 수 없었다.

한데 그곳에서 무려 수천여 마리에 가까운 괴수들이 양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쿠우우웅!

“키이이익!”

뒤섞인 괴수들의 비명 소리와 날카로운 파찰음.

악마종들과 그림자 군단이 정면에서 부딪힌 채 뒤엉켜있었다.

혼란한 와중에도 여전히 숫자가 한참 남았는지 끊임없이 몰려드는 양측의 존재들.

그 전장의 한가운데에는 성현 또한 서 있었다.

‘역시 그림자 군단을 불러오긴 했지만, 어지간한 몬스터들처럼 마냥 쉽게 밀어 버릴 수 있는 놈들이 아니야.’

성현의 표정에 잠시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전황을 둘러보자 게아드와 메이트리아를 비롯한 군주들이야 악마종들을 가뿐히 쓰러뜨리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전황은 그렇지 못했다.

군주들의 선전에도 쉽사리 밀고 나가지 못했고, 일반 수하들만으로는 그들이 밀리고 있었다.

카아아앙!

스켈레톤 전사의 검이 튕겨져 나가는 모습.

성현이 베었던 악마 녀석이 보여 줬듯, 놈들을 구성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도의 피부가 아니었다.

역시 일반 수하들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다.

마냥 수적으로 밀어붙인다 해도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었고, 장소가 비좁기까지 해서 더더욱 그랬다.

이대로 싸운다면 무의미한 손실이 늘어날 뿐.

그렇다고 해서 성현과 군주들이 직접 다 상대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고작 십몇 분대의 시간은 던전을 말끔히 청소하기는커녕, 보스 하나를 공략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성현은 일부 병력들을 뒤로 물린 뒤, 그림자 속에서 검은 기사들을 불러내었다.

모습을 드러낸 수십 여기의 데스나이트와 칼라일.

“길을 뚫어라.”

철컹!

칼라일이 검을 치켜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군주들을 제외하면 군단의 최정예급 전력인 데스나이트다.

콰드드득!

칼라일은 장검을 휘둘러 달려드는 악마종들의 머리를 간단히 베어냈다.

그의 뒤를 따르는 데스나이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데스나이트들이 과거 S급 던전을 클리어하고서 획득한 전리품, 최상급의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할버드와 대검은 악마종의 피부를 뚫어낼 만큼 강력한 위력을 내게 만들어 주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군. 이쪽은 맡겨 두면 되겠어.’

하지만 싸움은 저들의 몫일 뿐.

성현은 이곳에서 잔챙이들과 싸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소란을 듣고서 이곳에 몰려들고 있는 악마종들의 본대를 붙잡고 있는 사이, 그는 놈들의 우두머리에게로 향해야 했다.

“가자.”

“네!”

후우우우웅!

네이아가 준비해 둔 짧은 거리의 공간 도약.

공간의 틈을 건너간 성현은 홀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를 뛰어넘었다.

물론 이곳에도 몇 마리의 악마종이 통로에서 서성이고 있었고, 성현과 시선이 딱 마주쳤다.

하지만 놈들이 징그러운 입을 쩍 벌리기도 전.

“크아아아!”

성현의 발밑에서 소환된 안타라스가 두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그를 태우고서 순식간에 통로를 주파하는 녀석.

성현은 저 건너편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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