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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아래 경험치 800 지하던전-93화 (93/202)

93화 손님맞이

쿠구구구구!

지하 던전 속, 광활한 대지가 흔들렸다.

몰려드는 아홉 번째 필드의 몬스터 ‘자이언트 앤트’.

언덕을 새까맣게 뒤덮은 거대 곤충 무리였고, 그 놀라운 숫자의 몬스터 떼는 다름 아닌 던전의 입구를 향해 진격 중이었다.

자신들이 지닌 본능을 따라 던전을 나가 바깥세상으로 쏟아져 나오려는 놈들의 움직임이었다.

물론 놈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터져 나온 불꽃.

커다란 화염구가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연이어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화염구들이 날아들었고, 언덕을 통해 몰려들던 자이언트 앤트들은 뜨거운 불길 속으로 휩쓸렸다.

“키이이익!”

순수 마법 계열의 마족인 리치들이 사용하는 강력한 마법이다.

아무리 커다란 덩치에 걸맞는 단단한 맷집을 지닌 자이언트 앤트들이라 한들, 이 정도 마법의 위력을 감당해 낼 순 없었다.

물론 왕의 아래 군집을 이룬 놈들은 폭발이 터지건 주변 개미들이 죽어 나가건 상관하지 않고 맹렬히 돌진을 해올 뿐이었다.

“개체수도 상당하고 이전에 마주했다면 쉽지 않았겠네요.”

이즈나가 입을 열었다.

가장 높은 언덕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들이었고, 새까맣게 가득 찬 개미 군단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필드를 넘어갈수록 까다로워지는 폭이 커져. 당장 이 개미들만 해도 S급 몬스터 중에서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닌데. 아직도 절반 정도 온 것에 불과하다니.”

지하 던전 내에 존재하는 총 20여 개의 필드.

이즈나와 로칸 등 마족 군주들이 고서를 통해 두 번째 기억의 파편을 얻고 나서 얻은 정보 중 하나였다.

분류상 초대형 이상의 던전이었기에 정확히 그 끝이 어딘지 전혀 가늠도 못 했던 걸 생각하면 아주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된 것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던전의 완전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부로 깊이 들어갈수록 각 필드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몬스터들의 수준은 필드를 지날수록 더욱 강해진다.

F급 몬스터들부터 시작해, 이젠 S급 중에서도 상위 단계의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 다음 필드들부터는 어떤 괴수들이 나타날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성현은 이곳이 S급이 아닌 최초의 SSS급 던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뭐… 대신 엄청난 숫자인 만큼, 부하로 만들게 된다면 더 쓸 만해지는 거지만.”

성현은 바글거리는 개미들을 내려다보았다.

징그러울 정도로 땅을 가득 채운 채 몰려드는 놈들이었지만, 저 모습 그대로 자신이 아니라 적을 향해 달려들 것을 생각하면 꽤나 인상적일 터였다.

강한 적이 나타나고, 골치 아프게 만드는 수를 지닌 만큼.

어떻게든 쓰러뜨리기만 한다면 더욱 강한 전력이 되어 자신의 힘이 되어 준다.

네크로맨서의 최대 장점이다.

그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바로 그의 집 지하실에 있는 거대 던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녀석들의 군주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정도 단체 행동을 지시한 걸 봐선 저희에 대해 모를 리는 없고. 의도하고서 모습을 숨기는 듯한데, 대부분 소진이 된 이후에나 나타날 듯합니다.”

이즈나가 말했다.

아홉 번째 지역의 보스이자 저 모든 개미들을 이끄는 군주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뭐… 그렇다면 안 나오고선 못 배기게 만들면 그만이겠지.”

츠츠츠츳!

섬뜩한 기운이 성현의 주위로 감겼고.

그의 등 뒤로 검은 기운으로 일렁이는 그림자 군단이 쏟아졌다.

* * *

“크아아아아!”

자이언트 앤트들과의 전투는 해당 필드에 진입한 며칠 전부터 곳곳에서 이어져 왔다.

하나 지금 놈들의 앞에 쏟아지는 그림자 군단은 달랐다.

그동안 여덟 번째 필드를 모두 정리한 탓에 거의 모든 본대를 끌어올 수 있었고, 오히려 놈들보다 수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콰드드득!

“키이이익!”

거침없이 진격하며 몰려드는 거대 개미들을 박살 내는 성현의 그림자 군단.

자이언트 앤트들은 그 엄청난 숫자뿐 아니라 개체 하나하나마저 강력했기에 굉장히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헌터 전력이 온전치 못한 약소국이라면 이들의 등장 하나만으로 국가가 휘청일 정도의 강력한 괴수들이었다.

하나 최근 들어 전력이 급상승한 성현의 군단 앞에선 소용없는 이야기였다.

놈들이 이전처럼 가디언의 힘을 받아 강화된 상태인 것도 아닌 만큼, 오히려 오우거가 몰려들던 때보다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

성현 역시 놈들의 시체를 밟으며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렇게 정직하게 몰려와 주면 나야 고맙지. 경험치가 쭉쭉 차오르네.’

성현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두려움 따윈 없이 무작정 떼 지어 오는 놈들의 습성.

자신뿐만 아니라 개미들과의 전투에서 선두에 서고 있는 각 군주들의 레벨도 빠르게 차오르는 중이었다.

그렇게 밀려나기 시작한 개미들의 숫자가 점점 바닥으로 향하고 있던 중,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녀석이 나타났다.

콰아아앙!

“키이이이익!”

주변 바닥 곳곳이 움푹 꺼지며 땅굴이 생겨났고, 그 속에서 개미들이 포효하며 쏟아져 나왔다.

여태 땅굴을 선보인 적은 없던 녀석들이었기에 미처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제법 성공적으로 혼란을 불러일으킨 공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땅굴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호위 개미들과 함께 쏟아진 유독 거대한 덩치의 괴수.

개미들의 왕, 바스퀴르가 나타났다.

다른 자이언트 앤트들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은 커다란 덩치의 소유자였고, 푸른빛이 감도는 두터운 검은 갑피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쿠구구궁!

“주군!”

순식간에 다가선 바스퀴르가 성현을 노려왔다.

가장 앞서서 전투를 벌이던 성현이었기에, 미리 위치를 파악하고 기습을 선택한 노련한 선택이었다.

놈의 날카로운 이빨이 성현의 목을 꿰뚫으려 했다.

‘좋아. 어디 그럼…….’

하지만 성현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되레 기다렸다는 듯 몸을 움직였다.

촤아아아악!

검은 빛으로 물든 성현의 검이 번뜩였고.

바스퀴르의 거대한 몸뚱이는 순식간에 반으로 토막이 나버리고 말았다.

쿠우우웅!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무려 우두머리급 보스 몬스터를 일격에 쓰러뜨려 버린 모습.

이전보다 훨씬 강해지지 않았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었고, 성현도 만족스러운 듯 갈라진 바스퀴르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이름 - 이성현]

[칭호 - 운명의 대적자]

[레벨 - 255]

[직업 - 네크로맨서]

[주요 능력치]

힘: 561 민첩: 504 체력: 495 마력: 588

[보유 특성]

상태창(S), 그림자 군주(S), 백귀야행(S)

성현은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확인했다.

가디언인 니아글리프를 쓰러뜨리고서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은 대량의 경험치와 스탯.

단번에 30레벨이 껑충 뛰어올랐고, 퀘스트의 보상만으로 모든 스탯이 100만큼 치솟아 오르며 도합 400의 스탯이 증가했다.

여덟, 아홉 번째 필드를 개척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성현이었고, 그 과정에서 사냥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에 조금 더했다.

‘뭣보다 이게 끝이 아니지.’

[군단 강화 보너스]

[힘 스탯 +85]

[민첩 스탯 +55]

[체력 스탯 +85]

[마력 스탯 +55]

[생명력 +29.9%]

[재생력 +40%]

[냉기저항력 +50%]

[전격저항력 +80%]

가디언의 정수들을 흡수하며 얻은 군단 보너스다.

당연하게도 이 군단 보너스는 성현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적용이 되었고, 저번 싸움 이후로 그 스스로의 전력은 말 그대로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다.

어지간한 S급의 보스 몬스터들조차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힘이다.

“그럼 이제…….”

츠츠츠츳!

성현은 바스퀴르의 시체에 그림자를 불어넣었다.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녀석의 몸뚱이는 잘려나갔던 갑피와 살점들이 다시 아물고 붙기 시작했다.

단숨에 숨통이 끊어졌을 만큼 처참한 상처였지만 녀석의 몸은 빠르게 복구되었고, 성현은 그 모습을 지켜봤다.

‘땅굴까지 팔 수 있었다니. 더 마음에 드네.’

성현의 입가가 피식 올라갔다.

이만한 숫자의 개미들이라면 필드를 장악하는 것도 금방일 것이다.

대강 이쪽 필드에서의 볼일도 끝났다는 걸 직감한 성현은 이들을 내버려 두고선 등을 휙 돌렸다.

“이즈나, 가자.”

“네, 주군!”

* * *

영혼의 호수 지역 아래에 있는 거대한 지하 서고.

그 안으로 들어선 성현은 리치들의 시설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족인 리치들이 자리 잡은 장소인 만큼, 흑마법과 관련된 서적이나 도구로 가득해 내부 시설이 꽤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을 보기 위해, 성현이 던전을 공략하던 도중 재차 이곳을 찾은 건 아니었다.

‘역시… 마력의 흐름부터가 달라.’

츠츠츠츳!

벌써부터 주위를 감돌고 있는 심상치 않은 마력의 흐름.

성현은 커다란 입구를 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덜컹!

안으로 들어선 성현의 앞에 펼쳐진 것은 드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 푸른빛의 거대 마법진이었다.

공간 전체에 바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충만한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옆에 선 이즈나는 기분이 좋은 듯 마력을 충분히 느끼며 호흡하고 있었고, 인간인 성현은 대기 중의 짙은 마력에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마나의 맥… 가끔 이야기는 들었다만 전 세계 모든 사례를 합쳐도 몇 개 되지 않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도 있었을 줄이야.”

난간에 기댄 성현은 거대 마법진을 내려다보았다.

마력의 원천이라고도 불리는 특별한 장소.

선천적으로 마력이 넘쳐나길 타고난 장소였고, 인위적으로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위 던전에서나 극히 낮은 확률로 발견되는 장소라, 여태껏 국내에는 마나의 맥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애당초 네이아를 비롯한 리치들이 굳이 지하로 내려와 터를 잡은 것도 바로 이 마나의 맥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흐르고 있는 마력의 양이 차원이 다른 덕에, 무기와 방어구에 한층 더 강력한 마법 부여가 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력이 깃든 특수 금속을 제련하거나, 마법 생물을 제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즈나가 이끌던 뱀파이어들도 자신들의 수족으로서 가고일을 만들어 내곤 했지만, 마법 생명체라는 게 늘 그렇듯 제작 방식이 워낙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워 소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기선 훨씬 수월하게 제작이 가능했다.

이 특수한 장소가 지닌 강력한 이점이었다.

“별다른 문제는 없지?”

“물론 일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자원과 인력도 충분하니까요.”

네이아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간 리치들과 함께 이 마나의 맥에 터를 잡고서, 온갖 마법적 연구를 진행해 온 그녀였다.

마석과 각종 광석 등, 자원이 대량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벌써 이 광활한 던전 속의 아홉 개 필드를 손에 넣은 성현이었고.

필드마다 위치해 있는 모든 생산 거점의 자원을 독점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원들의 양은 어지간한 거대 길드들조차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자원적으로 제동이 걸릴 일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좋아, 그럼 슬슬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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